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과연 태권도는 그저 '우리의 전통문화' '우리가 만든 자랑스런 올림픽 스포츠' '유일하게 외국인들이 우리말로 수련하는 무예' 정도일까.분명 태권도의 또다른 면에는 과학적 원리가 숨쉬고 있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되고 전세계에서 오늘날의 문화적 위상을 갖기까지는 분명 다른 무술에는 없는 부분이 있다. 전세계 어느 무술에도 없는 뛰어난 발기술과 그 기술을 뒷받침하는 정신이 그것이다. 이 기술과 정신에는 우리민족의 문화적 역량이 결집돼 있다. 아울러 태권도는 복합적인 문화산물이지만 태권도 안에도 분명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있다. 여기에는 원래 가지고 있었지만 과학으로 표현되지 않았던 부분과 서양의 과학적 방법에 의해 구체화된 부분, 두가지가 동시에 들어 있다.
태권도의 과학화는 이미 1971년 훈련과 기술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이루어지면서부터 시작됐다. 1980년대에는 고속카메라를 이용, 발차기 동작을 분석해 각 발차기의 속도를 규명하기 시작했고, 점차 평면적 분석에서 벗어나 3차원적 영상으로 동작시 각 신체부위의 변화와 특성을 분석했으며, 발차기시 지면에서 생기는 반발력을 측정하는 포스플랫폼(지면반력측정기)을 이용한 연구로 확대됐다. 1990년대에는 태권도 경기시 호르몬과 효소 및 각종 피로물질의 변화 등 생리적 요소를 규명해 과학적인 트레이닝이나 휴식방법에 응용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첨단 분석기기를 이용해 태권도의 발차기에 이용되는 주근육을 파악, 강화시키는 방법에까지 과학적인 훈련과 기술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토대 위에서 올림픽 정식종목의 위상이 만들어진 것이다.
발차기 속도 2배면 공격에너지는 4배
태권도의 ‘태’는 발을 의미하고 ‘권’은 주먹을 의미한다. 태권도의 기본기술은 주먹지르기와 발차기다. 주먹지르기는 정권을, 발차기는 발의 운동성이 집결되는 부위를 이용한다. 정권은 인지와 중지의 봉우리를 말하는데, 몸의 힘이 어깨의 견관절과 팔의 주관절, 그리고 손의 요관절로 직선으로 연결돼 내려오는 부분이다. 교량을 쌓을 때 교량과 교량의 이음매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연결돼야 하고 높은 건물을 지을 때 쌓아올리는 벽돌도 한치의 오차가 없어야 하중을 정확하게 견딜 수 있다. 이렇듯 태권도의 주먹 지르기는 몸의 움직임, 즉 허리의 회전에서 나오는 힘을 견관절과 주관절, 그리고 요관절을 통해 가장 정확하게 전달받을 수 있는 부분을 사용한다.
이것은 발차기에서도 마찬가지다. 발차기는 몸의 힘이 엉덩이의 고관절과 무릎의 슬관절, 그리고 발목의 거관절로 이어지는데, 앞으로 차올릴 때는 가장 직선적으로 힘을 받는 발바닥의 앞축을, 옆으로 찰 때는 옆축을, 뒤로 찰 때는 뒤축을 이용한다. 전달돼오는 힘을 가장 분산없이 발산할 수 있는 과학적 부위들인 것이다.
태권도에서 상대를 가격하는 동작의 효과는 속도에 달려 있다. 공에 맞는 순간 야구배트의 속도가 단위시간 공에 전달되는 힘의 크기로 이어지듯이 상대를 찰 때 발의 속도는 결국 발차기의 위력과 직결된다. 인간의 주먹과 발을 질량을 가진 물체라고 봤을 때 태권도의 주먹지르기와 발차기는 물리적 법칙을 벗어나지 않는다. 물체는 움직일 때 움직임으로 인해 운동에너지를 갖게 된다. 이런 운동에너지는 물체의 질량에 속도의 제곱을 곱한 값의 절반(=½mv2)이다. 그러므로 태권도의 지르기나 차기시 가하는 에너지는 손이나 발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따라서 기술의 속도를 두배로 한다면 상대를 더 빠르게 공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격 에너지는 네배가 된다.
물체의 속도가 크면 클수록 결국 더 큰 힘이 전달되기 때문에 차는 발의 운동속도를 최대로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태권도는 고관절, 슬관절, 거관절의 순서로 각 분절의 속도를 증가시켜 마지막 발이 목표를 가격할 때 최대의 속도가 나오도록 찬다. 어깨와 엉덩이가 상호작용해 만들어진 역학적 에너지가 대퇴(넓적다리), 하퇴(종아리), 발로 합리적으로 전이돼 타격시에 최대 발끝속도와 충격력을 만드는 것이다.
초속 5m가 넘는 채찍질
태권도의 발과 주먹을 발동시키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발과 주먹 자체보다는 몸의 역학적 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힘이 발과 주먹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발과 주먹이 상대를 가격하지만, 힘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몸의 힘은 인접한 관절 부위의 운동을 연달아 일으키면서 결국 최종 관절과 연결된 발과 주먹으로 힘이 전달된다. 이로써 목표지점에 타격하는 과학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태권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돌려차기를 예로 들어보자(그림1). 가라테나 소림권을 비롯한 대부분의 무술에서 차기 동작은 스탠스를 넓게, 즉 지지면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발 자체의 회전력을 이용한다. 하지만 태권도의 돌려차기는 스탠스를 어깨 넓이 정도로 벌려 인체의 운동성을 최대로 한다. 지지발의 고관절을 축으로 해 골반의 회전이 일어나고, 반대쪽 손과 상체는 골반의 회전과 반대방향으로 회전해 전체적으로 비틀림이 일어나 반작용을 유발한다. 동시에 고관절과 슬관절을 최대로 구부려 목표물에 도달하는 동안 관절을 펼 때 나오는 힘(신전력)이 자연스럽게 최대로 일어나도록 한다. 마지막 순간 최대의 힘을 얻어 목표물을 가격하는 것이다.
이런 과학적인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태권도 발차기는 쿵푸나 가라테 등 다른 무술의 발차기보다 상대적으로 빠르다. 태권도 발차기는 대개 돌려차기가 5.30m/초, 앞차기는 5.98m/초, 뒤차기는 5.14m/초 정도 수준의 빠르기를 나타낸다. 이것은 단순히 다리와 팔 자체의 회전을 이용해 힘을 전달하는 다른 무술과 달리 태권도가 가격하는 부위의 속도를 최대로 높이는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좀더 강한 충격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태권도의 지르고 차는 동작의 특징은 손과 발의 운동량을 최대로 해 충격량을 크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 이소룡은 나무팔이 달린 통나무 앞에 서서 팔과 손을 이용해 현란하게 막고 공격하는 기술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기술은 공격부위에 대한 부분적 움직임의 효과에 치중한다. 몽둥이를 휘두르는 동작에 비유한다면 몽둥이의 역학적 움직임에서 나오는 효율적인 힘보다 몽둥이 자체의 단단함이나 무거움에서 나오는 파괴력에 비중을 두는 것이다.
태권도는 이와는 다른 방식을 사용한다. 몸의 움직임에서 각 관절 부위의 속도를 가중시켜 마지막 타격시 최종 관절과 연결된 부위(손이나 발)에서 최대의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마치 몽고기병이 채찍으로 말을 때리는 것과 같은 효율적인 가격을 하는 것이다. 채찍은 빠른 몸통 부위의 움직임을 끝 부위로 끌어낸다. 마치 시계추가 흔들릴 때 회전 중심에서는 작은 각으로 움직이지만 추 자체는 더 많은 움직임을 만드는 것과 같이, 몸통이 채찍의 줄기를 이끌고 끝 부위에서는 엄청난 가속도가 붙어 연속된 힘이 채찍의 끝부분에 집중돼 목표에 방출된다. 태권도의 주먹과 발기술은 단순히 팔과 다리에서 나오는 힘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고 몸에서 최대한의 신전력으로 힘을 비축하고 그 비축된 힘을 폭발적으로 발끝과 손끝에 집중하는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총알처럼 회전하는 주먹 지르기
인간의 근육활동은 주로 관절을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실제로 관절의 각도에 따라서 발현되는 힘이 다르다. 따라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관절의 각도만큼 구부린 후 관절을 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다.
태권도의 차기동작은 결국 구부렸던 근육이 펴지면서 속도와 힘을 발휘한다. 이렇게 무릎을 접어 최대로 구부린 후 펴는 힘을 이용하는 발차기는 다리를 편 채 그냥 휘둘러 차는 동작과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차기동작에서 몸의 회전운동이 일어나는 동안 최대한 슬관절을 구부리는데, 돌려차기의 경우 우수선수들이 130-140。 내외로 무릎을 접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태권도의 또다른 과학적 움직임은 바로 주먹지르기의 회선운동이다. 총구에는 주사선이 있어 총알이 화약의 폭발력으로 발사돼 나갈 때 회전을 하게 돼있다. M16A1의 경우 총알이 약실에서 총구를 떠날 때까지 오른쪽으로 난 6개의 홈을 따라 회전하게 돼있고, 총구의 저항을 벗어나면 엄청난 회전을 함으로써 목표를 관통한다. 화약의 폭발력에 의한 직선운동을 회전운동과 직선운동으로 바꾸어 목표물에 충격력을 늘이는 것이다. 모든 태권도의 동작은 시발점에서의 자세와 마지막 힘의 발산지점에서의 자세가 반대로 이루어진다. 이것이 모두 충격력을 증가시키기 위한 자세 변화다. 예를 들어 지르기시 주먹은 손바닥이 위로 돼있는 상태에서 목표물에 닿는 순간에는 손등이 위로 향하며, 아래 막기도 처음 자세는 손바닥이 위로, 그리고 아래에서 막을 때는 손등이 위로 향하게 돼있는 것이다. 또한 태권도의 모든 차기기술도 직선운동과 회전운동의 복합으로 진행된다.
태권도는 사이버 세상에 사는 인간이 가장 효율적으로 운동효과를 낼수 있는 과학적 운동이다.한시간의 수영보다 한시간의 태권도는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게 된다.동시에 다른 운동에서 느끼지 못하는 자신감과 심신이 일치되는 느낌을 가지게 해준다.효과적인 지르기나 차기동작으로 충격력을 강화하고,폐의 기능과 혈액순환을 활성화시키는 태권도는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미래 스포츠로 더욱 각광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