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복제술로 부활하는 백두산호랑이

귀세포 하나로 멸종동물 복원

우리민족의 상징 백두산호랑이.멸종의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생명공학기술이 발벗고 나섰다.예정된 시간은 다가오는데,과연 복제된 백두산호랑이의 탄생이 가능할까.


젖소와 한우에 이어 인간배아 복제까지 성공한 황우석 교수.그의 다음 목표는 백두산 호랑이 복제다.


생명공학기술이 다시 한번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에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호랑이의 복제다. 1999년 12월 말경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는 백두산호랑이를 복제해 2000년 중에 태어나게 하겠다고 언론에 공개했다. 복제의 대상이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영물 백두산호랑이인 만큼 관심은 크게 고조됐다. 이제 그 결과를 알 수 있는 시점이 됐다.

원시시대 매머드와 만나는 길


백두산 호랑이


백두산호랑이의 복제를 연구하고 있는 황우석 교수는 복제젖소 ‘영롱이’와 복제한우 ‘진이’를 탄생시켜 이미 스타가 된 과학자이다. 또 황교수는 지난 8월에 인간배아복제를 배반포 단계까지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우리나라가 복제에 있어서 최강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황교수 덕택이라 할 정도다.

황교수의 백두산호랑이 복제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 주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실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에 관한 복제연구는 전세계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한 예로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 팬더는 자연 상태에 약 1천마리, 전세계 동물원에 1백마리 정도가 살고 있지만 성격이 예민해 번식이 극도로 어렵다. 현재 중국과학아카데미는 팬더의 수를 늘리기 위해 복제에 매달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멸종위기의 야생 양인 아르갈리(argali)의 복제를 연구중이다. 그러나 다른나라의 여러 연구들은 백두산호랑이 연구에 비해 한걸음 뒤쳐진 느낌이다.

황교수는 멸종위기에 처한 백두산호랑이를 구하는 방법으로 체세포 복제 기술을 선택했다. 여기서 체세포란 생식세포(정자와 난자)를 제외한 귀, 코, 자궁 등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를 말한다. 체세포 복제는 체세포의 핵을 난자와 결합해 복제하는 까다로운 기술이다. 처음 유명세를 탄 복제양 ‘돌리’나 황교수가 복제한 소 ‘영롱이’와 ‘진이’ 그리고 최근 장기이식 가능성으로 화제가 된 돼지 ‘제나’ 등이 모두 체세포 복제를 통해 태어났다.

체세포 복제의 장점은 체세포가 단 하나라도 온전하게 남아 있을 경우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호주에서 가장 거대한 육식 동물이었던 태즈메이니아호랑이는 이미 완전히 멸종했다. 그러나 호주박물관은 1866년도에 죽은 호랑이 새끼 한마리를 알코올 병 속에 보관했고, 이 호랑이의 체세포가 남아 있기 때문에 복제를 꿈꾸고 있다.

태즈메이니아호랑이보다 훨씬 전에 멸종한 매머드의 경우도 복제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 시베리아 북부 동토지역의 얼음 속에서 적은 수지만 상태가 좋은 매머드가 발굴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일본·영국·러시아에서 매머드를 연구하고 있는데, 그 중심은 일본의 ‘매머드 부활 협회’다. 지금까지 발견된 매머드의 체세포를 분석한 결과, 오랜 시간이 지난 탓에 핵의 유전자가 크게 파괴되고 부패된 상태였다. 현재 매머드의 체세포 복제는 불가능하지만, 상태가 좋은 매머드를 발견한다면 매머드를 직접 만나는 일이 꿈만은 아닐 것이다.


1만년 전에 멸종한 매머드.체세포 복제 기술의 발전은 매머드의 복원 가능성을 제시한다.


세포를 잠들게 하는 이유

체세포 복제를 위해 황교수는 서울 에버랜드의 18개월 된 수컷 호랑이 ‘맹호’의 귀에서 체세포를 떼어냈다. 귀를 선택한 이유는 통증과 출혈이 적고, 단지 몇번 긁기만 하면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귀에서 떼어낸 호랑이의 체세포를 배지에 배양했다. 여기서 배지란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하는 용액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몸밖으로 나온 체세포는 안정된 상태로 그 수가 늘어난다.

백두산호랑이의 체세포 수가 적당히 늘어나면 호랑이 세포를 영양분이 극히 적은 배지에 배양해 세포를 굶긴다. 영양분이 없기 때문에 세포는 증식하지 못하고 잠들어 버린다. 흥미롭게도 세포가 잠든 상태가 되면 기존의 신체 일부분으로서의 특징을 잊어버린다. 즉 배지 속 백두산호랑이의 체세포는 자신이 귀세포였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하나의 백두산호랑이 몸 전체가 되기 위한 유전 정보를 준비한다.

다음은 귀세포를 키울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난자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서 암컷 호랑이의 난소에서 난자를 뽑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무척 어려운 일이다. 마취약이 난자의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마취는 불가능하다. 물론 마취가 안된 호랑이에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또 난자를 뽑는 과정 자체가 위험하다. 수가 얼마 남지 않은 호랑이의 배를 갈라야 하고, 수술 후 호랑이가 상처 부위를 긁어서 내장이 배출될 위험이 크다. 그래서 연구진은 소와 고양이의 난자를 대신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황교수가 소에 관해서는 상당한 권위자이고, 고양이는 호랑이와 같은 고양이과 동물이기 때문이다.

소와 고양이의 생식기에서 각각 난자를 뽑아낸 후, 핵을 제거했다. 핵이 없는 난자에 백두산 호랑이 귀에서 떼어내 키운 체세포와 합쳤다. 그리고 전기적·화학적 방법을 사용해 융합시켜 수정란을 만들었다.

이제 마지막 단계는 융합된 수정란을 어미에게 이식하는 과정이다. 물론 수가 얼마 남지 않은 백두산호랑이를 상대로 복제 수정란을 키우는 ‘부담스런’ 임무를 맡기기는 어렵다. 그래서 암컷 호랑이 대신 적절한 대리모가 선택돼 그 임무를 맡게 됐는데, 육식동물임은 확실하다. 현재 황교수는 대리모의 정체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올해는 실패할 수도

2000년 9월 23일 현재 상황으로 판단하면, 올해 안에 복제된 백두산호랑이를 만나기는 힘들 수도 있다. 수정란은 성공적으로 이식됐지만 임신기간 중에 유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복제양 돌리의 경우에는 무려 2백77번의 실패 끝에 태어났다. 더구나 백두산호랑이의 경우 난자와 대리모가 호랑이와 별개의 종이었기 때문에 유산할 가능성이 더 크다.

유산한 사실을 확인하기도 어렵다. 대리모가 대형 육식동물이기 때문에 곁에서 자세히 관찰할 수 없고, 유산된 태아를 바로 먹어치우는 습성이 있다. 육식동물의 경우 임신하면 가슴이 부푸는 정도의 차이가 나타나는데, 유산돼도 원상태로 바로 회복되지 않아 유산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

대리모의 발정기에 정확히 맞춰 수정란을 이식해야 하기 때문에, 1년 내내 할 수 있는 연구도 아니다. 올해는 대리모의 발정기가 끝나서 더이상의 추가 시도는 불가능하고, 이식이 끝난 대리모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만약 올해 불가능하더라도 황교수가 지금까지 이뤄낸 연구 성과를 감안하면 내년에는 복제된 백두산호랑이가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황교수는 백두산호랑이 복제 연구의 자세한 부분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학문적으로 중요하고, 특허와 관련된 민감한 연구이기 때문이다. 복제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황교수는 내년 1월 세계수정란이식학회에서 자세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세계수정란이식학회는 복제양 돌리가 데뷔했던 최고 권위의 학회로 내년엔 미국 네브라스카에서 열린다. 백두산호랑이 복제 연구 자체가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그만큼 학문적으로 가치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쥬라기공원'의 한 장면.현실 속에서 쥬라기 공원을 꿈꾸는 것은 인간이 예상치 못하는 여러 비극을 만들 수 있다.


야생에서의 생존은 미지수

그러나 백두산호랑이 복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게 존재한다. 세포는 핵 외에 미토콘드리아라는 소기관이 작은 양(전체의 1%)이지만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백두산호랑이 복제 연구의 경우 소나 고양이의 난자를 사용했고, 이 난자는 핵을 제거했어도 분명히 소나 고양이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복제된 백두산호랑이는 미토콘드리아 때문에 1%는 소나 고양이인 것이다. 현재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다를 경우 어떤 상황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이에 대해 황교수는 “표현형 자체는 문제가 없으며, 단지 비유능력(젖을 생산하는 능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다른 종사이의 바이러스 감염에 관한 조심스런 우려도 있다. 소나 고양이의 난자 속에 있는 바이러스가 소나 고양이에게는 치명적이지 않지만 다른 종인 백두산호랑이의 핵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또 복제가 성공해도 백두산호랑이를 야생에 되돌리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 호랑이 한마리당 최소 4백km2(가로와 세로 각각 20km)의 산림과 하루 5kg의 먹이가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자연상태에 이만큼의 공간과 먹이가 없다. 남한의 경우 산업화가 되면서 산림이 크게 감소했고, 전국을 바둑판처럼 나누는 도로가 만들어졌다. 북한의 경우에도 무분별하게 벌채하고 식량생산을 위해 산림을 농토로 바꿨다. 비무장 지대(폭 4km, 총길이 2백48km)는 폭이 너무 좁다. 현재 상황에서 복제 호랑이를 야생 상태에 방목하면 다시 멸종할 것이다.

영화 속의 '쥬라기 공원'을 현실에서 꿈꾸는 것은 비극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래서 황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복제기술을 멸종하고 있는 동물을 되살리기 위해서 최소한으로 사용하기를 원한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0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홍재 기자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수의학
  • 환경학·환경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