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 이론이 지구환경오염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독특하다. 이 이론은 인간을 가이아를 구성하는 한 요소로 끌어내렸지만, 지구 자체의 자기조절 능력을 강조함으로써 환경오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도 있다.
"백인은 맹목적인 이방인이며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자연에서 얻는다. 지구는 그의 친구가 아닌 적이며 정복의 대상이다. 그는 자신의 아이들로부터 지구를 앗아갔다…… 만약 모든 짐승들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엄청난 정신적 외로움으로 죽게 될 것이다. 짐승들에게 일어나는 일은 무엇이든지 우리에게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모든 사물은 지구에 연결돼 있다. 지구에 닥치는 모든 일은 지구의 자식들에게도 닥칠 것이다." (번야드와 모건-그렌빌의 '녹색 선택'에서)
요즘 서유럽 지식인계에서 '녹색사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20세기 말 지구를 둘러싼 '성장의 한계'를 인정하며 지구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이 사상은 녹색당이나 환경보호 운동 등을 통해 정치·사회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영국의 환경정치학자 앤드루 돕슨은 이 근저에 깔려있는 사상을 크게 환경주의와 생태주의로 나눈다.
그에 따르면 일견 비슷해 보이는 환경주의와 생태주의는 지구환경을 바라보는 기본 시각에서 큰 차이가 있다. 생태주의자들은 이를 '인간이 지구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대한 차이'로 파악하고 있다.
즉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 바라보고 인류만의 복리를 위해서 환경보호를 외치는 것이 '환경주의'인 데 반해, 지구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지구생태계에서 인간이 어울려 살아가는 존재로 파악하는 것이 '생태주의'라는 것이다.
여기서 인간 미래사회를 위한 설계로 '녹색정치사상' 이라는 것이 대두한다. 이는 지금까지의 인간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꿈으로써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를 그린다는 데 그 목표가 있다. 그러나 실천의 장에서는 환경주의와 생태주의가 혼용되고 있는 것이 실제 현실이다.
그러면 가이아 이론은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을까. 가이아 이론만큼 세상에 소개되자마자 환경보호주의자들 사이에서 자주 인용된 이론도 없다.
아직 학문적으로 과학이냐 아니냐의 논쟁을 겪고 있는 가설임에도 불구하고 과학 밖의 세계에서는 오히려 환경보호주의자들 사이에서 나름대로 해석돼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가이아 이론이 인간에게 편리한 대로 자연을 사용하는 '인간중심주의'를 배격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환경오염은 일종의 자연현상"
가이아 이론에서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은 아주 독특하다. 그래서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이론으로 이용되는 반면, 녹색사상을 주창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가이아 이론의 한계가 지적되기도 하는 상황이다. 가이아 이론 에서 바라보는 환경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가이아 이론은 지구 전체를 마치 인간의 몸처럼 살아 있는 유기체로 취급한다. 그러므로 가이아 이론에서 인간은 창조의 중심에서 끌어내려져 가이아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그래서 지구는 인간의 탐욕스런 물질적 만족 추구의 공급원이라기보다는 경이로운 관조의 대상이어야 한다고 본다.
바로 이 점이 반인간중심주의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환경주의자들에게 이해되고 인용되는 부분이다. 인간들의 사업이 가이아의 건강에 해가 된다면 이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이 이론이 사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보면 이들은 가이아 이론의 일부만을 확대해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이아 이론 자체에서 바라보는 환경은 이와는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러브록이 처음 발표한 가이아 이론의 핵심은 지구가 생물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유기체를 위해서 쾌적한 장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는 어느 정도의 변화에 대해 다시 평형상태로 복귀하려는 성질이 지구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환경오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으로 귀착된다.
러브록 스스로 "우리가 기술을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결국 우리 인류에게 파괴와 고통을 주겠지만, 현수준이나 가까운 미래 수준의 산업활동은 전체적으로 가이아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납득할 증거는 미약하다"고 말했다('가이아, 생명체로서의 지구').
1960년대에 대기중 CFCs 분포 처음 밝혀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수질오염이나 대기오염은 마치 인체에 나타나는 여드름이나 발진이 인간의 생명에는 크게 위협이 되지 않는 것처럼 지구에게는 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령 러브록은 우리가 집에서 쓰는 살충제가 국화과식물에서 추출되는 화학물질이라고 말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맹독성 물질은 모두 자연의 생산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경오염이라는 것은 일종의 자연현상이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우리가 폐기물을 내던져버리는 것 정도를 오염으로 간주한다면 오염은 가이아에게 있어서는 마치 우리나 다른 동물들이 숨을 쉬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러브록이 즐겨 드는 것이 약 15억년 전 자유산소가 대기권에 처음 나타났을 때의 경우다. 이 현상이 처음 발생했을 때 지표상의 모든 미생물들은 산소에 노출되어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오직 큰 하천, 호수, 대양의 밑바닥에서만 일부 혐기성 미생물들이 생존을 영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수백만년이 지나자 지표면에서 사라졌던 생물들은 다시 번성했고 자신에게 적합한 환경을 스스로 조성하였다. 혐기성 미생물들에게 살기좋은 장소는 곤충에서 코끼리에 이르는 동물의 내장기관이다. 여기에 보스턴 대학 린 마굴리스 박사는 이 현상이 가이아의 중요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시각을 곁들인다. 즉 모든 대형동물들은 혐기성 미생물에게 적당한 서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수단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가정이다.
따라서 산업혁명에 의한 환경오염은 산소오염에 비하면 비교적 작은 규모의 재난이라 할 수 있으며 지구상 생물들의 적응도 더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러브록의 논지다.
러브록은 대기화학자로서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지구적인 환경문제에 대해 일찍부터 관심을 보였다. 그는 1960년대에 이미 자신이 발명한 전자포획탐지기로 자연계에 분포하는 극미량의 화학물질들을 분석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그는 다른 어느 과학자보다도 먼저 대기권의 염화불화탄소(CFCs) 분포를 밝힐 수 있었다.
1960년대 말에 러브록은 공기중에 염화불화탄소 화합물이 남반구에서는 대략 40ppt (1조분의 1) 농도로, 그리고 북반구에서는 50-70ppt 농도로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1973년'네이처'지에 처음 보고했다. 그는 만약 아무런 규제없이 CFC 방출이 계속된다면 20세기 말엽의 어느 시점에서 그것이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라 보았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점에서 그의 환경문제에 대한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고 규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때 의과대학의 교수로 봉직한 경험이 있는 러브록은 오존층 훼손이 미칠 수 있는 악영향에 대해서 독특한 관점을 가진다.
그는 열대지방의 가시광선량은 극지방에 비해 불과 1.6배에 불과하지만 자외선은 그 양이 7배나 강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런데 이러한 커다란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의 어느 지역에서도 자외선 때문에 식물들이 성장에 제한을 받지는 않는다는 것.
이와 대조적으로 강수량의 7배 차이는 생태계률 사막과 삼림으로 완벽하게 구분지어 놓는다. 따라서 지구상에 자외선의 사막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생물들은 자외선의 폭 넓은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는 듯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러브록은 오존층 훼손의 위협이 일반대중에게 너무 과장되게 알려졌다고 본다. 다른 한편으로 러브록은 CFC의 과다 사용이 오존층 훼손보다는 지구온난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환경보호' 명분하에 악용될 우려 경계
러브록은 범지구적인 환경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과학자들의 편향적인 시각, 환경보호주의자들의 인간중심적인 태도, 정치가들의 독선과 일반대중의 맹목적성 등을 모두 혐오 하는 입장에 서는 듯 하다는 게 한전 기술연구원 홍욱희 박사의 견해다.
러브록 자신도 인간만을 위한 환경보전이 아닌, 인간과 자연 모두를 위한 보다 합리적인 환경보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범지구적인 환경문제가 자칫 오도되어 그 극복을 위한 조치가 어느 한쪽에게만 전적으로 혜택이 돌아가거나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령 그는 1970년대 초에 일부 생태학자들과 과격한 환경보호주의자들이 알래스카에서 미국 본토까지 파이프 라인을 건설하는 것을 지연시킨 결과 1974년에 오일쇼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크게 안타까워 했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그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 스웨덴의 래프족 거주지구에서 방사능에 오염되었다는 이유로 그들의 유일한 식량이라 할 수 있는 순록을 수천마리나 살해했다는 점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오직 순록에만 의지하는 래프족에게 그러한 처방의 결과가 그곳 주민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이론적 암발생률 증가치 이상으로 해로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렇게 보면 가이아 이론의 핵심은 환경 파괴를 경시하는쪽에 가깝다. 그래서 가이아 이론은 환경오염자들의 합리화 도구로 사용될 우려조차 있다고 지적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라운드'를 목전에 두고 있는 후발 공업국의 입장에서는 러브록 이 제기하는 문제제기에 귀기울일 만한 대목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오존층 훼손에 대한 그의 입장을 살펴보자.
러브록은 오존층 훼손에 대한 선전이 필요이상으로 과장돼 있다고 주장한다. 에어졸 스프레이 냉장고 에어컨 같은 편리성 도구들을 사용함으로써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일부 과학자들의 견해를 무시해서도 안되지만, 아직 확립되지 않은 이론을 근거로 우리의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제품들을 무조건 생산금지 시키자는 주장에 대해 무턱대고 찬성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나온 가장 비관적인 예상에 따르더라도 대기권에서 오존층이 감소되는 속도는 매우 느리므로, 과학자들이 오존층에 대해 더 많은 연구를 진행시켜 입법 담당자들이 올바른 근거하에서 이성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정책대안을 추진하도록 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범지구적 규모에서 불화염화탄소계 화합물의 사용량을 볼 때 후진국에서 사용하는 양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며,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양은 전체의 0.2%에도 이르지 못한다. 더구나 동양인은 자외선이 어느 정도 증가하더라도 피부암에 걸릴 염려는 거의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오존층 파괴를 우려하는 것은 그야말로 시기상조며, 이 때문에 국민들이 편리한 생활용품의 사용에 제한을 받는다면 그것은 일부 선진국들의 이익을 위하여 후진국이 스스로 불이익을 자초하는 것"이라는게 홍욱희 박사의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해 대체 염화불화탄소가 개발돼 그 실용화가 기대되는 상황이기는 하다. 그러나 비단 염화불화탄소 문제뿐 아니라 환경과 관련, 산업전반에 걸쳐 국제적인 규제를 받을 처지에 놓여 있기는 마찬가지다.
2—3년내에 불어닥칠 그린라운드 공세에 대비해 우리나라가 올해 상반기중 가입키로 한 국제환경협약만 해도 유해폐기물 교역 및 처리통제에 관한 바젤협약, 유전자와 생물종 보호 및 생명공학의 이용규제를 주요 내용으로 한 생물다양성협약, 96년 1월까지 염화불화탄소 생산 및 소비를 중지하기로 한 몬트리올의정서와 코펜하겐 의정서 등이 있다. 이들 국제협약은 공업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들에게 우르과이라운드 못지 않은 '공정무역의 간판을 내건 불공정무역'을 예견케 한다.
가이아에도 두뇌 심장 허파부위가 따로 있다
범지구적인 환경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러브록이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나름의 독특한 시각에서 보다 다양하고 전일적으로 환경문제에 접근할 것을 권고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러브록이 인류의 장래를 위협하는 것으로 핵폭탄과 산성비, 오존층 파괴가 아니라 승용차와 가축, 기계톱을 꼽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러브록은 가이아가 자가조절 능력을 발휘하는 거의 불멸의 존재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어떤 환경적 재난에는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마치 우리 몸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팔다리의 중요성과 두뇌, 허파, 심장의 중요성이 서로 다르듯이, 지구를 구성하는 가이아의 각 부분도 그 중요성이 다르다는 것 이다.
러브록은 열대성 삼림 지역을 지구에서 가장 소중한 부분으로 간주했다. 열대우림은 방대한 양의 수증기를 발산하고 구름 형성을 돕는 가스와 입자상 물질을 엄청나게 방출하여 흰구름의 그늘을 만들고 그 구름들에서 비를 내리게 한다. 열대우림을 인체에 비교한다면 마치 피부와 허파의 역할을 합친 것이라는 것. 이러한 열대우림을 손상시키는 일은 가이아에게는 어떤 규모의 핵전쟁보다도 더 끔찍한 일이라고 그는 우려한다.
러브록은 행성지구가 현재 지구온난화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는 기상학자들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지구온난화가 열대삼림의 파괴와 어우러질 때 전혀 예기치 못한 방향에서 인류를 포함한 생물권에 엄청난 재난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결국 환경을 바라보는 러브록의 독특한 시각은 기본적으로 논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 할 수 있다. 그 자신 또한 1972년 처음 가이아 가설을 발표한 이래 조금씩 자신의 이론을 수정 보완해 왔다.
가이아 이론이 환경문제와 관련해 인용되거나 비판받는 현상은 결국 하나의 이론이나 가설이 과학적인 타당성이나 발의자의 의도와는 별개로 세상에 나오면 독자적인 생명을 가진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과 다른 과학자들이 이해하는 가이아 이론, 환경보호주의자들이 이해하는 가이아 이론과 일반대중들이 이해하는 가이아 이론이 모두 조금씩 편차를 가지는 것이다. 이 같은 편차는 향후 검증과 실천과정을 통해 좁혀져야 할 것이다.
인류 제2의 안식처 화성 식민지화는 가능한가
이제까지 화성에 이주한 인류 생활을 소재로 한 공상과학 소설은 무수히 많다. 그 대부분은 인간이 화성에 거대한 탐사기지를 건설하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장면을 묘사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양식의 화성 식민지화는 본질적으로 지구 생활권의 연장에 불과하며 우주 공간에 인공위성을 띠우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하겠다.
이런 구도와는 달리 만약 인류가 제2의 안식처로서 화성 식민지화를 도모한다면 어떨까. 그것은 먼저 화성의 자연 조건을 지구와 유사하게 가꾸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도저히 생물이 살 수 없는 척박한 환경을 생물들이 살면서 스스로 진화 해 나갈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 작업을 뜻하는 영어 단어로 '에코포이시스 (ecopoiesis)'라는 말이 있다. 만약 화성의 에코포이시스화가 가능하다면 먼 훗날 인류가 화성에 이주하는 것도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러브록은 가이아 이론에 기초하여 1984년에 '화성의 녹색화(The Greening of Mars)'라는 소설을 발표한 바 있는데, 그 소설에서 화성 식민화의 전략을 다음과 같이 구사하고 있다.
화성에 생물이 서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박테리아들이 살기 적합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런데 화성에는 달과는 달리 비록 엷지만 대기층이 존재하고 지하에는 막대한 양의 물이 얼음 형태로 있다. 따라서 만약 화성 대기권의 온도를 어느 정도 높일 수만 있다면 지하의 얼음이 녹아서 수증기 형태로 대기권에 유입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증기가 화성 대기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와 함께 온실효과를 가속화시켜 기온 상승에 양의 피드백으로 작용할 것이다.
화성(Mars)은 지구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는 행성이다. 화성은 태양계 모든 행성 중에서 인류가 제2의 안식처로 삼기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 오래 전부터 손꼽혀왔다.
바이킹 우주선이 찍어보낸 사진들에 의하면 그 지표면에는 물이 말라버린 운하 형태가 무수히 발견된다. 극히 얇지만 대기권이 존재하여 구름과 모래 폭풍우의 현상도 나타나는 듯하다.
러브록의 에코포이시스 프로젝트에서 화성을 따뜻하게 만드는데 사용되는 기체는 염화불화탄소(CFCs)다.
이 기체는 지구에서는 대기권의 오존층을 파괴하는 고약한 오염물질로 지목받고 있다. 만약 처치 곤란한 이 기체를 미소 냉전체제의 붕괴로 쓸모가 없어진 대륙간탄도탄 미사일에 실어서 화성에 보낸다면 온실효과를 증폭시키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CFCs의 대량 유입으로 화성의 대기 온도가 적어도 지구의 척박한 환경에서 발견되는 박테리아성 토양미생물들이 생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상승 될 수 있다면, 그 다음 단계는 적당한 미생물군의 이식이다.
이때는 유전공학적 기술을 동원해서 미생물의 색깔을 짙게 만드는 것이 유리한데, 그런 미생물들은 태양열을 보다 많이 홉수하여 주위보다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으므로 초기 화성에서의 생존에 적합할 것이다.
이렇게 화성의 적도 지대에 처음 안착한 미생물들은 마치 데이지 세계에서 그랬던 것처럼 점차 극지방쪽으로 확대될 것이다. 미생물 생태계의 확대는 화성의 기온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그러한 기온 상승은 다시 미생물의 번성을 유도할 수 있다.
만약 화성에 미생물 생태계가 성공적으로 번성한다면 그것들에 의해 공기 중 이산화탄소가 유기화합물과 자유 산소로 변화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획기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또 이산화탄소가 규산칼슘 성분 암석과 반응하여 탄산염과 규산으로 변화될지도 모른다.
대기권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지는 시점에서 광합성 박테리아들이 출현하게 되고, 이 박테리아들이 합성한 유기물질을 이용하는 메탄합성 박테리아들이 그 뒤를 이을 것이다. 메탄합성 박테리아의 출현은 대기에 메탄가스를 공급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효과 기체다.
이처럼 일련의 미생물군들이 차례차례로 출현함으로써 화성에 초기 생물권이 무난히 정착되면 이후 생물 진화는 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난 후에는 인간들이 이주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