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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북의 시대

전자책 달랑 들고 학교 간다

우리나라 학생이라면 누구나 허리가 휠 정도로 많은 책이 들어있는 가방을 맨 적이 있을 것이다.만약 손바닥만한 크기의 컴퓨터에 이 모든 것이 들어간다면 얼마나 편할까.

대전에 살고 있는 필자는 기차로 서울에 자주 출장 가는 편이다. 항상 노트북 컴퓨터를 가지고 다니는데 그 속에는 1백여권의 전자책이 들어 있어 기차 속에서 곧잘 독서삼매경에 빠지곤 한다. 만약 종이책으로 가지고 다닌다면…. 허준이 왜적으로부터 의서를 한권이라도 더 보존하기 위해 보따리에 싸서 짊어지고 피난길에 오르는 드라마의 한 장면을 생각하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느낄 수 있다.

인터넷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다양한 아날로그 형태의 저작물이 디지털화돼 인터넷에 더욱 적합한 컨텐츠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 예로 음반이 MP3와 같은 디지털형식으로 전환돼, 네티즌이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디지털음악을 즐기는 시대다. 이러한 저작물의 디지털화로 인해 인터넷을 통한 이들의 전송이 가능해져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이들을 구매해 즐길 수 있게 됐다.

e 바람 불어오는 책


전자책은 아직 종이책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없다.


‘e’ 바람은 책에서도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다. 이문열씨를 비롯한 유명작가들이 신작을 전자책으로 출판할 정도로 출판업계의 요즘 핫이슈다. 뿐만 아니라 교과서를 전자책으로 만드는 작업도 진행 중에 있다.

전자책은 종이책에서 할 수 있는 책갈피, 밑줄긋기, 메모달기와 같은 기능뿐 아니라 독자들이 기존보다 더 효과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도입했다. 관련된 자료를 얻기 위한 검색, 관련된 내용으로 곧바로 뛰어넘을 수 있는 하이퍼링크, 그리고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찾아주는 사전참조 등 종이책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이 전자책 하나로 가능하다. 또한 종이책에 담을 수 없는 형식을 포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어교재의 경우, 그 발음까지도 책에 포함돼 있다면 얼마나 편리하겠는가.

하지만 전자책이 종이책을 온전히 대치할 수 있으려면 해결해야 할 몇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가독성. 전자책은 아직 종이책과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다. 전자책의 내용은 CD타이틀이나 웹 컨텐츠보다 문자 위주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눈부신 화면에서 책을 장시간 읽는데 따른 눈의 피로도가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화면의 해상도 기술과 전자책을 화면에 보여주는 기술이 함께 발전해가야 한다.

둘째는 보안문제. 디지털형식은 아날로그와는 달리 적은 노력으로 품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무한복제가 가능하다.

지난 3월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의 ‘총알타기’가 해커들에 의해 암호가 풀린 사태가 벌어졌다. 디지털형식의 복제는 디지털방식의 절대적인 이점이지만 노력과 비용이 든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려는 저작권자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해 저작물의 생산의욕을 저하시킨다. 궁극적으로는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한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MP3가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음반사의 참여가 부진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디지털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흔히 ‘워터마킹’이라고 부르는 방법을 사용한다. 원래 지폐 제작과정에서 유래된 용어로 지폐가 물에 젖어있는 상태에서 그림을 인쇄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이렇게 제작된 지폐를 불빛에 비춰 보면 숨은 그림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1만원권 지폐의 여백부분에서 희미한 세종대왕 초상화가 보인다.

디지털 워터마킹은 멀티미디어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 정보를 사용자 모르게 파일에 첨가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저작권의 침해를 적발할 수 있는데, 문제는 파일크기가 커지게 되고 다양한 시청각 저작물에 그 흔적이 사용자에게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방법은 파일 크기가 작고 종류가 다양한 디지털 저작물에는 적합하지 못하다.

또다른 방법으로 아예 복사본을 쓸모 없게 만드는 방식이 있다. 주로 하드웨어에 의존하는 방법으로, 사용자가 디지털 저작물을 다운받을 때 서비스제공자 측에서 사용자의 특정 하드웨어 정보를 읽어들여 이를 저작물의 암호열쇠로 사용한다. 요즘 미국을 중심으로 이러한 기술개발경쟁이 치열하다.

셋째는 표준문제. 전자책 원본의 문서표준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왜 표준을 정해야 하는가. 가령 전자책 서비스를 하는 한 업체가 hwp 형식으로 PC에서 읽을 수 있는 전자책을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전자책 전용 단말기에서도 읽을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싶다면? 전자책 전용 단말기가 쉽게 hwp 형식을 읽어들일 수 있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가령 이 형식을 지원하기가 쉽지 않다면 다른 형식으로 전자책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이처럼 전자책을 읽는 장치가 새로이 개발되거나 확장될 때마다 다른 형식으로 다시 전자책을 개발해야 한다면 얼마나 귀찮은 일이겠는가.

전자서점마다 다른 기기


PDA-팜파일럿^작년 미국에서 PDA용 전자책이 가장 많이 팔렸다.HPC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미국에서는 관련업계가 ‘개방형 전자책 포럼’이라는 협의체를 구성해 전자책의 표준형식을 정해가고 있다. 이 포럼은 차세대 문서표준으로 자리잡을 XML이라는 메타언어를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XML을 처리해서 화면에 보여주는 뷰어(viewer)가 개발되지 않았다. 그리고 XML이 각 출판사마다 표현하고자 하는 다양한 디자인을 수용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원본은 XML로 작성하되 출력은 다른 형식으로 변환해 표현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바람직해 보인다.

현재 전자책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기기는 전자서점마다 다양하다. 데스크탑이나 노트북과 같은 범용PC, 전자책 전용 단말기, 손바닥 PC인 HPC, PDA라고 불리는 전자수첩 단말기로 네 부류가 있고, 이용방법은 MP3 음악을 듣는 방법과 비슷하다.

범용PC에서 전자책을 읽으려면, 별도의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이런 소프트웨어로는 해외의 경우 저널, 잡지 등에서 주로 이용되는 아도비사의 아크로뱃리더, 최근 스티븐 킹이 전자책으로만 발간한 소설을 서비스하다가 해커의 공격으로 보안을 해제당해 화제가 됐던 글래스북이 대표적이다.

국내에도 여러 출판사들이 함께 출자한 북토피아(www.booktopia.com)의 전자책을 서비스하는 참북(www.charmbook.com), 주로 무협지를 중심으로 서비스하는 바로북(www.barobook.com), 멀티미디어 위주의 전자책을 플래시형식으로 제공하는 와이즈북(www. wisebook.com) 등이 있다. 이들 대부분 소프트웨어는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PC로 전자책을 이용하는 경우, 보안문제로 자신이 다운받은 컴퓨터에서만 읽는 것이 가능하다. 즉 회사PC에서 돈 내고 다운받은 전자책을 집에 있는 PC로는 읽을 수 없다.

전자책 전용 단말기로는 미국에서 가장 큰 서점인 반즈앤노블에서 지원하는 로켓이북과 이보다 조금 큰 소프트북, 그리고 양면보기와 칼라가 지원되는 에브리북이 대표적이다. 고가인 에브리북을 제외한 나머지 두 전용기기는 휴대하기는 간편하지만 전자책의 가독성이 범용PC보다는 떨어지는 단점을 가진다.

HPC용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선두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시카고에서 열린 책 전시회에서 포켓PC라는 운영체제와 마이크로소프트리더를 탑재한 HPC를 선보였다. 이 제품에는 소위 ClearType 기술을 사용해 가독성을 다른 전용기기에 비해 높였다고 한다. 또한 사이몬과 슈스터, 랜덤하우스와 같은 대형 출판사와 공동으로 전자책 사업을 할 것이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ClearType 기술은 고가인 컬러액정이 달린 HPC에서만 효과를 발휘한다.

PDA로는 Palm Pilot가 대표적으로 이를 이용한 전자책이 1999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PDA는 HPC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전자서점으로는 피넛프레스와 북투리드가 대표적이다.

한편 국내는 전용 단말기, HPC, PDA에서 읽을 수 있는 전자책은 아직 보급되지 않고 있으나, 현재 이케온과 한국전자북 등의 회사에서 전용 단말기를 개발 중에 있다.

현재 PC외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비롯한 기기에서 전자책을 다운받으려면 PC가 필요하다. 먼저 PC를 이용해 전자책서비스 사이트에서 다운받아 다시 전자책기기로 옮겨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 이들 기기에도 통신기능이 추가되면 보다 편리하게 전자책을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자책은 아직 전세계적으로 태동기에 있기 때문에 종이책에 비해 종류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3년 내에는 출판시장에서 상당한 몫을 해낼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 발전 가능성을 믿고 있다.

전자책은 PC통신이나 각종 게시판에서 인기 있는 글을 쓰는 사이버 작가와 이 글을 읽는 사이버 독자가 새롭게 결합될 수 있는 새로운 매체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또한 기성작가와 출판사도 전자책을 종이책의 대체재로 생각하기보다는 책과 멀리 있는 N세대를 독자층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모든 저작물의 디지털화 추세는 거스를 수 없는 큰 물결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전자서점마다 다른 기기


​전자교과서 시대 개봉박두

교과서의 디지털화는 그 물결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이미 작년 9월부터 전자교과서 프로젝트를 출범시켜 현재 중학교 1학년 1백60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중이다.

국내에서도 전자교과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대한교과서가 마이크로소프트, LG텔레콤 등과 제휴를 맺고 전자교과서를 개발하기로 합의해 올 9월부터 이를 이용한 시범학교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전자교과서는 종이 교과서와 비교해서 비용을 절감할 뿐 아니라, 교과서 개정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또 영어나 음악과 같은 과목의 경우 다양한 멀티미디어 요소를 담고 있어 교육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까운 미래에는 이동통신 단말기를 이용해 전자책을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더운 여름 전자책 한권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변화하는 사이버세계의 한 줄기에 함께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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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고기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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