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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속의 발광성운과 암흑성운

별들의 고향

별이 촘촘히 흘러가는 여름은하수에는 곳곳에서 어둠과 빛의 속삼임이 묻어있다.가만히 귀기울여보면 놀라운 이야기가 들려온다.빛을 가리는 암흑성운이 사실 발광성운의 빛을 창조하는 요람이라는.

한여름밤을 채우던 반딧불과 별빛은 이미 우리 주위에서 사라졌지만, 한적한 시골에선 아직도 소나기가 지나간 뒤의 여름밤에 가끔씩 은하수의 장엄함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은하의 어디쯤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2천억개의 별로 이루어진 우리은하는 위에서 본다면 태풍구름같은 거대한 나선형태이고 옆에서 본다면 볼록렌즈같은 모양이다. 우리태양은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3/5정도 떨어진 외곽에 놓여있다.

은하중심은 은하수 한가운데서 붉은빛의 섬처럼 보이는 궁수자리 발광성운 M8(라군성운)의 남동쪽 약 5° 아래방향으로, 지구로부터 2만8천여광년 거리에 있다. 은하수는 궁수자리 방향에서 가장 밝고 두꺼우며 뚜렷하게 보인다. 특히 전갈자리와 궁수자리가 하늘 꼭대기에 남중하는 남반구의 밤하늘에서는 렌즈모양의 은하단면을 선명히 볼 수 있다. 이때 은하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은하수 중앙을 이리저리 가로지르는 거대한 암흑성운과,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발광성운이다.

은하수 속 숨은그림 찾기, 암흑성운


어안렌즈로 본 은하수 전경.(코스모스4×5카메라+35mmF4.5어안렌즈,코닥 E100S필름,노출50분)


은하는 우주를 떠도는 가스와 먼지로 가득 차있고 우리은하도 예외는 아니다. 어두운 하늘아래서 쌍안경으로 은하수 중심방향을 훑어보면, 별이 없이 깊게 갈라진 틈이나 잉크자국같은 검은 얼룩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암흑성운’이다.

암흑성운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은하수를 가리거나 발광성운을 부분적으로 가로지를 때만 보인다. 또한 배경별보다 우리에게 더 가까운 거리(5천-8천광년)에 있어, 멀리 떨어진 별빛을 가리기 때문에 마치 별이 없는 ‘텅빈 공간’처럼 보이게 된다.

은하중심방향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뚜렷한 암흑성운은 뱀주인자리 근처 은하수 속에 말 모습과 닮아 ‘은하흑마’(Galactic Dark Horse)로 불리는 거대한 갈래이다. 이것은 하늘만 어둡다면 맨눈에도 쉽게 보일 만큼 큰 암흑성운인데, 흑마의 가장 어두운 부분인 뒷다리와 엉덩이 영역은 담배파이프와도 비슷해서 ‘파이프 성운’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눈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사진에는 말의 앞발 아래에서부터 전갈자리 안타레스 쪽으로 가늘고 길게 이어진 흐름도 보인다. 이것이 ‘대흑하’(Great Dark River)로 불리는 암흑성운이다. 한편 파이프 성운의 윗자락에는 누워 있는 S자 모양의 ‘S성운’ 또는 ‘뱀성운’으로 불리는 작지만 유명한 암흑성운 B72가 있다. 은하수 속에 꼭꼭 숨어 있는 숨은그림을 찾아보자.

망원경으로 볼만한 암흑성운으로는 맨눈으로도 보이는 은하수의 밝은 지역인 궁수자리 별구름 M24의 등에 얹힌 콧구멍같이 생긴 B93(위)과 B92가 있다. 특히 B92는 검은 공간이 상당히 뚜렷하고 클 뿐만 아니라 가운데 12등성이 있어 인상적으로 보이는 성운이다.

라군성운으로부터 4° 남쪽에서는 산개성단 NGC6520 바로 옆에 있는 B86도 찾아볼 만하다. 이곳은 은하수의 중심에서 가장 가까운 영역으로 희미한 별들이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가득 펼쳐져 있다. 이 가운데 5′(1′=60분의 1°) 크기의 B86은 별들이 사라져 사각형 모양의 텅빈 구멍으로 보이는데 주변 별구름과 흑백의 대조가 강렬하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지만 남십자성 아래에 있는 ‘석탄자루’(coalsack)도 유명한 암흑성운 중에 하나다. 주위의 찬란한 1등성들 사이에서 맨눈에도 은하수의 별들을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생생한 모습이 드러난다. 암흑성운 속에 별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암흑성운이 우리 태양계 쪽으로 매우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십자성 아래에 암흑성운인 석탄자루성운이 보인다.(67카메라+165mmF2.8렌즈,코닥E100S필름,노출25분))


어둠에서 창조되는 빛, 발광성운

발광성운과 암흑성운은 대부분 은하수를 따라서 분포하며, 은하원반부의 나선팔에서 이루어지는 별 탄생과 관련된다. 암흑성운의 어떤 장소에서 가스밀도가 높아지고 안에서 별이 탄생하면 아기별에 비쳐 성운 전체가 빛나기 시작한다. 이것이‘발광성운’이다. 발광성운은 우주라는 정원에 피어난 꽃에 비유할 수 있다. 은하수를 따라 나타나는 대표적인 발광성운은 오리온성운, 궁수자리의 라군성운·오메가성운, 백조자리의 북아메리카성운 등이다.

성운 속에서 표면온도가 높고 자외선을 많이 내는 푸른 별이 생겨나면, 자외선이 성운 내부에 있는 수소가스를 가열해 수소원자를 높은 에너지상태로 들뜨게 된다. 수소원자가 다시 낮은 에너지상태로 되돌아올 때 파장이 6백56.3nm(나노미터, 1nm=100만 분의 1mm)인 ‘Hα선’이라고 부르는 수소원자 고유의 빛을 낸다. 이 때문에 발광성운을 사진으로 찍으면 붉은색으로 보인다.

은하중심 부근에서는 밝고 아름다운 발광성운을 여럿 볼 수 있다. 특히 궁수자리 북쪽 은하수의 별구름 지역에서 아름다운 두성운을 만날 수 있다. 바로 독수리성운 M16과 오메가성운 M17. 이들은 지금 어린 별들이 태어나는 가장 활동적인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뱀자리 발광성운인 M16은 지구로부터 7천광년 떨어진 거리에 있는데, 성운 속에는 막 태어난 별들이 성운을 밝게 비추고 있다.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잡은 영상을 보면 중심부에는 아직 많은 암흑성운이 남아 있어 그 안에서도 별이 태어나고 있다. 마치 파도에 침식된 바닷가의 기암같이 높이 솟은 기둥에는 곳곳에 작은 돌기가 보이는데, 이것은 아직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별의 태아상태다.

M16 아래에 보이는 M17은 성운의 밝은 부분이 그리스문자 오메가(Ω)와 닮았다고 해서 ‘오메가성운’으로도 불린다. 쌍안경으로 보면 은하수 속을 헤엄치는 오리가 연상되기도 한다. 이 발광성운은 아래에 비스듬히 보이는 거대한 암흑성운의 일부로 알려져 있다. 5백50광년 크기의 이 암흑성운에는 태양질량의 30만배에 달하는 성간물질이 모여있어 M16처럼 어린 별의 씨앗이 많이 태어나고 있다.

모든 이들의 눈을 사로잡는 밝고 화려한 색상의 발광성운 뒤에는 어둡고 잘 드러나지 않는 암흑성운이 있다. 잘 보이지 않고 희미한 이곳이 모든 ‘별’을 탄생시킨 요람인 것이다. 마치 세상사와 흡사하다.

B는 암흑성운을 나타낸다.

암흑성운을 처음 주목한 사람은 시카고대학 천문학교수였던 에드워드 버나드였다.그는 1884년부터 25년간 은하수를 장시간 노출로 흑백필름에 찍어 암흑성운을 체계적으로 연구했다.이들은 1919년과 1927년,2번에 걸쳐 모두 3백29개의 암흑성운목록으로 정리,발표됐다.예를 들어 오리온자리에 있는 유명한 말머리성운에는 B33을 붙이듯이 암흑성운에는 버나드를 뜻하는 B가 번호 앞에 붙게 됐다.암흑성운은 수소분자가 주성분이고 1%정도의 성간먼지가 포함된다고 알려져 있다.성간먼지는 별빛을 산란·흡수하기 때문에 암흑성운을 통과하는 별빛은 어두워지고,푸른빛이 대부분 산란돼 붉은색을 띠게 된다.그래서 보통 암흑성운 뒤에 있는 별의 밝기는 1-5등급까지 감광(感光)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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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박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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