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최한 제1회 ‘사이언스 챌린지(Science Challenge) 2011’ 과학경진대회 결선과 시상식이 10월 19일 플라자 호텔에서 열렸다. 이 대회는 과학을 통해 세계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미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날 결선은 치열한 예선과 본선을 통과한 20개 팀의 순위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결선 대회장에는 참가 학생과 학부모, 대회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심사위원이 나의 멘토
지난 3월, 868개 팀으로 출발한 참가팀은 이제 결선에 진출한 20개 팀만 남았다. 이들은 ‘지구 구하기(Saving Earth)’라는 주제로 기후변화, 에너지, 질병, 식량, 물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 팀 당 4분 내외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각 팀 발표 후에는 심사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창의성을 중시하는 대회라 기존의 연구와 차이점을 많이 물었다. ‘선인장 추출물을 이용한 수질정화’를 연구한 네오슈바이쳐팀에 기존 연구에 비해 어떤 장점이 있냐고 묻자 서승욱(한국과학영재고) 학생은 “개발방법이 더 쉽고, 분말형태로 만들어 경제성이 있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이외에도 ‘개구리를 이용한 지진예측’, ‘콩비지 바이오에너지 개발’, ‘볏짚을 이용한 친환경 소재개발’ 등의 연구가 발표됐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승재 과학문화교육연구소장은 “연구의 수준이 매우 높다. 개구리나 볏짚, 콩비지로 실험하는 것은 일반 연구원은 생각하기 어려운 소재”라며 “주변의 소재를 이용한 창의적인 실험이 많았다”고 평했다.
또한 지난 5월, 1박 2일로 진행된 본선 이후에 연구를 보완한 팀이 많았다. 김민석 학생(전북과학고, Green Challenge팀)은 “다른 대회와 달리 사이언스 챌린지 본선은 단순히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다른 팀을 비롯해 심사위원과 서로의 연구에 대해 토론하고 진심어린 조언을 주고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강희구 학생(민족사관고, 풀뿌리팀)도 “심사위원이 멘토같다”며 “비판보다는 실험의
개선과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더 알찬 연구를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디스커버②팀이 만든 트렘펄린 정수기. 물통과 트렘펄린 연결에 안 써본 접착제가 없다.]
직접 발로 뛰어 연구한 8개월
시상식장 로비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일반인에게 연구를 설명했다. 설명하는 학생에게서 고등학생다운 풋풋함이 보였다. 대회기간에 친해진 다른 팀들과 농담도 하고, 결선 발표 때보다 더 상세하고 편안하게 설명하는 학생들의 얼굴에서 빛이 났다.
많은 팀들이 학교에서 구하기 어려운 실험기구로 어려움을 겪었다. 성지현 학생(계성고, PRISM팀)은 비지를 이용한 실험을 할 때 ‘감압농축기’와 ‘속슬렛추출기’를 테크노파크의 사용허가를 받아 실험했다. 사막 딱정벌레 표면 특성을 본뜬 물포집 장치를 제작한 Water for all팀은 여름 방학에 KAIST에서 전자현미경을 이용했다. 직접 산업체에 방문한 팀도 많았고 기존 연구방법 중 적합한 것이 없어 아예 새로운 방법을 고안한 팀도 있었다.
과학대회 첫 출전에 대상
“대상. 광주 금호고 디스커버②팀!”
디스커버②팀의 박대응, 박진웅, 정준기 학생은 호명되기 직전까지도 혹시 명단에서 누락된 게 아닐까 걱정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일반고인데다, 세 학생 모두 과학대회에 처음 참가했기 때문이다.
디스커버②팀은 ‘적정기술을 이용한 놀이형 정수기 개발’을 연구했다. 이를 이용하면 마실 물이 부족한 제3세계 어린이도 놀이를 하면서 신선한 물을 마실 수 있다. 이들은 어렸을 때 탔던 트렘펄린(뜀뛰기 놀이기구)에 자바라물통을 연결해 정수에 필요한 압력을 가했다. “여러 번 실험했는데 물통이 세 개나 터졌다”며 “연결부위가 자꾸 떨어져서 본드에서 글루건까지 안 써본 접착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른 팀의 연구도 보고 토론하면서 시각을 넓혔다”며 “앞으로 훌륭한 기초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 날 대회에서는 대상 1개 팀, 우수상 8개 팀, 장려상 11개 팀이 선정됐다. 또한 디스커버②팀을 지도한 신재성 교사 외 9명은 지도교사 우수상을 받았다. 박승재 심사위원장은 “인터넷이나 기존 논문만 재확인한 연구는 완전 배제했다. 고등학생으로서 창의성을 발휘하고 주제에 몰두한 팀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대상수상자는 4000만 원의 장학증서를 받았고, 우수상과 장려상 수상자도 장학증서(팀당 각각 1000만 원, 500만 원)를 받았다. 지도교사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300만 원이 수여됐다. 또 수상자는 해외 탐방기회 및 한화그룹 입사지원 시 우대 특전을 받는다.
모두가 즐거운 도전, 모두가 챔피언
이 날 특강을 한 백성희 서울대 교수는 “항상 도전하라. 때로 현실적 문제에 부딪히지만 문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해 학생들의 박수를 받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결과에 관계없이 여러분 모두가 챔피언”이라며 “사이언스 챌린지는 앞으로 과학에 재능 있는 청소년들에게 꿈을 이뤄가는 도전의 무대를 제공하고 창의성을 세계로 펼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참가 학생들에게 “언제나 탐험하고 꿈꾸며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면 여러분도 대한민국의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사이언스 챌린지’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며 매년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의 첫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여기에 앉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