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화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이 개봉했다. 1993년 첫 편이 개봉할 때까지만 해도 공룡은 일반인에게 생소한 소재였다. 하지만 ‘쥬라기 공원’ 시리즈는 지질 시대의 환경과 생물을 철저하게 고증하고 재현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지구의 역사는 약 46억 년이다. 그렇다면 공룡이 살았던 시대를 전후해 지구에는 어떤 일이 있었으며, 환경과 생물은 어떻게 변해 왔을까? 이런 환경과 생물의 변화는 무엇을 통해서 알 수 있을까?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화석을 알아야 한다.
화석, 과거와 현재의 연결 고리
화석이란 과거 지질 시대에 살았던 생물의 흔적이나 유해가 보존된 것을 말한다. 화석의 형태나 산출 상태를 조사하면 과거에 살았던 생물의 구조와 특징은 물론, 서식 환경과 진화 과정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화석으로 지질 시대를 구분하거나 지층이 생성된 시기 또는 과거 지구 환경을 추정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생물의 뼈나 껍데기 등 단단한 부분이 화석으로 남는다. 하지만 생물이 빙하나 호박 속에 갇혀 그대로 보존되는 경우도 있고, 공룡 발자국, 알, 배설물, 생물이 뚫은 구멍 등이 화석으로 남기도 한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도 호박 속에서 추출한 공룡의 DNA로 공룡을 복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호박 또한 과거 생물의 흔적인 화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화석은 표준화석과 시상화석으로 나뉜다. 각 화석의 특징은 다음과 같은 그래프로 나타낼 수 있다.
넓은 지역에 걸쳐 특정한 시기에만 살았던 생물의 화석을 표준화석이라고 한다. 삼엽충, 방추충(푸줄리나), 공룡, 암모나이트, 화폐석, 매머드가 대표적인 표준화석이다. 만약 지층에서 표준화석이 나온다면 지층의 생성 시기를 쉽게 추정할 수 있다.
반면, 지층이 쌓인 시대가 다르고 화석이 생성된 시기가 다르지만 특정한 환경의 지층에서만 발견되는 화석을 시상화석이라고 한다. 고사리나 산호의 화석이 이에 해당한다. 시상화석은 표준화석과 달리 생존 기간이 길고 특정한 지역이나 환경에서만 분포하는 생물의 화석일수록 유용하다.
지질 시대
약 46억 년 전 지구가 탄생한 시점부터 현재까지를 지질 시대라고 부른다. 이 기간 동안 지구에서는 수많은 지각 변동이 일어났으며, 다양한 생물들이 출현하거나 멸종했다.
지질 시대는 시기에 따라 선캄브리아대-고생대-중생대-신생대로 구분한다. 시기를 구분하는 기준은 지층 속에 포함된 화석이나 대규모 지각 변동, 많은 생물이 멸종하거나 출현하는 변화 등이다.
지질 시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선캄브리아대에는 생물 수가 적고 지각 변동이 많아 화석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생물이 번성하고 화석이 많이 발견되는 고생대 이후부터는 생물계의 큰 변화를 기준으로 지질 시대를 나눈다.
1. 선캄브리아대
선캄브리아대는 고생대의 가장 앞선 시기인 캄브리아기보다 앞선 시대라는 뜻이다.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와는 달리 화석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데, 비록 화석이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대부분이 오랜 세월을 거치며 풍화되고 소멸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선캄브리아대는 지질 시대에서 가장 긴 시간을 차지한다. 대체로 온난했으며, 말기에는 빙하기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각 변동이 많았고, 남은 화석이 적어 당시의 정확한 수륙 분포는 알기 어렵다. 대기 중 산소가 거의 없어서 생물들이 우주에서 오는 강한 자외선을 피해 바다에서 생활했을 가능성이 높다.
광합성을 하는 원핵생물인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이 출현한 뒤에 대기 중 산소가 차츰 증가했다. 남세균에 퇴적물이 붙어서 층을 여러 겹 이룬 구조를 ‘스트로마톨라이트’라고 한다. 이는 ‘바위 침대’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된다.
말기에는 최초의 다세포 생물과 절지동물, 강장동물, 환형동물 등이 출현했다. 이 시기의 다양한 생물 화석은 호주의 플린더스산맥 북쪽의 에디아카라 지역에서 처음 발견돼 ‘에디아카라 동물군’이라고 불린다.
2. 고생대
삼엽충, 어류 등 다양한 해양 생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기다. 그래서 다세포 생물의 화석이 급증한 시기이기도 하다. 고생대는 대체로 온난했고 말기에 빙하기가 있었다.
초기에는 대륙들이 흩어져 있었으나 말기에는 하나로 모여 판게아(pangaea)를 형성했다. 판게아는 그리스어 ‘pan(모두)’과 ‘gaea(그리스 신화 속 대지의 신)’가 합쳐진 것으로 모든 대륙을 합친 초대륙을 뜻한다. 대륙끼리 합쳐져 당시 생물들이 주로 살던 얕은 바다가 줄어들었다.
선캄브리아 말기에 등장한 광합성 세균의 영향으로 대기 중 산소의 농도가 증가하고 오존층이 형성됐다. 오존층이 생물에 유해한 자외선을 차단해 육지에도 생물이 출현하게 됐다. 양서류, 거대 고사리와 같은 양치식물 등 생물종이 매우 다양해졌다. 고생대를 대표하는 표준화석에는 삼엽충, 필석, 갑주어, 방추충 등이 있다.
판게아가 형성된 말기에는 해양 생물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기후가 급격히 변해 삼엽충과 방추충 등이 멸종하면서 생물종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3. 중생대
온난한 기후가 지속됐으며 빙하기가 없었던 유일한 지질 시대다. 화산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졌으며, 그 결과 기후가 따뜻해졌다.
판게아가 갈라져 분리되면서 대서양과 인도양이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판게아의 분리로 고생대에 줄었던 해양 생물의 서식지가 넓어졌다. 고생대 말 판게아의 형성이 야기한 대멸종 이후 살아남은 적은 수의 생물에게 중생대는 새로운 기회였다. 해양에서는 암모나이트, 육지에서는 소철을 포함한 겉씨식물과 공룡이 번성했다. 또한 일부 파충류는 공룡으로, 일부 공룡은 조류로 진화했으며 크기가 작은 포유류가 등장했다.
하지만 중생대 말기에는 지구 환경이 급격히 변화했다. 소행성의 충돌 때문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환경이 급변하면서 거대한 육상 파충류인 공룡이 멸종하고 생물종의 수가 크게 줄었다.
3. 신생대
신생대 초기는 대체로 온난했다. 하지만 점차 한랭해져 말기에는 빙하기와 간빙기를 반복했다. 중생대에 형성된 대서양과 인도양이 점차 넓어졌으며, 대륙판과 대륙판이 충돌해 알프스산맥과 히말라야산맥이 만들어졌다. 이로써 전체적인 수륙 분포가 현재와 비슷해졌다.
초기에는 대형 유공충인 화폐석이 바다에 번성했다. 화폐석은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구성하는 암석층에서 발견됐으며, 동전 모양을 하고 있어 화폐석이라 불린다. 육지에서는 단풍나무를 포함한 속씨식물과 포유류가 번성했다. 말기에는 매머드가 번성했고, 최초의 인류가 출현했다.
멸종과 새로운 시작 그리고 생물 다양성
생물이 더 이상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다른 집단과의 경쟁에서 도태되면 멸종하는데, 많은 생물종이 한꺼번에 멸종하는 전 지구적인 현상을 ‘대멸종’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동식물이 약 30% 이상 멸종할 경우 대멸종이라고 정의하며, 대멸종은 지금까지 총 5번 나타났다.
지구 역사상 가장 규모가 컸던 ‘3차 대멸종’과 우리에게 잘 알려진 중생대 말 ‘공룡의 멸종’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리해보자.
3차 대멸종 때 해양 생물의 약 95%, 양서류의 약 80%, 파충류의 약 90%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고생대 페름기가 끝나는 순간에 시작돼 트라이아스기 초기에 이를 때까지 일어났으며, 생물 대부분의 멸종은 트라이아스기 초기에 일어났다.
판게아의 형성으로 대륙붕이 줄어들고, 시베리아 지역에서 대규모 화산 폭발이 일어나 이산화탄소, 메탄 등이 대기로 유입되면서 산성비가 내리고 지구의 평균 기온이 6도 가량 상승했다. 이때 화산 폭발로 용암이 100만 년에 걸쳐 분출됐고, 용암층의 두께가 1000m를 넘었다.
그 결과 대기 중 산소가 부족해졌고, 거의 모든 강과 호수 등의 민물이 말라 사라졌다. 고생대를 지배했던 삼엽충과 해양 생물 대부분이 멸종했다. 곤충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러한 대멸종에도 일부 겉씨식물과 초기 속씨식물, 고사리, 버섯, 바퀴벌레 등의 생물은 살아남았다.
중생대 말에 일어난 5차 대멸종은 소행성의 충돌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에 거대한 소행성이 날아와 충돌했고, 순식간에 지구에서 대규모 지진 해일이 일어났다. 이와 함께 엄청난 양의 먼지 구름이 전 지구를 덮어서 햇빛이 차단돼 기온이 급격히 하강했다. 식물은 광합성을 하지 못해 멸종하기 시작했고, 급격한 환경 변화는 먹이사슬의 붕괴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공룡과 암모나이트를 비롯한 수많은 생물이 멸종했다.
대멸종은 수만 년에서 수백만 년 동안 일어나는 일이지만, 지구 전체의 역사에서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해당한다. 공통적으로 환경이 급변해 많은 생물들이 사라지지만 대멸종은 단순히 생물종의 감소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공룡이 사라진 지구를 포유류가 지배하게 된 것처럼 기존의 어떤 생물 혹은 새롭게 등장한 종에게는 빠르게 번성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생물의 다양성과 진화
같은 종에서 나타나는 형질의 다양한 변화와 차이를 변이라고 한다. 우리는 개체의 외형적 형질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유전 정보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유전 정보의 차이가 단백질의 종류와 양의 차이를 낳고, 이에 따라 형질의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형질의 차이 때문에 장미 꽃밭에서 완벽히 같은 장미를 찾기 어렵고, 같은 종인 무당벌레라도 겉날개의 색과 무늬가 제각각이다. 그렇다면 이런 변이는 왜 나타날까? 변이로 인해 생물은 어떤 이득을 얻을까? 이 물음의 답은 생물의 진화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기나긴 지질 시대 동안 어떤 생물은 멸종해 화석을 남기고, 어떤 생물은 비교적 가까운 과거에 등장해 지금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이처럼 오랜 기간을 거치면서 생물종이 변화하는 과정을 진화라고 한다.
진화는 라마르크(1744~1829년)의 ‘용불용설’에 의해서 최초로 학문적 체계를 갖췄다. 다윈(1809~1882년)은 1859년 ‘종의 기원’을 발표하면서 ‘자연선택설’을 기초로 한 진화론을 수립했다. 용불용설과 자연선택설은 다음과 같다.
용불용설과 자연선택설
라마르크는 프랑스의 박물학자로 1809년 ‘동물철학’을 통해 최초의 체계적인 진화설인 용불용설을 주장했다. 용불용설은 많이 사용하는 기관은 발달하고, 그렇지 않은 기관은 퇴화한다는 내용이다. 많이 사용하는 기관은 더 발달해 자손에게 유전되고, 그 결과 진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다윈은 영국의 생물학자로 비글호를 타고 1831~1836년 북미와 호주 등지를 탐험하면서 생물 진화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1859년 ‘종의 기원’을 발표하면서 자연선택설을 기초로 한 진화설을 주장했다.
자연선택설은 환경이 변했을 때 유전적으로 다양한 개체들 중에서 변한 환경에 유리한 형질을 가진 개체가 환경에 잘 적응해 살아남는다는 내용이다. 그 결과 살아남은 개체의 형질이 자손에게 전달되고, 이 과정이 거듭되면서 진화가 일어난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은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에 비해 생물의 진화 과정을 한층 더 자연스럽게 설명했지만, 한계는 있었다. 당시는 유전자의 역할이 밝혀지기 전이었기 때문에 변이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형질이 부모로부터 자손에게 어떻게 유전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윈의 자연선택설은 현대 유전학의 발전에 힘입어 생명과학의 기본 원리로 자리 잡았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을 바탕으로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1000km 떨어진 19개의 섬 갈라파고스 제도에 사는 핀치새 부리의 모양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다양한 씨앗을 먹는 핀치 중 일부가 갈라파고스 제도로 유입됐다.
2. 각 섬에 서식하는 핀치는 다양한 변이를 가진 자손을 낳았는데, 먹이와 서식지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기 시작했다 (과잉생산 및 생존 경쟁).
3. 크고 단단한 씨앗을 만드는 식물이 많은 섬에서는 크고 두꺼운 부리를 가진 핀치가 많이 살아남아 자손을 남겼으며, 선인장이 많은 섬에서는 길고 뾰족한 부리를 가진 핀치가 살아남아 더 많은 자손을 남겼다(자연선택 및 적자생존).
4. 그 결과 각 섬의 먹이와 환경에 따라 여러 종의 핀치로 진화했으며, 현재는 14종의 핀치가 갈라파고스 제도에 서식하고 있다(진화).
항생제와 내성을 지닌 세균의 자연 선택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급격한 환경의 변화를 통해서도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과정이 일어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자연선택에 의한 내성 세균의 출현이다.
우연히 발견된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은 다양한 균에 의한 사망을 크게 줄이는 데 기여했다. 사람들은 페니실린 덕분에 세균의 감염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페니실린이 대량 생산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성을 지닌 박테리아가 등장했다. 다음은 페니실린에 내성을 가진 황색포도상구균의 진화를 통한 자연선택 과정이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더욱 강력한 항생제를 개발했다. 하지만 현재 인류가 가진 가장 강력한 항생제 중 하나인 ‘반코마이신’에도 내성을 지닌 세균이 1996년 등장했다. ‘슈퍼박테리아’의 시대를 극복할 항생제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노력과 항생제에 내성을 지니려는 세균의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생물의 다양성
초기 지구에 등장한 생물들은 지금처럼 다양하지는 않았다. 억겁의 시간을 지나면서 자연선택이 일어나고, 그 결과 나타난 새로운 종이 분화하면서 지금과 같은 생물 다양성을 만들었을 것이다.
생물 다양성이란 생태계 내에 존재하는 생물의 다양한 정도를 말하며, 생태계가 건강한 정도를 판단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생물 다양성에는 유전적 다양성, 종 다양성, 생태계 다양성 등 세 가지가 있다.
같은 종이라도 개체마다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갖고 있어 다양한 형질을 나타내는 것을 유전적 다양성이라고 한다. 하나의 형질에 대한 대립 유전자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유전적 다양성이 높아지는데, 유전적 다양성이 높은 종일수록 급격한 환경 변화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조류독감이 발병하면 닭을 대량으로 살처분하는데, 닭이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해 몇몇 질병에 취약한 것도 그 원인 중 하나다.
종 다양성은 한 생태계(지역) 내에 존재하는 생물종의 다양한 정도다. 종의 수가 많을수록, 종의 비율이 고를수록 종 다양성이 높다. 종 다양성이 높을수록 먹이사슬이 복잡하게 형성돼 생태계의 평형이 잘 유지된다. 지구에서는 열대 우림이 종 다양성이 가장 높다.
마지막으로, 특정한 지역 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태계를 생태계 다양성이라고 한다. 생태계에 속하는 생물과 비생물 사이의 관계에 대한 모든 다양성을 포함한다. 생태계의 종류에 따라 서식하는 생물종이 다르므로 생태계가 다양할수록 종 다양성도 높아진다. 다양한 생태계는 공기, 물, 토양 등을 보호하고 지구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끔 돕는다.
생물 다양성이 높은 생태계는 그렇지 못한 생태계보다 평형 상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그리고 모든 생물은 생태계의 다른 생물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생명을 유지한다. 따라서 생태계의 평형이 깨지면 생물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생물 다양성을 높여 생태계 평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생물 다양성은 감소하고 있다.
생물 다양성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서식지 파괴와 서식지 단편화다. 숲의 벌채나 습지의 매립 등으로 서식지 면적은 매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서식지의 단편화는 인간이 도로나 철도 등을 건설하면서 생물의 대규모 서식지가 조각처럼 나뉘는 현상이다.
단편화로 인해 서식지의 면적이 조금만 줄어도 문제가 된다. 서식지의 가장자리 면적이 늘어나고 내부 서식지 면적이 줄어들면 깊은 숲에서 사는 생물들은 서식지의 절반을 잃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식지가 소규모로 나뉘면 생물들은 다른 서식지로 쉽게 이동하기 어렵고 한 장소에 고립되기 쉬워 그 지역에 서식하는 개체군의 크기가 크게 줄어든다.
이 밖에도 외래종의 도입, 불법 포획과 남획, 환경오염 등은 생물 다양성의 감소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사람들은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최근 우리가 주로 먹는 바나나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바나나는 캐번디시 종인데, 동일한 품종을 유지하기 위해 무성생식으로 만들어졌다. 즉, 유전자가 모두 같은 ‘클론 바나나’다. 맛이 동일한 과일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유전자가 같아 특정 질병에 모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캐번디시 종은 ‘바나나 불치병’으로 불리는 변종 파나마병인 ‘트로피칼 레이스4(TR4)’에 내성이 없다. 바나나 나무 한 그루가 이 질병에 감염되면 순식간에 다른 나무도 감염되며, 멀지 않은 시간에 바나나 전체가 멸종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멸종 위기의 캐번디시 바나나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서 사라진 종 다양성은 그 종 뿐 아니라 생태계 전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구 역사에서 다양한 생물이 등장하고 사라짐을 반복하는 가운데 변하지 않는 하나의 규칙이 있다. 그것은 바로 생물의 다양성과 다양성 안에서의 조화를 망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호를 통해 다시 한 번 그 규칙을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