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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문대 가는 길 | 전용훈 지음 | 도서출판 이음 | 304쪽 | 가격1만5000원

PROLOGUE

이것이 천문대를 방문하는 일반인들이 느낄 수 있는 우주의 신비 중 하나다. 맨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컴컴한 하늘에서 점점이 박혀 있는 아름다운 보석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본문 <;강원도 영월 별마로 천문대가는 길>;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커다랗고,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은 어딜까. 작품이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시시때때로 작품이 변해 보는 재미도 있다. 혹자는 이 미술관이 너무 멀리 있는 탓에 찾아갈 엄두를 못 낸다. 그러나 밤하늘 여행 가이드인 저자를 따라 나서면 ‘하늘 미술관’, 천문대로 통하는 문이 열린다.

이 책은 국내에 있는 10곳의 천문대를 각각 소개하면서 천문대 주변의 역사 문화유적지까지 소개한다.

강원도 봉래산 정상엔 ‘별을 보는 산꼭대기’란 뜻의 별마로 천문대가 있다. 지름이 800mm에 이르는 거대 망원경이 자랑거리다. 국내에서 육안으로 천체를 보는 망원경 중 가장 크다. 토성의 고리와 목성의 줄무늬, 성운과 은하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밤하늘의 모습을 구현한 ‘플라네타륨’이란 방에 꼭 들러야 한다. 바라보기만 해도 천문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외에도 조선시대의 해시계인 앙부일구, 계절별 별자리를 볼 수 있는 천구의, 소리를 잡아 주는 파라볼라 집음기도 직접 만져볼 수 있다.

별마로 천문대에 갈 땐 역사유적지 2곳을 놓치면 안 된다. 이름을 숨긴 채 유랑하던 시인 김삿갓의 묘와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는 영월의 자랑거리다. 영월에서는 ‘별과 시의 고장’답게 김삿갓의 아름다운 시 선율에 가슴이 설레인다. 또한 조선의 제6대 왕 단종이 유배됐던 청령포에 들리면 멋진 경관에 숨어있는 단종의 애환이 느껴져 가슴이 저려온다.

경남 김해의 분성산에 있는 김해 천문대는 시민과 함께하는 천문대로 유명하다. 분성산에는 계절별 별자리판, 전통 천문 관측기구를 설치해 시민들이 천문학에 친숙해지도록 도왔다. 또한 김해 천문대가 지역 중·고교 천문동아리를 지원하고 시민에게 강연을 하면서 시민에게 한발 다가섰다.

김해 천문대에 오르면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수로왕릉, 수로왕비릉, 분산성 등이 옛 명성을 드러낸다. 김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은 가락국을 세운 수로왕의 왕비이자 인도의 공주였던 허황옥의 묘다. 허황옥이 가야로 시집오면서, 인도의 천문학이 불교의 전래 경로를 따라 한반도에 전해졌다. 이것은 황도 12궁이 ‘쌍어문’의 물고기자리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데 영향을 줬다.

책 곳곳에 있는 ‘별 여행 가이드’도 도움이 된다. 별을 관측할 때 필요한 장비와 천체 망원경의 구조와 기능, 북극성을 기준으로 방향 찾는 방법 등을 상세히 실었다. 하늘 미술관에 갈 때 숙지하면 관람하는 재미가 배가될 것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은 밤하늘에 총총히 떠 있는 별빛을 보지 못한다. 도시를 밝히는 조명 때문이다. 별빛을 보며 성찰할 시간이 없어서인지 이들은 마음의 눈을 잃어버린 채 각박하게 살고 있다. 이번 여름에 마음 속 감수성을 깨우고 성찰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저자가 안내하는 하늘 미술관, 천문대를 방문해보자.

전용훈

서울대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대학원에서 전통과학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우리 전통 천문학과 수학의 역사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물구나무과학’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조선후기 서양천문학의 도입과정’ ‘19세기 조선수학의 지적 풍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