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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최근에도 물이 흘렀다

미국 화성탐사선 최신보고

매일 마시고 바라보는 물.지구를 벗어나면 그 존재조차 의심받는다.하지만 생명체가 존재하려면 필수조건.오래 전부터 생명체를 기대했던 화성에 최근에도 물이 흘렀다는 최신보고가 날아들었다.무슨 얘기일까 귀를 기울여보자.

2020년, 인류 역사상 최초로 유인 화성탐사선이 발사된다. 화성에 도착한 탐사대는 탐사 도중 수수께끼의 구조물을 발견하지만 갑자기 통신이 두절되고 만다. 이후 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화성으로 구조대가 떠난다. 우여곡절 끝에 화성탐사대원들은 수수께끼의 구조물에 도착하고 그 안에서 옛날 화성인들이 남겨 놓은 홀로그램을 만나게 된다. 문명이 찬란한 과거의 화성에는 바다가 넘실거리는데….

최근 개봉된 SF 영화 ‘미션 투 마스’의 일부 내용이다. 시나리오를 비롯해 탐사선 세트, 소품,장비 등을 미국항공우주국(NASA)으로부터 직접 공인받아 제작된 이 영화에도 과거의 화성은 물이 풍부한 곳으로 묘사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화성은 붉은 모래 바람만이 가끔씩 그 존재를 알리는 황량하기 그지없는 사막과 같은 곳이다. 물론 현재의 화성에도 양극에는 얼음의 형태로, 대기 중에는 아주 소량이지만 수증기의 형태로 물이 존재한다. 그리고 지하에는 상당한 양의 얼음이 존재할지 모른다.

지난 6월 22일, NASA에서는 화성의 물에 관한 획기적인 발표가 있었다. 그 내용은 화성의 물에 관해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 수십억년 전뿐만 아니라 극히 최근에도(지질학적인 의미로 수백만년 전에서부터 바로 어제까지) 물이 흘렀다는 증거가 발견된 것. 현재 화성 주위를 돌고 있는 NASA의 화성탐사선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MGS)의 관측 결과였다.

전쟁의 신을 연상시키며 하늘에서 붉게 빛나는 화성은 인류에게 항상 주목의 대상이었다. 왜냐하면 화성이 여러 면에서 지구와 비슷하기 때문에 생명체가 살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화성의 하루가 지구보다 겨우 40분 정도 더 길 뿐이고 화성 공전궤도면과 수직한 방향에 대한 자전축의 경사각도 24°로 지구의 23.5°와 매우 비슷하다. 또한 화성에는 희박하지만 대기가 존재하고 4계절의 변화가 나타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성인이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자연스러운 발상이었다. 실제로 1784년 천왕성의 발견자인 영국의 허셜은 이와 같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화성인의 존재를 주장했다.


바이킹1호가 찍은 화성표면.과거에 물이 흘렀던 수로가 나타났다(화살표).


20억년 전 풍부했던 물

그런데 화성에 어떤 종류의 생명체가 살고 있건 물은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19세기말에는 화성에서 운하를 발견했다는 주장이 전세계를 강타했다. 물을 끌어다 쓰기 위해 운하를 만드는 화성인.

이러한 환상은 인류가 화성으로 탐사선을 보내자 산산히 부서졌다. 1965년 미국의 화성탐사선 마리너 4호가 22장의 화성표면사진을 보내왔다. 화성표면은 인공적인 운하나 흐르는 물 대신 모래가 흩어져 있는 크레이터와 자연적으로 생긴 수로들이 나타나는 황량한 곳이었다.

하지만 성과는 있었다. 이 탐사를 계기로 화성의 물과 ‘화성인’에 대한 접근 방법이 좀더 과학적으로 바뀌었다. 또한 운하를 건설하는 수준의 고등생명체가 아니라 물을 바탕으로 살았을지도 모르는 미생물을 찾으려는 노력이 새롭게 전개됐다.

1976년에는 미국의 쌍둥이 화성탐사선 바이킹 1, 2호가 화성에 도착했다. 이들은 각각 궤도선과 착륙선으로 이루어졌다. 탐사 목적은 화성표면의 고해상도 사진을 얻고, 대기와 표면의 구조 및 구성성분을 알아내며, 생명체의 증거를 찾는 일.

궤도선이 찍은 화성표면사진에는 과거에 활동했던 화산, 용암평원, 거대한 협곡, 크레이터 다발 지역, 바람에 의해 형성된 지형 등이 나타났다. 특히 과거 표면에 흘렀던 물의 증거는 마리너 탐사선의 관측이래 또다시 확인됐다. 또한 극관(화성의 북극과 남극에 이산화탄소와 물이 얼어 하얗게 보이는 지형)의 계절별 관측을 통해 극관이 얼음과 드라이 아이스로 구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착륙선에서는 화성토양을 가지고 생명체의 흔적을 찾으려는 실험을 하였으나 미생물이 존재한다는 명백한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반면에 대기성분을 명확히 분석해 소량의 수증기를 검출해냈다.

바이킹 이후 별다른 화성탐사가 이루어지지 않다가 1997년 7월 NASA의 ‘마스 패스파인더’가 화성에 착륙했다. 패스파인더의 탐사에서는 착륙선에서 나와 화성표면을 돌아다닌 소저너의 활약이 돋보였지만, 과거 화성에 있었던 물의 역사가 비교적 자세히 밝혀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작은 바위, 자갈, 그리고 모래가 얽혀진 퇴적암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먼 과거에 대량의 물이 존재했음을 암시했다. 더욱이 패스파인더의 착륙지점은 많은 양의 물에 의해 퇴적된 것으로 보였으며, 트윈피크라는 지평선의 언덕도 물에 의해 형성된 유선형의 섬으로 예측됐다. 30억년에서 45억년 전에 화성에는 물이 넘쳤고, 20억년 전에는 갑작스러운 홍수로 바위들이 평원을 굴러다녔으며, 그 이후로 바람에 의한 침식 외에는 별 변화 없이 메말라 갔던 것이다.


마스 패스파인더가 촬영한 화성풍경.멀리 지평선에 물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트윈피크가 보인다.


어제라도 샘솟았을지 모르는 지하수

그런데 최근 NASA의 발표내용은 화성의 물에 관해 알고 있던 기존의 사실을 뒤엎는다. 이전에는 화성표면에 물이 흘렀던 일이 수십억년 전에만 일어났다고 알고 있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다름 아닌 극히 최근에도 물이 흘렀다는 것.

현재 화성 주위를 돌고 있는 화성탐사선은 1996년 11월에 발사된 NASA의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MGS)다. 이 탐사선에는 ‘마스 오비털 카메라’(MOC)라는 고해상도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MOC는 화성표면에 있는 수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 이번에 이루어진 NASA의 발표도 MOC의 작품.

화성표면으로 최근에 물이 흘렀다는 증거는 이전 탐사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새롭게 관측된 지형에서 드러났다. 이것은 지구의 유사한 지형과 비교해볼 때 화성표면 아래에 있는 대수층으로부터 물이 갑작스럽게 솟아나와 표면을 흐르면서 화성토양을 퇴적시킨 작은 협곡처럼 보인다. 이 화성지형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물이 땅속에서 솟아나면서 함몰된 지형(alcove), 물과 퇴적물이 흘렀던 깊은 수로(channel), 그리고 수로의 끝에 퇴적물이 쌓인 부채꼴지형(apron)이 그것이다. 놀랍게도 이 협곡지형은 다른 표면지형에 비해 굉장히 최근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화성표면에는 크레이터가 많이 나타나는데, 이 지형 위에는 크레이터가 하나도 없다. 지구형행성에는 형성 초기부터 많은 운석이 충돌해왔기 때문에 오래된 지형일수록 크레이터가 많이 나타난다. 따라서 이 협곡지형은 최근에 만들어졌다고 추정할 수 있다.

또한 이 지형은 크레이터가 없는 모래언덕 위로 겹쳐져 나타나기도 한다. 즉 이 지형이 모래언덕보다 더 최근에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런데 화성의 모래언덕은 현재에도 모래바람에 의해 변화하는 매우 활동적인 지형이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모래언덕 위로 생긴 이 협곡지형은 극히 최근인 수백만년 전에, 심지어 어제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MGS의 고도계 자료를 살펴보면 이들 협곡을 만들어내는 물이 누출되는 지역은 화성 표면 아래 1백-4백m에 위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협곡과 관련된 물의 양은 대체로 2천5백m3(공공수영장 7곳을 채울 만한 물의 양)으로 추정된다.

소금기 찾는 일이 중요

이들 협곡은 MOC가 훑은 수만 곳 중에서 겨우 수백 장소에서 발견될 만큼 꽤 드문 지형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예상하기 힘든 굉장히 추운 곳에서 발견된다. 대부분 남반구의 위도 30°-70°지역에 위치하며 크레이터, 골짜기, 침강지형에서도 낮에 햇빛을 가장 적게 받는 경사면에 나타난다.

화성은 지구보다 대기가 1백배 정도 엷고 온도가 더 낮기 때문에 물은 액체상태로 남아 있기 힘들다. 보통 얼음이나 수증기의 형태로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지하에 물이 존재해서 지표로 유출된다면 순식간에 얼거나 증발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액체상태의 물이 지표를 흘러 이러한 지형을 만들었을까?

보통 물은 0℃ 이하에서 얼지만 만일 소금기가 포함돼 있다면 약 -20℃에서도 얼지 않는다. 사실 최근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팀이 화성운석을 분석한 결과, 과거의 화성 바다가 오늘날의 지구 바다와 유사한 양의 염분을 포함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화성에서 물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물 자체보다 염분을 발견하는 작업이 우선시돼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염분이 포함되지 않은 물은 액체상태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물이 계속 흐르고 있다면 영하에서도 얼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해 화성에서 작은 협곡이 형성된 시나리오를 한 가지 생각해보자. 햇빛이 잘 들지 않는 크레이터나 골짜기 경사면의 지하에는 소금기 있는 물이 흐른다. 일단 지표로 물이 유출되면 증발이 일어나 지표는 더욱 냉각되고 초기에 유출된 물은 얼게 된다. 점차 얼음장벽이 형성되는 한편, 얼음장벽 뒤로는 압력이 커진다. 최종적으로 물이 갑자기 얼음을 뚫고 분출되면 작은 협곡지형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모래언덕 위에 형성된 작은 협곡지형.현재에도 변화무쌍한 모래언덕보다 더 최근에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유인 화성탐사에 필수

화성에서 물을 발견하는 작업은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것이기도 하지만 미래 유인 화성탐사에 꼭 필요한 것이다. 극지방 이외의 지역에서 물이 발견된다면 화성에 도착한 미래 지구인들은 물을 마실 수 있고 공기를 만들 수 있으며 산소와 수소로 분해해 로켓연료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의 획기적인 발견을 뒷받침할 수 있는 화성탐사선들이 조만간 줄을 이을 예정이다. 먼저 현재의 MGS가 계속 관측을 할 것이다. 또 미국 NASA에서는 2001년에 물과 관련된 광물을 찾기 위해 이번에 발견된 유출지역을 고해상도 적외선영상기기로 관측할 수 있는 화성궤도선을 투여할 계획이며, 오는 2003년에는 또다른 화성미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유럽우주기구에서도 2003년 화성에 도착할 ‘마스 익스프레스’를 준비 중에 있다. 마스 익스프레스에는 비글2라는 착륙선도 포함돼 있다. 비글2는 화성에 물이 있을 만한 지점에 착륙할 예정이다. 또한 일본의 화성탐사선 노조미도 2003년에는 화성에 도착할 것이다.

만일 화성에 물이 존재한다면 머지 않아 이들 화성탐사선들을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날 전망이다. 나아가 생명체의 흔적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유럽우주기구에서 2003년에 화성에 보낼 마스 익스프레스의 착륙선에 대한 상상도.


화성 '운하' 희대의 해프닝

망원경이 발달하면서 화성은 인류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왔고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시켰다. 화성에 물이 존재할 것이라고 처음 주장한 사람은 천왕성을 발견했던 영국의 천문학자 허셜이다. 허셜은 카시니가 1666년에 발견했던 화성의 극관을 관측한 결과, 여름에는 작아지고 겨울에는 커진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극관이 얼음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19세기 말에는 화성 표면에서 화성인이 극관의 물을 수송하기 위해 만든 운하를 발견했다고 전세계가 떠들썩했다. 이를 바탕으로 문어처럼 생긴 화성인들이 지구를 침공하는 줄거리의 SF 소설‘우주전쟁’(1898년, H. G. 웰스 작)이 발표돼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이 내용이 라디오 전파를 탔을 때는 진짜 화성인이 침공하는 줄 알고 많은 사람들이 굉장한 공포에 휩싸이기도 했다. 인공운하 이야기의 발단은 1877년에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스키아파렐리가 화성에서 40여개의 줄무늬를 관측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이것을 자연적인 수로를 뜻하는 이탈리아어인 ‘카날리’(canali)로 표기했는데, 이 단어가 영어권으로 넘어가면서 인공운하를 나타내는 ‘canals’로 둔갑했던 것이다. 이 해프닝은 미국의 재산가 로웰에 의해 전세계인들에게 더 크게 전파됐다. 로웰이 자신의 사재를 털어 천문대를 세우고 화성을 관측해서 1백60개가 넘는 ‘운하’를 지도로 만들어 발표하자 ‘운하’를 만든 화성인의 존재는 기정 사실처럼 세상을 풍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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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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