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국내에서는 하늘,땅,바다 여기저기서 대형사고가 발생했다.이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은 멀쩡하게 길을 지나다가도 건물이 무너지지 않을까.땅이 솟아오르지 않을까 염려해야만 했다.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설비된 다양한 시설들.그러나 잘못 관리되면 끔찍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전국 여러 도시에 매설된 가스관도 그 중 하나.
현재 국내 도시가스관은 1만3천여km를 상회한다.만약 제때에 관을 교체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기겠는가.그러나 땅속에 매설돼 있어 '제때'를 파악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때문에 매설시기를 통해 가늠해보고 동네 여기저기 땅을 파서 멀쩡한 관을 교체하는 실정이다.
자율적으로 이동하는 캠슐형 내시경
그런데 만약 관에 로봇을 넣고 원격으로 이를 조종해 자동으로 제때를 파악할 수 있다면.바로 성균관대가 기계공학부 메카트로닉스연구실이 몰두하는 분야다.
이 연구실은 지난 3년간 로봇을 이용한 배관검사기술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다.이미 해외에서 배관섬사 시스템과 로봇이 개발됐지만,국내 배관에 적합한 기능을 가진 로봇시스템은 찾아 볼 수 없다.수평관,곡관,분기관,수직관,밸브 등이 혼재돼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최혁렬교수가 이끄는 이 연구실은 원격조종으로 어떤 조건의 관도 쉽게 이동하며 검사할 수 있는 로봇과 검사시스템의 개발에 성공했다.특이한 점은 뱀처럼 잘 휠 수 있도록 로봇의 몸이 8개의 관절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따라서 굴착에 소요되는 시간과 경제적인 손실을 상당히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러한 관내검사 기술은 가스관뿐 아니라 중화학,열병합발전소,원자력발전소등의 다양한 산업에서 쓰이는 배관시설에 응용될 수 있다"고 최교수는 강조한다.
최교수가 연구중인 과제는 다양하다.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교량과 같은 대형구조물의 관리시스템과 로봇의 개발,사람이 현실세계와 비슷하게 가상공간상에서 물건을 만지고 조작해보는 느낌을 가져볼 수 있도록 해주는 가상현실기술,그리고 로봇이 작업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장치의 핵심기술인 로봇손에 대한 연구도 진행중이다.
더욱이 최근에 최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지능형마이크로시스템 연구단을 설립했다.
지능형마이크로시스템 연구단의 목표는 캠슐형 내시경 개발이다.여러 장기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현 내시경은 환자에게 고통이나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의료진이 오랜 기간 동안 훈련해야만 한다.또한 장기 내에서 샘플을 채취하거나,약물주입,절제 긍과 같은 의료행위를 하려면 별도의 다른 의료진을 필요로 하는 불편이 따른다.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체내에서 자율이동 기능을 가진 소형의 캠슐형 내시경을 개발하고자 하는 것이다.
기계+전기=메카트로닉스
이 분야에 대한 최교수의 핵심아이디어는 내시경이 체내에서 이동이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자벌레의 움직임을 본딴다는 점이다.지능형마이크로시스템 연구단의 구성원은 기계,고분자재료,제어공학,전자 분야의 전문가와 내과전문의로 다양하게 이뤄져있다.
기계공학(mechanical engineering)과 전기공학(electronic engineering)을 합성한 '메카트로닉스'(mechatronics)라는 연구실명이 최혁렬 교수가 수행하는 이런 다양한 연구가 폭넓은 관련 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995년에 세워진 연구실은 7명의 석사를 배출,현재의 8명의 석·박사과정 대학원생들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