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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음악이 아름다운 이유

히트곡에 대한 과학적 분석

길을 지나가다가 레코드가게에서 울려 나오는 노래를 듣고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지는 경험을 누구나 한번쫌은 해본다.그런데 좀 시간이 지나면 텔레비전에서 그 음악이 히트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이 왜 있을까.가령 비틀즈의 음악처럼…

연구실에서 신승훈의 ‘가잖아’를 틀어놓고 있으면, 지나가는 미국인 친구들이 하나같이 노래가 좋다며 한마디씩 건넨다. 미국 사람들의 귀에도 신승훈의 노래는 감미로운 모양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들에게 ‘널 사랑하니까’ ‘그 후로 오랫동안’ ‘오랜 이별 뒤에’ 등 신승훈의 예전 히트곡들을 들려주면, 모두들 너무 비슷해서 구별하기 힘들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어떤 경우에는 같은 노래로 착각하기도 한다. 우리들이 듣기에도 정말 신승훈의 노래는 그만의 스타일이 있다. 신승훈의 음반이 매번 1백만장 이상 팔렸던 이유도 신승훈만의 독특한 음악 스타일을 대중이 좋아했기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 이 음악이 모차르트의 음악이라는 것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하이든의 교향곡은 말러의 교향곡과 다르며, 쇼팽의 피아노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곡과 확연히 다르다. 설령 곡을 모른다 해도, 작곡자의 이름을 맞추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들 음악에는 뭐라 설명하기 힘든 각자만의 색깔과 스타일, 이른바 ‘풍’이 있다.

히트곡과 자연 소리의 공통 패턴
 

모차르트,베토벤의 작품과 같은 히트곡과 무수히 잊혀져간 수많은 비히트곡의 차이를 물리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면 무수한 히트곡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이들 음악에는 어떤 공통점, 혹은 다른 음악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존재하는 것일까. 이 문제는 1970년대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중요한 관심거리 중의 하나였다. 만약 대중적으로 사랑 받는 곡의 음악적 특징을 객관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면, 그래서 히트곡과 대중에게 잊혀져간 수많은 곡들간의 차이를 객관적인 물리량으로 비교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우리는 무엇이 사람을 그토록 감동시키는가에 대해 해답을 얻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그 원리를 이용하면 히트곡을 무수히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점에 물리학자들은 매료되었다.

당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버클리 소재) 물리학과의 리차드 보스 박사와 존 클라크 박사도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가졌다. 평소 음악을 좋아했던 이들은 멜로디의 변화 패턴을 파워스펙트럼(주파수분석법)으로 조사해보면 무언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예를 들어 피아노 곡을 생각해 보자. 피아노 건반의 위치 변화(멜로디)와 음의 지속 시간(박자), 동시에 발생된 음들이 만들어낸 조화(화음),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강약 등은 곡의 특징을 결정한다. 작곡가의 스타일이란 아마도 이런 것들 속에 지문처럼 묻어있으리라. 물리적인 관점에서 보면, 멜로디나 화음에 따라 음파의 주파수가 결정되고, 키를 두드리는 강도에 따라 음파의 크기(진폭)가 달라진다. 또 박자는 하나의 음파가 지속되는 시간을 결정한다. 따라서 음들의 주파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분석해보면 곡의 주된 특징을 객관적으로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이들의 아이디어였다.

보스와 클라크 박사는 먼저 클래식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라디오 채널의 방송과 록음악 전문 방송을 각각 12시간 동안 녹음했다. 그리고 일정한 시간 간격에 따라 음 높이를 숫자로 표시했다. 이렇게 얻은 연속적인 숫자의 앞뒤 차이 값의 데이터에 대한 파워스펙트럼을 그려보았다. 보스와 클라크 박사는 음의 높낮이 분포보다는 음이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이들은 음의 변화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분석결과 클래식 음악은 곡이 전개될 때 음의 변화 폭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대개 다음 음은 근처의 낮은 음이나 높은 음으로 옮겨간다. 큰 음폭으로 변하는 경우는 록음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어떤 음정 폭이 한 곡에서 나오는 빈도는 정확히 그 변화 차에 반비례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큰 음정 폭일수록 곡에서 나오는 횟수는 점점 비례적으로 줄어든다. 이런 음악을 ‘1/f 음악’이라고 부른다(f는 주파수를 뜻하는 frequency의 약자). 더욱 재미있는 것은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곡일수록 1/f에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 반면 록음악의 경우엔 음의 큰 주파수의 변화 영역이 크다. 한 곡을 듣다보면 음이 크게 변하는 경우가 자주 나온다는 것이다. 그것이 록음악의 특징이 아닌가!

이 연구 결과가 1975년 ‘네이처’에 발표되자, 많은 물리학자들이 음악에 대한 음향학적 분석에 나섰다. 다양한 장르의 곡들과 히트한 음악과 그렇지 못한 곡들에 대한 분석이 이뤄졌다. 분석 결과는 보스와 클라크의 연구 결과와 유사했다. 즉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곡일수록 1/f에 가깝다는 것이다.

또 새들의 울음소리,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 심장 박동 소리 등 자연의 소리들이 대부분 1/f의 패턴을 가진다는 놀라운 사실도 발견했다. 어떤 물리학자는 록키 산맥에 줄지어선 산봉우리들의 높낮이를 소리로 변환해 아주 그럴듯한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그래서 컴퓨터 음악가 중에는 자연의 패턴을 음악으로 변환해 작곡하는 경우도 늘어났는데, 이런 장르를 ‘프랙탈 음악’이라고 부른다. 일련의 과학자들은 음악이 대부분 1/f를 따르는 이유가 바로 자연의 소리를 흉내낸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음악이 자연의 소리와 유사한 1/f 패턴일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높고 낮은 음들이 들쭉날쭉 전개되는 헤비메탈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반응은 짜증이다.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주사위 이용한 아름다움 테스트

인간은 왜 1/f 패턴의 음악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는 걸까? 독일 튀빙겐 대학의 닐스 비르바우머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컴퓨터 음악을 이용해 사람들을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컴퓨터 프로그램 상에서 1부터 10까지 10개의 면을 가진 주사위 1백개를 던진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나오는 눈의 합으로 음의 높이를 정한다. 예를 들어 4백40이라는 값이 나오면 4백40Hz의 주파수에 해당하는 ‘도’가 첫 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음을 정하기 위해 다시 1백개의 주사위를 던진다. 이런 일을 계속 반복하면 무작위적으로 결정된 하나의 곡을 만들 수 있다. 던져진 주사위의 값은 매우 불규칙한 패턴을 그릴 것이므로 이 곡의 전개 또한 매우 들쭉날쭉하다. 또 음정 변화의 폭이 큰 경우도 자주 등장할 것이다.

이번에는 약간의 변화를 줘 보자. 먼저 1백개 주사위를 던져 음 높이를 정한 후, 그 중 50개만을 새로 던져 나머지 50개 주사위의 눈과 합한 값으로 다음 음을 결정한다. 이 경우에 1백개를 모두 다시 던지는 경우보다 다음 음의 높이는 바로 전 음과 다소 비슷할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음정의 변화가 거의 없는 곡을 만들 수도 있다. 1백개의 주사위를 던져 첫번째 음을 만드는 것은 앞선 경우와 같다. 하지만 이번엔 1백개의 주사위 중 하나의 주사위만을 다시 던진 후 1백개 주사위의 눈을 합한다. 그러면 다음 음은 기껏해야 0에서 9까지만 달라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악은 별다른 변화 없이 매우 완만한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새로 던져지는 주사위의 개수를 달리하면, 음정 변화를 조절해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음악을 만들 수 있다. 만일 이렇게 만들어진 여러 종류의 음악들을 사람들에게 들려준다면 과연 피험자들은 어떤 음악을 가장 좋다고 꼽을까?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부분 ‘30개 정도의 주사위만을 새로 던져 만들어진 음악’이 가장 듣기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렇게 만들어진 음악은 기존의 클래식 음악들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이 음악의 스펙트럼을 구해 본 결과, 1/f 패턴을 가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렇다면 이 실험 결과는 어떤 점을 시사해주는 걸까? 사람은 음악을 들을 때 자기도 모르게 종종 음의 흐름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물리학자들은 말한다. 곡이 너무 뻔해서 예측하기가 쉬우면 재미가 없고 졸리며, 반대로 전혀 엉뚱한 방식으로 전개되면 짜증이 난다.

자장가를 한번 생각해 보자. ‘잘 자라 우리 아가/앞뜰과 뒷동산에/새들도 아기 양도/다들 자-는데….’ 이 곡은 음들이 계단처럼 순차적으로 변해 바로 다음 높이의 음들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이 자장가를 들으면서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재미가 없어지면서 졸리게 된다.

헤비메탈의 경우엔 이와 반대다. 아주 높은 괴성의 음들이 들쭉날쭉 전개되는 헤비메탈의 음악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은 대개의 경우 ‘짜증’이다. 헤비메탈을 즐기는 사람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헤비메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그 통쾌함에 매료되지만 아름답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또 아름답다고 느끼는 경우는 대개 여러번 들어서 음의 전개와 멜로디가 귀에 충분히 익었을 때다.

질서와 의외성의 조화, 1/f 음악

사람이 1/f 음악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도 이같은 이유라고 물리학자들은 설명한다. 사람은 음악을 들으면서 끊임없이 질서(규칙성)와 의외성(불규칙성)을 즐긴다. 아주 잘 짜여져 있으면서 어딘지 모르게 머리를 치는 새로움이 들어있을 때 사람은 그 음악을 좋아하고 아름답다고 느낀다.

히트하는 대중 가요를 떠올려 보자. 왠지 모르게 처음부터 귀에 쏙 들어오는 곡이 있다. 처음 듣지만 귀에 익은 멜로디 전개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귀에 익어 뻔한 것만도 아니다. 간혹 새롭고 신선한 부분이 들어있다. 사람들은 잘 짜여진 부드러운 전개(질서)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새롭고 예측하지 못했던 부분이 주는 참신함을 즐긴다. 어려운 곡의 경우, 많이 들어보고 나름의 질서를 파악하고 나면 좋아지게 되는 것도, 또 아무리 좋은 곡도 많이 들으면 싫증이 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1/f 음악은 불규칙한 음폭의 변화가 점점 줄어드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질서와 의외성이 잘 어우러져 사람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 아닐까. 1/f 음악은 헤비메탈과 자장가의 어느 중간쯤에 놓인 곡인 셈이다.

음악을 객관적으로 기술하는데는 다양한 물리량이 필요하다. 파워스펙트럼의 패턴을 보는 것은 그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알 수 있는 것도 지극히 제한된 내용뿐이다. 예를 들면 왜 음악이 A B A B’ C A B’ C와 같은 구조를 가지며, 후렴구는 나중에 왜 한번 더 되풀이되는지, 또 사람들은 왜 그런한 구조에서 더 안정됨을 느끼고 감동하는지에 대해 12시간 동안 녹음한 방송의 파워스펙트럼은 아무 설명을 해주지 못한다. 그런 패턴이 사람 감정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도 물리학자들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다시 말하면, 1/f 패턴은 음악을 객관적인 물리량으로 기술한 하나의 분석에 불구하며, 과학자들은 그것으로 아주 제한된 추측을 한 것뿐이다. 질서와 의외성을 즐긴다는 것도 과학자들의 해석에 불과하다.

‘인간은 왜 음악을 들으면 감동을 하는가.’ 이에 대한 연구는 음악이라는 파동의 물리적인 특성을 연구하는 일뿐 아니라, 그것이 뇌에서 어떤 생물학적 반응을 유발하는가에 대한 연구와 함께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신경과학자들은 아직 이 문제에 대해 그럴듯한 해답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것은 인간의 ‘감정’이 과학적으로 다루기 힘든 분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음악 감상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이 시도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인간은 왜 음악을 들으면 감동을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음악의 물리적인 특성뿐 아니라 뇌에 어떤 생물학적 반응을 유발하는가에 대한 연구와 함께 진행돼야 한다.


미해결, 음악은 왜 사람을 감동시키나

최근 미국에서는 음악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게 된 사건이 있었다. 1990년대부터 미국에는 재정적인 이유로 음악 수업을 중단하는 고등학교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악기를 살 돈이 부족하고 특별 활동을 지원할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많은 고등학교에서 음악 시간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미국의 음악 전문 케이블 TV 방송인 VH1에서는 1996년부터 ‘음악을 구하자’(Save the Music)라는 구호 아래 음악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들의 주장은 음악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두뇌 발달을 촉진할 뿐 아니라 집중력을 높이는 등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하기 때문에 음악 교육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에릭 클랩톤과 윈튼 마샬리스, 세릴 크로우, 글로리아 에스테판 등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들도 음악 교육을 위한 기금 조성 공연을 갖고, 미국의 고등학교에 악기를 보내주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음악 교육의 필요성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자, 지난 5월 미국 뉴욕과학아카데미에서는 ‘음악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재단’(The Biological Foundations of Music)을 설립하여 음악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들은 사람의 뇌가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듣고 감상하는가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에 투자할 계획이다.

음악을 감상하는 동안, 뇌는 정말로 음들이 전개되는 패턴을 좇아가며 질서와 의외성 속에서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1/f 패턴은 어떻게 뇌에서 ‘감동’이라는 감정 상태를 이끌어낼까. 과연 1/f 패턴에 음악의 아름다움이 숨어있던 것일까. 이제 이 문제는 지난달에 발족한 신경과학자들의 연구 재단이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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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정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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