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월드와이드웹(www)이 태어났을 때 그 누구도 오늘과 같은 성장을 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이처럼 짧은 시간 동안 월드와이드웹은 어떻게 인터넷 혁명을 주도해올 수 있었을까.
지난 3월 중순 시스코사의 주식시가 총액이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뛰어넘었다. 대형 컴퓨터의 IBM, PC의 마이크로소프트사를 거쳐, 이제 인터넷 관련 하드웨어 장비업체인 시스코사가 새로운 왕좌에 오른 것이다.
시스코사의 존 챔버스 사장은 1999년 8월 델컴퓨터에서 주최한 인터넷 산업회의에 참가해 “인터넷은 인류의 새로운 미래이자 약속의 땅”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그러나 트럭 운송업을 하는 한 청중이 “인터넷이 트럭 운송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말해달라”는 질문에 “당신이 제 지식의 한계를 드러내게 하는군요”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인터넷의 낙관적 미래에 대한 전망은 쉽지만 구체적인 변화를 짚어보는 일은 힘들다. 하지만 인터넷에 대해 인류의 새로운 미래이자 약속의 땅이라고까지 얘기할 수 있을 만큼 인터넷이 가져다준 변화는 실로 매우 막대하다.
인터넷의 역사는 약 40년. 더 놀라운 점은 그 변화를 주도한 막강한 인터넷 서비스 월드와이드웹의 나이는 고작 10살이라는 것. 어떻게 월드와이드웹이 탄생되고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성장하게 됐을까.
하이퍼텍스트, 원하는 곳을 바로 간다
월드와이드웹에 대한 최초 기록은 초기 컴퓨터가 탄생될 즈음인 19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5년 배니바르 부시는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As We May Think)라는 논문에 메멕스(memex)라는 새로운 발상을 소개한다(www.w3.org/History/1945/vbush/). 메멕스는 정보가 저장돼 사람의 기억 속도처럼 빠르게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기계다. 부시가 상상한 이 기계는 월드와이드웹의 하이퍼텍스트처럼 다양한 정보를 찾고자 할 때 한 정보에서 쉽게 다른 정보로의 이동이 가능하다. 마우스 클릭만으로도 쉽게 원하는 정보로 접근이 가능한 월드와이드웹의 기원은 바로 메멕스인 셈이다.
월드와이드웹이 탄생하기 전에도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고퍼, 아키와 같은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가 있었다. 그러나 고퍼와 아키는 디렉토리 구조와 키보드로 일일이 쳐서 검색하는 방식으로 복잡하고 많은 정보 중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1980년 말 유럽핵물리연구소(CERN)의 팀 버너스리는 기존 인터넷 서비스의 단점을 극복하고 전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학자들 사이에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월드와이드웹을 최초로 제안했다(www.w3.org/History/1989/proposal.html). 그리고 1990년 버너스리는 NeXT라는 운영체제에서 돌아가는 최초의 그래픽 웹브라우저를 만든다. 그가 만든 웹브라우저를 이용해 어린 아들이 자유롭게 하이퍼텍스트를 뒤지며 정보를 찾았다고 일화가 전해질 정도로 월드와이드웹이 채택한 하이퍼텍스트는 쉽다. 처음 의도가 학자들 사이의 정보공유이었지만, 세계적으로 널려있는 정보를 누구나 찾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셈이다.
1994년 버너스리는 월드와이드웹의 발전을 장려하고, 공개 기술을 개발하며, 표준화를 위한 월드와이드웹콘소시엄(W3C)의 창설을 주도했다(www.w3.org/Consortium/). W3C는 현재까지도 월드와이드웹 정보시스템을 설계하고, 월드와이드웹의 발전 방향을 잡는 유일한 단체다. 다른 사람들이 월드와이드웹으로 많은 돈을 버는 동안 버너스리는 여전히 누군가는 해야할 작업을 묵묵히 하고 있다.
등록된 도메인 1천6백만개
1993년 일리노이즈 대학의 슈퍼컴퓨터가 있는 연구센터인 NCSA에서는 모자익(Mosaic)이라는 새로운 웹브라우저를 발표한다. 모자익으로 유닉스, 매킨토시와 같은 다양한 컴퓨터 환경에서 월드와이드웹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www.ncsa.uiuc.edu/SDG/Software/Mosaic/). 이는 또한 넷스케이프 네비게이터, 인터넷 익스플로어와 같은 현재 주로 사용되는 웹브라우저의 모체가 됐다. 모자익을 만든 마크 앤드리슨이 NCSA를 나와서 설립한 회사가 바로 넷스케이프사다.
1994년부터 월드와이드웹은 폭발적인 성장을 한다. 1993년 초 불과 50대였던 인터넷 서버가 94년 말에는 1만대로 늘어났을 정도다. 2000년 5월 현재까지 등록된 도메인만 해도 1천6백만여개이며 하나의 도메인에 여러 대의 웹 서버가 운영될 수 있기 때문에 웹서버 수는 등록된 도메인의 수보다 훨씬 많다.
월드와이드웹은 어떻게 이런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됐을까. 가장 큰 요인은 1990년대 초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전세계적으로 진행된 정보고속도로 프로젝트다. 이로 인해 인터넷은 일부 과학 기술자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접근 가능한 네트워크가 됐다. 인터넷이라는 물리적 네트워크, 인프라가 보편화되지 않았다면 아무리 좋은 월드와이드웹이라도 단순간에 이같은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음은 월드와이드웹의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에서 찾을 수 있다. 마우스 클릭만으로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하고 쉬운 점이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또한 웹브라우저가 초기 문자 중심에서 그래픽 이미지, 오디오, 애니매이션, 동영상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함께 구현할 수 있도록 발전했기 때문에 일반인이 원하는 정보의 양과 종류도 계속 늘어갔다. 즉 컴퓨터 환경이 전반적으로 텍스트 환경에서 그래픽 환경으로 변했다는 점이 큰 몫을 했다.
신기술로 북적대는 웹, 살아 움직인다
1994년부터 월드와이드웹은 다양한 신기술의 각축장이 됐다. 이들 중 가장 각광을 받은 기술이 ‘자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다.
C++, FORTRAN과 같은 기존의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로 프로그램을 작성할 때는 운영체제에 따라서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MS워드 프로그램은 매킨토시용과 윈도용으로 따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프로그램을 다운받을 때 사용자의 컴퓨터 운영체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항목이 존재한다.
이와 달리 자바로 한번 프로그램을 작성하면 윈도, 유닉스, 매킨토시 어느 환경에서건 그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자바는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 환경을 잘 지원한다. 이 때문에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웹브라우저로 HTML 문서를 보내주는 웹서버용 프로그램 언어, 웹브라우저에서 실행되는 작은 응용 프로그램인 애플릿 제작으로 월드와이드웹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이같은 특징은 동상과 같은 정적인 이미지에서 사용자와 함께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생명력을 월드와이드웹에 가져다줬다. 자바 플랫폼, 자바 OS 같은 기술의 개발로 머지 않은 미래에는 PCS, 셀룰러폰, 비디오폰 등의 통신제품과 가전제품에까지 자바의 영역이 확대될 전망이다.
자바를 비롯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로 어떤 프로그램을 작성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사용자는 월드와이드웹과 다양한 상호작용을 원한다. 이런 측면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플래시다. 플래시는 매크로미디어사에서 개발된 정적인 웹환경에 쉽게 애니매이션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작도구이다. 이것은 영화 ‘춘향뎐’과 같이 홍보용 웹사이트 제작과 애니매이션 제작툴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외에도 웹에 소리와 영상의 이미지를 제공해주는 비디오·오디오 서비스에는 리얼비디오, 리얼오디오, 윈도미디어가 주로 사용된다. 이들 기술은 수백개의 인터넷방송 사이트를 탄생시켰고 교육용 웹사이트를 비롯한 다양한 사이트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 등장해서 이목을 끄는 것으로는 웹브라우저에서 프로그램을 직접 실행시켜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ASP(Application ervice Provider) 서비스다. 지금까지는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했다. 그러나 ASP 서비스는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웹브라우저 상에서 프로그램을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따라서 PC가 인터넷에 연결돼 있기만 하면 사무실 또는 집, 해외·지방 출장, 게임방 어디에서건 자신의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다. 현재 개발된 ASP 서비스로는 한글과 컴퓨터사의 넷피스 오피스웨어가 있는데, 이를 통해 웹환경에서 워드, 시트, 프리젠테이션과 같은 기본적인 문서 작성이 가능하다. 또 웹서버에 작업한 파일을 저장할 수 있어 네트워크가 연결된 어떤 곳에서든지 다시 그 파일을 불러와서 수정할 수 있다.
XML, 새로운 표현 방식
이처럼 10년간 월드와이드웹의 관련 기술은 짙은 안개 속을 질주하는 폭주 기관차처럼 급속히 바뀌어 왔다. 하지만 하이퍼텍스트를 웹브라우저에 보여주는 방식인 HTML (HyperText Markup Language), 월와이드웹 문서의 위치 정보인 URL(Uniform Resource Location), 그리고 웹브라우저와 웹서버간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그들간의 공통언어인 HTTP(HyperText Transfer Protocol)와 같은 핵심 기반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HTML 문서를 작성하는 데 사용되는 HTML 언어는 SGML(Standard General ized Markup Language)이라는 언어로 작성됐다. SGML은 HTML과 같이 텍스트 포맷의 문서 작성에 사용되는 프로그램 언어를 작성할 때 쓰이는 메타 언어다. 이는 C++과 같은 언어(메타 언어)로 MS워드와 같은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MS워드 문서를 만드는 것처럼, SGML 언어로 HTML 언어가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HTML 문서가 작성된다. SGML이 HTML의 어머니인 셈이다.
HTML 문서에서는 〈H1〉 , 〈P〉 와 같은 마크(태그)를 사용해 문서 내용을 표시한다. 예를 들어 ‘〈 H1〉월드와이드웹의 과거, 현재, 미래 〈/H1〉’이라고 하면, 〈H1〉 과 〈/H1〉사이의 내용인 ‘월드와이드웹의 과거, 현재, 미래’가 제목이라는 의미가 된다. 웹브라우저가 이 내용을 읽어서 웹브라우저에서 지정된 대로(혹은 HTML 문서에서 지정된 대로) 화면에 표시한다. 그런데 HTML 언어는 H1과 같은 마크업을 웹사이트 제작자가 마음대로 정의해서 사용할 수 없다. HTML 규약에서 정해진(혹은 웹브라우저에서 지원하는) 마크업으로만 HTML 문서를 제작해야 한다.
그래서 최근에 XML(eXtensible Markup Language)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돼 HTML에 기반한 월드와이드웹 기반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XML은 월드와이드웹 환경에서 자유롭게 마크업을 정의할 수 있도록 SGML을 수정한 것이다. SGML이 지나치게 복잡하기 때문에 이를 웹에 바로 구현하기 위해 단순화한 것이 XML이다. XML을 사용하면 웹에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웹사이트 구축자가 자유롭게 제작하고 사용할 수 있다.
더불어 현재 XML에 기반해서 다양한 문서표현 언어가 만들어지고 있다. 먼저 HTML을 XML에 맞게 바꾼 XHTML 언어가 있다. 리얼오디오, 리얼비디오, 플래시 같은 멀티미디어 개발은 전문가 수준을 요구하는데,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HTML처럼 누구나 쉽게 간단한 마크업으로 텍스트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게 해주는 표준언어인 SVG(Scalable Vector Graphics), SMIL(Synchronized Multimedia Integration Language)도 만들어졌다. 이외에도 수학식을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MathML(Mathematical Markup Lang uage), 웹사이트의 등급 분류나 검색에서 활용될 수 있는 네트워크에 기반한 다양한 정보에 대한 정보, 예로 제목, 주제, 만든 사람, 작성된 날짜와 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RDF(Resource Description Framework)도 제안됐다.
지금까지 언급한 XML 언어에 기반한 기술들은 인터넷 익스플로어5.0, 넷스케이프 네비게이터6.0에 속속 반영돼 월드와이드웹의 기술 지형을 바꿔가고 있다. 그러나 XML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그 활용이 아직 미미하다. 미래에는 기존의 기술보다 쉽게 다양한 기능을 표현하게 해줄 XML을 기반한 월드와이드웹의 미래를 한껏 기대해봄이 어떨까.
전세계에 널리 퍼져있는(World-Wide) 단 하나의 네트워크(Network = Web). 이것이 오늘날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왔던 월드와이드웹의 의미로서 미래에도 변하지 않고 그 생명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