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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약] ‘키 크는 주사’ 맞으면 170cm가 180cm되나요?

 

키가 크는 것, 10대의 가장 큰 희망사항이죠. 하지만 학업에 시달리는 청소년이 ‘성장의 골든타임’이라는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잠자리에 드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소위 평균에 해당하는 청소년(오른쪽 그림)조차 ‘키 크는 주사’를 맞는다는 얘기를 종종 듣곤 합니다.

 

 

키 크는 주사의 원래 목적은 치료

 

키 크는 주사란 성장호르몬인 ‘소마트로핀(somatropin)’이 들어있는 주사를 말합니다. 소마트로핀은 뼈의 세포 성장과 발달을 촉진시켜 키가 자라게 합니다. 또한 우리 몸의 체지방을 분해시켜 에너지로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본래 정상적으로 키가 자라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청소년기에 성장호르몬이 제대로 생성되지 않는 소아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나 터너증후군, 만성신부전 등 성장 장애 환자가 대상입니다. 성장호르몬이 부족하지 않는데도 키가 잘 자라지 않는 특발성 저신장증에도 성장호르몬 치료가 처방됩니다. 이런 치료 목적의 성장호르몬 처방은 국내에서만 매년 1만 여 건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성장호르몬 치료 효과는 그간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증명됐습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아동보건연구소 연구팀은 그간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1년에 3~4cm 자라는 중증 성장호르몬결핍증 어린이의 경우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은 뒤 1년에 10cm 이상 자라는 등 성장 속도가 빨라져 일반적인 성장 범위 안에 들어갔다는 내용을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doi:10.1038/ncpendmet0169

 

 

다만 사춘기가 시작되면 성장 속도가 감소하기 때문에, 사춘기 시작 전에 성장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조숙증이 있는 경우에는 뼈가 빨리 자라면서 정작 사춘기에는 성장판이 닫히는데, 이 경우 성장호르몬 치료보다는 성호르몬을 줄이는 치료가 선행돼야 합니다.

 

간혹 단순히 키가 더 크고 싶다는 생각에 성장 속도가 정상인데도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는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 성장호르몬 주사의 효과는 미미합니다. 가령 남성의 경우 최종 키가 170cm로 정상인 학생이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는다고 180cm까지 자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성장호르몬 치료에는 연간 1000만 원 이상이 필요합니다. 성장호르몬 주사의 목적은 치료라는 점을 꼭 기억해주기 바랍니다.

 

 

 

키 크는 영양제 효과 불확실해

 

키 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영양제에 관심을 갖는 경우도 많습니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영양제, 즉 건강기능식품이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건강과 관련된 기능이 있다고 인정받은 식품입니다. 국내에서 어린이의 키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된 것은 황기, 가시오가피, 한속단 등을 섞은 ‘황기추출물 등 복합물(HT042)’ 뿐이며, 그 마저도 ‘*생리활성기능 2등급’입니다.
*생리활성기능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건강기능식품을 구분하는 기준의 하나로 생리활성기능 1등급은 다수의 임상시험이 있으며 신뢰할 수 있는 경우에 2등급은 소수의 임상시험은 있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할 수 없는 경우에 3등급은 임상시험 결과가 없는 경우에 부여한다.

 

경희대 한방병원 연구팀에서 6~8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6개월간 실험한 결과 HT042를 복용한 어린이들이 약 0.3cm 더 자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구팀은 HT042 섭취 후 성장 호르몬과 관련된 혈중 지표인자(IGF-1, IGFBP-3)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고, 이를 통해 HT042가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doi:10.1002/ptr.5886 

 

하지만 실험 참가자가 많지 않고(129명), 연구 기간이 짧으며, 일부 기관에서만 수행됐다는 한계가 있는 동시에, 연구의 반복성이 떨어지고, 대조군과 실험군 사이의 성장 정도에서 차이가 미미해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연구 결과가 아니라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HT042의 효능이 뒷받침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후속 연구가 수행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또 HT042를 함유한 제품을 연구팀의 실험처럼 6개월간 복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100만 원 이상의 큰 비용이 발생합니다. 

 

인터넷, 전단지 등 광고에도 키 성장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제품들이 정말 많습니다. 대개 단기간에 키가 확 자란다거나,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킨다는 내용으로 소비자를 현혹합니다. 전부 허위·과대광고입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키 성장 목적으로 복용하는 홍삼 역시 면역력 증진 기능은 있지만, 키 성장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정상적으로 성장호르몬이 분비되고 있는 청소년이라면 이미 잘 분비되고 있는 성장호르몬을 추가로 주입하는 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본인의 성장호르몬을 어떻게 제대로 활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특별한 질병이 없다면 키가 크는 지름길은 충분히 자고 운동하는 것입니다. 운동하거나 숙면할 때 성장호르몬은 최대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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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소정 약사
  • 에디터

    서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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