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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대포 제안자 쥘 베른 탄생 1백75주년

소형 인공위성 발사체로 새롭게 주목받아

2월 8일은 SF소설의 대가 쥘 베른이 탄생한지 1백75주년(1828년)이 되는 날이다. 그의 소설 중 1865년에 발표된 ‘지구에서 달로’는 우주개발 선구자들에게 우주로 향한 꿈을 꾸도록 만든 기념비적 작품이다. 그는 여기서 달 여행을 실현시키는 우주발사체로 ‘우주대포’(Space Gun)를 제안했다. 쥘 베른은 독자를 설득하기에 적합한 우주비행 도구로 당시 폭죽 정도의 수준이던 로켓보다 대포를 선택했던 것이다. 몇가지 약점에도 불구하고 대포는 1942년 독일의 로켓 V-2가 성공적으로 비행하기 전까지 인공물체를 가장 높이, 가장 멀리 보낼 수 있는 발사체였다.


이라크의 바빌론 계획에 따라 비밀리에 제작중이던 슈퍼건 의 모습. 2백kg의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발사할 수 있는 성능이었지만, 걸프전 동안 연합군에 의해 해체됐다.


무기와 우주개발 사이에서 좌절된 꿈

쥘 베른의 우주비행법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연구한 것은 1926년 독일의 우주여행협회(VfR)였다. 로켓개발의 선구자인 막스 바리어와 헤르만 오베르트는 쥘 베른의 기술적인 실수를 수정해 달까지 비행 가능한 대포를 설계했다. 이렇게 설계된 우주대포는 길이가 무려 9백m나 됐으며, 대기와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사장은 적어도 고도 4천9백m의 고산에 설치돼야 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하지만 실제로 제작·사용된, 우주대포에 가까운 최초의 대포는 독일의 ‘파리 대포’(Paris Gun)였다. 1차 세계대전 중에 사용된 이 대포의 경우 포신의 길이가 34m이며 포탄이 고도 40km까지 도달했다. 통상 우주공간이 시작된다고 보는 고도 1백km의 절반쯤 도달한 셈이다. 2차 세계대전 때에는 1백40m짜리 슈퍼건 V-3이 제작됐지만, 실전에서 운영되기 전에 연합군에 의해 해체되고 말았다.

대포와 로켓은 두번의 세계대전을 통해 둘다 급속히 발전됐지만, 결국 로켓만이 우주발사체로 선택돼 오늘날까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밀려난 대포는 한 천재과학자에 의해 마이너리그에서 우주여행의 꿈을 키워왔다. 그의 이름은 캐나다 과학자 제럴드 불 박사. 대포 설계의 천재인 불 박사는 캐나다와 미국 해군에서 예산과 장비를 마련, 대포로 과학적·군사적 목적의 화물을 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한 계획인 ‘고고도 연구프로젝트’(HARP)를 1960년대에 진행했다. 캐나다의 바르바도스섬에 구경 16인치 군함용 대포를 비롯한 다양한 대포를 설치한 불 박사는 1962년에서 1967년까지 모두 5백70개의 탄두를 발사해 우주공간인 고도 1백80km까지 도달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때 발사과정에서 생기는 어마어마한 중력가속도를 견디며 작동되는 전자장비와 센서, 전원장비 등이 개발됐다.

탄두를 만족할 만한 고도까지 발사한 불 박사는 추진력을 좀더 높이기 위해 로켓을 내장한 지구궤도진입용 탄두인 ‘마틀릿(Martlet) 2G-1’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967년 HARP 프로그램이 중단되면서 2kg의 나노급 인공위성(무게 1-10kg의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고도 1백50-5백km)에 진입시킬 수 있는 탄두의 개발과 시험은 좌절되고 말았다. 당시 미국과 캐나다는 베트남전쟁 때문에 외교적으로 긴장관계에 있었고 미국 국방부는 불 박사의 연구에 더이상 자금을 지원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후 불 박사는 벨기에에서 ‘우주연구회사’(SRC)를 설립하고 우주대포의 꿈을 실현시켜줄 새로운 상대를 찾기 시작했다. 그에게 손을 내민 나라는 이라크. 1988년부터 불 박사는 이라크를 위해 직경 1m 슈퍼건을 제작하기 위한 ‘바빌론 프로젝트’에 관여했다. 이 대포는 2백kg 정도의 인공위성을 실은 2t의 로켓추진 탄두를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성능을 지녔다. 발사비용은 1kg당 겨우 75만원 정도로 추정돼 기존의 로켓 추진 우주발사체의 비용에 비하면 그야말로 ‘껌값’이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라크의 본심을 우주개발이라는 평화적 이용이 아니라 자신들을 위협할 무기의 개발로 간주했다. 개발의 책임자인 불 박사는 결국 이스라엘의 첩보국 모사드에 의해 1990년 3월 암살당하고 말았다. 결국 이라크의 슈퍼건은 완성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쥘 베른의 꿈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1985년 미국에서 우주대포에 관한 연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존 헌터가 진행한 이 연구는 HARP의 계승자라는 뜻에서 ‘슈퍼 고고도 연구프로젝트’(SHARP)로 명명됐다. SHARP에 사용되는 대포는 최대 길이 82m에 폭약이 아닌 가스로 추진됐고, 1992년부터 개시된 시험에서 5kg의 탄두가 초속 3km까지 발사됐다. 다음으로 헌터 박사는 인공위성의 속도에 근접한 초속 7km까지 도달하는 소형탄두의 발사시험을 계획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정부의 지원이 중단되면서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이에 헌터 박사는 1996년 독자적으로 ‘쥘 베른 발사체 회사’를 설립하고 우주대포를 연구했다. 헌터 박사는 우주대포를 알래스카의 산 속에 설치하고 약 3천3백kg의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매우 저가의 비용으로 진입시킬 사업모델을 갖고 투자자를 모집하려 했다. 그렇지만 현재까지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쥘 베른의 소설로부터 시작된 가장 오래된 우주발사체, 우주대포는 무기와 우주개발이라는 양면성 때문에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했다. 하지만 저렴한 발사비용, 악천후에 관계없이 3백65일 동안 발사가 가능한 편리성, 그리고 최근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나노급 인공위성에 가장 적합한 우주발사체라는 점에서 머지 않아 우주개발의 주역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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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정홍철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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