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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행동 : 일사불란한 작전 펼치는 소형 로봇

인간 개입 없이 대원끼리 작전 수행

인간의 행동을 닮은 로봇군단 개발이 한창이다.인간보다 훨씬 작은 로봇들이 무리를 지어,스스로 판단하며 인질을 구출하거나 인체에서 수술을 수행하는 일이 목표다.


1999년 일본 NEC가 만든 로봇 RD100.눈에 장착된 비디오카메라로 10명 정도의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키44cm,몸무게7.9kg.집단 행동을 펼치며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수많은 소형로봇들이 벌이나 개미와 같이 무리를 지어 정보를 수집하거나 자원을 탐사하고 사람의 손이 닿기 어려운 곳에서 협조해 작업하는 모습을 상상한 적이 있는가. 아니면 여러대의 로봇이 건물 내에 침입해 테러범을 소탕하고 인질을 구출하는 모습은 어떤가.

물론 현재 수준에서는 ‘스몰 솔저’와 같은 영화에나 등장하는 장면들이다. 하지만 조만간 이 상상은 현실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다중 분산지능(distributed intelligence) 로봇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대의 로봇이 서로 협조해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일을 수행하며,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작업을 훌륭히 해내는 형태다.

겉모양 달라도 근본은 인간 두뇌 모방

다중 분산지능 로봇은 강이나 바다에 투입돼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화재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하며, 원자력 발전소에서 고장을 감시하고 수리한다. 공장에서는 한가지 품목의 생산을 마치면 로봇이 새롭게 조직화해 새로운 품목을 만들어낸다. 사람과 친근한 로봇이 우리의 곁에서 일을 도와주며, 여러대의 소형 마이크로 로봇이 몸 속으로 침투해 협조적으로 수술을 완료한다. 우주나 지하 해저 등에서 자원을 탐사하고, 지뢰가 광범위하게 묻혀있는 지역에서 지뢰를 탐사하고 제거한다. 이러한 일들은 영화나 공상과학 소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오래 전부터 인간들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자연에서부터 그 해결책을 찾아왔다. 새의 나는 모습을 보고 비행기를, 물고기의 모양을 보고 배나 잠수함을 유선형으로 설계한 것은 생물의 외부적인 특징을 모방한 경우이다. 한편 박쥐의 음파탐지 행동을 모방해 레이더를 개발한 것은 생물의 기능을 공학적으로 응용한 것이다.

하지만 인공생명 연구자들은 생명체의 외형적인 모양이나 기능뿐 아니라 인간의 두뇌와 생명체에 내재된 행동원리와 규칙도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자연계의 벌이나 개미와 같은 곤충, 그리고 무리를 지어 다니는 새나 물고기 등의 협조행동을 모방해 기능이 비교적 단순한 소형로봇들의 집단행동을 구현하는 것이 좋은 예다.

다중 분산지능 로봇시스템은 시스템을 구성하는 개개의 로봇이 자율적으로 주위 환경이나 다른 로봇의 행동을 인식한다. 또 다른 개체와 협조가 이루어지도록 자신의 행동을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그럼으로써 시스템 전체의 목적을 달성하는 지능시스템이다.

각 개체가 모두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무리 전체의 지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다중 분산지능은 전체지능이 한 곳에 집중돼 있는 것이 아니고, 개별적인 구성요소들의 단순한 상호작용에 의해 전체지능, 즉 무리 지능(swarm intelligence)을 실현한다. 비록 개개의 로봇은 무리 전체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의 행동과 주변의 로봇을 참조해 행동할 뿐이지만, 시스템 전체적으로 지능적인 행동을 보여준다는 의미다. 이 시스템은 비록 외적인 모양은 인간과 유사하지 않지만, 인간 두뇌 내부의 정보처리 기능을 이용해 지적인 행동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개발된 로봇 군단.테러범에게 잡힌 인질을 구출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인질구출 작전에 투입

인공생명에서 추구하는 로봇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첫째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때 사전에 짜여진 완벽한 계획에 의해서가 아니라 예측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적응능력과 학습능력을 가진다. 즉 행동계획을 보다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만들어 환경조건으로부터 스스로 새로운 계획이 얻어지도록 한다. 따라서 설계자는 완벽한 사전계획보다는 로봇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로봇개체 간 또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새로운 행동을 보여준다. 즉 단순한 행동을 하는 여러대의 개체가 주위 환경과 상호작용함으로써 각 개체에 존재하지 않는 새롭고 복잡한 행동을 보이는 것을 지칭한다. 기존의 분석적인 방법에 의해서는 설계가 어려운 매우 복잡한 시스템의 경우 이와 같은 행동이 유일한 해결방법이다.

최근 미국 미네소타대학에서 개발된 로봇의 예를 살펴보자. 원래 이들은 무기로 무장한 테러범들 사이에서 인질을 구출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들은 지름 4cm 정도의 깡통모양인데, 굴러다니거나 뛰어다닐 수 있어 건축물 내부에서 자유롭게 이동한다. 가장 커다란 특징은 다른 로봇대원들과 서로 연결돼 활동한다는 점이다. 로봇대원 중 하나는 작전 지역 주위의 영상을 포착하기 위해 몸에 캠코더를 내장하고 있어 필요에 따라 이를 꺼내 상하좌우로 움직이거나 기울여 동료 로봇들에게 상황정보를 제공한다. 나머지 로봇대원들은 작은 진동센서와 마이크로폰을 가지고 있어 주변 상황을 작전본부에 알린다. 본부에서는 상황에 따라 원격제어를 통해 수많은 로봇대원의 움직임을 조절한다.

현재 수준에서 작전본부장은 사람이 맡고 있다. 즉 현장 바깥에서 각 로봇이 제공한 데이터를 분석하며 새로운 명령을 내리는 주인공은 바로 사람이다. 화성 탐사로봇 소저너의 경우 역시 차량은 화성에 있지만 움직임을 조정하는 주체는 지구의 과학자다. 하지만 미래에는 로봇대원 스스로가 모든 판단을 수행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인간은 임무를 모두 마친 로봇대원이 보낸 ‘성공’ 또는 ‘실패’ 사인만 확인하면 된다.


1997년 일본 도시바사가 만든 길이 11cm의 소형로봇.입구가 좁은 장소에 투입하는데 적절하다.


분산 투입 후 몸 속에서 합체

한편 일본 나고야 대학의 후쿠다 교수는 ‘세포 로보틱스’라는 새로운 분야를 만들었다. 이것은 개별 로봇을 세포와 같이 단순한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으로 정의하고, 이 세포들이 자율적으로 결합하고 협동해 목적을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입구가 작은 탱크에 여러 세포(로봇)를 투입해 탱크 안에서 합체함으로써 내부의 검사작업을 수행하거나, 마이크로 로봇을 인체에 투입해 이것이 몸 속에서 합체해 수술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또다른 예로 스위스에서 개발된 로봇 케페라(Khepera)는 기능이 비교적 단순하지만 센서를 통해 주변의 정보를 인식하고 다른 개체와 협조행동을 할 수 있는 자율이동로봇이다.

여러대의 자율이동로봇으로 구성된 다중 분산지능 시스템에서 한가지 목적 아래에 협조작업을 수행하려는 경우 로봇간의 통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통신을 사용하지 않고 높은 수준의 협조행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행동을 미리 예측하는 추론기능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는 개체의 복잡성을 한층 더 가중시키며 유용한 정보를 다른 로봇에게 전달하지 못해 작업효율도 떨어뜨린다.

로봇축구와 같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중앙관리장치를 통한 통신방식은 로봇의 수가 많아짐에 따라 복잡도가 증가하므로 대규모 문제해결에 바람직하지 않다. 자율분산로봇시스템에서는 주변의 상황과 가까이 있는 로봇의 정보만 인식해 행동하면 된다. 따라서 지역적 통신방법을 사용해 불필요한 정보의 범람을 막을 수 있고 정보의 간섭현상도 생기지 않으므로 미래 정보화 사회에서 예측되는 대규모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바람직한 접근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외형이 비슷하다고 해서 인간다운 로봇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인간 두뇌의 기능을 제대로 모방하는 일이 관건이다.


​자율적 행동이 가능해야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작업하기 어렵고 힘든 일을 지능형 로봇에게 맡기고 인간은 좀더 편리하고 창조적인 작업에 종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장애인, 노인, 환자들의 복지증진을 위한 관심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의 로봇은 인간의 생활환경과 같이 환경변화가 심하고,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우며, 미래 상태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한 경우에 대처할 능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기존의 미리 입력된 작업을 하는 시스템이 아닌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하다.

정보기술 혁명기에 컴퓨터는 인류에게 좀더 나은 삶을 제공했으나, 아직 인간과 친밀하게 일할 수 있을 만큼 지적이지 못하다. 그 이유는 인간이 프로그램한 것만을 수행하고 매번 사람이 명령하고 입력해야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을 닮은 컴퓨터, 그리고 행동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인류의 꿈은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했다. 인간 두뇌기능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인공두뇌의 개발을 통해서만 인간처럼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인간다운 행동시스템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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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심귀보 교수
  • 공성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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