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죽은 남극의 펭귄이 진화의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뉴질랜드 마세이대 데이비드 램버트 박사는 7천년 전 펭귄 사체를 이용해 진화 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진화 속도가 지금까지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3월 22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DNA는 세대를 거쳐 전달되면서 자연적으로 돌연변이가 발생하는데, 이런 변이로 인해 진화가 일어난다. DNA의 변화 속도는 ‘분자시계’라는 개념으로 나타낸다. 살아있는 생물종들의 DNA가 얼마나 다른지를 서로 비교해 속도를 추정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분자시계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경우 0.02s/s/Myr다. 이 숫자는 한 지역에서 1백만년 동안 2% 정도 DNA에 변이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또한 모든 동물의 DNA 중 변이가 많이 일어나는 부위(HVRI)의 분자시계는 0.208s/s/Myr 정도였다.
그런데 램버트 박사가 얻은 결과가 이보다 2-7배에 달했다. 그는 현재 아델 펭귄의 선조인 펭귄을 발굴해 뼈에서 DNA를 추출했다. 이를 분석해 분자시계를 추정했는데, HVRI의 분자시계가 0.4-1.4s/s/Myr나 된 것으로 확인했다. 옥스퍼드대 톰 길버트 교수는 “분자시계가 종의 분화를 보여주는 방법이지만, 아직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