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Future] 뉴욕 월드 메이커 페어를 가다

메이커 운동의 성지



메이커 페어의 창립자 데일 도허티는 메이커 문화에서 중요한 세 가지 요소로 ‘즐기고(Play) 연습하고(Practice) 참여하는(Participation)하는’ 것을 꼽았다. 2016년 월드 메이커 페어 역시 이 말에 충실했다. 메이커들은 자신들이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을 즐겼고, 실패에서 배우면서 끊임없이 노력해 완성한 프로젝트들을 선보였다. 관람객 역시 신기하고 재미있는 전시물을 보고 즐겼으며, 워크숍 등에 직접 참여하면서 메이커 문화를 체험했다.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행사는 다양한 3D 프린터를 전시한 ‘3D 프린터 빌리지’와 드론을 직접 만들어 보는 ‘빌드 유어 드론’, 그리고 드론 비행 대회인 ‘드론 레이싱’이었다. 최근 이들 기술이 메이커들 사이에 얼마나 보편화됐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만이 메이커 페어의 전부는 아니었다. 수공예 작품이나 예술 분야, 그리고 농업이나 바이오 분야에서도 각양각색의 메이커 운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예를 들어 3D프린터나 종이접기를 이용해 만든 귀걸이나 목걸이 등도 눈에 띄었고, 다양한 단추와 천을 이용해서 자신만의 인형을 만드는 워크숍도 있었다. 종이 박스로 직접 핀볼 게임을 만들어 즐길 수 있는 등 학생이나 어린이들이 스스로 체험하면서 과학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과 제품도 많았다. 음악을 이용한 전시도 눈에 띄었다. 피아노로 화음을 연주하면 화면 속의 게임 캐릭터가 그에 맞춰 싸웠다. 센서를 이용해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악기나 몸에 착용하는 악기도 전시됐다.
 


 

NASA, 구글, 인텔의 ‘오픈 이노베이션’ 가능성 엿봐

이번 월드 메이커 페어에는 구글, 인텔과 같은 기업이나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같은 연구기관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구글은 ‘메이킹&사이언스 이니셔티브’ 팀을 중심으로 구글의 메이커들이 만든 프로젝트를 전시했다. 또 관람객들이 직접 납땜을 배워 간단한 LED 회로를 만드는 워크숍을 열었다. 인텔은 자체 생산하는 에디슨 컴퓨터 모듈과 아두이노 보드를 전시하고, 이를 이용한 메이커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서드 럼블’이라는 이름의 팀은 인텔 에디슨 보드를 장착한 턴테이블로 디제잉을 선보였다. 인텔의 리얼센스 카메라를 이용해 스캔한 뒤 다시 3D 프린터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제작 스타트업 루미도 참여했다.

특히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NASA였다. NASA는 ‘3D 인쇄를 활용한 거주지 대회(3D-Printed Habitat Challenge)’의 2단계 계획을 발표했다. 이 대회는 화성의 극한 환경에서 3D 프린터를 이용해 어떤 화성 기지를 만들 것인지 아이디어를 겨루는 대회로, 2015년에는 제약 조건이 비교적 단순한 상황에서 거주지를 설계하는 1단계 디자인 공모를 열었다. 이 1단계 대회의 우승자는 2015년 메이커 페어에서 발표됐는데, 화성의 낮은 온도와 물을 이용해 얼음을 만들고, 이를 통해 이글루 형태의 화성 기지를 만드는 디자인이 채택됐다.

이번 대회에서 계획이 공개된 2단계 공모는 1단계보다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화성기지에서 필요한 자원을 지구에서 모두 가져갈 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해, 화성에 있는 재료를 3D 프린터에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NASA의 시스템 엔지니어인 샘 올테가는 “메이커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NASA와 함께 발전시켜 실제 우주개발로 연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NASA는 그 외에도 민간 전문가와 과학자로부터 우주개발에 관련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모으는 ‘이노베이티브 어드밴스드 콘셉트’, 달에 보낼 큐브셋을 디자인하는 ‘큐브 퀘스트 챌린지’ 등 메이커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이들은 메이커 운동의 ‘오픈 이노베이션’ 가능성을 보여준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연구개발의 과정에서 내부 자원을 일부 공개해 외부 전문가의 기술과 지식을 활용하는 혁신 전략이다. 사람들은 이 전략을 통해 디지털 제작 도구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도 시험해 볼 수 있다. 기업과 연구기관은 이렇게 공유된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혁신을 이룩할 수 있다.

 

 
 

빈곤 개선하고 교육 기회 늘리고

메이커 문화는 즐기고 연습하고 참여하는 활동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도구가 저렴해지고 누구든지 접근할 수 있는 오픈소스가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생각으로 그쳤던 아이디어를 누구든 쉽게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여러 분야에서 기존의 시스템이 가진 문제를 메이커 운동을 통해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교육이다. 교육자들은 메이커 운동이 가진 ‘기회의 평등’ 속성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교육에서는 소득 수준, 젠더, 인종 등 의 여러 가지 장벽으로 과학, 기술과 공학, 수학(STEM) 교육의 기회가 균등하지 않았다. 하지만 메이커 운동을 통하면 아이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미래를 열어줄 수 있다.

뉴욕의 빈곤 지역 중 한 곳인 사우스 브루클린 지역의 사례를 보자. 이 지역의 과학교사인 스테판 리츠는 학교 안에 수직식물공장을 지어 식물을 재배하는 ‘그린 브롱스 머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학생들이 직접 식물을 재배하면서 학교와 좀 더 가까워졌을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에 식량을 제공할 수 있었다. 더 살기 좋은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기여한 것은 물론이다.

스테판은 약 10년 전 우연히 지인에게 받은 씨앗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과학 수업의 일환으로 씨앗을 심고 키우게 했지만 재배 과정에서 학생들의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보고 학생들과 함께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지붕 위에 그린 루프를 만들고 요리 교실을 열었다. 학생들은 수직식물공장에서 37개의 다양한 야채와 과일을 재배했고, 이를 수확해 집으로 가져갔다. 남은 것은 고아원이나 난민 등 지역사회의 필요한 곳에 기증했다.

이 프로젝트의 성과는 놀라웠다. 학교에 잘 나오지 않던 학생들이 재배를 계기로 학교에 나와 출석률이 올라갔고, 학업 태도도 좋아져 상급학교 진학률도 올라갔다. 또 식생활도 개선돼 빈곤 지역의 골치 중 하나였던 영양 부족과 보건 문제도 해결하게 됐다.


국제협력에도 영향… “만든다, 고로 존재한다”

메이커 운동은 국제협력 분야에도 기여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특히 필요한 기술, 빈곤을 퇴치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꾀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게 대표적이다. 비정부기구단체인 오호라이즌(OHorizons)은 바이오샌드필터 정수기 만드는 방법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개발도상국에서 현지의 재료로 성능이 좋은 바이오샌드필터 정수기를 만들어 쓸 수 있게 했다. 인에이블 커뮤니티 재단은 의수가 필요한 개발도상국의 아이들에게 3D 프린터로 의수를 제작, 공급하고 있다.

월드 메이커 페어에 참석한 메이커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이를 남들과 공유하길 즐겼다. 콜로라도에서 온 고등학생 벤 베이글은 대나무로 만든 거대한 ‘워킹(걷기)머신’인 트롯봇(TrotBot)을 소개했다. 4년 전부터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그는, 먼저 레고로 모형을 만들어 움직이는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이후 나무로, 대나무로 만들었다. 그는 2013년 처음 메이커 페어에 나갔을 때에는 무거운 나무 모형이 걷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지만, 동작이 부자연스럽고 소리가 심했다.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한 끝에 대나무로 만든 기계를 올해 메이커 페어에 들고 나왔다.

미국의 유명 텔레비전 예능 시리즈 ‘미스버스터즈’의 출연자이자 전자공학자 그랜트 이마하라는 “메이킹은 우리를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 끌어내고,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도, 노력도 많이 들고 실패도 하지만, 실패는 늘 있는 것”이라며 “두려워하지 말고 실패를 어떻게 다루는지, 또 여기서 무엇을 배우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언가를 만들었을 때의 기쁨, 또 그 과정에서 느끼는 만족과 기쁨이 메이커들이 메이킹을 계속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7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기타

    글·사진 미국 뉴욕=이경선, 서울=김종립
  • 에디터

    윤신영

🎓️ 진로 추천

  • 컴퓨터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 농업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