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 CD플레이어의 소리를 줄이고 문을 열을 수 있다면 어떨까. 공상과학소설의 이야기? 그렇지 않다. 로체스터 대학 연구실에서 리모콘 없이 생각으로 스테레오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현됐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위급한 상황에서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딛기보다는 생각만으로 자동차를 멈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
뇌 신호를 인식하기 위한 가상현실헬멧과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생각만으로 TV나 음악을 켤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컴퓨터의 키보드, 마우스, 스위치 등을 없애고 단순히 생각과 희망만으로 인터페이스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10개 이상의 연구팀들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연구하고 있다. 로체스터 대학 컴퓨터공학과 대학원생 제시카 베일리스는 가상룸 실험실에서 가상현실헬멧을 착용한 사람이 전등을 켜거나 끄는 일, 자동차 모형을 멈추게 하는 일 등을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현재까지는 뇌파로 가장 단순한 동작을 제어하고 있지만 연구팀은 실제 상황에서 활용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
연구자들은 포착되는 뇌의 신호를 ‘P300 유발 잠재능력’(P300 evoked potential)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불을 꺼라”, “빨간 불에 멈추어라”와 같은 특정 신호가 아니라 “바로 그거야”처럼 만족도를 나타내는 신호다. 그렇다고 단순한 것은 아니다.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신경 잡음 속에서 신호를 구분해야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 뉴런은 말하고 있는 한사람에 비유할 수 있다. 한사람만 있으면 그가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은 쉽다. 그러나 사람의 뇌는 수십억개의 뉴런, 즉 수십억명이 동시에 말하는 것과 같다. 그 가운데 한사람의 목소리를 감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만약 한사람의 지휘하에 “오∼ 아 ∼” 등의 형태로 통일되게 말한다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다. 연구자들이 감지하고자 하는 것도 여러개의 뉴런들이 동시에 “바로 그거야”라는 소리를 내는 것과 같은 신호를 감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의 최대 수혜자는 장애인이다. 침대에 누워있는 상태에서 소등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지체부자유자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다. 예를 들면 말할 수조차 없는 사람이 온도조절장치를 주시하고 소망함으로써 추운날 난방기를 가동하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연구자는 장애인들이 일련의 명령어를 생각함으로써 휠체어를 움직일 수 있을 날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