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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화폐 사이버 머니

사라지는 동전과 지폐

2002년 5월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서울. 홍길동은 가벼운 마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한국과 브라질이 맞붙은 준결승 경기를 보러 나섰다. 16강에만 진출해도 충분할 것이라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예측을 보기 좋게 깨뜨리고 한국팀이 준결승전에 오른 덕택에 온 나라가 잔치 분위기였고, 준결승전 티켓은 백만원대를 호가하며 팔리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홍길동은 이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준결승전 티켓을 구매해 아빠의 체면을 톡톡히 세웠다. 경기장 좌석 배치를 보면서 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진 인터넷 예매 사이트에서 원하는 좌석을 쉽게 차지할 수 있었고, 대금 결제 역시 이제는 일반화된 전자화폐를 통해 지불했다.

가족과 함께 차에 오른 홍길동은 시동을 걸고 명함 크기 만한 전자화폐를 자동차 앞 유리창 쪽에 붙인 후 출발했다. 늘어나는 자동차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올림픽대로는 얼마 전부터 유료 도로로 바뀌었는데, 자동으로 요금을 지불하기 위해서였다.

올림픽대로 진입로에 전자화폐 자동 인출기가 설치돼 있어 이 밑을 자동차가 통과하면 자동으로 요금이 결제되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로 달려도 문제없이 처리되기 때문에 요금을 내기 위해 길게 늘어서는 모습은 더 이상 보기 어렵다. 고속도로 통행료도 이미 전자화폐를 통해 지불할 수 있어서 그 편리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경기장에 마련된 주차장에 들어갈 때도 더 이상 주차권을 끊을 필요가 없어졌다. 전자화폐를 통해 자동으로 주차시작 시간과 주차장을 나가는 시간이 인식되며, 이에 따라 요금도 즉시 결제되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주차시킨 후 경기장에 들어간 홍길동은 아이들을 위해 간단한 간식 거리를 사고 자동판매기에서 음료수를 뽑았다. 이 역시 모두 전자화폐를 이용했다. 이제 자리에 앉아 신나는 월드컵 결승전을 관람할 일만 남았다.

전자화폐가 상용화 된 것은 불과 6개월 전. 명함 크기의 전자화폐를 통해 홍길동은 각종 상품을 구입하는 것은 물론 식당에서 밥값을 지불하거나, 버스나 택시, 지하철 요금을 지불하는데 이미 익숙해졌다. 이 전자화폐는 은행 계좌와 연결돼 남아있는 예금 한도 내에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이른바 직불카드 형태이다. 이 화폐 하나로 필요한 모든 비용을 지불할 수 있으며, 인터넷에서도 쇼핑을 하거나 영화나 전자 도서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홍길동이 쓰는 직불카드 형태의 전자화폐 외에 충전된 금액만큼만 사용할 수 있는 충전형 전자화폐나, 오래전부터 사용돼왔던 신용카드 형태의 후불제 전자화폐도 있어 기호에 따라 사용하면 된다. 홍길동은 아이들에게 충전된 금액만큼만 사용할 수 있는 충전형 화폐를 주었고, 만일을 위해 자신은 신용카드형 전자화폐를 하나 더 가지고 있다. 전자화폐가 보급되면서 현금처럼 분실할 위험도 없으며, 분실하더라도 비밀번호를 알아야 쓸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안심된다는 것이 홍길동의 생각이다.

사이버머니 시대 개막

한편의 공상 과학 소설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만일 이것을 보고 공상 과학 영화에나 나오는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다. 비록 소설 같은 얘기일지 몰라도 이 중 일부는 이미 우리 생활에서 실현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버스카드. 실제로 우리는 충전형 버스카드로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탈 수 있게 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조만간 버스카드로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디지털머니, 사이버머니, E머니 등으로 불리는 전자화폐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하면서도 편리하다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전자화폐 중 충전형 카드의 경우 분실시 위험하기는 하지만, 직불이나 후불 형태의 전자화폐는 분실했다고 하더라도 비밀번호를 알아야 쓸 수 있기 때문에 현금이나 신용카드보다 훨씬 안전하다. 더욱이 신용카드는 1천원 미만의 소액 결제가 불가능하지만, 전자화폐는 1백원 혹은 그 이하의 금액도 수시로 결제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전자화폐는 오프라인에서 유용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온라인에서 더욱 쓸모있다. 1백원 미만의 적은 금액도 쉽게 결제할 수 있고, 가상의 카드로도 대금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 가지 인터넷 전자화폐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자체적으로 사이버캐시 등을 운영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까닭이다.


사이버 패스 홈페이지.


K캐시 등 한국형 전자화폐 개발
 

사이버 패스 홈페이지.


대표적인 전자화폐는 몬덱스카드다. 몬덱스카드는 신용카드처럼 생긴 플라스틱 카드에 IC 칩을 넣고 일정액을 충전한 후 사용하는 버스카드처럼 생긴 충전형 카드다. 마스터카드가 개발한 제품으로 1997년부터 캐나다 구엘프시에서 시범 사용됐으며 현재 뉴욕, 홍콩 등 세계 15개국 1천3백만 가맹점에서 사용되고 있는 전자화폐의 선두 주자다. 쇼핑, 외식, 공중 전화 등의 이용 요금을 모두 이 카드로 결제할 수 있으며 잔액이 부족할 경우 전화기를 이용해 충전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몬덱스코리아가 설립돼 있으며, 한국조폐공사도 몬덱스코리아 전자화폐 컨소시엄에 참가한 상태이다. 이와 함께 신용카드의 양대 산맥인 비자카드도 비자캐시라는 서비스를 개발해 시범서비스 중이며,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과 금융결제원, 시중은행, 카드회사 등이 모여 ‘K-캐시’라는 한국형 전자화폐를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에서만 사용되는 인터넷 전자화폐도 그 종류가 엄청나게 다양하다. 원래 인터넷 전자화폐는 전자상품권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인터넷 사이트들이 나름대로 전자상품권을 개발한 것은 소액 결제라는 절대적인 필요성 때문이다.


전자화폐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용단말기가 필요하다.


소액결제를 위한 전자상품권

아직까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팔고 돈을 벌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상거래 구조가 바뀌면서 점차 인터넷을 통해 무언가를 사고 파는 일이 일반화되면 인터넷 상거래, 쉽게 말해 전자상거래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진정한 수익 모델이 될 것이다. 문제는 결제 방식.

점점 많은 인터넷 사이트들이 판매가능한 디지털 상품, 이른바 컨텐츠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가 다 아는 MP3 파일을 비롯해서 전자 도서, 일부 유료 정보 등이 포함된다. MP3 하나의 가격은 대략 5백원 정도. 그러나 신용카드로는 1천원 미만의 금액을 결제할 수가 없어(실제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수료 구조 등의 문제로 인해 대부분이 카드 가맹점에서는 1천원 미만의 결제를 끊으려 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소액 결제가 가능한 전자상품권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 사용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전자상품권을 한번이라도 써 본 고객은 그 편리함에 감탄하게 된다. 신용카드 번호가 누출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이용해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면 복잡한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바로 처리된다.

사이버패스, 사이버캐시 등 널리 활용돼


인터넷을 편리하고 안전하게,회원등록,지불,계좌관리를 IC카드 한장으로 해결한다.


국내에서 현재 통용되고 있는 인터넷용 전자화폐는 이니시스의 ‘이니페이’, 데이콤의 ‘사이버패스’를 비롯해 ‘아이캐시’, ‘이코인’ 등이 대표적인 예다. 데이콤의 사이버패스는 오프라인에서 카드를 발급하고(무료, 혹은 유료 형태로 배포된다) 이 카드를 사이버패스 홈페이지에서 등록하게 되면 가맹점 사이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이다. 한번 등록한 이후에는 얼마든지 재충전해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금액을 충전하려면 신용카드나 온라인 입금을 이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이코인 역시 카드 뒷면에 새겨진 16자리 고유 번호를 이용해 거래하는 형태로 최근 무료이용카드를 배포하며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전자화폐로는 전자상거래 대표기업인 인터파크의 ‘사이버캐시’ 정도가 있다. 인터파크의 사이버캐시는 상품을 구입하면 자동으로 누적되는 일종의 마일리지 서비스이다. 일정한 금액이 누적돼야만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인터넷 사이트의 마일리지 서비스와 달리 소액이 남아 있더라도 현금이나 신용카드 등 다른 결제 수단과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카드 형태의 전자화폐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사이버캐시 등을 예로 들어서 그렇지, 앞으로 전자화폐는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등장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누구나 들고 다니는 휴대폰을 한번 살펴보자.
 

신용카드로 유명한 비자카드의 비자캐시 서비스 홈페이지.


휴대폰으로 이용 요금을 결제한다?

이미 우리나라 국민중 절반 이상이 사용하는 휴대폰은 아주 유용한 전자화폐 도구가 될 수 있다. 우선 사용하는 사람이 많고, 항상 통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인증은 이미 확인된 것이나 다름없다. 휴대폰에 가입하려면 실명으로 가입해야 하고, 요금을 연체할 경우에는 통화가 정지되고 금융기관에 신용불량자도 등록되므로 개인에 대한 보증도 확실하다.

휴대폰으로 요금을 결제하는 방법은 이렇다. 상품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한 후 휴대폰 결제 장비를 이용해 휴대폰 번호를 통해 결제 승인을 받는다. 이동통신회사로부터 휴대폰 사용자에 대한 신원 확인이 이뤄진다. 상품을 판매한 업체는 이동통신회사에 요금을 청구하게 되고, 이동통신회사는 대신 요금을 지불한다. 나중에 이동통신회사는 통신 사용요금을 청구할 때 고객이 이용한 상품이나 서비스 대금을 같이 청구한다. 사실 오프라인보다는 인터넷에서 더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웹에서 신용카드 번호 대신 휴대폰 번호를 넣고 이 번호를 통해 요금을 대신 지불하는 형태의 서비스가 조만간 등장할 예정이다.

표준화 등 해결할 과제 남아

전자화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다양한 형태로 발달할 전망이며, 현재 개발되고 있는 종류만도 수십가지에 달한다. 물론 이들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보안 문제를 비롯해 수많은 가맹점을 확보해야하는 문제 등이 남아있지만 편리함과 안전함 때문에 조만간 현금을 대체할 수단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너무 다양한 전자화폐가 등장해 같이 쓸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결국은 표준화 방안이 제기될 것이다. 이미 정보통신부에서는 전자화폐포럼을 구성해 표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전자화폐가 서로 교환가능한 시대가 다가오면 어디에서나 한가지 전자화폐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두툼한 지갑 대신 휴대폰 하나, 혹은 네모난 카드 하나 달랑 들고 다니면서 마음껏 쇼핑하고, 생활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이미 우리 앞에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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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김형덕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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