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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뿔에서 태어난 2차곡선들

포물선 안테나에 포함된 쌍곡선과 타원

수학자들의 사랑을 듬뿍받아 온,포물선,타원,쌍곡선.자연의 곳곳에 숨어있으면서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는 이들 2차곡선의 뿌리는….


원뿔에서 태어난 2차곡선들


수학에서 다루는 평면도형 중에는 2차곡선이 있다.포물선을 포함해 원,타원,쌍곡선이 여기에 속한다.이러한 2차곡선들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수학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

2차곡선은 기원전 고대 그리스 시대에 원뿔과의 관계에서 등장했다. 원뿔 두개를 꼭지점을 붙여 연결한 다음에 평면으로 자를 때 생기는 단면은, 중심 축과 평면의 위치에 따라 원, 타원, 포물선, 쌍곡선이 된다. 그래서 2차곡선의 원래 이름은 원뿔곡선(conic sections)이었다. 좌표평면 위의 원뿔곡선을 식으로 나타내면 2차방정식이 되므로 2차곡선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모든 원뿔곡선은 적당한 계수에 의해 2차방정식으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ax}^{2}$+${by}^{2}$+cxy+dx+ey+f=0에서 a와 b가 같고, c가 0인 경우는 원이다. 각 원뿔곡선을 특징짓는 중심, 축, 준선, 초점 등과 같은 기하학적 요소가 있는데, 이를 이용하면 간단하게 작도할 수도 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원뿔곡선을 주로 ‘삼대 작도 문제’(주어진 원과 같은 넓이를 가지는 정사각형 작도하기, 부피가 주어진 정육면체의 두배인 정육면체를 작도하기, 주어진 임의의 각을 삼등분하기)를 풀기 위한 도구로 연구했다. 그런데 당시에는 원뿔곡선에서 실용적인 용도를 발견할 수 없었다. 사실 그리스 사람들은 실용적인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연구했을 뿐이다. 그러나 거의 2천년 뒤 갈릴레이는 투사체의 궤적을 포물선으로 설명했고, 케플러는 행성의 궤도를 타원으로 설명했다. 원뿔곡선에 대한 그리스 사람들의 연구가 없었다면, 갈릴레이와 케플러가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어떻게 설명했을지 궁금해진다. 여기서는 포물선과 함께, 원, 타원, 쌍곡선이 이용되는 예를 알아본다.

포물선 안테나에 포함된 쌍곡선과 타원

파라볼라 안테나는 초점을 통해 전파를 송수신하는 소규모의 안테나다. 그런데 안테나의 포물면 거울이 커지면, 예를 들어 테두리의 지름이 64m에 달하는 미국 모하비 사막의 안테나와 같으면 초점에서 전파를 송수신하는 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포물면이 커질수록 중심으로부터 초점까지 긴 봉을 세워야 하는 불편이 있다. 또 포물면에 가해지는 하중이 위치에 따라 고르게 분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요인은 거대한 포물면이 전파의 방향에 따라 회전할 때 매우 민감한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서 큰 안테나에서는 구조적인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개의 반사기를 이용한다. 모하비 사막 안테나의 경우 거대한 반사기는 포물면이고 부반사기로는 쌍곡면을 이용한다. 쌍곡면은 쌍곡선을 축을 중심으로 회전시켜 얻은 곡면이다. 이 때 포물면의 초점과 쌍곡면의 한 초점을 일치시키고, 짧은 수신용 봉의 끝을 쌍곡면의 또 다른 초점에 위치시킨다. 그러면 포물면의 축과 평행하게 들어온 전파는 포물면에 반사돼 포물면의 초점(쌍곡선의 한 초점)을 향하다가 쌍곡면에서 다시 반사되고 수신용 봉의 끝(쌍곡면의 다른 초점)에 모인다. 이런 원리로 작동하는 안테나가 카스그랭 안테나(Cassegrain antenna)다. 부반사기로 쌍곡면이 아닌 타원면을 이용하기도 한다. 타원면은 타원을 축을 중심으로 회전시켜 얻은 곡면이다. 이런 안테나를 그레고리안 안테나(Gregorian antenna)라고 한다.

태양열 증류기

원을 지름을 중심으로 회전시키면 구면이 된다. 구면은 똑같은 부피를 둘러싸는 입체도형 중에서 겉넓이가 가장 작은 매우 효율적인 입체도형이다(과학동아 2월호 ‘축구공과 지오데식 돔’ 참조). 이런 구면을 활용한 매우 특이한 예가 있다.

그리스의 사이미(Symi) 섬에 있는 태양열 증류 장치는 반구면의 형태를 띠고 있다. 반구면의 온실 속에서 바닷물은 태양열을 받아 증발되고, 구면의 안쪽에서 응축된 다음에 구면을 따라 내려온다. 이렇게 생산된 물은 섬 주민 4천명에게 하루에 1인당 약 1갤런(약 3.8L)씩 제공된다. 복잡한 설비를 갖추지 않고도, 단순한 기하학적 도형만을 활용해서 맑은 물을 얻는 지혜가 돋보이는 장치다. 이제 주변에서 2차 곡선을 활용한 디자인과 구조를 갖춘 조형물이나 상품 등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2000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허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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