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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방사선 영상 계측기

방사선으로 인체 내부를 들여다 본다

 

원자력 발전소 내부의 방사선을 조사하는 무인계측기를 개발한 것도 연구팀의 자랑거리다.


방사선은 불안정한 원자가 안정된 상태로 변하면서 배출하는 입자나 전자파를 일컫는다. X선, 감마선, 양성자, 중성자 등이 대표적인 방사선이다. 그런데 ‘방사선’하면 사람들은 옛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원자폭탄을 먼저 떠올린다.

착한 방사선을 더욱 착하게

반면 방사선이 생활 주변에서는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문명이 이기(利器)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병원에서는 X선 촬영기와 암치료에 방사선을 사용하고 식품 공장에서는 음식물의 소독에 쓰이는 등 사용범위가 넓다. 농업분야에서는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식물에 방사선을 쪼여 돌연변이를 유도하고, 또 해충을 방사선에 쪼여 불임을 유도해 퇴치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방사선에는 인간에게 해를 주는 악한 얼굴과 인간을 이롭게 하는 착한 얼굴이 함께 있는 셈이다.

KAIST 원자력공학과 조규성 교수의 연구실에서는 바로 방사선의 착한 얼굴을 더욱 착하게 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약한 인공방사선을 이용해 인체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의료용 방사선 영상계측기기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의 연구팀은 X선과 이를 검출하는 CCD(전하결합소자)를 결합해서 인체 내부의 모습을 디지털 영상으로 만들고 있다. 인체를 투과한 X선은 CCD의 소자에 검출되면서 영상을 만들어낸다. 이 영상은 디지털이기 때문에 쉽게 조작할 수 있다. 또한 각도를 달리해서 찍은 여러 영상을 서로 결합시키면 인체 내부의 병증 부위를 3차원으로 명확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약한 방사선이라도 그 양이 많으면 인체에 해로울 수 있기 때문에 조 교수는 적은 방사선으로도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는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어떻게 만드느냐 보다는 얼마나 잘 만드느냐에 더 신경을 쓴다는 말이다.

동위원소를 스파이로 파견

또한 조 교수팀이 매달리고 있는 감마선 카메라는 인체에서 나오는 감마선의 궤도를 계산해서 영상으로 만들어낸다. 세포가 내는 방사선으로 인체 내부의 3차원 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방사성 동위원소가 결합된 화학물질을 인체에 흡수시킨다. 흡수된 물질은 인체의 각 부위로 퍼져 가는데, 이때 흡수된 물질의 종류에 따라 최종 도착지가 달라진다.

요오드화합물인 경우에는 갑상선 쪽으로 모이고, 포도당인 경우에는 뇌 쪽으로 모이게 된다. 이 화합물 속에 들어있는 방사성동위원소가 인체 내부에서 방사선을 내면 계측기가 이를 검출해서 인체 내부의 영상을 얻는 것이다. 마치 방사성동위원소를 스파이로 파견해서 인체의 내부 정보를 손금보듯이 들여다보는 것이다.

하지만 수년 전만 하더라도 의료용 방사선 영상 계측기 개발에서 우리나라는 불모지나 마찬가지였다.연구팀이 시제품 개발까지 기술을 축적하기 어려웠던 것도 국내의 장비업체들이 수입에만 의존할 뿐 국내에서 기술을 개발할 엄두를 못 냈기 때문이다.그러나 남들이 안 하는 일이하면 더욱 잘해내고 말겠다는 오기로 뭉친 연구팀은 이제 우리기술로도 세계적인 의료기기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있다.


연구실의 가족적 분위기는 학과 내에서도 정평이 났다.앞줄 왼쪽에 앉은 사람이 조규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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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지재만 기자
  • 전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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