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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진 대중교통·여전히 혼잡한 도로

수소자동차·고속철도·급행열차 등장

불편한 대중교통, 혼잡한 도로사정, 대기오염 등 각종 문제를 안고 있는 현재의 교통이 2010년에는 얼마나 달라 질까. 교통전문가들은 대중교통은 더욱 빨라지고 편리해 지지만, 도심의 도로사정은 여전히 혼잡할 것으로 내다 본다.
 

빨라진 대중교통 여전히 혼잡한 도로



2010년 12월 20일 월요일 아침.

분당에 사는 박현정씨는 서울 강남의 직장으로 출근하기 위해 8시 20분에 집을 나선다. 먼저 아파트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8분만에 전철역에 당도한다. 급행전철을 타고 강남역까지 가는데 15분. 다시 고가를 달리는 궤도 승용차를 타고 사무실이 있는 건물 앞에 도착하기까지 2-3분. 박씨가 사무실에 도착한 시각은 8시 50분으로, 결국 출근하는데 걸린 총 시간은 고작 30분이었다. 이때 버스, 전철, 궤도 자동차를 갈아탈 때 따로 요금을 지불하지 않는다. 대중교통 환승 시 무료이기 때문이다.

가뿐한 상태로 사무실에 도착한 박씨는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 동료와 함께 커피를 마신다. 이때 서울 관악구에 사는 동료 이석환씨가 오늘의 출근길 상황을 얘기한다. 그는 자가용 운전자다. 그가 집에서 길을 나설 때만해도 차내에 장착된 첨단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보여주는 도로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출발 후 5분이 지나자 갑자기 하늘에서 눈이 퍼부으면서 도로는 혼잡해졌다.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회사까지 가는 최소시간 경로를 계속 알려줬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결국 시속 10km 미만인 혼잡한 도로를 지나왔는데, 이 때문에 혼잡통행료까지 내야됐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도심 평균속도 시속 20km 내외

이 이야기처럼 2010년의 도시 교통의 특징은 빨라지고 편리해진 대중교통과 여전히 혼잡한 도로사정이다. 교통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2010년의 모습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10년 도심의 도로사정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도심 내 교통혼잡은 별로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대도시 도로교통의 평균속도는 시속 20km 정도라고 한다. 이보다 빠르면 사람들이 도로로 차를 끌고 나오고, 이보다 느리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 그래서 시속 20km를 ‘균형속도’라고 한다. 실제로 서울의 경우 시속 20km 내외이며, 영국 런던은 시속 18km다.

도심의 교통속도는 균형속도보다 빨라지기는 어렵다. 오히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현재 도심에 새로운 도로를 확장하기는 어렵다. 도시를 도로로만 채울 수 없을뿐더러 늘어나는 도로로 인해 공기가 더욱 오염되는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 소득이 향상되면서 사람들은 집 앞에서 목적지까지 문전이동이 가능한 자동차를 더욱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교통개발연구원의 ‘자동차보유대수 추정에 대한 기초 연구’에 따르면 2000년 인구 1천명 당 승용차대수가 1백85.6대인데 2010년이면 2백91.9대로 약 6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자동차 증가 속도를 도로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다.

모색가능한 일은 이미 구축된 도로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는 지능형교통시스템(ITS, Intelligent Transportation System)이 도입중이다. 최근 광고에 등장한 차량 네비게이션 시스템은 2010년 전에 일반화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운전자는 차내에서 도로소통정보, 실시간 최적경로를 안내받을 수 있다. 현재 네비게이션 시스템은 아직 실시간으로 도로상황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한다. 사고처럼 갑자기 발생하는 상황에 신속하게 반응하지 못한다. 실시간으로 정보가 제공되려면 수많은 차량이 이동통신 기능을 갖추고, 도로 상황을 중앙처리센터로 보내줘야 한다. 즉 차량이 정확한 정보를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현상태를 알려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네비게이션이라도 한정된 도심 내 도로의 차량 속도를 궁극적으로 높일 수는 없다. 교통전문가들이 내놓은 속도 향상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혼잡통행료 부과다. 지금까지는 그 자체가 도로혼잡을 더욱 가중시켰을 뿐이었다. 고속도로의 경우 이용료를 징수하는 톨게이트가 혼잡의 요인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ITS 기술을 통해 차량흐름에 방해되지 않고 자동으로 차량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법이 이미 개발돼 있다. 여기에 쓰이는 기술은 버스카드로 요금을 지불하는 것과 같다. 차량 내에 스마트 카드를 부착시켜 놓으면 차가 도로에 설치된 카드 단말기를 지나갈 때 자동으로 요금이 징수된다. 이같은 혼잡통행료 부과는 싱가포르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다. 세계 유명 대도시도 이를 도입하려는 추세다.

한편 2010년쯤에는 안전 운전과 시간 당 차량의 운행 수를 늘리기 위해 차간 간격을 자동으로 유지하는 장치가 도로나 차량에 장착될 전망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는 속도에 따라 앞차와 적당한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속 1백km를 달리는 차는 앞차와 1백m의 간격을 유지해야 안전하다. 그런데 안전거리가 좀더 좁아지면 어떨까. 그러면 일정 시간 동안 고속도로를 이동할 수 있는 차량의 수가 늘어날 수 있다. 이를 위해 차량과 도로에 차간 간격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센서를 장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1시간 동안 한 차선에 2천대 정도가 지나갈 수 있는데, 자동 차량 간격 조정 장치를 통해 3-4천대로 늘리려는 것이다.

2010년쯤에는 현재 상용화되지 않은 수소자동차가 눈에 띌 전망이다. 지난 1월 초에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모터쇼가 열렸다. 여기에서 세계 최대의 자동차판매회사인 GM사가 수소연료전지로 구동되는 자동차를 선보였다. 이때 릭 왜고너 GM 사장이 2010년부터 일반인에게 수소자동차를 시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때쯤이면 수소자동차 판매가 자동차 판매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수소연료스테이션과 같은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돼야 수소자동차가 제대로 보급될 수 있다.
 

도심 평균속도 시속 20km 내외



외곽에서 서울 도심 출근시간 30분

그렇다면 대중교통은 어떻게 달라질까. 2010년쯤 새로 등장할 대표적인 대중교통 수단은 고속철도다. 2004년 4월 서울-대구 구간까지 고속철도로, 대구-부산 구간은 기존철도를 개량해 우선 개통하고, 서울-부산 전구간 완전개통은 2010년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탑승수속을 고려한다면 비행기보다 더 빠르다. 때문에 고속철도가 지나가는 지역의 비행기 이용률이 줄어들 전망이다.

2010년쯤이면 분당이나 일산과 같은 신도시에서 서울의 도심까지 출퇴근하는데 30분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1990년대 들어 분당, 일산과 같은 수도권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서울의 인구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추세가 멈췄다. 그 이유는 서울로 출퇴근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1시간이 족히 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분당의 백궁역에서 강남역까지 전철로 57분이 걸린다. 결국 출퇴근에 1시간이 훌쩍 넘게 걸린다는 말이다.

이런 까닭에 신도시와 서울 간에 급행전철 신설을 추진중이다. 분당에서 서울 강남까지 현재의 전철노선은 상당히 돌아가는 편이다. 이를 직선화하고 몇개 역만을 정차하는 신분당선이 2009년에 완공될 계획이다. 급행전철은 분당의 백궁역에서 서울 강남역까지 15분 걸린다. 무려 42분이 단축되는 것이다.

사실 런던, 파리, 도쿄와 같은 세계적인 대도시의 외곽으로는 급행전철이 이미 일반화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철은 승하차 시간을 포함해 평균속도가 시속 35km 정도인데, 해외 선진국의 급행전철은 시속 60km에 달한다.

한편 중소도시와 대도시 간에는 경량전철이 고려되고 있다. 경량전철은 건설비가 전철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고 지하철과 버스의 중간 규모 수송능력을 갖고 있는, 전기로 구동되는 대중교통수단이다.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기에 배기가스가 전혀 배출되지 않아 환경친화적이기도 하다. 현재 김해-부산까지 공사 사업자가 선정돼 곧 공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하남시와 용인시가 사업을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

도심 내 극심한 혼잡 지역에는 고가 궤도나 고가 도로 위를 달리는 새로운 교통수단이 등장할 전망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일대의 극심한 교통정체지역에 고가레일을 신설하고, 2005년쯤부터 이를 달리는 새로운 개념의 궤도운송수단을 운행할 계획이다. 고가 궤도를 달리는 신교통 수단으로는 4인승 안팎의 궤도 자동차가 검토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표적인 대중교통수단인 버스는 어떻게 될까. 복잡한 도로 사정과 자동차 흐름으로부터 영향 받지 않기 위해 1차선 버스전용차로가 확대될 전망이다. 환경을 고려해 모든 버스는 천연가스 차량으로 교체된다.

대중교통은 이용자의 편리를 위해 통합요금제가 실시될 계획이다. 즉 마을버스, 일반버스, 전철을 모두 통합해서 요금을 징수하는 것이다. 대중교통 환승시 무료로 할 수 있다. 대중교통의 이용료 통합은 현재 버스의 문제점인 노선개편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 현재 버스 노선은 많은 승객을 태우기 위해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최단거리가 아닌 코스를 선택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멀리 돌아가는 버스를 더 외면하는 꼴이다. 만약 통합요금제가 실시되면, 대중교통 간의 경쟁보다 연계 노선이 구축될 수 있다.

2010년쯤 교통이 어떻게 변할지는 과학기술의 문제 보다 정책의 문제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 교통의 모습이 어떤지를 곰곰이 생각해보고, 이를 정책입안자에게 제시 하는 것은 어떨까.

 

외곽에서 서울 도심 출근시간 30분

2002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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