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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싫어하는 것은 지독한 편견" 뱀

"뱀 소가지 같다"는 말은 나를 잘 알지 못해서 만들어진 속담이다.
 

남 아프리카에서 사는 검은 코브라가 독액을 내뿜고 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는 뱀이 등장한다. 태초에 창조주는 흙을 빚어 사람을 만들고 그 코에 생기를 불어넣으니 사람은 생명을 갖게 되었다. 아담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으나 아담 혼자서는 쓸쓸할 것이라고 창조주는 생각했다. 그래서 아담의 갈비뼈 하나를 뽑아 그것으로 이브(여자)를 만들었다.

아담과 이브는 뱀의 유혹을 받아 창조주가 먹어서는 안된다고 이른 금단(禁斷)의 과실을 먹었다. 그 때문에 천국의 낙원에서 땅으로 추방됐고 인류에게는 원죄가 생겼다.

이러한 인연 때문인지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동물은 뱀이다.

쥐와 해충을 잡아먹고

풀숲의 오솔길을 가다가 만난 뱀은 오한과 소름이 기칠 정도로 끔찍하고 또한 독이 있어 무섭기도 하다.

동물원에서 일하는 사육사들이나 수의사들조차도 뱀에게만은 그리 정을 느끼지 못한다. 필자 역시 뱀 근처에는 접근하기 싫었지만 다만 의무감으로 다가갔을 뿐이었다.

그러나 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몹쓸 동물은 아니다. 쥐와 해충을 잡아먹는 등 인간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뱀은 대개 정적(靜的)이지만 동적(動的)인 면도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동물은 일어서거나 눕거나 앉거나 그밖의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특별한 자세를 취한다. 그러나 뱀만은 어떤 자세가 기본자세인지 통 알 수 없다.

긴 놈이 아무렇게나 구부러져 있으니…. 몇 바퀴나 또아리를 틀고서도 꼬리와 머리를 맞대고 있는 뱀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기이한 놈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발이 있어 걷는 것도 아니고 엉금엉금 기지도 못한다. 그냥 무언가가 끄는대로 끌리듯 전진후퇴를 할 뿐이다. 눈은 움직이지도 않고 껌벅거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잠을 자는 것인지 깨어있는 것인지를 분간할 수 없다. 오직 다문 주둥이 사이로 날름거리는 두 갈래의 혀끝만은 항상 그 무엇을 탐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때 외적이나 먹을 것이 접근하면 순식간에 공격한다. 즉 정적인 침묵속에 숨어있는 동적인 순발력이 항상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형태가 뚜렷하지 않고 무표정하기 때문에 사람들 눈에는 징그럽게 보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독아(毒牙)를 세워 재빠른 기습을 하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뱀을 무서워한다.

뱀에 대한 속담 또한 적지 않다. 무엇에 한번 놀란 사람은 그와 비슷한것만 봐도 지레 겁을 먹는다는 뜻으로 "뱀에 놀란 사람은 새끼만 봐도 놀란다"는 표현을 쓴다. 그리고 간악하고 질투가 많을 때는 "뱀 소가지 같다"라는 속담으로 일침을 가한다. 그밖에 "뱀은 꿈틀거리는 버릇을 못 버린다". "뱀이 용돼 큰 소리 친다" 등 옛부터 전해오는 속담들이 많다.

뱀은 배암이라고도 하는데 파충강(爬蟲綱) 뱀목(有鱗目) 뱀아목(亞目)에 속하는 동물의 총칭이다. 파충류 중에서도 가장 특수화 된 동물군(群)으로 몸이 가늘고 길며, 다리 눈꺼풀 귓구멍 등이 없다. 또 가는 혀는 두 가닥으로 갈라져 있다.

다른 동물은 보통 내장이 한쌍씩 인데 반해 좁은 체강(體腔)을 가진 뱀은 좌우가 아닌 전후로 떨어져 있는 내장형태를 보여준다. 대다수의 뱀은 왼쪽 폐가 퇴화돼 거의 없어졌다. 뱀은 중생대 백악기 경에 도마뱀과 같은 조상으로부터 분화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는 세계의 온대 아열대 열대 지역에 분포하며 2천7백여종이 알려져 있다. 특히 열대지방에 많은 종류가 분포한다.

동물분류학상 뱀목은 도마뱀아목과 뱀아목으로 나뉘는데 뱀아목은 두개골이나 눈의 구조 등에서 도마뱀아목과는 뚜렷이 구별된다. 최근에는 머리의 골격, 조직계 및 외부생식기의 모양과 구조 등을 기준삼아 뱀을 분류하고 있는데 뱀아목은 다시 13개의 과(科)로 나눌 수 있다.

뱀의 몸은 비늘로 싸여 있는데 이 비늘은 하나씩 떨어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 하나로 연결된 피부로 이뤄져 있다. 눈에는 눈꺼풀이 없고 대신 투명한 피부비늘이 덮여 있다. 표피의 바깥층이 오래 되면 표피 전부(눈 부분의 비늘까지 포함)를 뒤집어 탈피를 한다.

눈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물체를 잘 보지만 귀는 거의 퇴화된 상태다. 특히 겉귀가 전혀 없으며 가운데 귀도 한개의 뼈만 있어 소리를 들을 수 없다. 그러나 지면을 통한 진동에는 매우 민감하다.

후각은 잘 발달돼 있고, 코와 입천장에 한쌍의 자콥슨기관(Jacobson's organ)이 형성돼 있다. 혀가 두가닥으로 갈라진 것은 자콥슨기관에 냄새입자를 운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미각기관은 없다.

몸의 이동방법도 여느 동물과 크게 다르다. 네다리가 퇴화됐기 때문에 먼저 몸을 구부린 뒤 곡선이 정점에 힘을 주어 끌어당김으로써 앞으로 나아간다.

배에 난 비늘은 지붕의 기와모양인데 뒤쪽을 향해 겹쳐져 있으므로 쉽사리 미끄러지지 않는다. 이런 구조때문에 몸이 굵은 뱀이 일직선 또는 주름식으로 전진할 수 있는 것이다. 사막에서 사는 독뱀이나 방울뱀은 전진할 때 배의 비늘을 돌출시킨다. 비늘로 땅을 판 뒤 몸을 회전시켜 재빨리 옆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 빠르고 복잡한 몸의 움직임은 거의 환상적이다. 이때 뱀의 몸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지면에 닿게 되는데 도약을 반복하고 옆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를 '사이드와인딩'(side winding)이라고 한다.

그들은 철저한 육식주의자다. 대개 곤충이나 척추동물을 잡아 먹는다. 사냥법도 가지가지다. 입 안쪽으로 향한 이빨로 꼼짝 못하게 한 뒤 야금야금 먹기도 하고, 먹이를 몸으로 감아서 질식시키거나 독으로 죽인 다음 '냠냠'하기도 한다. 일단 입에 문 먹이가 되빠져 나갈 수 없게 돼 있으나 사람처럼 씹을 수는 없다.

아래 턱의 중앙에는 탄력있는 인대가 있다. 뱀들은 이 인대를 십분 활용, 자유롭게 입을 벌려 큰 먹이를 냉큼 삼켜 버린다. 소화기관은 다른 척추동물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비교적 짧은 편이다.
 

얼른 보면 뱀같지만 사실은 도마뱀이다.


탈피를 못하면 생존이 어렵다

뱀은 1년에 적어도 한번 이상 허물을 벗음으로써 부쩍 자란다. 허물을 벗지 않으면 죽어버린다.

추운지방에서 사는 뱀은 겨울철에 겨울잠(冬眼)을 잔다. 뱀은 다른 포유동물과는 달리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환경 온도의 변화에 따라 일정한도 내에서 자체체온의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그러나 체온이 일정범위 이하로 내려가면 몸의 운동이 완전히 불가능해지므로 설령 먹을 것이 있어도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땅 속의 따뜻한 곳을 찾아 편안한 겨울잠을 자는 것이다.

산천초목이 물들고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는 늦가을이 되면 뱀들은 겨울준비로 바빠지기 시작한다. 되도록 많은 먹이를 먹어 몸 안에 영양을 가득 저장하고 왕성한 체력을 유지하려고 애를 쓴다. 그런 뒤 땅이나 나무동굴 또는 낙엽을 뚫고 들어가 따뜻한 곳에 또아리를 튼다. 즉 한겨울을 날 명당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때로는 여러 마리가 떼를 지어 군서(群凄)하는 경우도 있다. 이듬해 경칩이 되면 보기에도 참혹하리만큼 앙상히 마른 뱀들이 비실거리며 밖으로 나온다.

뱀은 발이 없다. 예외로 비단구렁이의 경우, 항문의 양쪽에 뾰족한 한쌍의 돌기가 나있는데, 이는 뒷발의 퇴화물로 여겨진다. 간혹 뱀의 발을 봤다는 사람이 있지만 이는 항문에 난 생식기를 잘못 본 것이다.

뱀은 주머니모양의 교미기를 두개 지니고 있다. 보통 때는 뒤집어서 보관하고 있다가 교미할 때 그중 한개만을 사용한다. 대개의 암컷은 정자를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

난생을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개중에 난태생(새끼를 낳는 것)을 하는 종류도 있다. 그 중 난생을 하는 뱀은 껍질이 얇은 알을 대개 습한 곳에 낳는다. 주위로부터 수분을 흡수해 홀로 부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부화기간은 빠른 놈은 하루, 늦은 놈은 수십일이 걸린다.

대부분의 뱀은 자신의 알을 보호하지 않는다. 새끼뱀은 주둥이 끝에 있는 난치로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오는데, 그후에도 어미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난태생을 하는 뱀은 완성된 새끼뱀을 출산한다.

대개의 뱀은 7월부터 9월 초에 알을 낳는다.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독사는 오늘날에도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대략잡아 전세계 뱀의 10분의 1에 달한다. 독사는 위턱의 안쪽에 독액을 저장하고 있는데 그곳을 독샘이라고 부른다. 어떤 물체를 물면 독액은 주사바늘과 같은 독아를 통해 밖으로 흘러나오게 된다.

독액은 연한 황색이거나 녹색인데 두세번 물면 독성이 약해진다.

독사에 물려 죽은 사람은 영원히 그 미모를 간직한다(?)고 한다. 이는 오래된 이집트의 속설이다. 클레오파트라는 팔을 독사가 물었기 때문에 죽은 후에도 절세 미인으로 통하고 있는 것일까.

199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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