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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동물 어떻게 되살리나

월악산으로 돌아간 산양의 운명은?

50여년 전 미국에서 사라졌던 회색늑대가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부활하고 있다.1995년부터 이곳에 풀어준 37마리의 늑대가 이제는 1백70여마리로 늘어난 것이다.우리나라에서는 에버랜드동물원이 중심이 돼 1994년부터 6마리의 산양을 월악산에 풀어줬다.과연 월악산 산양도 옐로스톤의 회색늑대처럼 다시 번성할 수 있을까?

최근 방송을 통해 1994년 이래 세번에 걸쳐 월악산에 풀어준 산양이 무사히 살아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더구나 이 산양들이 번식에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멸종위기동물을 복원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희망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산양의 뿔에는 나무의 나이테와 같은 무늬가 생겨난다. 이 무늬가 고른 정도로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데, 월악산 산양의 뿔무늬는 야생 산양에 비해 고르지 못했다. 살아 있기는 하지만 몸이 썩 편치 않다는 의미다.

일부 전문가들은 산양을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낼 때 여러 면을 잘 살펴야 했다고 우려한다. 현재도 문제지만 앞으로도 월악산 산양들이 제대로 삶을 지탱할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다. 월악산 산양의 경우 무엇이 문제일까.

수달의 죽음 부른 콘크리트둑
 

멸종위기동물인 수달.


유엔환경계획이 1998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하루 1백36종의 생물이 사라지고 있다. 공룡이 멸망한 이후 최대의 멸종률이다. 우리나라 2만4천여종 동식물 중에서도 해마다 3백여종이 사라지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방사(reintroduction)는 멸종을 막아보려는 중요한 시도이다.

자연방사는 대개 이미 동물이 멸종했거나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지역에서 이루어진다. 원래 살던 곳에 풀어주어 다시금 예전처럼 새끼를 낳고 살아가도록 하자! 정말 명쾌한 논리이다. 하지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멸종위기동물을 자연방사할 때 우선 고려해야 할 점은 서식지이다. 만약 방사지역이 동물이 살 수 없는 곳이라면 또다른 죽음으로 내몬 것에 지나지 않는다.

보통은 원래 그 동물이 살던 곳을 방사지역으로 택한다. 하지만 왜 그곳에서 멸종했는지를 미리 조사해야 한다. 예를 들어 DDT와 같은 농약 때문에 매가 멸종한 지역이 있다고 하자. 이곳에 다시 매를 방사하려면 DDT의 영향이 사라졌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서식지가 멸종의 원인이 된 실제 사례로 일본 수달의 자연방사를 들 수 있다. 일본에서는 20여년 전 수달이 멸종됐다. 그 후 5마리를 자연방사했으나 모두 죽고 말았다.

일본에서는 거의 모든 하천의 둑이 콘크리트로 덮여 있다. 수달은 콘크리트에 막혀 보금자리를 얻지 못하고 이동도 하지 못한 채 죽어갔다. 그래서 한성용박사(국제자연보존연맹 전문위원. 한국야생동물연구소장)는 “우리나라의 강들도 일본과 마찬가지 상황이므로 수달이 이동하고 보금자리로 삼을만한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는 데서부터 서식지복원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월악산은 어떨까? 월악산은 국립공원으로 자연상태가 잘 보존돼 있다. 산양이 주로 사는 험한 바위들이 많고 비교적 먹이도 풍부하다.

하지만 숲 속에는 여전히 숨겨진 위험이 있다. 겉으로 평온해 보이는 산 곳곳에는 올무와 덫이 가득하다. 특히 밀렵의 가능성은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동물을 자연방사할 때 늘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이다. 월악산 산양의 멸종도 밀렵과 지나친 개발로 인한 산림훼손 때문이었다.

유전적 다양성이 생존율 좌우
 

1970년대 자연방사된 큰뿔산양은 퓨마로 인해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그 결과 다양한 형질을 확보할 수 없게 됐다.


자연방사에서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유전적 다양성이다. 멸종위기에 이른 동물들은 대부분 아주 적은 수만이 살아있다. 만약 이들끼리 번식을 계속하면 자손의 유전형질은 결국 비슷해진다. 이 가운데 어떤 질병에 약한 형질이 있다고 하자. 자손들은 대부분 비슷한 형질을 가지고 있는 셈이 되므로 그 병에 걸리면 한꺼번에 다같이 죽는 사태가 벌어지기 쉽다.

또 부모에게는 없던 열성형질이 나타나기도 쉽다. 부모 중 어느 한쪽만 열성형질을 가졌다면 자식대에는 그 특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열성형질을 가진 동물끼리 번식하면 그 자손들에게서는 열성형질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1970년대에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 미국 남서부 지역에 방사된 큰뿔산양(bighorn)의 예를 보자. 이 자연방사는 처음에는 성공을 거두어 거의 멸종되었던 큰뿔산양이 3백마리 넘게 불어났다.

그런데 큰뿔산양이 방사된 곳은 마침 퓨마가 많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퓨마는 보호종으로 지정돼 있어 함부로 죽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수가 크게 늘어 있었다. 게다가 늑대나 곰 같은 경쟁자가 이미 사라진 뒤라서 더욱 번성한 상태였다. 자연방사된 큰뿔산양은 퓨마의 좋은 먹이가 돼 급격하게 수가 줄어 1백마리도 채 남지 않게 됐다.

큰뿔산양을 더욱 위험에 빠뜨린 일이 바로 유전 문제였다. 갑자기 줄어든 큰뿔산양 무리는 아무래도 유전형질이 다양하지 못하다. 비슷한 유전형질을 가진 부모가 낳은 새끼들은 열성형질이 나타나 매우 허약했다. 결국 많은 큰뿔산양이 가축에게서 옮은 병을 이기지 못하고 죽어갔다.

유전적 다양성을 지닌 집단이라면 질병에 약한 개체와 강한 개체가 섞여 있어 대체적으로 전체 집단은 살아남게 된다. 하지만 자연방사된 큰뿔산양 집단은 유전적으로 다양하지 못해 한번 병에 걸리면 그 집단 모두가 사라지는 결과를 낳았다.

만일 큰뿔산양이 야생종과 접촉해 번식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야생종과 방사된 집단 사이에는 도로와 농장들이 들어서 있어 서로 만날 수 없었다.

월악산에 풀어준 산양들은 국내 최초로 인공번식에 성공한 산양의 3대손이다. 모두 한핏줄인 셈이어서 비슷한 유전형질을 가지고 있다. 이 산양의 자손이 다양한 형질을 가지려면 야생산양과 번식하는 길밖에 없다.

그런데 남한에 남아 있는 다른 야생산양은 설악산이나 비무장지대가 주요 활동무대다. 본래 우리나라의 야생동물은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모두 연결된 백두대간을 따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철길과 도로로 끊어져 서로 만날 길이 없다. 월악산을 고립된 ‘생태섬’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월악산 산양에 대해 가장 걱정하는 것도 바로 이점이다.

미국 옐로스톤 회색늑대의 경우 매년 야생상태에서 사로잡은 늑대를 추가로 방사해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했다. 1995년부터 2년 동안 여러번에 걸쳐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총 37마리, 아이다호주에 총34마리가 방사됐다. 매번 서로 다른 무리를 방사한 것은 물론이다. 그 결과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12무리 약 1백70마리, 아이다호주에 12무리 약 1백80마리의 늑대로 불어났다. 하지만 월악산에 추가로 방사할만한 산양이 현재로는 없는 상태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월악산보다는 설악산이나 비무장지대가 더 낫지 않았을까. 이곳에는 아직 야생산양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보고되기 때문이다.

사람 무서워해야 살아남아


올무에 걸려 몸부림치고 있는 노루.


아예 설악산과 비무장지대의 야생산양을 사로잡아 번식을 시켜서 다시 자연에 방사하는 방법도 있다. 자연방사는 야생에서 사로잡은 동물이나 그 자손들을 대상으로 한다. 옐로스톤의 회색늑대 역시 캐나다에서 사로잡은 늑대들이다.

이렇게 야생에서 사로잡은 늑대는 핏줄과 서식지가 서로 달라 다양한 유전형질을 가질 수 있다. 게다가 자연에서 생존하는 법을 알고 있으므로 그만큼 살아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중요한 문제가 남는다. 바로 야생적응훈련이다. 야생상태에서 사로잡았다고 해도 낯선 곳에 방사할 때는 적당한 적응훈련이 필요하다. 물론 야생생활을 전혀 모른 채 자란 월악산 산양에게도 이런 현지 적응훈련은 필수였다.

보통은 방사지역에 설치한 울타리 안에서 주변 환경에 익숙하도록 만든 다음 방사를 한다. 하지만 월악산 산양은 동물원에서 바로 산 정상까지 헬기로 옮겨졌다. 이런 경우를 적응훈련을 거친 후 방사하는 ‘부드러운’(soft) 방사에 대비시켜 ‘거친’(hard) 방사라고 부른다. 회색늑대의 경우 옐로스톤 국립공원과 달리 아이다호주에서는 거친 방사를 시행했는데, 굶어죽거나 캐나다로 다시 돌아간 경우가 부드러운 방사에 비해 많았다.

이 밖에도 야생적응훈련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다. 조류의 경우 알에서 깨어나서 처음 보는 물체를 어미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때는 어미새 모양의 인형을 같이 넣어주고, 가능하면 사람이 새와 눈을 맞추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필요하면 사람이 새의 탈을 쓰고 날갯짓을 가르치기도 한다. 심지어 초경량비행기를 이용해 철새의 이동습성을 가르친 예도 있다.

야생적응 훈련의 또다른 중요한 부분은 인간을 멀리하는 것이다. 인간을 무서워하지 않으면 밀렵에 의해 희생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아쉽게도 월악산 산양은 이런 훈련을 받지 못했다. 장문준전무(동물구조관리협회)에 따르면 방사 전에 본 산양은 먹이를 주면 마치 가축처럼 잘 받아먹었다고 한다. 방사된 후에도 등산로나 민가 근처에까지 내려와 먹이를 구했다.

남한에서 멸종된 한국늑대를 중국에서 들여와 관찰한 최현명이사(동물구조관리협회)는 “자연방사될 경우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늑대보다 소심하고 겁 많은 늑대가 살아남을 확률이 더 높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연방사 이전의 야생적응 과정에서 사람과 가축을 멀리하는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목적으로 옛소련 그루지야공화국에서는 늑대를 방사할 때 전파발신기와 함께 전기충격기를 달아주었다. 만약 늑대가 사람이 사는 곳으로 가까이 오면 전기충격기를 작동시켰다. 이렇게 전기충격을 경험한 늑대가 인가 근처로 오거나 가축을 공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짝짓기의 어려움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센터에서 키우고 있는 황새.


자연방사가 멸종위기동물복원에 있어 훌륭한 대안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최선책은 아니다. 자연방사는 종 보존을 위해 충분한 수를 확보한 뒤 남은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종 보존에 필요한 수마저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당분간은 수를 늘리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지금처럼 서식지 훼손과 밀렵이 극심할 때는 자연으로 보내는 것이 죽음으로 내모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멸종위기동물의 대부분은 소수만이 남아 있어 제대로 된 짝을 구하기가 힘든 탓에 번식기회가 적다. 그래서 인공번식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인공번식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우선 조류의 경우 인공부화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소나 원숭이 종류는 발생초기의 배(胚)를 가까운 종의 암컷 자궁에 이식해 대리분만으로 번식시키기도 한다. 또 어미가 새끼를 잘 기르지 못할 경우 다른 종의 어미가 대신 키우게 하는 방법도 있다.

여기서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될 점이 있다. 바로 유전적 다양성 문제이다. 김수일교수(한국교원대 생물학과)는 현재 멸종위기종인 황새의 인공번식에 전념하고 있다. 김교수는 우리나라 황새와 같은 종에 속하는 러시아, 중국, 일본, 독일 황새를 다양하게 들여왔다. 이것은 월악산 산양처럼 자연방사된 개체가 유전적으로 모두 같게 되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인공번식의 한 방법으로 생명공학을 이용한 동물복제가 주목받고 있다. 황우석교수(서울대 수의학과)는 호랑이의 귀에서 추출한 세포의 핵을 미리 핵을 제거해둔 소의 난자에 전기충격으로 결합시키고, 이 복제수정란을 암호랑이나 암사자의 자궁에 이식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황교수의 연구는 이미 1998년 위스콘신대학의 연구자들에 의해 시도된 바 있다. 이들은 원숭이, 쥐, 돼지 귀에서 추출한 세포핵을 소 난자에 넣어 시험관에서 성공적으로 발생시켰다. 중국에서는 멸종위기동물인 황금원숭이나 팬더곰과 같은 멸종위기동물의 복제를 시도했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이미 멸종한 매머드를 같은 방법으로 복제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복제를 통해 멸종위기동물을 분만했다는 보고는 없다.

황교수는 “올해 하반기쯤에는 복제호랑이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복제한 호랑이를 비무장지대에 방사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에서는 과연 복제호랑이가 제대로 태어날지, 혹시 생물학적으로 이상한 동물이 되지는 않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호랑이가 태어나더라도 황박사의 희망처럼 비무장지대에 방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비무장지대의 복제호랑이
 

그래서 자연방사 전에는 호랑이에게 살아있는 먹이를 주어 사냥연습을 통해 야생적응훈련을 시킨다.


호랑이의 행동반경은 1일 약 20km로 한마리 당 약 4백km2의 서식지를 필요로 한다. 수컷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먼 거리를 이동하며 사는 동물에게 비무장지대는 철책으로 둘러싸인 커다란 우리(폭 4km, 총길이 248km)일 뿐이다. 또 철책은 우리나라 호랑이의 활동무대이던 백두대간을 가로막고 있다. 원래의 서식지로 돌려보낸다는 자연방사의 원칙이 지켜질 수 없는 것이다.

유전적 다양성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철책은 혹시 남아있을지 모르는 야생호랑이를 만날 가능성을 막고 있다. 야생호랑이를 만나서 번식할 수 없다면 세포핵을 제공한 호랑이와 똑같은 유전형질을 가진 개체가 한마리 더 늘어난 것에 지나지 않게 된다. 결국 월악산처럼 비무장지대는 호랑이에게 고립된 ‘생태섬’이다.

최근 아시아 지역의 호랑이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자연방사를 위해서라면 러시아와 중국에 남아 있는 야생 호랑이를 데려오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자연방사된 황새나, 수달, 늑대는 전체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든다. 늑대는 먹이인 초식동물의 수를 적당하게 유지시켜 초지를 보호하고, 곤충 나아가 미생물까지 풍부하게 한다. 수달은 크고 힘센 물고기를 잡아먹어 수중생태계에 다양한 물고기가 살 수 있도록 만든다. 새들은 논과 밭의 벌레를 잡아먹으며 땅을 뒤집어 농약을 덜 쓰게 한다. 이처럼 자연방사의 진정한 목적은 생태계 전체의 복원이다.

결국 호랑이를 방사하는 일도 전체 생태계에 도움이 되도록 추진해야 한다. 마치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으로 적당한 방사지역을 찾고 다양한 유전형질을 가진 개체를 모아 야생적응훈련을 시키는 것. 이 모두가 방사된 동물이 생태계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과정이다. 동물원의 우리를 열어둔다고 모두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200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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