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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줄이고 아기 낳는 법

무통분만, 수중분만, 라마즈분만법

진통,산고 등으로 상징되는 분만은 여성에게는 매우 두려운 일이다.하지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가족의 축제가 될 수도 있다.아픔은 줄이고 보람은 크게 하는 다양한 분만법들이 어떤 원리로 시술되는지 알아보자.

지난해 9월 21일 국내 최초로 한 대학병원에서 뮤지컬 배우인 최정원씨가 수중분만을 시도해 3.2kg의 건강한 여아를 출산했다. 그러나 이는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고 올 1월에 공중파 TV를 통해 이때의 분만과정이 상세히 방송됨으로써 생명 탄생의 신비와 분만법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흔히 자연분만(질을 통해 분만한다고 해서 질식분만이라고 함)과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절개 수술을 통해 아이를 낳는 제왕절개 분만(배로 분만한다고 해서 복식분만이라 부름)만을 알고 있는 일반인들에게는 ‘물 속에서 아이를 낳는’ 수중분만법은 상당히 생소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제왕절개 분만이 40%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달리 서구에서는 제왕절개 분만이 10%를 조금 넘을 뿐 대부분의 신생아가 자연분만으로 탄생하고 있다. 분만의 고통을 줄이면서 산모와 아기, 그리고 가족들이 참여하는 감격스런 축제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분만법들이 연구되고 시술되고 있다. 수중분만 뉴스를 계기로 무통분만, 라마즈 분만법 등 고통을 줄이면서 자연스런 출산을 유도하는 분만법들에 대해 알아보자.

태아의 새 세상 준비 진통

태아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약 40주간의 태중 생활을 끝내고 모체 밖으로 나오는 시기가 되면 자궁 수축호르몬의 작용으로 자궁이 수축하기 시작한다. 이는 태아를 산도를 통해 밀어내려는 작용으로 강한 수축과 이완이 반복된다. 자궁근육의 수축은 연속적인 통증을 수반하기 때문에 이 과정을 진통(陣痛, 줄지은 통증)이라는 말로 ‘통증’(pains)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자궁근육의 수축이 왜 통증을 수반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자궁이 수축할 때 근육다발들이 서로 엉켜 신경마디를 압박해서 통증이 나타난다는 가설이 가장 설득력 있게 제시돼 있다.

진통이 진행됨에 따라 수축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자궁 상부는 점차 두꺼워지고 그 아랫부분, 즉 자궁하부와 경관은 태아가 나올 수 있도록 점차 확장되며 얇아진다. 자궁상부의 자궁근은 매번 수축 후 이완되더라도 그 길이가 수축 전의 원 길이로 돌아가지 않는다. 마치 줄을 힘껏 잡아당겼다가 조금씩 풀어주면서 조여가는 것과 같다. 수축이 반복됨에 따라 자궁근의 길이는 점차 짧아지게 되고 이에 따라 자궁상부의 두께는 점차 두꺼워져서 그 내부용적은 감소하게 되어 태아를 하부로 밀어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자궁하부의 근육은 계속 엷어지고 확장되면서 경관이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자궁하부의 근섬유가 완전히 이완되는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긴장성을 유지하면서 점차 엷어지기 때문에 그 압력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

진통이 시작되면 처음에는 약 10분 간격으로 진통이 오다가 점점 진통의 간격이 줄어들어 약 1분 간격으로 단축된다. 그리고 진통의 활성기, 즉 아이가 막 나오려는 때가 임박하면 30-90초간 자궁수축이 지속된다. 이때는 그야말로 자궁이 쥐어짜는 듯한 엄청난 압력이 생긴다. 이때 산모는 자궁자체가 수축하는 힘과 함께 배에 힘을 주어 복압을 증가시켜 태아를 밀어내는 힘을 더한다. 이는 배변시와 마찬가지로 숨을 깊이 들여 마신 뒤, 숨을 참고 복부에 힘을 주어 복부근을 바짝 수축시킨다. 자궁경부가 열린 상태에서 자궁수축에 의한 힘과 산모의 복압이 지속적으로 작용하다가 일시에 태아는 모체 바깥의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분만의 과정은 초산인 경우 보통 12시간이 걸리고, 가벼운 사람도 5-6시간은 족히 걸리는 어려운 과정이다. 이처럼 분만과정은 산모에게 엄청난 에너지와 고통을 수반한다. 때문에 분만과정에서 산모의 고통을 줄이고, 모체와 신생아를 보호하는 수중분만법, 무통분만법, 라마즈 분만법 등 다양한 분만법들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많이 시도되고 있다.


남편과 함께 수중분만으로 아이를 낳은 뮤지컬 배우 최정원씨


마취로 통증을 줄이는 무통분만

자궁수축으로 인한 통증이나 분만시 통증을 줄이기 위해 산모의 허리부위 피부에 삽입관을 넣어 마취제를 투입하는 방법이다.이를 경막외 마취라 하는데, 배에 힘을 주는 운동신경은 그대로 둔 채 통증을 담당하는 신경만 마취를 시키는 것이다.무통분만은 자궁에 일절 칼을 대지 않으며 또한 배꼽 아래 부위에만 마취가 되므로 산모가 정상적인 상태에서 태아가 탄생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또한 진통기간이 길어지거나 불규칙할 경우에도 삽입관을 통해 마취를 연장시킬 수 있어 산모는 두려움 없이 분만에 임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고통이 적기 때문에 산모의 과도한 통증으로 유발될 수 있는 자궁혈류감소나 자궁의 이상수축 같은 위험이 없고, 산모의 호흡이 너무 빨라져 태아가 저산소증이나 산혈증에 노출되는 염려도 없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무통분만법이 상당히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운동기능은 그대로 두고 통증담당 신경만을 마취하는 것이 그리 간단치 않아 경막외 마취는 경험이 많고 숙달된 마취 전문의가 담당해야 한다. 또한 대체로 무통분만이 자연분만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물 속에서 아이 낳는 수중분만

수중분만은 1803년 프랑스에서 시작됐다는 기록이 있으며, 1960년대 옛 소련의 이고르 차르코프스키가 현대적 수중 분만 방법을 정리했다. 그 후 1970년대 프랑스의 미셀 오덴이 의사로는 최초로 수중분만 및 진통에 관한 내용을 의학적으로 정리했다. 그 후 영국과 미국에서는 활발히 수중분만이 이루어졌으며, 1989년에는 ‘수중분만규약’이 만들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 속에서 이완감과 편안함을 느끼는데, 그 이유는 태아시절에 자궁 안의 물, 즉 양수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36℃의 물 속에서 앉은 자세로 분만을 하는 수중분만은 여러가지 장점들이 있다. 물 속에서는 잠기는 신체 부분의 부력에 의해 자체 체중에 의한 중력이 감소돼 분만에 가장 적합한 쪼그려 앉는 자세를 취하기 쉽다. 때문에 골반이 쉽게 벌어지며 산모가 힘을 주기가 쉬어 진통 및 분만 시간이 줄어든다. 또한 체온에 맞춘 물이 가지고 있는 진통 억제 효과로 인해 통증이 줄어들고 그만큼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 분비가 감소해 혈압 상승도 억제된다. 특히 물 속에서는 회음부의 탄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분만시 회음절개술이 필요 없다. 이러한 자연스러움 때문에 어머니의 편안한 정서가 신생아에게 전달돼 모자간의 유대감이 강화된다.

신생아의 입장에서 보면 급격한 환경의 변화가 없는, 즉 따뜻한 물(양수)에서 물으로의 여행이다. 특히 보통의 분만에서는 아기는 눈을 뜨지 못하지만, 물 속에서는 대부분 눈을 뜬 상태로 사방을 둘러보고, 사지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맨 처음 신생아가 보고 접촉하는 것이 어머니이기 때문에 신생아의 정서에도 가장 좋은 영향을 끼친다. 또한 엄마와 신생아는 물기가 있어 부드러운 피부 접촉을 통해 매우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신생아는 태어나자 마자 주변의 빛과 소란스런 소리의 자극에 스트레스를 받는데, 물 속에서는 이런 자극들이 훨씬 완화된다. 이 밖에, 아버지와 친지들이 함께 참여해 분만을 ‘가족의 축제’로 만들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하지만 수중 분만을 주저하게 하는 것이 태아의 감염에 대한 우려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간간이 태아의 감염이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수중분만을 활발히 시행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감염의 위험은 철저한 준비를 통해 막을 수 있으며, 이러한 단점보다는 위에 열거한 장점이 훨씬 많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 ‘수중분만’은 역사가 길지 않지만, 계속 권장하고 시행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제왕절개의 비율이 40%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출산문화에서 엄마와 아기의 정서적 교류를 향상시켜 줄 수 있는 자연스런 분만법들은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


물속에서 스스로 헤엄지는 아기.양수 속에 있던 경험 때문에 아기들은 물을 좋아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조건반사의 원리 라마즈 분만법

라마즈 분만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는 분만법이다. 이는 흔히 정신예방적 분만법으로 알려져 있는데, 출산중의 진통을 아주 없앨 수는 없지만, 연습을 통해 진통과 분만중의 통증을 경감시키는 방법이다. 라마즈 분만법은 크게 호흡법, 이완법, 연상법으로 구분되는데, 세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룰 때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

라마즈 분만법은 러시아의 의사들에 의해 처음으로 고안돼 1951년 이래로 프랑스의 의사 라마즈 박사에 의해 정리되고 전파됐다. 라마즈 호흡법 또는 분만법으로 알려진 것은 이 때문이다. 강아지를 대상으로 한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실험에서 강아지에게 음식을 한 사람이 계속 주면 음식을 주지 않아도 음식을 주던 사람만 보면 침이 분비되는 현상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파플로프의 실험 후 그의 제자였던 에로피바는 과연 조건반사가 부정적인 자극에도 해당되는지에 대해 실험을 했다. 강아지에게 전기 쇼크와 음식을 함께 주어 강아지의 반사작용을 관찰한 결과, 전기쇼크라는 부정적 자극에도 불구하고 강아지는 음식물을 기대하고 반사적으로 침을 분비했다.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자극도 긍정적인 자극의 한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위와 같은 근거에 바탕을 두고 러시아의 산부인과 의사인 니콜라예브는 그의 환자들에게 부정적인 자극인 자궁수축을 긍정적인 생각의 신호로 이용해 호흡법, 이완법, 연상법을 통해 진통중인 산모의 통증을 완화시키는데 상당히 좋은 결과를 얻었다. 자궁 수축의 고통이 온다고 했을 때 호흡을 천천히 하고 근육을 이완시키며 좋은 생각을 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1950년 프랑스에서 열렸던 학회를 계기로 프랑스의 의사 라마즈 박사가 러시아의 이러한 방법을 알게 돼 러시아에서 보고 익힌 것과 자신의 생각을 첨가해 라마즈 분만법을 정리했다.


태중에 있던 아기가 세상에 나와 첫발을 내딛는 분만의 순간은 가족 모두의 축제가 돼야 한다.


엔돌핀과 릴랙신이 아픔 줄여

라마즈 분만법의 또 다른 특징은 미래의 아버지가 호흡법,연상법,이완법을 행할 때 코치로서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아기의 탄생에 아버지가 함께 참여함으로써 임산부에게는 정신적인 안정을 주고,감동적인 아기탄생의 순간을 가족이 함께 맞이할 수 있다.


연상법은 기분 좋은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서 엔돌핀(모르핀과 비슷한 물질로서 체내에서 분비되는데 보통 임신 말기가 되면 뇌에서 분비되는 양이 많아짐)의 분비를 증가시켜 통증에 대한 감응수준을 높이는 방법이다. 진통 효과가 큰 물질을 체내에서 생산해내 진통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엔돌핀의 증가는 연상법 외에도 이완법이 첨가되면 상승작용을 일으켜 더욱 많이 분비된다. 두 가지가 어우러질 때 진통이 감소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진통이 시작되면 배만 아픈 것이 아니고, 그 통증 때문에 온몸이 경직되고 경직된 근육에서 나오는 젖산의 축적으로 더욱더 피로가 가중된다. 신체를 이완하게 되면 릴랙신이라는 물질의 분비가 많아지고 이로 인해 이완이 더 촉진된다. 또한 이완하게 되면 엔돌핀의 분비도 촉진된다. 출산 동안 뇌는 수축 자극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증이나 출산이 시작하는 신호 중의 하나로 해석한다. 이완법은 연습을 통해 뇌가 자궁수축 신호를 긴장으로 해석하지 않고 호흡을 조절하는 이완의 신호로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반복 연습을 통해 자궁수축이 통증이 아니라 이완으로 연결되면, 뇌는 한번에 한가지 감각에만 영향을 집중해서 받기 때문에 진통 강도에 대한 지각을 감소시킬 수 있는 것이다.

진통이 강해지면 호흡이 빨라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때 과호흡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과호흡은 본인의 정상호흡수의 2배 이상 호흡을 하거나 호흡량이 너무 많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우리 몸에는 산소뿐만 아니라 적당량의 이산화탄소가 필요한데, 과호흡을 하면 이산화탄소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져서 호흡중추가 그 조절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호흡법은 바로 호흡연습을 통해 과호흡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과호흡시에 나갔던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기 위해서 방법으로 두 손을 입 앞에 모으거나 종이 봉투를 입 앞에 대는 방법이 있다.

라마즈 분만법의 과학적 근거가 조건반사에 있듯이 조건 반사가 일어날 정도의 조건을 계속 주는 것, 즉 연습이야말로 성공적으로 진통을 덜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보통 분만이 임신 40주를 전후해 이루어지므로 서구에서는 라마즈 분만 준비교실의 시기를 평균 6주로 잡고, 임신 28-32주에 연습을 시작한다.

아이를 낳을 때는 자궁수축에 의한 실제적인 통증 외에도 통증에 대한 과거의 경험, 문화적 배경(대중매체), 심리상태, 연령, 사회적 수준(교육정도, 경제수준), 임신부의 태도(임신을 받아들이는 태도, 모성역할, 남편과의 관계 등), 남편의 태도, 임신부 어머니의 출산에 대한 태도, 임부의 체중과 키의 비율, 분만에 대한 기대, 출산준비교육정도 등이 모두 통증을 느끼는 정도에 영향을 준다. 분만을 고통스런 통과의례가 아닌 생명탄생의 위대한 과정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분만의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간의 신뢰와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태중에 있던 아기가 세상에 나와 첫발을 내딛는 분만의 순간은 가족 모두의 축제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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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노정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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