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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이 공부의 원동력


[신혜인-APBOS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학생들이 꿈을 갖고 미래를 설계하도록 돕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청소년기는 꿈을 탐색하는 시기라고 합니다. 꿈을 찾았다고 다 된 건 아니죠. 이번 호의 학생은 꿈을 준비하다가 생각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자신감을 잃은 학생과 영재고 진학에 실패한 학생입니다.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꿈을 이루는 과정을 알아봅시다.

사례 1 “물리를 좋아하지만 꿈은 잘 모르겠어요”
서울 D중학교 3학년 L학생

상담실에 꼼꼼하고 차분해 보이는 학생이 들어왔다. L학생은 성적도 400여명 중에 16등으로 높은 편이었다.

“꿈이 뭐니?”

“연구원이 되고 싶어요.”

“무슨 연구를 하고 싶은데?”

“…그건 아직 잘 모르겠어요.”

“연구원이란 건 직업이잖아. 그것 말고 관심 분야는 뭐야?”

“물리요. 물리 중에서도 역학이 좋아요.”

L학생은 아직 확실한 꿈을 정하지 못했다. 역학분야를 좋아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몰랐다. 물리는 굉장히 많은 분야에 응용된다. 하중을 잘 견디는 건물을 지으려면 역학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다리 건축이 각광을 받고 있다. 역학을 이용해서 시속 200km짜리 태풍이 와도 무너지지 않는 다리를 만드는 것이다.

“과학자들의 활동이 우리나라에 엄청난 성장 에너지를 줘. 그런데 그냥 연구원이 아니라 어떤 분야를 할 건지 찾는 게 중요해.”

L학생은 영재고를 준비하다가 중도에 포기했다. 때문에 조금은 의기소침한 태도였다.

“이제 3년 후면 전공을 정해야해. 그리고 석·박사를 한 다음에는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지. 3년 후에 정하는 전공이 참 중요해. 어른으로서 스스로의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온 거야. 진지하게 생각한 사람과 아닌 사람은 전공 선택에서도 차이가 많아.”

조금은 의욕이 없어진 학생에게 상담 선생님은 꿈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꿈을 가져야 열정이 생긴다. 이 열정으로 공부하면 쉽게 지치지 않는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공부하거나 특정 대학만을 목표로 공부하는 건 의미가 없어져 빨리 지친다.

“꿈을 어떻게 찾아야 하죠? 막막해요.”

“일단 책도 많이 읽고 기회가 되면 올림피아드나 물리 인증시험을 준비해봐. 그리고 여러 가지 경험도 해보고.”



“그런데 사실 물리 공부를 많이 하지는 못했어요.”

“그렇다면 일단 지금부터 물리 공부를 제대로 시작하는 거야. 고등학교 선행학습으로 물리 Ⅰ, Ⅱ도 공부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AP물리 시험을 치도록 해. 과학고, 영재고 학생만 하는 게 아니야. 너도 충분히 할 수 있어.”

AP시험(Advanced placement test)은 고등학교 학생들이 대학 수준의 과목을 공부해 평가받는 시험이다. 이 시험에 합격하면 대학 진학 후 들어야 하는 과목을 면제받을 수 있다. AP과정을 이수하면 물리인증제 시험 1, 2급을 칠 수 있는 자격도 주어진다.

“역학을 열심히 공부해서 하고 싶은 분야가 생기면 그 분야에서 뛰어난 대학이 어딘지를 찾아야해. 그리고 그 학교에 어떻게 들어가는지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입학전형에는 수시와 정시가 있어. 특기자전형도 그렇고 다른 전형도 마찬가지로 특기가 있어야 해. 물리가 좋다면 물리인증제 시험을 봐야지. 이걸 특기로 만드는 거야.”

고등학교 때는 교내 경시대회에 참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학교에 따라서 1학년이 참여 가능한 학교가 있고 그렇지 않은 학교가 있다. 이공계 학생들은 성균관대 경시대회나 포스텍 경시대회에 참가하는 것도 좋다. 포스텍과 카이스트는 청소년 대상 캠프를 운영한다. 경쟁률이 높지만 신청해보자. 큰 상을 타지 못하거나 탈락하더라도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이런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이런 것은 대입 때 살을 붙여 쓰면 두고두고 쓸 수 있다.

“자기주도적인 내신 공부법은 터득한 것 같으니 내신 때문에 학원을 다니지는 마. 그리고 3학년 2학기가 가장 중요한 시기야. 이 황금 같은 시기를 놓치면 고등학교 1학년부터 다시 원점이란다. 지금 고1 때 싸울 무기를 축적해 놔야해. 지금이 황금기야. 지금 잘 준비해서 고등학교 가서 완전히 바꿔 놓으면 되는 거야.”

L학생은 지구과학이나 생물을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고 있다. 인터넷 강의를 들을 때는 반드시 예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표현하는 연습을 해. 생각하는 걸 표현하지 않으면 안 돼.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느낀 것을 표현해. 똑똑한 애들인데 표현을 못해서 평가를 잘 못 받는 억울한 경우가 종종 있어. 자신감을 갖고 계속 표현하고 발표해.”





사례 2  “생각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요”
서울 S중학교 2학년 K학생

“공부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K학생은 상담을 시작하자 공부가 힘들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K학생은 초등학교 때 아인슈타인에 대한 책을 읽고 물리학자가 돼 노벨 물리학상을 타겠다는 꿈을 가졌다.

“영재고등학교를 목표로 잡고 선행학습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물리는 재밌는데 수학이나 다른 걸 하려니깐 너무 힘들어요.”

“공부하는 게 힘들어서 꿈을 바꾸려고?”

“아니요. 잘 모르겠어요.”

K학생은 학교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성적이지만 스스로 만족스러운 성적이 아니라 자신감이 많이 꺾인 상태였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시험 준비를 잘 했는데도 성적이 안 나오는 것 같아?”

“시험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아요.”

“꿈이 있는 데도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구나. 물리를 좋아하면 물리학과를 가야겠지? 다들 왜 그렇게 좋은 대학 물리학과를 가려고 할까? 좋은 대학의 물리학과에 가면 교수님도 훌륭하지만 여러 가지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 그런데 이런 대학에 못 가면 기회가 줄어든단다.”

현재 대입은 ‘내신+특기’로 이뤄져 있다. 상담 선생님은 내신은 기본이고 특기에서 물리나 관심 분야에 대한 열정을 보이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물리를 좋아한다면 물리 올림피아드나 물리 인증시험, 교내 과학탐구대회에 물리를 주제로 나가는 것이 좋아. 그런데 이 과정이 괴로운 게 아니라 즐거워야해. 그래야 정말로 물리를 사랑하는 거야.”

상담 과정 내내 선생님은 물리를 좋아한다면 물리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진 다음 수학을 병행했다면 좀 덜 지쳤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공부를 할 때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자신감을 가져. 너의 장점이 있잖아. 중학교 2학년인데 물리Ⅰ, Ⅱ까지 했잖아. 얼마나 멋있어. 좋은 보물이지. 또 뭐가 있을까?”
“바둑 1단도 있어요. 태권도도 4품 준비 중이에요.”

“그래. 너의 보물창고 속의 보물을 쭉 써봐. 굉장히 중요한 거야.”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것이 더 있다. 고칠 점들도 써봐야 한다. K학생은 게으름과 벼락치기를 하는 습관은 반드시 버려야 했다. 성실하지 못하면 꿈을 이루기 쉽지 않다. K학생은 끈기도 필요했다. 꿈이 있으면 과정을 즐기고 어려움도 견뎌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넌 70세까지는 사회생활을 할 텐데 19살에 전공을 정해야해. 좀 있으면 이렇게 중요한 시기가 다가와. 아직 늦진 않았지? 하지만 그 시기가 4년 앞으로 다가왔어. 지금부터 버릴 점은 버리고 노력해야해.”


중학교 성적은 고등학교 입학 이후에는 의미가 없다. 과학고나 영재고를 간다고 서울대를 가는 것은 아니다. 일반고를 가도 얼마든지 갈 수 있다. 하지만 상담 선생님은 자존심이 세고 승부욕이 강한 K군은 일반고를 가는 것보다 자율고나 과학고를 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승부욕이나 자존심이 강한 아이는 뛰어난 아이들이 모인 곳에 가면 더 열심히 공부를 하기 때문에 되도록 성취감을 크게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진학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다. 강한 승부욕을 게임으로 해소하지 말고 공부로 승부를 해야 한다. 명문대에 간 학생들도 한 때 게임을 좋아했던 학생이 많다. 하지만 자신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빨리 깨닫고 빠져 나왔다는 점이 다르다. 공부에 빠져서 친구들과 담임선생님이 놀라게 하자.

“영어나 국어는 어떻게 공부하고 있어?”

“혼자 문제집하고 학교 수업 듣고 공부했는데 성적이 이번에 좀 올랐어요.”

“이런 과목을 학원 다녀서 올렸으면 고등학교에서 실패할 확률이 커. 스스로 선생님마다 가르치는 방식, 시험 문제 출제 스타일을 파악해 내는 게 너의 능력이야. 이런 능력이 있으면 고등학교 가서도 성공할 수 있어.”

자기 주도적으로 내신공부를 완벽하게 해서 성취감을 맛보는 것이 중요하다. 국어, 영어, 사회, 과학 할 것 없이 어떻게 공부했는지 써보자. 교과서를 몇 번 읽었는지 단어는 언제 외웠는지 쓰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이 공부한 게 초라하게 보일 수 있다. 여기에 자신의 공부 계획을 써서 보완해 나가는 것이다.

“운으로 점수가 잘 나오거나 했다면 가장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너 자신이야. 계획을 세워. 국어는 반드시 예습하겠다든지 영어는 주말에 단어를 몇 개 외우겠다든지 이런 계획을 세우자. 본인이 더 잘 알거야. 남이 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잖아. 너의 단점을 잘 생각해서 과목별 문제점을 쓰는 거야. 쓴 다음에 반드시 벽에 붙여봐. 마음이 헤이해지면 그걸 보고 각오를 다지고.”

학생들은 계획을 세우면 작심삼일이 되기 쉽다. 하지만 삼일에 한 번씩 각오를 새로 하면 된다. 빨리 지치지 않으려면 삼일을 공부하고 하루를 쉬고 다시 삼일을 공부하도록 한다. 그래야 쉽게 지치지 않는다. 벽에 붙인 계획표를 수시로 보고 각오를 다진다. 계획이 조금씩 깨지면 보완해서 새롭게 실천하면 된다. 이렇게 해서 결과가 나오고 공부법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야 더 흥이 나서 공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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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신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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