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물리학과 자기공명연구실에서 개발한 MRI현미경.세계 최고의 해상도를 자랑한다.


생명의 본질은 어디에 있을까. 뜯어보면 탄소, 산소, 수소와 같은 분자들뿐인데, 생명 활동은 오묘하기 그지없다. 지금까지 생명의 신비를 밝히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현미경을 이용해 생명체를 직접 관찰하는 것. 그러나 얻은 정보는 죽은 지식에 불과하다. 살아있는 세포를 관찰하지 못하고 죽은 세포만을 봐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작은 단세포 생물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생명현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살아있는 세포의 신진대사를 관찰해야 한다. 이러한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 MRI(핵자기공명영상장치) 현미경이다. 살아있는 생명체에 자기장을 걸면 몸을 이루고 있는 원자핵이 공명을 일으켜 몸속의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MRI의 원리이다. 이를 응용한 것이 MRI현미경이다.

단세포생물인 짚신벌레를 제대로 관찰하려면 해상도가 최소한 10μ(1μ는 10-6m) 이하가 돼야 한다. 그런데 병원용 MRI는 그 해상도가 1mm 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성능이 좋은 MRI현미경의 해상도는 4μ 수준. 겨우 세포를 관찰할 정도이다. 그 이하는 마치 ‘마의 장벽’처럼 가로막혀 있다.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신호의 크기는 해상도의 3제곱에 비례해 작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KAIST 물리학과 자기공명연구실에서 1.4μ의 해상도를 가진 세계 최고의 MRI현미경을 개발했다.

KAIST 자기공명연구실의 이순칠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MRI현미경은 세포의 신진대사는 물론이고, 정자와 결합한 난자의 분열 등 생명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 각종 구조물에 대한 μ 수준의 미세한 비파괴검사도 가능해 그 쓰임새가 매우 넓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기 연구의 마술사, KAIST 자기공명연구실


원자보다 작은 세계를 볼 수 있는 현미경 개발에 몰두하는 연구원들.이 기술은 DNA염기서열을 읽어내거나 최첨단 반도체를 개발하는 일에 활용될 수 있다.
 

KAIST 자기공명연구실에서 연구하는 분야는 MRI 현미경뿐이 아니다. 최근 학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자기공명력현미경(MRFM), 초거대자기저항(CMR), 양자전산(Quantum Computing) 등이 연구되고 있다.

자기공명력현미경은 주사형터널링현미경(STM)에 공명현상을 결합한 것이다. 주사형터널링현미경은 원자를 볼 수 있는 현미경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성능이 뛰어나지만, 분자를 구성하고 있는 원자들과 그 배치를 알 수 없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공명현상을 읽어낼 수 있는 기능을 덧붙임으로써 원자핵과 전자의 스핀상태 변화를 검출해낼 수 있는 현미경이 바로 자기공명력현미경이다. 현재 이 현미경은 전세계적으로 KAIST를 비롯해 3-4대밖에 없다. 이 분야의 연구 목표는 한개의 스핀을 검출하는 장치를 개발하는 것.

이를 응용하면 DNA의 염기서열을 읽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꿈의 반도체로 불리는 단전자 트랜지스터(single electron transister)를 개발하는데 큰 힘을 발휘한다. 또한 전자와 전공(hole)을 이용한 트랜지스터 단계를 뛰어넘어 스핀업 전자와 스핀다운 전자를 이용하는 트랜지스터의 개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자기저항이란 자기장이 걸리면 물체의 자기장이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요즘 PC의 하드디스크가 기가 단위로 올라선 것도 헤드에 유도형 코일을 사용하지 않고 자기저항물질을 사용한 덕이다. 그런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자기저항물질은 자기장이 걸렸을 때와 걸리지않을 때의 차이가 2-3%에 불과하다. 초거대자기저항은 저항의 차이가 99.999%에 이르는 것. 만약 초거대자기저항이 실용화된다면 반도체 메모리 시장에 일대 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양자전산은 포스트 디지털시대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불린다. 현재 컴퓨터에서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신호는 0과 1로 표현된다. 따라서 두개의 신호를 이용하다보니 정보 전달과 연산에서 그만큼 제약을 받는다. 그러나 양자전산에서는 불확정성, 중첩, 간섭, 얽힘 등의 양자역학적 특성을 이용해 0과 0, 0과 1, 1과 0, 1과 1 등의 신호는 물론, 그 이상의 정보를 전달하고 연산할 수 있다.

양자전산을 가장 먼저 주목하고 있는 곳은 정보보안 분야. 양자전산을 이용하면 이론적으로 도청이 불가능하며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암호체계가 모두 격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방, 금융 등 암호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으며, 미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인공위성과 우주선 사이의 정보전송에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KAIST 자기공명연구실은 이순칠 교수의 지도 아래 현재 6명이 박사과정을, 2명이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2000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홍대길 기자
  • 사진

    지재만 기자

🎓️ 진로 추천

  • 물리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화학·화학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