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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선 기술로 미이라를 영상화한다

고대 이집트의 여사제 「제니」의 재발견

영국에서 미이라의 두개골과 몸을 영상으로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성 토마스병원 연구팀이 미이라 영상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X선을 주사한 직후 컴퓨터 모니터상에 나타난 제니의 골격
 

최신의 X선주사기술을 이용해 지금부터 3천년 전에 고대 이집트에서 만들어진 한 미이라의 비밀을 밝혀냈다. 영국 런던소재 성토마스 병원의 연구진들이 미이라를 보호하고 있는 붕대 등을 벗기지 않은 채로 미이라의 두개골과 몸을 영상화하는데 성공한 것. 과거에는 미이라 속의 주인공이 어떻게 생겼는가를 알려면 미이라를 직접 감싸고 있는 붕대와 그 위에 입힌 관을 풀거나 파괴해야 했다.

성토마스병원의 연구진들은 대영박물관에 전시돼 있던 한 미이라를 잠시 병원으로 옮겨왔다. 그리고 X선주사장치에 집어넣고는 5차례 X선을 주사했다. 그 결과는 자기(磁氣)테이프에 기록돼 컴퓨터분석실로 전달됐다.

잠시 후 컴퓨터 모니터 위에 미이라의 3차원 영상이 나타났다.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영상처리 소프트웨어가 그 기능을 십분 발휘한 것이다. 병원관계자들에 따르면 미이라를 영상화하는 장치가 사실은 뇌종양환자의 정확한 종양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 처음으로 모니터 위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미이라의 주인공은 3천년 전에 고대 이집트에서 살았던 여사제였다. 그녀의 이름은 부르기가 상당히 어려운데(Tjentmutenebtiu) 흔히 제니(Jeni)라는 별칭으로 더 잘 통한다.

제니가 첫번째 실험대상으로 선택된 이유에 대해 이번 연구를 이끈 연구팀장인 의료 물리학자 스티븐 휴즈는 이렇게 말한다.

"제니의 연대측정 결과 고대 이집트의 21대왕조 시기로 판정됐다. 이때는 미이라 제작기술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였다. 실제로 제니는 아마포(linen)와 석고붕대(plaster)에 잘 싸인 채로 정교한 관에 의해 보호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크기가 성토마스병원의 CT스캐너에 잘 들어 맞았다."

연구진들이 밝힌 흥미로운 사실중 한가지는 제니의 치아가 매우 건강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인의 이를 분석해보면 그 수명이 짧고 잇몸까지 손상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제니는 예외였다. 3차원 영상은 또 그녀가 사랑니를 한개만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이는 제니의 사망시 나이가 19~23세였음을 증거하는데 그동안 대영박물관의 학자들은 제니의 연령이 24~40세일 것으로 추정해 왔다.

두개골의 영상자료도 여러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었다. 미이라를 만들때 뇌는 꺼내고 대신 그 자리에 아마포를 채워 넣는다는 것도 다시 확인됐다. 이때 아마포는 코를 통해 주입했던 것 같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미이라에 관한 어떤 기술도 남겨놓지 않았다. 그래서 학자들은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투스가 쓴 저술을 참조해 미이라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대영박물관의 이집트전문가인 제프리 스펜서박사는 "제니가 헤로도투스의 기록이 정확함을 입증하고 있다"고 밝힌다.

또 제니의 3차원 영상은 그녀가 몸에 간직한 일련의 부적들까지 보여준다. 제니의 가슴에는 매모양의 부적이 놓여 있었고 발 위에 있는 풍뎅이모양의 부적도 눈에 띄었다. 눈도 인공눈으로 대체돼 있었는데 인공눈의 소재는 오석(烏石)일 것으로 추정됐다. 그리고 복부의 왼쪽 옆구리에 구멍이 나 있었다. 아마도 이 구멍을 통해 간 위 폐 장 등 내부장기가 꺼내졌을 것이다.

대영박물관과 성토마스병원 연구진들은 앞으로 더 많은 미이라를 X선으로 검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이라 제작기술의 변천사도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3차원 영상으로 나타난 제니의 두개골
 

1993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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