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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먹고 벌레는 못 먹는' 배추 만든다

얼마 전 한국소비자보호원은 풀무원에서 제조한 두부에서 유전자변형 콩이 사용됐다는 증거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풀무원은 즉각 순 국산 콩만 사용해서 만든 두부에서 유전자변형 증거가 나온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검사를 믿을 수 없고, 이미지 실추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맞섰다.


권무식 교수(앞줄 오른쪽)와 우리나라 유전공학의 미래를 이끌 성균관대 유전공학연구실의 젊은 연구원들.


우리나라에서는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거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현재 미국에서 수입되고 있는 콩의 절반 이상이 유전자변형 콩일 정도로 이미 세계적으로 수많은 유전자변형 농산물이 생산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이것들은 과학적으로 가능한 많은 독성시험을 거쳐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결과를 얻은 것들이다.

병충해 없는 작물 생산

유전자변형 농산물은 병충해방지를 위해 개발되는 경우가 많다. 해마다 엄청난 양의 제초제나 살충제가 농작물에 뿌려지고 이것이 인체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때문에 건강상의 측면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길이 모색돼왔다. 여기에 길을 열어준 것이 바로 유전공학이었다. 병충해에 강한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농작물에 넣거나, 해충이 작물을 먹었을 때 해충의 체내에서 독성성분을 낼 수 있는 유전자를 작물에 넣어주는 획기적인 길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인체에는 전혀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실제로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만들기는 대단히 어렵다. 수많은 인력과 비용이 투자되고도 성과 없이 끝나는 일이 많다. 또 원하는 유전자를 작물에 넣었다 할지라도 이것이 식물의 체내에서 활성화돼 병충해를 막는 특정 단백질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론적으로는 될 듯하지만 실제 식물체내에서 활성화되지 않는 유전자가 허다하다. 때문에 거대 자본의 종자회사와 곡물회사를 거느린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이러한 연구를 독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온실에서 유전자변형 담배의 생장상태를 살피는 연구원들.


잎사귀 먹은 애벌레 죽어

그렇다면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성균관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유전공학 연구실의 권무식 교수와 연구원들이 미국을 따라잡겠다고 나섰다. 권무식 교수는, 오랜 기간 동안 미국에서의 연구생활을 통해, 미국에서 하는 것과 똑같은 것을 해서는 그들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가 찾아낸 길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우리 식의 연구주제와 방법들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바로 한국식 유전공학을 모색하던 권 교수의 눈에 가장 먼저 띈 작물이 배추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는 한국식 유전공학에 가장 적격이었던 것이다.

소리 없이 잎을 갉아먹고 순식간에 모든 배추밭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배추흰나방과 애벌레는 농부들의 수심거리다. 권 교수는 배추흰나방의 애벌레가 먹으면 체내에서 독성을 일으켜 애벌레를 죽이는 특정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배추에 주입하기로 했다. 비티톡신이라는 단백질은 애벌레의 장에 들어가 장 내에서 독성을 일으킨다. 그러나 사람의 몸에서는 이 단백질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아 전혀 해롭지 않다.

그런데 비티톡신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는 토양박테리아가 가지고 있다. 결국 이 토양박테리아의 비티톡신 생산유전자를 빼내서 배추의 유전자에 넣어주면 이 배추는 비티톡신 생산유전자를 가진 유전자 변형 배추가 되는 것이다. 이 배추를 배추흰나방의 애벌레가 먹으면 애벌레는 유전자가 생산한 독성 단백질인 비티톡신에 중독돼 죽어버린다. 사람은 먹고 벌레는 못 먹는 이상적인 배추가 탄생되는 것이다. 수확량 증가와 소득향상으로 농부들의 주름살이 펴지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많은 작물 중에서 특히 유체과는 다른 유전자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배추가 바로 유체과의 작물이다. 그만큼 유전자변형 배추를 만드는 권 교수의 목표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권 교수와 연구원들은 비티톡신 유전자를 담배에 넣는데 성공하고 단백질의 활성을 확인했다. 잎을 먹은 애벌레들이 모두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배추에 직접 적용하고 이를 실제 재배에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자만하기는 이릅니다." 실험실에서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밭에 재배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변수들로 수포로 돌아가는 일을 걱정하는 권 교수의 말이다. 현재 연구실에는 박사과정 8명과 석사과정 6명이 권 교수와 일체가 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식 유전공학을 보여주겠다는 권 교수의 다짐과 온실과 배양실을 바삐 오가는 진지한 연구원들을 본다면 누구나 우리나라 유전공학의 미래가 밝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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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지재만 기자
  • 전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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