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세계 각국 학생들의 과학 학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여기에는 우리나라는 포함하여 40여개국이 공동으로 참가했다. 아직 전체적인 결과보고서는 발간이 안된 상태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측정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다. 한국 학생의 과학실력이 40여개국중 거의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어 우리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와 인접해 있으면서 역사적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은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유교적 전통이나 문화적 배경이 우리와 비교적 유사한데도 불구하고 일본학생의 과학성취도는 40여개국중 거의 톱을 차지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국정지표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달정도는 그 나라의 국력과 경제적 지위를 나타내는 척도가 된다. 그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초·중·고등학교의 과학교육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초·중·고의 과학교육 진흥을 위하여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 이후 경제적 사회적으로 급속한 성장을 계속, 이제는 이른바 고도 산업사회에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 각국의 선망의 대상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단시일에 여기까지 이르게 된 요인에는 우리 국민의 근면성, 높은 교육열, 정책입안자의 노력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발전이 산업경제발전의 커다란 원동력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과학기술발전의 토대인 초·중·고 과학교육의 수준향상을 위하여 정부에서도 국정지표와 문교지표의 하나로 과학교육진흥을 포함시켜 특히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 학생의 과학성취도 수준이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측정결과는 한국과학교육의 여러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문제점 발견의 차원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과학성취도, 교육여건 배경 등을 비교하는 작업은 유효한 것이다.
그래서 한국 미국 일본등 세계 40여개국은 과학학력의 국제비교를 통하여 자기나라 학생들의 과학성취도 수준을 파악하고자 시도했다. 또 학력을 좌우하는 요인들을 비교분석, 과학학력을 증진시키는데 활용하기 위하여 '국제 교육성취도 평가연구회'(약칭 IEA)를 결성하였다. 아울어 제2차 과학성취도검사(약칭 SISS)를 실시하였다 (제1차 검사에는 한국은 불참).
IEA에서는 각국의 교육과정을 고려하여 공통평가문항을 작성하였다. IEA회원국은 이 동일한 문항으로 평가를 실시함으로써 국가간의 학력비교와 과학교육 여건의 비교를 가능하게 할 수 있었다. 여기에 인용한 통계자료는 모두 한국과 일본정부가 각각 발표한 평가결과보고서에 근거한 것이다.
●―고등학생의 실력차는 12%
우선 SISS과학학력검사의 득점결과부터 비교하여 보자. 초·중·고별로 우리나라 학생이 득점한 점수는 1백점 만점으로 환산하였을 때 각각 평균 65점, 57.3점, 41.8점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의 초·중·고학생의 득점은 64.3점, 67.3점, 53.8점으로 나타났다.
점수차를 비교하여 보면 국민학교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0.7점 차이로서 거의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중학교 수준에서는 일본이 한국보다 무려 10점이나 더 높고 고등학교에서도 일본이 12점 더 높게 득점하였다.
나타난 점수대로 얘기한다면 국민학교때까지는 한국과 일본학생의 과학실력은 비슷하다. 그런데 중학교에 올라가면 일본학생이 10%정도 더 실력이 있고 고등학교에서는 실력차가 12%로 더 심화되고 있다.
과학과목은 다시 물리 화학 생물 지학의 과목으로 나눌 수 있으므로 각 과목별로 성적을 비교하여 보자. 한국의 고등학교 학생들은 물리 40점, 화학 29점, 생물 41점, 지학 58점을 받았다. 반면 일본은 물리 56점, 화학 52점, 생물 46점, 지학 61점을 받았다.
특히 물리 화학의 점수가 일본에 비해 현저히 저조하게 나타난 것이다 (물리 16점, 화학 23점, 생물 5점, 지학 3점이 낮음). 물리 화학은 과학과목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이고 전이효과가 큰 중요과목임을 고려할 때 우려할만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교육학자인 불룸(Bloom)은 학력평가 내용을 지식 이해 적용영역으로 구분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현재 모든 나라가 그 구분에 대체로 따르고 있는데 여기서도 블룸의 구분을 따라보자. 한국학생의 지식영역 점수는 국민학교 61.7점, 중학교 60점, 고등학교 60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 비하여 국민학교에서는 9.1점이 더 높고 중학교에서는 4점이 더 높으나 고등학교에서는 7점이 낮게 나타난 것이다.
반면 이해영역에서는 한국보다 일본이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초·중·고별로 4점, 15.6점, 18.6점이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적용영역에서도 일본이 국민학교 2점, 중학교 11점, 고등학교 12점 정도 더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학생이 지식에서는 뛰어나나(그것도 중학교 때까지만) 이해력 적용력은 일본학생에 비하여 상당히 뒤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한국의 과학교육이 지식의 암기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해능력이나 적용능력을 키우는데 소홀히 하였거나 실패한 결과로 보인다. 더욱이 상급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이러한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어 과학교육에 큰 헛점이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과학적 사고력도 떨어져
그렇다면 왜 이러한 학력격차가 나타나는가?
학자들은 과학하는 기본능력으로 과학적 사고력과 과학탐구능력을 들고 있다. 대체로 과학적 사고력을 평가하는데는 보존논리 비례 조합 확률 상관 변인통제 논리 등 6가지를 활용한다. 과학탐구능력은 가설설정능력 변인조절능력 조작적정의능력 자료해석능력 실험설계능력 등 5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중학생의 과학적 사고력과 과학탐구능력을 조사 비교한 연구가 있다. 이 연구결과에 의하면 과학적 사고력에 대한 득점비율이 한국은 42% 일본은 50%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중학생의 과학적 사고력이 일본 중학생에 비해 약 8% 정도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과학적 탐구능력은 한국이 56.4%를 득점하고 있으나 일본은 60.9%로 한국보다 일본이 약 4.5% 더 높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과학적사고력에서 보존논리는 약 10%, 비례논리 11%, 변인통제논리 15%, 확률논리4%, 조합논리 9% 정도 한국 학생이 일본 학생에 비해 낮다. 또한 가설설정능력은 2%, 변인조절능력 5%, 조작적정의 능력 8%, 실험설계능력 5%, 자료해석능력은 4% 정도 일본 학생이 더 높다.
왜 이렇게 한국 학생의 과학적 사고력이나 과학탐구능력이 일본에 비해 낮을까? 그 이유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앞으로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1차적으로는 학교의 과학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IEA의 평가결과도 그리 다를 바 없다. 한국이 일본에 비해 중학교에서 10점이 낮게 평가된 것이다. 이렇게 우리 학생들의 과학학력이 낮은 것은 바로 과학적사고력과 과학탐구능력이 저조함과 상관이 있다. 또 한국의 과학교육에 커다란 문제점이 있다는 생각을 뒷받침한다.
과학학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사회·문화적 배경 등 여러 요소를 들 수 있다. 이들이 복잡하게 얽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비교적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몇가지 요소만을 선택, 비교하여 보고자 한다.
●―과학에 대한 호감은 더 커
우선 한국과 일본의 학생은 각기 과학에 대하여 어떠한 태도와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까?
사실 학생은 과학교육의 대상자들이다. 따라서 과학교육에 학생들이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보다는 현재 학생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 태도 등을 비교, 그 영향을 역(逆)으로 추적할 수 있다.
학생의 과학에 대한 태도는 주로 질문지법을 이용하여 조사한다. IEA에서 개발·사용한 태도척도는 '과학의 중요성, 학교에 대한 긍정감, 과학에 대한 흥미, 과학적 태도의 수용성, 장래 직업으로서의 과학에 대한 관심' 등 5개 척도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과 일본의 과학에 대한 태도검사 결과는 한국학생이 일본학생에 비해 상당히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과학의 중요성에 대하여는 한국학생이 10~14%가 더 중요하다고 대답하고 있다. 과학에 대한 흥미도 일본학생보다 4~6% 더 높다. 학교에 대한 긍정감도 약 6~12% 더 높으며 직업으로서 과학에 대한 관심도 일본보다 10~12% 더 높은 것이다. 과학적 태도의 수용성에서는 우리 학생들이 무려 20~25%나 더 높게 받아들이고 있다. 즉 과학에 대해 한국학생은 일본학생에 비해 호감과 관심을 더 많이 갖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학생의 과학학습에 대한 설문결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의 경우 과학과목에 대한 선호도는 상급학년에 올라갈수록 점점 하락하고 있다 (국→중→고:2.2→1.9→1.6). 그러나 일본은 오히려 상승하는 편이다 (국→중→고:2.3→2.1→2.5).
즉 한국학생은 '과학' 자체를 좋아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그러나 '과학과목'은 상급학교에 갈수록 점점 더 싫어하는 묘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원인은 한국의 잘못된 과학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과학교육이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에게,과학을 싫어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또 일주일간 학생들이 집에서 과학과제물을 해결하는데 보내는 시간도 차이가 있었다. 한국학생이 1~1.5시간 정도인 반면 일본학생은 4~8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학생은 과학공부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시청각자료의 활용도 크게 떨어져
IEA설문결과를 보면 과학교사의 경력 연령 학력 성별비율 등에 있어서 한국과 일본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전체 수업중 실험실에서 하는 수업의 비율은 한국이 25~36%인 반면 일본은 50~56%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적 사고력과 탐구능력은 추상적인 암기식 교육에서는 얻어질 수 없다. 이 두 능력은 구체적인 활동 즉 실험실습에 의하여 효과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실험실 수업비율이 일본에 비해 현저히 낮은 현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실험실습의 비율을 높이기 위하여는 무엇보다도 실험실 여건과 환경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학급당 학생수는 서울시내가 56~60명인데 비해 도쿄 도내 학급당 인원수는 37명이다. 60여명의 과밀학급은 실험실습의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인원이다.
실험실 수도 크게 차이난다. 한국이 1개교당 1.3~2.4교실이나 일본은 1.2~5개 교실이다. 실험실 활용빈도도 일본에 비하여 크게 낮다. 실험 조교수도 한국은 학교당 0.2명인데 일본은 1.33명으로 나타나 있다. 전체 교사중 과학교사의 비율도 한국이 11.3%~13%인데 일본은 13~15%이다.
이러한 과학교육의 여건들을 비교하여 볼 때 양국의 과학학력의 차이, 과학적사고력 과학탐구능력의 차이가 생기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같은 여건이 개선되었다고 해서 과학학력 등이 곧 상승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과학교사의 1주당 수업시간 수도 일본에 비해 많다. 수업시간 수가 많다보니 수업도 강의식 주입식 수업이 되기가 쉽다. 그래서 슬라이드 영화 TV 등 시청각자료의 활용비율도 많은 차이가 난다. 한국의 교사는 시청각자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있으나 일본의 교사는 가끔~자주 사용하고 있다고 답하고 있다.
●―사지선다형출제도 과학실력을 낮추는데…
학습활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학습평가방법을 빼놓을 수 없다. 학습평가는 학습결과의 성취도를 측정하는 단계이나 실제로는 평가방법 자체가 학습의 내용이나 질과 수준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그런데 학습평가방법으로 한국은 지금까지 주로 객관식 사지선다형의 평가에 의존하여 왔다. 주관식 평가나 논문식 평가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것. 그러나 일본은 주관식 논문식 평가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입 대입의 학력고사가 모두 객관식 위주로(내년에는 주관식을 50% 출제하겠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출제된다. 내용도 평이한 수준이며 주관식 논문식 평가를 애써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의 학습방법과 학습태도도 이에 맞추어 진행되고 있다. 즉 이론적 추리력, 종합적 이해력이 요구되는 심화된 문제에 대한 열정은 없고 단순한 지식이나 암기위주로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결과 한국의 학생이 일본학생에 비해 지식은 약간 앞서 있으나 이해력 적용력이 크게 떨어지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일본의 대학입시제도를 보면 여러 단계의 시험을 거쳐야만 비로소 합격의 문이 열림을 알 수 있다. 한국의 학력고사와 같은 성격의 공통 제1차 학력시험을 우선 치르게 된다. 이어 각 대학이 독자적으로 제2차 시험을 치른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 실기검사 논문시험 등을 부과하고 있다. 요컨대 학과에 대한 깊이있는 지식과 이해력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의 한 대학에서 입학생의 학력고사 성적과 입학 후의 대학성적 사이에 아무런 상관관계를 발견하지 못하였다는 조사보고를 한 일이 있다. 이것은 한국의 학력고사가 학생의 실제 종합적 능력을 측정하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좋은 증거가 된다.
한국은 지금 고도 산업사회로의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따라서 첨단과학기술의 개발과 발전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런데 초·중·고등학교 학생의 과학학력이 세계 최하위에 머물고 있음은 심히 우려할만한 일이다. 앞으로 과학교육 여건의 개선이 근본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같은 성적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한일간의 과학학력차는 더욱 벌어질지도 모른다.
반면에 우리나라와 인접해 있으면서 역사적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은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유교적 전통이나 문화적 배경이 우리와 비교적 유사한데도 불구하고 일본학생의 과학성취도는 40여개국중 거의 톱을 차지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국정지표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달정도는 그 나라의 국력과 경제적 지위를 나타내는 척도가 된다. 그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초·중·고등학교의 과학교육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초·중·고의 과학교육 진흥을 위하여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 이후 경제적 사회적으로 급속한 성장을 계속, 이제는 이른바 고도 산업사회에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 각국의 선망의 대상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단시일에 여기까지 이르게 된 요인에는 우리 국민의 근면성, 높은 교육열, 정책입안자의 노력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발전이 산업경제발전의 커다란 원동력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과학기술발전의 토대인 초·중·고 과학교육의 수준향상을 위하여 정부에서도 국정지표와 문교지표의 하나로 과학교육진흥을 포함시켜 특히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 학생의 과학성취도 수준이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측정결과는 한국과학교육의 여러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문제점 발견의 차원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과학성취도, 교육여건 배경 등을 비교하는 작업은 유효한 것이다.
그래서 한국 미국 일본등 세계 40여개국은 과학학력의 국제비교를 통하여 자기나라 학생들의 과학성취도 수준을 파악하고자 시도했다. 또 학력을 좌우하는 요인들을 비교분석, 과학학력을 증진시키는데 활용하기 위하여 '국제 교육성취도 평가연구회'(약칭 IEA)를 결성하였다. 아울어 제2차 과학성취도검사(약칭 SISS)를 실시하였다 (제1차 검사에는 한국은 불참).
IEA에서는 각국의 교육과정을 고려하여 공통평가문항을 작성하였다. IEA회원국은 이 동일한 문항으로 평가를 실시함으로써 국가간의 학력비교와 과학교육 여건의 비교를 가능하게 할 수 있었다. 여기에 인용한 통계자료는 모두 한국과 일본정부가 각각 발표한 평가결과보고서에 근거한 것이다.
●―고등학생의 실력차는 12%
우선 SISS과학학력검사의 득점결과부터 비교하여 보자. 초·중·고별로 우리나라 학생이 득점한 점수는 1백점 만점으로 환산하였을 때 각각 평균 65점, 57.3점, 41.8점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의 초·중·고학생의 득점은 64.3점, 67.3점, 53.8점으로 나타났다.
점수차를 비교하여 보면 국민학교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0.7점 차이로서 거의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중학교 수준에서는 일본이 한국보다 무려 10점이나 더 높고 고등학교에서도 일본이 12점 더 높게 득점하였다.
나타난 점수대로 얘기한다면 국민학교때까지는 한국과 일본학생의 과학실력은 비슷하다. 그런데 중학교에 올라가면 일본학생이 10%정도 더 실력이 있고 고등학교에서는 실력차가 12%로 더 심화되고 있다.
과학과목은 다시 물리 화학 생물 지학의 과목으로 나눌 수 있으므로 각 과목별로 성적을 비교하여 보자. 한국의 고등학교 학생들은 물리 40점, 화학 29점, 생물 41점, 지학 58점을 받았다. 반면 일본은 물리 56점, 화학 52점, 생물 46점, 지학 61점을 받았다.
특히 물리 화학의 점수가 일본에 비해 현저히 저조하게 나타난 것이다 (물리 16점, 화학 23점, 생물 5점, 지학 3점이 낮음). 물리 화학은 과학과목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이고 전이효과가 큰 중요과목임을 고려할 때 우려할만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교육학자인 불룸(Bloom)은 학력평가 내용을 지식 이해 적용영역으로 구분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현재 모든 나라가 그 구분에 대체로 따르고 있는데 여기서도 블룸의 구분을 따라보자. 한국학생의 지식영역 점수는 국민학교 61.7점, 중학교 60점, 고등학교 60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 비하여 국민학교에서는 9.1점이 더 높고 중학교에서는 4점이 더 높으나 고등학교에서는 7점이 낮게 나타난 것이다.
반면 이해영역에서는 한국보다 일본이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초·중·고별로 4점, 15.6점, 18.6점이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적용영역에서도 일본이 국민학교 2점, 중학교 11점, 고등학교 12점 정도 더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학생이 지식에서는 뛰어나나(그것도 중학교 때까지만) 이해력 적용력은 일본학생에 비하여 상당히 뒤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한국의 과학교육이 지식의 암기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해능력이나 적용능력을 키우는데 소홀히 하였거나 실패한 결과로 보인다. 더욱이 상급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이러한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어 과학교육에 큰 헛점이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과학적 사고력도 떨어져
그렇다면 왜 이러한 학력격차가 나타나는가?
학자들은 과학하는 기본능력으로 과학적 사고력과 과학탐구능력을 들고 있다. 대체로 과학적 사고력을 평가하는데는 보존논리 비례 조합 확률 상관 변인통제 논리 등 6가지를 활용한다. 과학탐구능력은 가설설정능력 변인조절능력 조작적정의능력 자료해석능력 실험설계능력 등 5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중학생의 과학적 사고력과 과학탐구능력을 조사 비교한 연구가 있다. 이 연구결과에 의하면 과학적 사고력에 대한 득점비율이 한국은 42% 일본은 50%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중학생의 과학적 사고력이 일본 중학생에 비해 약 8% 정도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과학적 탐구능력은 한국이 56.4%를 득점하고 있으나 일본은 60.9%로 한국보다 일본이 약 4.5% 더 높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과학적사고력에서 보존논리는 약 10%, 비례논리 11%, 변인통제논리 15%, 확률논리4%, 조합논리 9% 정도 한국 학생이 일본 학생에 비해 낮다. 또한 가설설정능력은 2%, 변인조절능력 5%, 조작적정의 능력 8%, 실험설계능력 5%, 자료해석능력은 4% 정도 일본 학생이 더 높다.
왜 이렇게 한국 학생의 과학적 사고력이나 과학탐구능력이 일본에 비해 낮을까? 그 이유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앞으로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1차적으로는 학교의 과학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IEA의 평가결과도 그리 다를 바 없다. 한국이 일본에 비해 중학교에서 10점이 낮게 평가된 것이다. 이렇게 우리 학생들의 과학학력이 낮은 것은 바로 과학적사고력과 과학탐구능력이 저조함과 상관이 있다. 또 한국의 과학교육에 커다란 문제점이 있다는 생각을 뒷받침한다.
과학학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사회·문화적 배경 등 여러 요소를 들 수 있다. 이들이 복잡하게 얽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비교적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몇가지 요소만을 선택, 비교하여 보고자 한다.
●―과학에 대한 호감은 더 커
우선 한국과 일본의 학생은 각기 과학에 대하여 어떠한 태도와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까?
사실 학생은 과학교육의 대상자들이다. 따라서 과학교육에 학생들이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보다는 현재 학생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 태도 등을 비교, 그 영향을 역(逆)으로 추적할 수 있다.
학생의 과학에 대한 태도는 주로 질문지법을 이용하여 조사한다. IEA에서 개발·사용한 태도척도는 '과학의 중요성, 학교에 대한 긍정감, 과학에 대한 흥미, 과학적 태도의 수용성, 장래 직업으로서의 과학에 대한 관심' 등 5개 척도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과 일본의 과학에 대한 태도검사 결과는 한국학생이 일본학생에 비해 상당히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과학의 중요성에 대하여는 한국학생이 10~14%가 더 중요하다고 대답하고 있다. 과학에 대한 흥미도 일본학생보다 4~6% 더 높다. 학교에 대한 긍정감도 약 6~12% 더 높으며 직업으로서 과학에 대한 관심도 일본보다 10~12% 더 높은 것이다. 과학적 태도의 수용성에서는 우리 학생들이 무려 20~25%나 더 높게 받아들이고 있다. 즉 과학에 대해 한국학생은 일본학생에 비해 호감과 관심을 더 많이 갖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학생의 과학학습에 대한 설문결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의 경우 과학과목에 대한 선호도는 상급학년에 올라갈수록 점점 하락하고 있다 (국→중→고:2.2→1.9→1.6). 그러나 일본은 오히려 상승하는 편이다 (국→중→고:2.3→2.1→2.5).
즉 한국학생은 '과학' 자체를 좋아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그러나 '과학과목'은 상급학교에 갈수록 점점 더 싫어하는 묘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원인은 한국의 잘못된 과학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과학교육이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에게,과학을 싫어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또 일주일간 학생들이 집에서 과학과제물을 해결하는데 보내는 시간도 차이가 있었다. 한국학생이 1~1.5시간 정도인 반면 일본학생은 4~8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학생은 과학공부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시청각자료의 활용도 크게 떨어져
IEA설문결과를 보면 과학교사의 경력 연령 학력 성별비율 등에 있어서 한국과 일본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전체 수업중 실험실에서 하는 수업의 비율은 한국이 25~36%인 반면 일본은 50~56%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적 사고력과 탐구능력은 추상적인 암기식 교육에서는 얻어질 수 없다. 이 두 능력은 구체적인 활동 즉 실험실습에 의하여 효과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실험실 수업비율이 일본에 비해 현저히 낮은 현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실험실습의 비율을 높이기 위하여는 무엇보다도 실험실 여건과 환경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학급당 학생수는 서울시내가 56~60명인데 비해 도쿄 도내 학급당 인원수는 37명이다. 60여명의 과밀학급은 실험실습의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인원이다.
실험실 수도 크게 차이난다. 한국이 1개교당 1.3~2.4교실이나 일본은 1.2~5개 교실이다. 실험실 활용빈도도 일본에 비하여 크게 낮다. 실험 조교수도 한국은 학교당 0.2명인데 일본은 1.33명으로 나타나 있다. 전체 교사중 과학교사의 비율도 한국이 11.3%~13%인데 일본은 13~15%이다.
이러한 과학교육의 여건들을 비교하여 볼 때 양국의 과학학력의 차이, 과학적사고력 과학탐구능력의 차이가 생기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같은 여건이 개선되었다고 해서 과학학력 등이 곧 상승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과학교사의 1주당 수업시간 수도 일본에 비해 많다. 수업시간 수가 많다보니 수업도 강의식 주입식 수업이 되기가 쉽다. 그래서 슬라이드 영화 TV 등 시청각자료의 활용비율도 많은 차이가 난다. 한국의 교사는 시청각자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있으나 일본의 교사는 가끔~자주 사용하고 있다고 답하고 있다.
●―사지선다형출제도 과학실력을 낮추는데…
학습활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학습평가방법을 빼놓을 수 없다. 학습평가는 학습결과의 성취도를 측정하는 단계이나 실제로는 평가방법 자체가 학습의 내용이나 질과 수준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그런데 학습평가방법으로 한국은 지금까지 주로 객관식 사지선다형의 평가에 의존하여 왔다. 주관식 평가나 논문식 평가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것. 그러나 일본은 주관식 논문식 평가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입 대입의 학력고사가 모두 객관식 위주로(내년에는 주관식을 50% 출제하겠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출제된다. 내용도 평이한 수준이며 주관식 논문식 평가를 애써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의 학습방법과 학습태도도 이에 맞추어 진행되고 있다. 즉 이론적 추리력, 종합적 이해력이 요구되는 심화된 문제에 대한 열정은 없고 단순한 지식이나 암기위주로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결과 한국의 학생이 일본학생에 비해 지식은 약간 앞서 있으나 이해력 적용력이 크게 떨어지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일본의 대학입시제도를 보면 여러 단계의 시험을 거쳐야만 비로소 합격의 문이 열림을 알 수 있다. 한국의 학력고사와 같은 성격의 공통 제1차 학력시험을 우선 치르게 된다. 이어 각 대학이 독자적으로 제2차 시험을 치른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 실기검사 논문시험 등을 부과하고 있다. 요컨대 학과에 대한 깊이있는 지식과 이해력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의 한 대학에서 입학생의 학력고사 성적과 입학 후의 대학성적 사이에 아무런 상관관계를 발견하지 못하였다는 조사보고를 한 일이 있다. 이것은 한국의 학력고사가 학생의 실제 종합적 능력을 측정하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좋은 증거가 된다.
한국은 지금 고도 산업사회로의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따라서 첨단과학기술의 개발과 발전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런데 초·중·고등학교 학생의 과학학력이 세계 최하위에 머물고 있음은 심히 우려할만한 일이다. 앞으로 과학교육 여건의 개선이 근본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같은 성적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한일간의 과학학력차는 더욱 벌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