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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죽음의 광선’처럼 잘못 알려진 방사선이 생명을 소생시키는 병원에서 많이 쓰이고 있음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현상이다. 핵의학회에 따르면 1997년 30만건의 갑상선 진단을 포함해 2백여만명의 환자가 방사성동위원소 진단과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이를 위해 국내 1백10개 종합의료기관이 사용한 방사성동위원소의 양은 31만퀴리(1초에 한 개의 원자핵이 붕괴되는 것을 1베크렐이라고 하며, 1퀴리는 3백70억베크렐에 해당함). 이중 94퀴리는 국내에서 생산한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수입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원자력연구소의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에서 생산한다.


방사선치료를 하는 모습


그런데 병원에서는 대체 어떤 분야에서 방사선을 사용할까. 가장 많이 알려진 분야는 암치료. 암은 세포이상으로 무한정 세포분열을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까지 암세포를 죽이는데는 방사선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방사성동위원소로 비싼 라듐을 사용했으나 지금은 값싼 코발트60 등을 사용한다. 또 최근에는 중성자가 암세포를 파괴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의료용 사이클로트론으로 에너지가 높은 중성자선을 만들어 암세포에 쏘이기도 한다. 중성자는 일반 원소를 방사성동위원소로 만드는 성질이 있어 매우 위험한 방사선이다. 그런데 이를 암치료에 사용하는 것은 그만큼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방사성동위원소 중에는 신체의 특정한 부위에 잘 모이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해조류 속에 많이 들어 있는 요오드는 목 부위에 있는 갑상선에 잘 모인다. 이 성질을 이용하면 갑상선질환환자를 치료하는데 효과적이다. 방사성 요오드를 갑상선질환 환자에게 투여하면, 방사성 요오드가 갑상선으로 달려가 그곳에만 집중적으로 방사선(베타선)을 쪼여준다. 이 현상을 응용하면 갑상선에 이상이 생겼는지도 알아볼 수 있다.

특수한 붕소화합물은 뇌종양 부분에 잘 모인다. 따라서 이 물질을 투여한 다음 뇌종양 부분에 중성자선을 쪼이면, 그곳에 미리 모여 있던 붕소가 방사성물질로 변해 알파선을 낸다. 결국 이 알파선은 주변의 정상세포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뇌종양만 없애준다. 마치 방사성동위원소가 미사일처럼 암세포를 찾아가 폭파하는 듯하다.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라 할지라도 정상세포에 쪼이면 좋을 리는 없다. 그래서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들은 주로 반감기가 짧고, 몸밖으로 빨리 배출되는 것을 사용한다. 간질환에 사용하는 테크네튬(Tc)-99는 반감기가 6시간이고, 종창이나 염증에 사용하는 갈륨-67은 78시간, 갑상선질환에 사용하는 요오드-123은 13시간이다.

한편 방사선을 이용하면 몸의 이상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것이 X선 촬영. 뼈가 부러졌을 때 찍어보는 것이 이것이다. X선의 투과율이 어떤 물질이냐, 밀도가 얼마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이용하면 훨씬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X선 단층촬영법(CT)은 이런 성질을 이용해 컴퓨터로 몸 내부를 그린다.


MRI를 이용해 뇌졸중을 진단하는 모습


이밖에도 테크네튬-99를 이용해 몸의 특정 부위의 상태를 살펴보는 신틸레이션(섬광) 진단장치, 감마선이나 양전자의 소멸방사선을 이용하는 단일광자방출 컴퓨터단층촬영장치(SPECT), 양전자의 방출을 이용하는 단층촬영기(PET), 핵자기공명현상(원자핵 내부에서 나타내는 자기적인 현상)을 응용한 MRI, 고에너지입자의 투과를 이용하는 양성자빔 단층촬영장치 등 방사선을 이용하는 진단장치는 매우 많다.

한편 몸의 이상 여부를 진단하기 위해 반드시 방사선을 사람의 몸에 쪼이는 것만은 아니다. 방사화분석이란 것이 있다. 물질에 중성자를 쪼여 그 속의 미량원소를 방사성원소로 변화시키고, 그 방사선의 세기와 에너지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환자의 혈액이나 배설물을 채취해 그것을 방사화분석을 이용해 분석하면 그 환자에게 직접 방사선을 쬐지 않고도 다양한 임상검사를 할 수 있다. 방사화분석은 나폴레옹의 모발을 분석해 그 속에 들어있는 비소를 발견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나폴레옹이 독살된 것은 아닌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원자력연구소와 한국자원연구소에서 방사화분석을 통해 다양한 과학실험을 하고 있다.

또 방사선을 암치료나 암진단처럼 대단한 중병에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역시 오해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1회용 주사기, 주사바늘, 수술용기구, 봉합실 등 간단한 의료용품들은 거의 모두 방사선을 쪼여 멸균한 것이다. 현재 의료용품 중 방사선으로 멸균처리를 한 것은 40여종, 연간 약 1천2백t에 이른다. 비율로 보면 20% 가량 된다. 이처럼 방사선 멸균의 비율이 높아지는 까닭은 가스멸균이나 약품멸균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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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한국원자력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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