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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바라보는 바다는 정약전의 바다와는 다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자산어보 편찬 200주년을 기념해 2012년 여름과 가을, 그리고 2013년 겨울과 봄 전남 신안 흑산도 주변 해역에서 출현하는 해양생물을 분석한 책 ‘21세기 자산어보’를 2014년 발간했다. 


연구에 참여한 ‘21세기 정약전’들은 현대 과학기술을 활용해 흑산도 주변 해역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미국해양대기청(NOAA)의 해양관측위성과 현장 조사 자료를 이용해 한반도 근해 해양 환경을 알아내고 현미경으로 흑산도 해역의 플랑크톤 종을 분류했다. 정약전이 살펴볼 수 없었던 바닷속 깊은 곳의 해양생물도 수중촬영과 저층 트롤어구 조사로 세상에 드러났다. 정약전이 그랬던 것처럼 흑산도 어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발견한 해양생물들을 자산어보에 수록된 생물상과 비교한 결과, 자산어보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26종의 어류를 발견했다. 이 가운데 당멸치, 일지말락쏠치, 샛돔, 독가시치를 비롯한 16종은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 서식하던 어류였다. 연구팀은 이들 어류가 흑산도 주변 해역에서 새롭게 출현한 이유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한반도 주변 해역 해양생태계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해양환경공단(KOEM) 등 공동연구팀은 지난해 10월 ‘해양과학 및 공학 저널’ 특별호에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사이에 소라(Turbo sazae)의 서식지 북방 한계가 남해안에서 동해안 울진 부근까지 최대 342km 북상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관측된 여름철 수온 22℃ 등온선과 겨울철 수온 12℃ 등온선의 위치가 점차 고위도로 옮겨갔다며, 고위도의 해역이 점차 따뜻해지자 소라 서식 분포도 함께 변했다고 설명했다. doi: 10.3390/jmse8100782


비슷한 경향이 밥상 위 단골손님인 고등어와 명태 등의 어획량 변화에도 드러난다. 통계청이 2018년 발표한 ‘기후(수온)변화에 따른 주요 어종 어획량 변화’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연근해 해역에서 고등어류, 멸치, 살오징어 등 난류성 어종의 어획량이 증가하고, 명태, 꽁치, 도루묵 등 한류성 어종은 감소했다. 한반도 해역의 표층 수온은 50년(1968~2017년)간 약 1.1℃ 상승했다.

 


기후변화 외에도 다양한 인간 활동이 바다의 모습을 바꿨다. 윤석현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연구사는 “명태의 경우 서식지의 남방 한계선이 한반도에 걸쳐있기 때문에 개체군의 분포 위치에 따라 어획량이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며 “남획 등 다양한 요인이 어획량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명했다. 윤 연구사는 “아열대성 어류들이 최근 한반도 해역에서 발견되는 사례 역시 기후변화 외에 우연한 개체 유입 등 다양한 원인이 있기에 총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식도 밥상 위 물고기의 판도를 바꾸는 요인 중 하나다. 2024년에는 강원도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연어 양식 단지를 지어 대서양 연어를 양식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국립수산과학원은 대문어 알을 부화시킨 뒤 99일까지 길러내는 데 성공했다. 또 높은 수온에서도 잘 자라는 김 품종을 개발해 시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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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소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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