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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상 버라이어티쇼

UFO구름, 토네이도, 번개, 무지개

지구는 커다란 무대와 같다. 무대의 주인공은 물방울. 물방울은 어느날 UFO 구름의 모습을 띠고, 어느날은 태풍을 만들다가 토네이도로 돌변하고 번개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미소를 띠며 무지개를 만들어 보인다.


늘상 보는 구름도 대기의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변모한다.


만일 대기중에 수분이 없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여러 가지 상상이 가능하겠지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하나는 구름을 보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푸른 하늘과 어우러지는 새털구름에서 소나기를 몰고오는 적란운까지 구름으로 불리는 것들은 모두 수증기를 탄생의 모체로 하고 있다. 실제로 구름은 공기 중에 떠있는 물방울과 얼음결정들의 집합체다.

그런데 어떻게 하늘에 떠있는 것일까.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구름속에서는 구름 입자들이 떨어지고 있다. 단지 공기와의 마찰 때문에 매우 천천히 떨어져서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이다. 여기에다 구름 속은 수증기가 물방울이 되고 물방울이 얼음결정이 되는 여러 가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한마디로 구름속은 정중동의 세계다.

UFO구름의 정체

공기덩어리가 기압이 낮아지는 위로 올라가면 팽창하면서 스스로 냉각된다. 타이어의 바람을 뺄 때 시원하게 느끼는 것이 팽창된 공기가 냉각된 결과다. 이때 공기덩어리 속에 포함된 수증기가 응결돼 만들어진 물방울이 우리가 보는 구름이다. 이것은 끓고 있는 밥솥의 뚜껑을 열면 김이 솟아오르는 경우와 같다. 주위보다 온도가 높은 수증기 덩어리가 부력을 받아 상승하면서 팽창하면 수증기가 응결해 우리 눈에 김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구름은 한마디로 수증기와 지면, 대기의 온도에 좌우된다. 온갖 형태를 띠고있는 구름은 바로 공간상에 분포하는 수증기와 지면의 불연속적인 가열에 의해 다양하게 나타난다. 죽을 끓일 때 여기 저기서 폭폭 튀어오르는 것처럼 온통 파란 하늘 속에 동동 떠있는 구름은 일정한 영역의 수증기와 다양한 온도 분포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지역에 따라 혹은 계절에 따라 구름이 다양한 것도 같은 이유다.

계절별로 비교하면 겨울보다는 여름에 구름이 많이 생긴다. 이는 여름에 공기 중의 수증기 함량이 많을 뿐 아니라 지상이 쉽게 가열되면서 주변과 대기와 온도 차이가 생겨 구름이 만들어지는 횟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름의 구름은 상층에 있는 구름도 대부분 물방울로 이뤄져 있다. 이에 반해 겨울철 구름의 상층부는 얼음결정이 많다. 또 겨울철에는 상층의 기류가 빠르기 때문에 구름이 깊게 만들어진다기 보다 넓게 퍼지는 형태의 얇은 구름이 많다.

그러면 습도를 느끼기 어려운 사막은 어떨까. 물론 사막에도 구름은 있다. 대개 사막이 아닌 지역에서 이동해 온 수증기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구름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사막은 대개 커다란 산의 후면이라는 사실이다. 대개 산의 전면에서는 비가 많이 내리고 후면은 건조한 사막이 많다. 중국의 고비 사막도 서쪽에 높은 산을 두고 있다. 그에 비해 바다에는 뭉개구름이 많이 만들어진다. 바다에는 수증기가 많아 깊은 구름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하게 만들어지는 구름 중에 UFO 구름이라는 것이 있다. 모양이 마치 UFO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전문가들은 모자 구름(cap cloud) 또는 렌즈 구름(lens cloud)이 라고 부른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있다. 수증기를 품은 공기가 차가운 대기를 지나야 하므로 이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은 높은 산이 있는 지역이다(그림1). 로키 산맥이 있는 미국의 콜로라도 지역에서 자주 관찰되는 이유도 그렇다. 그러므로 대기의 온도가 따뜻한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UFO 구름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그림1)UFO구름이 만들어지는 조건^수증기를 포함한 공기가 높은 산의 차가운 대기를 지나면 가운데 구름은 깊어지고 양끝은 얇아진다. 이 구름이 기류를 타고 산을 내려오면서 여러 모양의 UFO구름을 만든다.


UFO 구름은 수증기를 포함한 공기가 산을 올랐다가 반대로 내려오면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가운데 부분은 구름이 깊어지고 양끝은 얇아져 모자나 렌즈 같은 형태를 띠면서 대개 산과 같은 모양을 한다. 상승기류가 적당히 빨라야 하는데 너무 빠르면 구름이 모두 흩어져 버리고 너무 느리면 구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하지만 자세한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제 높은 산 근처에서 UFO구름을 만날 기회를 노려보는 것은 어떨까.

지구 에너지 분배의 전령 태풍

늘 볼 수 있는 구름은 아니지만 위성사진으로 접하게 되는 거대한 에너지의 구름이 있다. 바로 태풍이다. 전세계에서 허리케인이나 사이클론으로 이름을 달리하면서 그 위력을 떨치는 태풍은 매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태풍은 북위 8-15도인 북태평양 남서해상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으로 속도가 초속 17m 이상인 것을 말한다. 누군가는 태풍이 없으면 좋겠다고 할지 모르지만 이는 큰일 날 말이다.

여름이 되면 열대지방에 엄청난 에너지가 축적된다. 이 에너지는 신속히 지구 전체로 분산돼야 한다. 한마디로 태풍은 누적된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꼭 필요한 수단이다. 태풍은 주로 해면 기온이 26.5도 이상인 바다 위에서 발생한다. 태풍이 만들어지는데 필요한 충분한 에너지와 수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곳이 대개 열대의 바다 위다. 여기에 지구의 자전 때문에 생기는 전향력이 태풍에게 회전력을 제공한다. 저기압인 태풍이 전향력이 없다면 바람은 기압의 중심부를 향해 일직선으로 불 것이다. 하지만 위성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북반구에서는 전향력 때문에 바람이 부는 방향의 오른쪽으로 휘게돼 반시계방향의 나선 모양을 이룬다.

태풍의 진로를 예상하는 예보를 듣다보면 태풍이 열대성 저기압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다. 이것은 바다 위에서 발생한 태풍이 대륙인 육지로 진행하면서 열에너지와 수증기 공급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지상과의 마찰로 에너지를 많이 빼앗기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위도에 배치돼 있는 전선이나 기압들에게 에너지를 많이 빼앗기는 것도 한 이유다.

다른 행성에서도 태풍이 발생할까. 물론이다. 태양빛이 비춰지면서 지표면의 가열이 균일하지 않고, 수증기를 포함한 대기가 존재하면 에너지를 골고루 분산시키는 과정인 태풍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목성의 대적반 근처에서 관측되는 태풍이 바로 에너지가 섞이는 과정이다. 물론 대적반 자체도 발견된 후 3백년 간이나 이동하지 않고 있는 태풍이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조용하다고 한다. 이것은 지구가 격렬한 에너지의 흐름인 태풍을 이용해 에너지를 분배시키고 안정도를 찾았다는 표시가 아닐까.


토네이도를 만났을 때는 토네이도 이동방향과 수직인 쪽으로 대피해야 한다. 사진은 영화 '트위스터'의 한 장면.


하늘에서 물고기 떨어지게 만드는 토네이도

지난 8월 미국 유타주의 솔트레이크시를 덮친 토네이도로 유타주의 상징인 유타재즈 홈구장의 지붕이 날아가 버렸다. 미국에서는 연간 7백70회 정도의 토네이도가 발생하므로 큰 뉴스거리가 아닐 수 있었지만 이번 토네이도는 시속 1백80km라는 엄청난 속도와, 그동안 토네이도가 주로 발생했던 미국의 중동부가 아닌 로키 산맥의 한복판에 해당하는 솔트레이크시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우리에게는 회오리로 더 잘 알려진 토네이도는 태풍과 달리 주로 육지에서 발생한다. 사실 회오리 바람은 회전하는 공기 기둥으로 토네이도와 유사하지만 규모와 강도면에서 토네이도에 비교할 바가 못된다(그림2). 미국 중부와 로키산맥 동부에서 주로 발생하는 토네이도는 찬기류가 더운 기류와 갑자기 만날 때 만들어진다. 미국의 중동부에서 자주 발생하는 이유도 멕시코만으로부터 올라오는 고온 다습한 기류가 록키산맥으로부터 불어내려오는 찬 기류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네이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기간은 4-6월 사이다.


(그림2) 토네이도^적란운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에너지가 축적되고 구름은 서서히 회젆나다. 천천히 돌던 토네이도는 에너지를 배출할 출구를 찾아 빨대구름을 지상으로 보낸다. 이때부터 토네이도는 주변의 모든 물체를 빨아들인다.


토네이도의 발생은 적란운로부터 시작한다. 적란운는 빠르게 상승하면서 적란운 속의 수증기들을 응결시키고 에너지를 내놓게 만든다. 더울 때 마당에 물을 뿌리면 시원한 것과 반대 과정이다. 적란운 내부에서는 물방울이 만들어지고 그 에너지로 상승기류가 생기면서 다시 물방울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반복된다. 그러면서 에너지가 축적되고 서서히 회전한다. 천천히 돌던 토네이도는 에너지를 배출할 방법을 찾는데 그것이 바로 빨대 구름이다. 이때부터 토네이도는 옆으로 퍼지기보다 솟구치는 힘이 강해진다. 좁은 형태의 빨대 구름이 내려오면 회전속도는 더 빨라진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떻게 좁은 형태의 빨대 구름이 내려오는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구름의 깊이와 빨대 구름의 속도로 피해 정도를 예측하는 토네이도는 지름이 수 m에서 수 km까지 다양하다. 사실 토네이도가 위험한 것은 바람이 세게 불기 때문이 아니라 빨대 구름의 내부 기압이 매우 낮다는데 있다. 즉 외부와의 기압차가 크다. 일반적인 대기압이 1013hPa인데 토네이도의 빨대구름 내부는 100-50hPa정도밖에 안된다. 한마디로 진공청소기라고 말할 수 있다. 1931년 미네소타주에서 발생한 토네이도가 1백17명의 승객을 실은 83t의 객차를 들어올릴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토네이도를 보기란 거의 어렵지만 1960년대 초에 ‘서울토네이도’라는 것이 뚝섬에서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조선왕조실록에 ‘하늘에서 물고기가 떨어졌다’고 하는 것도 바다 위에서 발생한 토네이도가 물기둥을 일으켜 물고기까지 빨아 올린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용오름이다.

구름 속 물방울 폭발에서 번개까지

토네이도가 적란운로부터 만들어지듯이 번개의 출발점도 적란운이다. 번개는 한마디로 대기중의 방전 현상이다. 공기는 절연체이므로 전기를 띠지 않지만 전하를 띠는 구름과 구름 사이에 전류가 흐르게 되는데 이것이 번개다. 물론 구름과 지면 사이에 생기는 전위차에 의해 벼락의 형태로 방전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적란운는 어떻게 전하를 띠는 것일까. 현재까지 확증된 이론은 없으나 과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정받고 있는 가설은 적란운가 상승하면서 적란운 속의 물방울은 냉각돼 물방울 내부는 물이고, 외부는 얼음인 구조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터지면서 물은 양(+)전하를 띠고, 얼음은 음전하(-)를 띤다는 설명이다(그림3). 그러면서 얼음은 위로 올라가고 물은 아래로 내려오면서 자연스럽게 구름의 아랫부분은 양전하(+)를, 윗부분은 음전하(-)를 띠게 된다. 이렇게 전하를 띠게 된 구름들 사이에, 그리고 구름과 대지 사이의 방전이 일어난다. 이것이 번개다.


(그림3) 번개가 만들어지기 까지^번개는 적란운에서 출발한다. 적란운의 아랫부분은 양전하, 윗부분은 음전하를 띤다. 이렇게 전하를 띠는 구름들 사이에 그리고 구름과 대지 사이의 방전이 번개다.


번개와 떼어 놓기 어려운 것이 천둥이다. 천둥은 번개가 치고 일정 시간이 흐른 후 들린다. 나중에 들리는 천둥의 근원은 번개가 칠 때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열 덕분이다. 번개로 인해 발생한 전기는 태양 표면 온도보다 약 4배나 뜨거운 약 2만7천도의 열을 발생시킨다. 이 열에 의해 주변 공기는 급격히 팽창했다가 수축을 반복하면서 진동한다. 이 진동이 소리로 들리는 천둥이다.

물방울 모양 닮은 무지개

하늘에서 벌어지는 물방울의 조화 중 사람들에게 가장 행복감을 주는 것이 무지개라고 한다면 지나칠까. 무지개의 가치는 희소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보여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정한 조건에서만 만들어진다. 비가 온 후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을 때 태양빛이 비춰져야하고, 이때 사람은 태양빛을 등지고 있어야 한다(그림4).


(그림4) 무지개가 원형인 이유^실제 무지개의 모양은 도넛 형태의 원형이다. 대부분 반원이나 사분원을 보게 되는 까닭은 무지개의 나머지 부분이 지표면으로 가려지기 때문이다.


무지개의 원리는 한마디로 물방울이 프리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프리즘을 통과한 가시광선이 파장에 따라 굴절률이 다른 것도 한몫한다. 햇빛이 물방울 속으로 들어가면 색깔별로 꺾이는 정도가 다르다. 따라서 물방울로 들어간 빛은 여러 색깔의 가시광선으로 나뉜다. 이때 물방울로 들어간 햇빛과 물방울에서 나오는 빨간색 빛 사이의 각도는 42도, 보라색 빛은 40도로 빨간색이 보라색 빛보다 2도 정도 아래에 있다. 우리가 보는 무지개의 빨간색이 위로 나타나는 이유다(그림5).


(그림5) 프리즘 된 물방울^백색광인 햇빛이 물방울 속으로 들어가면 색깔별로 꺽이는 정도가 달라진다.


쌍무지개를 보는 것은 보통의 무지개를 보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보는 무지개의 대부분은 쌍무지개다. 다만 두번째 무지개는 흐릿해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따라서 무지개를 만드는 물방울의 크기가 커 많은 양의 빛을 모으면 선명한 쌍무지개를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쌍무지개는 어떻게 나타날까. 첫번째 무지개는 물방울로 들어간 빛이 굴절-반사-굴절의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진다. 두번째 무지개도 비슷한 과정을 밟지만 물방울 내부에서 두 번의 반사를 거친다는 것이 차이다. 즉 굴절-반사-반사-굴절의 과정을 겪으면서 색깔의 배열이 첫 번째 무지개와 반대인 보라색이 위에 있는 무지개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는 무지개의 모양은 사실 무지개의 전부가 아닌 일부분이다. 어느 경우엔 1/4이고 많이 본다고 해도 1/2을 넘지 못한다. 그것은 바로 무지개의 나머지 부분이 지표면으로 가려졌기 때문이다. 실제 무지개의 모양은 도넛 형태다. 이것은 물방울의 모양이 구형이므로 여기로부터 반사돼 나온 빛이 만드는 무지개도 3차원적으로 보면 도넛과 같은 모양이라는 말이다. 이것은 무지개의 중심 아랫부분에도 물방울이 존재해야 가능한 얘기다. 따라서 관찰자가 무지개를 아래로 내려다 볼 수 있는 상공, 즉 비행기를 타고 갈 경우에나 도넛형의 무지개를 볼 수 있다. 물론 태양빛은 관찰자의 뒤에서 비춰오고 전면에는 물방울이 많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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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장경애 기자
  • 도움

    이동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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