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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미인, 다이아몬드

12시간 만에 태어나고, 붕소로 파란 옷 입는다

4월의 탄생석 다이아몬드, 그들의 대표가 4월 1일 만우절에 거짓말 같이 한데 모였다.
“오늘 우리가 모인 이유는 33억년을 살아온 천연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을 실험실에서 태어난 어린 다이아몬드가 흉내내려 하기 때문이오.”명품‘센테너리’다이아몬드가 화려한 빛을 발하며 입을 열었다.

“우리의 아름다움을 모방하려는 인공 다이아몬드의 역사는 이미 오래됐소. 유리*부터 합성 큐빅 지르코니아*까지 많은 가짜 다이아몬드들이 도전장을 냈지만 모두 실패하지않았소. 다이아몬드란이름이‘정복되지않는’이란뜻의그리스어아다마스(adamas)에서 유래한 사실을 잊었소?”컷팅된 다이아몬드중가장큰530캐럿(carat, 1캐럿=0.2g)의‘컬리넌Ⅰ’다이아몬드가 거만하게 말했다.

“런던탑에만 갇혀 있더니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모르시는군.”파란색을 자랑하는‘호프 다이아몬드’가 차갑게 말하자 다른 다이아몬드들도 긴장했다. 인도 무굴제국에서 여신상의 눈으로 장식됐다가 1400년경 프랑스로 들어온 호프 다이아몬드는 마리 앙투아 네트를 비롯해 자신을 소유하거나 훔친 20명의 목숨을 앗았다.

“지금 나오는 실험실 다이아몬드*는 그런 모조석이 아니오. 미국에서 천연 다이아몬드와 실험실 다이아몬드를 섞어 놓고 감정사가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는데, 둘을 구별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실험실 다이아몬드가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더 아름답다고 평했다고 하오.”호프 다이아몬드의 말에‘컬리넌Ⅱ’다이아몬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자신과 함께 영국 왕관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커다란 루비가 모조 보석인 스피넬로 밝혀졌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호프 다이아몬드의 말이 이어졌다.

“실험실 다이아몬드는 탄소가 풍부하고 이물질이 적은환경에서 성장해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무색투명하오. 또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만드는데 고작 12시간밖에 안 걸리고 가격은 천연 다이아몬드의 3분의 1에 불과하오. 이미 그들과 우리 사이의 전쟁은시작됐소.”


다이아몬드


모조 다이아몬드
천연 다이아몬드와 외관만 비슷하고 물리적, 광학적 성질은 전혀 다른 유사 다이아몬드로 자연에 존재하는 유리나 사파이어를 가공해 만든다.

인조 다이아몬드
모조 다이아몬드처럼 외관만 비슷한 유사 다이아몬드로 자연에 없는 물질을 인공적으로 합성해 만든다. ‘합성 큐빅 지르코니아’는 지르콘에 크롬이나 니켈을 합성해 만든다.

실험실 다이아몬드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빠르게 성장시킨 다이아몬드. 천연 다이아몬드처럼 탄소로 이뤄졌고 정사면체의 결정구조를 가져 겉보기나 경도, 굴절률 같은 물리적 성질이 똑같다.

1캐럿 다이아몬드 12시간이면 뚝딱


실험실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광학적·물리적 차이가 없다.


실험실 다이아몬드는 반도체 연구의 산물이다. 반도체는 용량이 늘어날수록 열이 많이 발생하는데 기존의 실리콘 웨이퍼로는 열을 빨리 방출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생각한 웨이퍼의 소재가 다이아몬드였다. 다이아몬드는 내구성과 내열성이 높아 반도체 웨이퍼의 소재로 적합하다.

다이아몬드를 반도체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순도가 높아야 한다. 화학기상증착법(CVD)은 고순도의 다이아몬드를 합성하는 방법이다. ‘실험실 다이아몬드’로 부르는 CVD 합성 다이아몬드는 800~1000°C의 온도와 대기압보다 낮은 압력에서 만들어진다.

반응로에 작은 다이아몬드를 넣고 수소와 메탄 분자를 플라스마 상태로 분사해 열을 가하면 탄소가 가스 상태로 분리되며 다이아몬드에 증착된다. 작은 다이아몬드는 한 꺼풀씩 옷을 입듯 점점 커지는데 1캐럿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겨우 12시간이다.

미국의‘아폴로 다이아몬드’사는 이미 실험실 다이아몬드를 만들어 천연 다이아몬드의 3분의 1 가격으로 팔고 있다.

Diamond CVD 다이아몬드의 탄생


CVD 다이아몬드의 탄생


작은 다이아몬드를 넣은 반응로에 수소(H2)와 메탄(CH4)을 플라스마 상태로 분사하고 열을 가한다(01). 가스 상태로 분리된 탄소가 반응로 안에서 대류하다 다이아몬드에 증착된다(02). 탄소가 다 떨어질 때까지 반응이 진행되고 실험실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진다(03). 실험실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광학적·물리적 차이가 없다.

무색투명에 가려진 진실


컷은 다이아몬드 원석을 정확한 방향과 각도 로 잘라 빛을 전반사하는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기술 이다. 들어온 빛이 그대로 되돌아 나가야 이상적인 데(01) 하부가 너무 얕거나(02) 깊으면(03) 빛이 다 이아몬드 아래로 빠져나간다.


다이아몬드의 가치는 4C(Carat,Color, Clarity, Cut)라는 기준으로 매긴다. 4C는 중량, 색, 투명도, 컷*을 의미하며 실험실 다이아몬드는 색과 투명도에서 천연 다이아몬드를 능가한다.

다이아몬드를 무색투명한 아름다움의 대명사라고 하는데 사실 광산에서 채굴되는 다이아몬드는 대부분 옅은 노란색이나 갈색을 띤다.

다이아몬드가 노란색을 띠는 이유는 질소 때문이다.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질 때 질소가 탄소와 자리바꿈을 하면서 결정구조에 들어가는데, 질소가 포함된 양에 따라 다이아몬드의 색이 바뀌게 된다. 무색 투명한 천연 다이아몬드는 그만큼 희소성이 높은 셈이다. 반면CVD 방법으로 합성한 실험실 다이아몬드는 질소가 거의 들어가지 않아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훨씬무색에 가깝다.

투명도도 실험실 다이아몬드가더높다. 투명도는 다이아몬드 내부가 얼마나 깨끗한지 평가하는 기준이다. 다이아몬드가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다이아몬드로 들어온 빛이 모두 반사돼 그대로 나가기 때문이다. 이를 전반사라고 하는데, 다이아몬드의 내부에 이물질이 있으면 빛이 산란돼 전반사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지각 아래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성장하기 때문에 이 물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험실 다이아몬드는 순수한 탄소로 빠르게 만들기 때문에 이물질이 생기지 않는다.

화려한 변신 '팬시 다이아몬드'


진한 노란색의 다이아몬드도 인공적으로 색을 바꿀 수 있다.


다이아몬드에는 보석의 가치가 있는 유색 다이아몬드도 있다. 이런 다이아몬드를 팬시 다이아몬드라 부른다.

팬시 다이아몬드는 국내에서 거의 인기가 없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투명한 다이아몬드를 선호한다. 맑은 날이 많고 햇빛이 강해 투명한 다이아몬드가 가장 화려하고 오색찬란한색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흐린 날이 많고 햇빛이 약한 서유럽에서는 연한 색이 들어간 다이아몬드를 선호한다. 사람들이‘샴페인’이라 부르는 팬시 다이아몬드는 연한 노란색을 띠어 약한 햇빛에도 아름답게 보인다. 샴페인이란 애칭은 다이아몬드의 색이 투명한 잔에 담긴 샴페인의 색과 같기 때문이다.

팬시 다이아몬드 시장에서는 이미 실험실 다이아몬드가 천연 다이아몬드를 앞질렀다. 미국 제메시스 사는 1350~1800°C 의고온과 대기압의5~6만 배의 고압에서 실험실 다이아몬드를 생산한다. 이때 붕소를 첨가해 파란색 다이아몬드를 만든다.

또 천연과 합성에 상관없이‘방사선조사’(照射)로 다양한 색을 만들기도 한다. 다이아몬드에 방사선을 조사해 600~800°C로 가열하면 결정구조가 조금씩 뒤틀려 파랑, 분홍, 초록의 다양한색이 나타난다. 같은 조건에서 만들어도 결정구조가 무작위로 바뀌기 때문에 매번 다른 색의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다.


다이아몬드 구별 3단계


예쁠수록 의심해봐야


고온고압법으로 합성한 다이아몬드는 철 성분이 들어있어 강한 자석에 붙는다.


모든 성질이 똑같으면서도 값은 천연 다이아몬드의 3분의 1에 불과한 실험실 다이아몬드. 혹시 값싼 실험실 다이아몬드가 천연 다이아몬드로 둔갑해 팔리지는 않을까. 국내에서 유일하게 과학기술부의 인정(20045215호)을 받은 한미보석감정원을 찾아 실험실 다이아몬드와 천연 다이아몬드의 구별법을 알아봤다.

다이아몬드는 먼저‘다이아몬드슈어’라는 장치를 거친다. 장치에 다이아몬드를 하나씩 올려놓고‘테스트’버튼을 누르면 바로‘통과’나‘추가조사요망’이란 결과가 나온다. 다이아몬드 슈어는 천연 다이아몬드가 415nm(나노미터, 1nm=10-9m)의 파장을흡수하는특성을이용해 천연 다이아몬드만‘통과’시킨다.

다이아몬드 슈어를 통과하지 못한 다이아몬드는 X선형광분석기(XRF)로 보내진다. XRF는 원소들이 각각 다른 파장의 X선을 흡수하는 성질을 이용해 다이아몬드의 미량원소를 분석하는데 고온고압법으로 합성된 다이아몬드를 주로 구별해낸다.

고온고압법은 반응로에 다이아몬드 가루를 넣고 높은 온도와 압력을 가해 다이아몬드를 만든다. 반응로의 철 성분이 다이아몬드에 포함돼있어 X선 흡수 스펙트럼으로 나타난다.

실험실 다이아몬드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음극선발광(CL, CathodoLuminescence) 검사가 거의 유일하다. CL 검사는 다이아몬드에 음극선을 조사(照射)해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작은 틈이나 결정구조의 독특한 모양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실험실 다이아몬드보다 무늬가 복잡해 면에는 삼각형의‘성장마크’가 나타나고 모서리에는 여러 층이 생긴다. 그러나 실험실 다이아몬드는 빨리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면과 모서리가 깨끗하고 성장 마크도 없다.

실험실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차이가 거의 없어 첨단 장비로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두 다이아몬드가 성장할 때 생긴 미세한 무늬가 다르다는 사실을 이용한 방법이 유일하다. 실험실 다이아몬드가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깨끗하다는 장점이 실험실 다이아몬드를 구별하는 단서다.

다이아몬드 전쟁의 승자는?

세계에서 가장큰다이아몬드 유통회사인‘드비어스’는“과학자는 실험실 다이아몬드와 천연 다이아몬드를‘같은물질’로 생각할지 몰라도 다이아몬드를 구입하는 여성들은 그 둘을‘다른 보석’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폴로 다이아몬드 사는“실험실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낮은 가격을 무기로 다이아몬드 시장을 확보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외국에서 시작된 실험실 다이아몬드와천연 다이아몬드의 전쟁이 우리나라까지 확대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2007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전동혁 기자
  • 진행

    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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