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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의약품

소독약에서 항암제까지

약은 병을 고쳐주는 화학 물질이다. 소독약으로 쓰이는 과산화수소수부터 암치료제인 탁솔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화학 물질이 인류의 건강생활과 밀접한 인연을 맺고 있다. 이제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의약품들이 풀어내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내 사망 요인 1위가 암이라는 뉴스가 전해지고 있다. 또 에이즈와 같은 질병이 인류를 멸망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도 들려온다. 과연 인류 역사상 가장 발달된 문명 세계에 살고 있다는 우리가 과거보다 더 심하게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절대 그렇지 않다. 현재에 유럽 인구의 절반을 죽음으로 몰고갔던 흑사병이나 60년대에 우리를 괴롭히던 결핵이나 콜레라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또 상처를 통해 감염되는 파상풍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뿐 아니다. 해방 직후에 40세를 조금 넘었던 평균수명이 50년이 지난 지금은 70세를 넘어서 이제는 인구의 노령화가 심각한 문제다. 3·1운동 때 2천만을 헤아리던 인구도 어느덧 7천만을 넘어섰고, 산업혁명까지 10억을 밑돌던 지구상의 인구도 60억을 돌파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 중의 하나가 의료기술과 의약품의 개발이다.


모르핀은 우수한 진통제이나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쓰인다.


최초의 현대 의약품은 모르핀

동물의 세계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에서 육식 동물인 사자가 풀을 뜯어먹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소화를 도와주는 풀이라고 한다. 배탈이 난 원숭이가 약초를 찾아 숲을 헤매는 모습도 잘 알려져 있다. 자연에 존재하는 식물이나 동물을 천연 의약품으로 이용하는 것은 우리 인간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고도의 지능을 가진 인간은 더욱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천연 의약품을 활용해왔다. 그러나 천연 의약품을 사용하는데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의약품의 공급이 계절이나 지역에 따라서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말라리아의 특효약으로 알려진 키니네는 남미의 안데스 산맥이 원산지인 키나피라는 나무의 껍질에서 채취한다. 17세기경에 서양에 알려지게 된 이 나무는 인도네시아 같은 지역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생산량이 충분하지 못하므로 그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에 원하지 않는 부작용을 가진 화학물질이 함께 혼합돼 있어서, 의외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천연 식물에는 약효를 나타내는 물질 뿐 아니라 경련이나 구토를 일으키는 물질이 함께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몸에 좋다는 곰의 쓸개나 사슴의 피를 먹고 나서 곰이나 사슴에 기생하는 미생물 때문에 큰 낭패를 보게되는 것도 비슷한 예다.

천연 의약품이 우수한 효능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흑사병이나 말라리아 같은 전염병은 물론이고 어린아이들을 괴롭히는 홍역이나 백일해 같은 병을 막아주지는 못했다.

현대 의약품은 화학적인 방법을 이용해서 약효를 가진 성분만을 따로 분리해서 그 효능과 안전성, 그리고 부작용을 체계적으로 연구해서 사용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천연 의약품과 구별된다.

그런 의미에서 최초의 현대 의약품은 1806년 독일의 제르튀르너가 아편으로부터 분리시킨 모르핀이다. 모르핀은 지금까지도 말기의 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우수한 진통제로 알려져 있지만 심한 중독성 때문에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그후에 프랑스의 카방투와 펠르티에가 1820년에 키나피의 나무 껍질에서 노란색의 고체인 키니네를 분리하는 등 많은 화학자들이 천연 식물에서 다양한 현대 의약품을 분리하는데 성공했다.

그 후 1938년에 유기화학의 창시자였던 독일의 리비히와 처음으로 요소를 인공합성했던 뵐러는 천연물의 약효가 형태, 색깔, 맛, 냄새와 같은 감각적인 성질이 아니라 그것에서 분리한 물질의 화학적 특성 때문이라는 현대 의약화학의 기본 원리를 알아냈다.


1883년 수술의 한 장면. 제일 오른쪽의 남자가 손으로 작동되는 페놀 스프레이를 들고 있다. 이 당시에는 강한 독성에도 불구하고 페놀이 수술 후 상처의 감염을 막는데 쓰였다.


소독약 지위 박탈당한 페놀

피부에 생긴 상처를 통해 병균이 침입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나폴레옹 시대만 하더라도 총에 맞아서 생긴 상처가 병균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뜨거운 식용유를 부었다고 한다. 물론 효과는 좋지 않았지만 파상풍균에 감염돼서 죽는 것보다는 나았던 모양이다.

상처를 치료하는 소독약으로 처음 사용됐던 것은 놀랍게도 몇해 전에 낙동강을 오염시켜서 크게 문제가 됐던 페놀이라는 물질이다. 19세기초 영국은 석탄 사용이 늘어나면서 생긴 산업 폐기물인 콜타르 기름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었다. 1815년에 우연히 그런 기름이 상처의 감염을 막아준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그 화학물질의 정체가 밝혀진 것은 1830년대 독일의 화학자 프리드리히 룽게에 의해서였다. 그는 콜타르에서 분리한 맑은 액체를 ‘석탄산’이라고 불렀고, 1842년 현재 사용되는 ‘페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실제로 페놀이 소독약으로 처음 사용된 것은 그보다도 20년이 지난 1863년 영국의 외과의사 죠세프 리스터에 의해서였다. 당시에는 수술 환자의 절반이 수술 부위의 감염으로 목숨을 잃던 시기였다. 그는 감염의 원인이 ‘나쁜 공기’(miasma)가 아니라 ‘먼지’라고 주장하고, 그런 먼지를 닦아내기 위해 페놀에 적신 붕대를 사용했다. 이렇게 해서 외과 수술 후 감염에 의한 사망률을 45%에서 15%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1865년 파스퇴르에 의해서 박테리아의 존재가 처음 알려지면서 부식성이 강한 페놀이 감염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를 죽임으로써 소독 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독성이 강한 페놀은 에탄올이나 과산화수소수에게 소독약의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아스피린


버드나무 껍질에서 출발한 아스피린

페놀의 살균 작용이 알려지던 시기에 독일의 화학자 헤르만 콜베는 페놀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살리실산의 공업적인 합성에 성공했다. 버드나무 껍질이 해열, 진통, 소염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히포크라테스는 물론 기원전 1550년에 만들어진 파피루스에도 기록으로 남겨진 것이다. 그런데 1830년대에 그 효과가 버드나무 껍질에 들어있는 '살리신' 이라는 물질 때문임이 알려졌고, 1859년 콜베는 콜타르에서 살리실산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1875년 스위스의 의사 카를 부스에 의해 살리실산은 장티푸스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고, 곧이어 류머티즘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그렇지만 살리실산은 맛이 좋지 않고 먹으면 구역질이 나기 때문에 복용하기 매우 어려운 약이었다. 류머티즘을 앓고 있던 아버지가 이 약을 먹느라고 고생하는 모습을 본 펠릭스 호프만은 1897년 실험실에서 살리실산과 아세트산을 섞어서 맛을 훨씬 좋게 한 새로운 약을 합성하고, 그 이름을 아세트산(acetic acid)의 ‘a’와 버드나무의 학명(Spiraea)의 앞 글자를 합성해서 ‘아스피린’(aspirin)이라고 이름지어서 1899년부터 판매했다. 당시 호프만은 지금도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제약회사인 바이에르에서 화학자로 일하고 있었다.

이렇게 합성된 아스피린은 20세기에 들어와서 유럽에서 유행했던 독감 치료에 성공을 거둠으로써, 먹기 좋고 안전한 해열·진통제로 전 세계 모든 가정의 상비약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아스피린이 어떻게 약효를 나타내는가를 정확하게 알게 된 것은 이 약이 판매되기 시작한 후 72년이 지난 1971년에 이르러서였다. 백혈구가 감염된 조직 부근에 도착하면 프로스타글란딘이라고 하는 화학 물질이 분비되면서 통증을 일으킨다. 이 때 아스피린은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방해함으로써 통증을 막아준다.

아스피린이 좋은 진통제이기는 하지만 일부의 사람들에게는 심한 위궤양을 일으키는 부작용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생체 내에서 프로스타글란딘의 역할이 밝혀진 후에는 아스피린의 부작용을 해결한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인도메타신과 같은 새로운 합성 의약품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근래 판매되는 타이레놀의 주성분이 바로 아세트아미노펜이다.


마취제가 개발되기 전에 외과적인 수술은 환자에게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근육을 속이는 마취제

페놀을 이용한 소독 기술과 함께 현대 외과 의술의 기초가 되는 것이 마취술이다. 현대적인 마취제가 개발되기 전까지 마취를 위해서는 환자의 머리를 때려서 실신시키거나 알코올이나 아편을 과량으로 먹이는 방법이 이용됐다.

우리의 몸을 움직이는 근육은 뇌에서 전해진 신호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든다. 근육은 질긴 실과 같은 모양이고, 근육과 신경은 직접 붙어있지 않고 둘 사이에는 약간의 틈새가 있다. 뇌에서 전해진 신호가 근육에 전달되기 위해서는 그런 틈새를 쉽게 건너 뛸 수 있는 작은 분자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아세틸콜린이다. 근육의 끝에는 단백질이 복잡하게 엉겨서 독특한 모양을 가진 수용기라고 부르는 부분이 있어서 여기에 아세틸콜린이 결합되면 근육이 수축되고, 아세틸콜린이 떨어지면 근육은 늘어난다.

수술 부위를 선택적으로 마취시키는데 사용하는 d-투보쿠라린이라는 마취제는 매우 복잡한 모양을 가진 분자로 아마존 유역에 사는 원주민이 사냥에 사용하는 독초인 쿠라레의 주요 성분이다. d-투보쿠라린이라는 마취제를 주사하면 근육의 끝에 있는 아세틸콜린 수용기는 d-투보쿠라린의 일부분을 아세틸콜린이라고 잘못 알고 결합한다. 일단 결합하면 아세틸콜린과는 다른 분자임을 알게 되지만 이미 때는 늦는다. 마취제 분자가 아세틸콜린 수용기와 결합돼 있는 동안은 진짜 아세틸콜린이 수용기와 결합하지 못하므로 근육은 뇌에서 전해진 신호를 받아들일 수 없다. 즉 외부 자극을 느낄 수 없다는 말이다(그림).


(그림) 마취제가 외부자극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메커니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수면제

간질 환자나 불면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서 개발된 것이 바로 진정제 또는 수면제다. 수면제가 합성되기까지는 아편이 수면제 노릇을 대신해 왔다. 중추신경계를 억제해 흥분을 가라앉히는 수면제는 많이 먹으면 잠이 들게 된다.

수면제로 사용된 최초의 합성물질은 1869년에 합성된 수산화클로랄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많이 사용되는 것은 1903년 독일의 화학자 에밀 피셔가 합성한 바비탈이다.

바비탈 계열의 수면제는 모두 비슷한 분자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한다. 그러나 바비탈 계열의 물질은 오랫동안 계속해서 사용하면 점점 더 많은 양의 약을 먹어야 하는 부작용이 있다. 1960년대부터는 이런 부작용을 보완한 다이아제팜과 같은 새로운 합성물질이 사용되고 있다.

탈리도마이드가 불러온 재앙

의약품으로 사용하는 물질은 몸 속에서 매우 복잡한 화학 반응에 참여한다. 그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합성 의약품의 개발이 항상 성공적이지만은 않다.

1950년대 말에 독일의 작은 제약회사였던 그뤼넨탈은 다이아제팜이나 바비탈과 구조가 매우 비슷한 물질을 합성한 후 ‘탈리도마이드’라고 이름지었다. 그뤼넨탈은 엄격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고 단순히 분자의 구조가 알려진 수면제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특히 임신 후반기의 임산부에게도 안전하다는 거짓 광고까지 곁들였다.

탈리도마이드는 판매된 직후부터 심각한 신경마비 같은 부작용이 보고됐다. 1960년대 초에는 손이 어깨에 붙거나 다리가 엉덩이에 붙어서 물개의 지느러미 모양을 한 기형아가 출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뤼넨탈의 무책임한 주장으로 전 세계적으로 8천명 이상의 기형아가 출생한 후에야 탈리도마이드의 판매가 금지됐다.

이런 실패의 경험은 새로운 의약품의 개발이 얼마나 어렵고 복잡한 일인가를 확실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새로운 의약품의 개발은 물론 그것을 직접 사용하는 의사와 약사들도 철저한 윤리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준 뼈아픈 사건이었다.


페니실린은 푸른곰팡이가 생산하는 항생물질로 플레밍에 의해 발견됐다.


변신의 귀재 항생제

몸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의 침입에 대항하기 위한 복잡한 면역체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면역체계에 문제가 생기거나 새로운 박테리아가 침입할 경우에는 폐렴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앓게 된다. 이런 박테리아와의 싸움에 합성 화학물질을 본격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에 페니실린과 같은 시기에 개발된 설파제가 개발되면서였다.

설파제로 처음 사용된 파라-아미노벤젠설폰아미드는 1908년에 독일의 화학 회사인 파르벤에서 염료로 사용하기 위해서 개발했던 것이다. 이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염료들이 살균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1930년에 이르러서 파르벤의 실험 병리학 및 세균학 책임자였던 게르하르트 도마크는 이 화합물이 폐렴, 뇌막염 등에 효과가 있음을 알아내고, 폐렴에 걸렸던 그의 딸에게 처음으로 합성 의약품을 먹여서 효과를 보았다. 그 이후 같은 시기에 개발된 페니실린과 함께 설파제는 세균 감염으로 죽어가고 있던 많은 사람들을 하룻 밤사이에 살려내는 기적을 이뤄냈다.

그렇다면 설파제는 어떻게 균을 죽일 수 있었을까. 비타민 B의 일종인 엽산은 우리 몸에서 매우 복잡한 분자가 합성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중요한 물질이다. 사람은 몸 안에서 엽산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식품을 통해서 섭취해야만 한다. 그에 비해 대부분의 세균은 몸 안에 있는 파라-아미노벤조산이라는 물질을 이용해서 엽산이나 엽산염을 직접 합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바로 엽산 합성효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파제로 사용되는 파라-아미노설폰아미드는 분자 구조가 파라-아미노벤조산과 너무도 비슷하기 때문에 세균이 가지고 있는 엽산 합성효소는 설파제를 파라-아미노벤조산으로 착각하고 설파제와 결합해버린다. 일단 설파제가 엽산 합성효소와 결합하고 나면 엽산이 만들어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효소에 붙어서 떨어지지도 않기 때문에 효소의 기능이 마비되면서 세균의 생명도 끝나버린다. 지금까지 사용되는 대부분의 항생제도 같은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설파제와 페니실린을 비롯한 다양한 항생제가 개발됐지만 아직도 문제는 남아있다.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는 진화의 초기 단계에 있는 하등생물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쉽게 돌연변이를 일으키면서 생명을 이어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페니실린이나 설파제에 노출됐던 박테리아는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같은 항생제로는 더 이상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형태로 바뀐다. 또 새롭게 바뀐 박테리아를 퇴치할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항생제를 마구 사용하면 지금까지 개발된 항생제로는 퇴치할 수 없는 새로운 병균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결국 이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까지도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잘못된 습관임을 명심해야 한다.

멀고도 험한 신약개발

분자구조를 이용해 미생물의 활성을 변화시키는 것은 항생제뿐 아니라 항암제를 비롯한 대부분의 의약품 개발에 핵심적으로 응용되고 있다. 그러나 탈리도마이드의 경우에서와 같이 인공적으로 합성한 의약품은 뜻밖의 부작용 때문에 심각한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으므로 철저한 임상 실험이 필요하다. 그런 이유로 하나의 합성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구조를 가진 분자 수만 종류를 합성하고, 그 약효와 부작용을 확인해본다.

고도로 발전된 유기합성 기술을 이용하면 대부분의 분자를 합성할 수 있지만, 의약품의 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컴퓨터를 이용해 미리 정해진 순서에 따라서 동시에 여러 가지 분자를 합성하는 ‘조합화학’(combinatory chemistry)의 방법이 이용된다.

국내 신약 1호인 항암제로 시판에 성공한 ‘선플라’는 시스-플라틴이라는 백금 화합물이다. 이 약을 개발하기 위해서 81억원을 투자했지만 앞으로의 부가가치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다. 의약 산업은 충분한 대가가 있는 첨단 산업이기 때문에 이 정도는 가치있는 투자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잔탁으로 잘 알려진 위궤양 치료제인 라니티딘은 전세계적으로 매년 3조원 이상 판매되고 있고, 아스피린의 대체 약품인 타이레놀도 1조원 이상이 팔리고 있다.

알고씁시다 - 가정 비상약

집집마다 구급상자 속에 서너개의 상비약은 갖추고 있다. 아이가 밖에서 놀다가 넘어지면 소독약과 후시딘을 바르고, 머리가 아플때는 타이레놀을 먹는다. 또 속이 더부룩하면 훼스탈을 찾는다. 이렇듯 많은 경우에 머리속에서 쉽게 떠오르는 제품명만으로 상비약을 사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 상비약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간단히 알아두는 것은 어떨까.

소독약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소독약은 약 70%정도의 에탄올 또는 이소프로필 알코올 용액과 묽은 과산화수소 용액이다. 이들은 모두 미생물의 세포막을 파괴시킴으로써 상처를 소독한다. 예전에 사용했던 머큐로크롬(일명 빨간약)도 박테리아의 세포와 효소를 파괴 시키지만 수은이 포함돼 있어 근래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피부에 대한 자극성이 적은 요오드 알코올용액을 사용한다. 요오드 화합물은 미생물의 단백질 구조를 변화시킴으로써 세포를 파괴한다.

해열제
열은 우리 몸이 세균 감염에 대항하는 한 방법이다. 사람이 위험한 미생물에 감염되면 피로젠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체온조절기관에 작용해 열을 나게 만든다. 흔히 집에서 먹는 해열제는 체온 조절기관에 직접 작용해 열을 낮춘다.
체온이 높아지면 백혈구의 활동과 항체의 생성이 빨라지면서 면역 작용이 활발해진다. 또 체내의 열은 미생물 자체의 활동을 떨어뜨리거나 죽이기도 한다. 그러나 체온이 정상체온보다 5℃이상 높아지면 몸속의 다른 화학작용도 심각한 영향을 받게 돼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오랫 동안 해열제를 복용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감염의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탈약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으로 오염된 음식을 먹으면 설사를 한다. 이때 배탈을 진정시키기 위해 먹는 약에는 활성탄소나 규소화알루미늄 분말 같은 흡착제가 들어있다. 이것들은 장 속의 독성 미생물을 빨아들임으로써 장속의 평화를 되찾아 준다.

소화제
소화제 성분의 대부분은 제산제다. 위벽에서 분비되는 위산(염산)은 음식물에 들어있는 미생물을 죽이고 단백질을 분해하는 기능을 갖는다. 하지만 위산이 너무 많이 분비되면 속이 불편해지고 위에 통증이 생긴다. 소화가 안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럴 때 탄산수소나트륨, 수산화마그네슘과 같은 염기성 화합물이 포함된 제산제를 먹으면 위산이 중화돼 대부분의 소화불량은 해결된다. 또 소화제에는 제산제와 함께 장의 운동을 도와주는 물질도 포함된다.

상처, 화상 치료제
상처가 났을 때 바르는 연고는 피부에 생긴 상처를 통해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이 침입하는 것을 막아준다. 여기에는 스테로이드 계통의 소염제 성분도 혼합돼 있다.

1999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덕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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