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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동물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

사람에게 거부반응 없는 돼지


화상을 입어 피부가 심하게 손상된 어린이에게 돼지의 피부를 이식하고 잇다 .이때 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해 면역억제제 사이클로스포린을 계속 주사해야 한다.


형질전환동물이 의료용으로 활용되는 또다른 분야는 장기이식이다. 1960년대 최초의 인공심장이 만들어진 이래 질환에 걸린 신체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장기가 꾸준히 개발돼 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공장기는 대부분 다른 사람으로부터 진짜 장기를 기증받을 때까지 일시적으로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환자수에 비해 장기기증자의 수가 무척 부족하다. 한 보고에 따르면 미국에서 심장 이식을 필요로 하는 환자 4만여명 가운데 3분의 1이 기증장기를 이용하기도 전에 사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동물의 장기를 활용할 수는 없을까.

과학자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장기이식용 동물은 돼지다. 무엇보다 돼지 장기의 크기는 사람과 비슷하다. 또 어미 1마리가 새끼 20마리 이상을 생산하기 때문에 일단 개발만 하면 풍족한 수의 장기를 확보할 수 있다. 병균에 감염되지 않는 돼지를 사육하는 기술이 개발됐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커다란 난관이 있다. 돼지 조직을 환자에게 이식하면 사람의 즉각적인 면역시스템이 작동한다. 그 결과 돼지의 조직은 2-3시간 내에 급속히 파괴되기 시작한다(괴사). 현재 환자를 장기간 무균실에 머무르게 하면서 사이클로스포린과 같은 면역억제제를 계속 주사함으로써 이식한 조직이 면역적으로 공격받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될 수 없다.

원숭이 실험에서 성공

이 급속한 면역작용은 주로 보체(comple-ment)라고 불리는 단백질 때문에 발생한다. 돼지 조직(항원)을 이식했을 때 우리 몸은 이를 물리칠 수 있는 적절한 항체를 만들어낸다. 보체는 이 항체와 결합해 항원을 퇴치하는 물질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보체가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도록 돼지의 형질을 전환시키면 되지 않겠는가. 즉 사람 몸에서 보체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작용하는 효소의 유전자를 뽑아내 돼지 수정란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1994년 보체의 작용을 방해하는 인간 유전자를 돼지에 주입하는 실험이 최초로 행해졌다. 또 1996년 미국 넥스트랜스사는 유전적으로 변형된 돼지의 간장을 급성 간질환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이식실험이 성공의 기미를 보인 것은 1998년 영국 이뮤트란사의 시도였다. 연구팀은 형질전환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은 원숭이 비비가 급성 이식거부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21일간 생존했다고 밝혔다. 신장 이식의 경우 생존 기간은 35일이었다.

그러나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돼지 심장이 개발된다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비록 크기가 비슷해도 기어다니는 돼지의 심장과 상체를 세우고 다니는 사람의 심장이 비슷한 기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또 돼지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지만 사람에게 치명적인 병균이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8월19일 영국 BBC방송은 돼지의 장기를 이식해도 치명적인 바이러스(Perv)에 감염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도했다. 이뮤트란사가 12년간 돼지 조직이나 장기를 이식받은 1백60명을 조사한 결과였다. 그러나 또다른 병원체로부터의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흔히 언론이나 방송에서 ‘사람 심장 달린 돼지’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하지만 현단계 과학수준에 비추어볼 때 이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즉 ‘사람에게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돼지의 심장’을 잘못 받아들여 표현한 결과다. 사람끼리의 장기이식도 거부반응이 있는지 철저한 조사를 거친 후 어렵사리 이뤄지는 현실에서, 다른 종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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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GAMMA 외
  •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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