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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 협동으로 현장교육 중시

울산대학교공과대학

문과 이과를 불문하고 컴퓨터는 반드시 배워야 한다.

공업단지 주변에 공과대학을 건설하는 추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제국에서도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다. 기업은 대학에 연구자금과 시설을, 반대로 대학은 기업에 두뇌와 기술을 제공하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산학협동의 훌륭한 예는 미국의 스탠퍼드대학과 실리콘밸리 그리고 독일의 아헨공대와 루르공업지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중화학 공단이 자리잡은 울산에 공과대학이 설립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정문쪽에서 본 전경


 

컴퓨터가 필수과목
 

울산대학교(이사장 정몽준)가 공과대학으로 문을 연 것은 지난 1970년. 기계 전기 금속 공업화학 토목 등 5개학과에 모집정원 2백명의 단출한 규모로 출발했다. 그후 성장을 거듭해 현재는 대학원과 6개 단과대학 30개 학과에 2천여명의 신입생을 모집하는 규모를 이루어 동부영남지역의 유일한 종합대학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단과대학에는 기존의 공과대학 자연과학대학 사회과학대학 인문대학 이외에 88학년도부터는 조형대학과 의과대학이 개설된다. 이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것은 학교특성상 아무래도 공과대학으로서 교수진의 수자도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1백9명에 달한다.
 

공과대학에는 △ 기계공학과 △ 조선 및 해양공학과 △ 산업공학과 △ 전기공학과 △ 전자 및 전산기공학과 △ 전자계산학과 △ 금속 및 재료공학과 △ 화학공학과 △ 토목공학과 △ 건축공학과 등 10개 학과가 개설되어 있다. 한편 자연과학대학에는 8개 학과가 있으며 △ 수학과 △ 물리학과 △ 화학과 △ 미생물학과(금년 신설) △ 가정관리학과 △ 식품영양학과 △ 의예과 등이 설치돼 있다.
 

이 학교 교육방식의 특징은 기초과학과 현장교육을 중시한다는 점. 이관(李寬)총장은 기초과학교육과 관련하여"개교때부터 물리학 수학 컴퓨터를 가장 많이 가르치는 대학으로 만든다는 방침을 세워두었다"고 설명했다. 현재도 문과와 이과를 불문하고 컴퓨터는 1학년의 필수과목으로 되어 있고 그 이후에도 공통부전공으로 장려한다는 것. 학생들도 과제물이나 실험리포트는 대개 컴퓨터를 이용해 작성한다고 한다.
 

현장교육중시는 공업단지에 소재한다는 이점을 최대한으로 살리자는 의도로, 처음 학교를 설립할 때부터 영국의 '샌드위치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학교교육-현장실습-학교교육'으로 이어지는 산학협동교육으로서 현대그룹이 재단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울산대학교로서는 다른 학교에 비해 훨씬 효율적으로 이 제도를 실현하고 있다. 예컨대 조선 및 해양공학과의 경우 1주일에 하루씩 현대중공업에서의 현장교육을 필수과목으로 두고 있다.
 

산업체와 긴밀한 연관관계

 

매주일 하루는 공장실습
 

조선 및 해양공학과는 산학협동 이라는 측면뿐 아니라 여러가지 점에서 울산대학교가 내세울만한 학과라는 것이 대학관계자의 지적이다. 이 학과는 지난 84년 전국 조선공학과중 유일하게 중점육성학과로 지정되었으며, 다른 대학이 주로 선박설계분야의 교육에 치중하는데 비해 여기서는 선박건조과학 분야와 해양구조물공학 분야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다시말해 조선의 생산관리와 석유시추장비 등도 가르친다는 것.
 

앞서 언급한 주1회 현장실습은 10여년간 지속돼 오고 있는 제도로서 큰 실효를 보고 있다고 한다.현대중공업과 학교에 각각 현장실습 교수가 배치돼 있어 학생을 귀찮아하는 다른 현장교육과는 양상이 다른다는 것. 학과장인 권영중교수는 "울산대학교가 정상적인 조선공학 교육을 위한 가장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면서 "최근조선업계의 불황으로 인기가 떨어진 게 사실이지만, 유력한 경제동향 분석에 따르면 금년부터 조선업의 경기가 회복돼 95년경에는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견되고 있어 조선분야의 전망은 밝은 편" 이라고 내다보았다. 학교의 유명도 보다는 학과를 보고 지원하는 풍토가 아쉽다는게 현재의 입시제도에 대한 권교수의 평.

 

현대그룹의 특채 혜택
 

현대그룹의 재단참여는 울산대학교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부분적이긴 하지만, 현대그룹에의 취업보장은 이 학교가 내세우고 있는 장점중의 하나이다. 무시험으로 현대그룹에 채용되는 대상은 공과대학 전학과, 영문과, 경영학과, 경제학과 졸업자로서 전학년 평균점수 90점 이상,영어성적 B학점 이상을 받은 사람. 지난해 현대그룹에 특채된 학생은 58명으로 공채된 24명과 함께 전체 취업자수의 14%를 차지했다.
 

참고로 금년 8월말까지의 취업현황을 살펴보면, 우선 공과대학의 경우 전체 졸업생 8백98명중 4백23명이 취업해(군입대 제외) 47%의 취업률을 보였다. 취업률은 전기공학과(83%) 화학공학과(70%) 기계공학과(55%) 순. 한편 자연과학 대학의 경우는 1백48명의 졸업생 가운데 31%에 해당하는 46명이 취업했으나 취업률이 우수한 학과는 식품영양학과(52%) 화학과(47%) 수학과(30%) 등이다.
 

이공계 대학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요인으로는 튼튼한 재단, 훌륭한 교수진, 우수한 학생 그리고 알찬 실험실습시설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울산대학교가 자부하는 것이 교수진의 우수성이다. 서울대 연·고대 등 세칭 명문대 출신의 젊은 교수들을 다수 확보했고, 특히 영국의 여러대학과 협정을 맺어 많은 교수들을 현지에 파견해, 국내에서는 '영국박사'가 제일 많다(20명 정도)는 게 대학관계자의 설명이다.
 

영국과는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어 설립 자체도 한·영협정의 결과였으며, 영국의 라프보로대학교, 브루넬대학교, 뉴캐슬어폰타인대학교 등과 자매결연을 맺고 교수와 학생의 교류, 연구자료와 도서의 교환, 교육 및 시설장비의 교환 등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종합대학교에서도 발견되는 현상이지만 울산대학교의 경우에도 울산 아닌 다른 지역에서 유학온 학생들의 수효가 많다. 그 비율은 현재 60%정도이지만 초창기에는 80%에 달했다는 것. 이처럼 타지역 학생들이 많은 것은 가족중 일부가 울산공단에 취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풀이도 있다. 이채로운 것은 제주도 출신의 학생들이 많다는 점.

 

산업체와 긴밀한 연관관계
 

타지역 학생들이 많은데 비해 기숙사의 수용인원은 1백40명에 불과해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그러나 대학측은 89년 완공목표로 약 5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신축계획을 추진중에 있다. 따라서 많은 학생들은 학교 주변에서 자취나 하숙을 하고 있다. 하숙비는 10만원 정도로 울산이 물가가 비싸다는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꽤 싼 편.
 

가정형편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하더라도 장학제도는 학생들의 큰 관심사임이 분명하다. 87학년도에 지급된 장학금은 총 13억7천만원으로 교내 장학금에는 신입생에게 주는 우수장학, 내신성적 우수장학, 대여장학 등과 재학생을위한 우수장학, 근로장학, 보훈장학 등이 있으며 교외 장학금으로는 이사장장학 등15종이 있다. 수혜실적을 보면 87년에 신입생 8백60명이 1,2학기 동안 4억1 천여만원을 받았고 재학생 2천33명이 7억여원의 혜택을 받았다.
 

특이한 것은 울산공단이 제공하는 장학금으로 울산 산학협동 위원회는 59명의 학생에게 매년 등록금 전액(1인당 1백30만원 꼴)을 주고 있으며, 고려화학에서는 화학과 화공분야의 우수학생 10명에게 등록금과 매달 15만원의 생활비를 보조해 주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의 실험실습과 연구를 위한 설비로서 꼽을만한 것으로는 우선 기계공학과와 금속 및 재료공학과의 만능인장시험기(MTS)를 들 수 있다. 이 장치로 고온 및 저온에서의 재료시험이 가능하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속 인장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전자계산교육을 위해서는 중앙전자계산소에 메인 프레임으로서 피라미드 98Xe시스팀과 프라임 750이 설치돼 있다. 용량은 14MB 이며 84대의 터미널로 연결돼 있다. 한편 전자계산학과에는 1인 1대의 개인용 컴퓨터 실습실이 마련돼 있는 것도 특징.
 

대학원 석사학위 과정은 1980년에 설립되었다. 이채로운 것은 석사과정이 일반과정과 산학과정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 산학과정은 산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중견 기술자의 계속 교육과 산업체 내에서 발생하는 제반 공학적 문제 해결을 위한 것으로 이런 식의 산학형태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2년 이상의 현장경력이 있는 사람이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데, 현재 울산과 온산공단의 20개 회사에서 30여명이 공장에서의 문제를 가지고 석·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울산대학교의 발전과정을 이관총장은 3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즉 처음 이공계 중심으로 출발했고, 다음 인문사회대학이 설립돼 종합대학으로 승격한 것이 2단계라는 것.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팽창에 따른 여러가지 문제점이 나타나 이를 극복하고 내실을 다지려는 노력이 현단계의 과제라고 밝혔다. 그 계획의 일환이 88학년도에 신설되는 의과대학과 조형대학.
 

울산대 설립을 위한 한·영협정문

 

의과대와 조형대 신설
 

올해부터 첫 신입생을 뽑는 의과대학의 실질적 후원자는 아산사회복지사업 재단. 현재 서울 풍납동에 1천개의 병상 규모로 신축중인 서울 중앙병원과 울산 현대해성병원(병상 5백개)을 부속병원으로 삼고 지방에 소재한 5개의 종합병원을 교육병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금년의 모집인원은 30명인데, 우수학생의 유치를 위해 후기로 모집한다는 것.
 

조형대학은 울산대학교가 야심적으로 새로 설립하는 단과대학으로 디자인 분야만으로 구성된 것으로는 국내에서 최초이다. 설치학과는 산업디자인학과 시각디자인학과 생활미술학과 등 3개. 산업디자인학과는 산업제품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디자인과 실내 및 외부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디자인 분야를 포괄하며 컴퓨터응용디자인(CAD)등의 실기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시각디자인학과는 신문 잡지 등 각종 인쇄물 디자인을 비롯 TV 비디오 뉴미디어 등 영상매체에서의 디자인을 교육내용으로 하고 있다. 한편 생활미술학과는 섬유산업 분야에서 요구하는 디자이너의 육성을 목적으로 설치되었다.
 

디자인은 우리나라 산업계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중화학 공업단지에 본격적인 디자이너의 배출을 위한 단과대학이 생긴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보여진다. 게다가 우리나라 디자인 기술의 전성기였던 신라의 근거지인 경주가 바로 이웃이라는 사실이 조형대학 설립의 계기가 되었음은 흥미롭다고 하겠다.
 

울산에서는 아직도 '울산대'라기 보다 '울산공대'라고 해야 쉽게 알아들을 만큼 울산대학교에서 공과대학의 비중은 크다. 이 때문에 개교당시만 해도 서울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대거 유학왔던 게 사실. 그러나 그후 시도단위로 예비고사를 실시해 우수학생 유치에 타격을 받았고 졸업정원제 실시후의 양적팽창에 따라 질적저하가 초래되었다는 것이 학생들이나 학교측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이다. 게다가 지방을 경시하는 중앙집권적 풍토에서 지방대학이 겪는 고충은 울산대학교도 예외가 아니라고 보여진다.

 

외적팽창따른 내실 이뤄져야
 

하지만 종합대학으로의 발전이 삭막한 공업단지에 문화예술적인 공간을 제공하고 학생들의 시야를 넓히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앞으로 내실위주의 대학운영과 재단의 보다 강력한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의욕적인 젊은 교수진과 공업단지에 위치한 이점을 살려 현장실습교육, 취업기회의 확대, 산업체의 장학금 확보 등이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의 산업도시에 위치한 울산대학교가 21세기의 산업발전에 필요한 이공계 인력배출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1987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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