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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0일, 내리쬐는 햇살이 아직 따갑게 느껴지는 맑은 가을날 대전의 KAIST 캠퍼스를 찾았다. 마침 가을체육대회가 있는지 여기저기 운동복 차림의 학생들이 뛰어다닌다. 권동수 교수의 실험실이 있는 건물 내부의 넓은 공간은 기계공학과답게 거대하고 복잡한 기계들이 마치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의 장면처럼 가득 들어차 있다. 4층에 있는 권 교수의 실험실에 들어서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상연씨가 반갑게 맞이한다.

기자가 처음 경험한 햅틱 장치는 화면속의 물체를 움직일 때 힘이 느껴지는 햅틱 마우스. 보통 마우스와 달리 양쪽 옆에 누르는 부분이 있는데, 물체를 이동시키려면 이곳을 손가락으로 눌러야 한다. 레고 조각을 집어 옮기자 손끝에 무게감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몇번 하다보니 금방 손에 익어 정말 손으로 레고를 맞추는 듯한 착각이 든다.

다음은 노젓는 햅틱 장치다. 기어변속기처럼 생긴 막대를 쥐고 손을 앞뒤로 움직이자 그에 따라 화면속의 노가 물을 가른다. 신기하게도 노를 젓기 시작할 때는 힘이 많이 들다가 서서히 막대의 저항이 줄어든다. 개발자인 박사과정 고성영씨는 “실제 노를 저을 때 일어나는 물의 저항 변화를 재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끝으로 필자인 김상연씨가 개발한 촉진용 햅틱 장치 앞에 앉았다. 화면에는 짙은 적갈색의 간이 놓여있다. 커서를 간 표면에 두고 장치의 손잡이를 내리자 ‘뭉클’한 느낌이 전해진다. 화면속의 간은 마치 손가락에 눌린 것처럼 중간이 쑥 들어간다. 눈을 감고 해보니 정말 고기덩어리를 만지는 듯한 착각이 든다. 김씨는 “손잡이 부분을 촉진 상황에 맞게 설계하고 그래픽을 개선하면 바로 의학 교육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경험해본 햅틱 장치들은 아직 기본적인 단계다. 그러나 화면을 조작할 때 상황에 맞게 전해지는 힘과 촉감은 기대이상의 사실감을 느끼게 했다. 실험실을 나서며 햅틱 기술이 구현될 경우 우리가 경험할 세상은 놀라움 그 자체일 것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KAIST에서 개발한 촉진용 햅틱 장치. 손잡이를 당기면 화면속 의 간이 눌리면서 뭉클한 느낌 이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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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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