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공룡 몸집이 커진 이유

중생대를 주름잡던 공룡은 어떤 동물이었을까. 너무도 쉽게 공룡들을 생각하지만 파충류와 공룡의 차이를 설명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악어와 공룡의 차이, 그리고 공룡이 몸을 키운 이유 등을 알아보자.

공룡이란 무엇인가. 어떤 이는 오래 전 지구에서 번성하다 멸종된 거대한 동물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어린이 만화에나 존재하는 가상의 동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룡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고생물학자들은 공룡을 어떻게 생각할까.

공룡은 이미 멸종된 동물이다. 그래서 고생물학자들은 화석으로 남아 있는 골격의 특징 으로 공룡을 정의한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공룡에게는 9가지의 진화된 특징이 있다(그림1). 그러나 실제 동물의 뼈를 다루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골격의 특징이 해부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이보다도 쉽게 공룡을 정의하는 세가지 관점이 있다.

첫째, 공룡은 중생대 시기에만 생존한 파충류였다. 2억4천5백만년 전부터 6천5백만년 전까지 약 1억 8천만년 동안 지속된 중생대에는 오늘날 살고있는 척추동물의 대부분, 즉 도마뱀, 거북, 악어, 포유류, 새, 그리고 이미 멸종한 공룡과 익룡이 번성했다. 당시 포유류는 지금의 쥐처럼 크기가 작고 미미한 존재였기 때문에 중생대 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공룡은 악어와 익룡처럼 눈구멍 뒤에 두쌍의 구멍이 발달한 머리뼈(diapsid)를 가진 파충류이다. 공룡은 이러한 구멍이 하나도 없는 거북과 한쌍의 구멍이 발달한 포유류와 쉽게 구분된다. 또 매우 드물게 보존된 피부화석으로 알 수 있듯이 털이 아닌 현생 파충류와 같은 비늘(scales)을 가졌고, 알을 낳는다는 사실도 파충류임을 증명한다.

둘째, 모든 공룡은 땅위에서 살았던 육상동물이다. 파충류이면서도 당시 하늘을 날았던 익룡(pterosaurs), 바다에 살았던 돌고래 모양의 어룡(ichthyosaurs), 네스호의 괴물(실제로 존재하지 않음)로 널리 알려진 수장룡(plesiosaurs)은 공룡이 아니다. 중생대에는 실로 다양한 파충류가 하늘과 땅과 바다에 서식했다. 중생대를 파충류의 시대라 부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셋째, 모든 공룡은 몸 아래에 바로 뻗은 곧은 다리를 가졌다. 이는 굽은 다리를 가진 도마뱀, 악어, 거북과 같은 원시적인 파충류와 구별되는 공룡의 중요한 특징이다. 도마뱀과 거북은 몸 옆에서 직각으로 꺾인 다리로 엉금엉금 기어다닌다. 따라서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 몸통을 좌우로 틀어 다리를 움직여야 한다. 악어는 짧은 거리를 뛸 때 몸을 반쯤 들 수 있지만 역시 대부분의 시간을 기어다닌다.

굽은 다리로 몸무게를 지탱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된다. 또한 걸을 때 발생되는 발목관절의 강한 비틀림을 견뎌내야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걷는 동물 중 거대한 크기로 진화한 동물은 없다. 몸무게가 75t이 넘는 세이스모사우루스(Seismosaurus)는 악어와 같은 꾸부정한 다리로는 도저히 설 수 없었을 것이다.

기는 자세는 폐와 함께 항상 몸이 휘어져야 하기 때문에 움직일 때 호흡하기 어렵다. 그러나 완전한 직립자세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공룡은 초기 진화단계에서부터 다른 파충류와 구별되는 직립자세를 갖고 있었다. 포유류와 새처럼 자유롭게 호흡하면서 뛸 수 있었기 때문에 기는 동물들보다 훨씬 유리한 생존조건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긴 다리를 가진 두발 육식공룡들은 시속 40km로 달릴 수 있었다. 이러한 수치는 그들이 남긴 발자국화석을 통해 계산된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은 동물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더 크게 자라고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던 공룡은 매우 다양한 몸 구조와 생활양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림1)알로사우루스의 골격


(그림1)공룡을 구별하는 9가지 특징
① 눈 앞에 있는 구멍까지 연장돼 있는 길다란 앞입 천장뼈가 발달함.
② 두 개 이상의 허리척추뼈.
③ 윗팔뼈와 만나는 어깨뼈와의 경계부분이 뒤쪽을 향함
④ 윗팔뼈의 삼각형 가슴돌기가 윗팔뼈의 위에서부터 중간까지 발달함.
⑤ 네번째 앞발가락 마디의 수가 세 개 이하로 줄어듦.
⑥ 골반에 넓적다리뼈가 꼭 끼워지게 골반에 구멍이 발달함.
⑦ 골반에 끼워지는 넓적다리뼈의 윗부분이 뚜렷하게 구형으로 돌출돼 있음.
⑧ 매우 작아진 종아리 뼈.
⑨ 발목뼈 위로 잘 발달된 하나의 뼈.


(그림1)펜타케리톱스의 골격


처음부터 크지는 않았다

공룡이란 단어를 떠올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높은 나무 위에 있는 잎들을 한가롭게 뜯는 거대한 목긴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Brachiosaurus)나 영화 ‘쥐라기공원’에서 변호사를 한입에 삼키는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를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룡들은 이보다 작았다.

콤프소그나투스(Compsognathus)는 티라노사우루스처럼 육식공룡이지만 그 크기는 주둥이 끝에서 꼬리 끝까지 80cm밖에 되지 않았다. 후기 삼첩기(2억3천만년 전-2억8천만년 전)에 처음 공룡이 진화했을 때 이들은 쥐라기와 백악기 공룡처럼 크질 못했다. 대표적인 초기 육식공룡인 코엘로피시스(Coelophysis)의 크기는 2m, 원시 목긴공룡인 플라테오사우루스(Plateosaurus)의 크기는 8m 정도였다.

그렇다면 왜 공룡들은 자기의 몸집을 늘려 나갔을까? 어떻게 공룡들은 거대하게 자랄 수 있었을까? 이는 분명 공룡들이 살던 당시의 지구환경, 그리고 먹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먼저 파충류의 뼈는 포유류의 뼈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파충류에서 뼈 끝, 즉 골단(epiphysis)은 뼈가 연한 전형적인 연골 상태를 유지한다. 이러한 연골은 계속해서 자라기 때문에 파충류인 공룡은 살아있는 동안 계속 자란다.

최근 오리주둥이공룡인 마이아사우라(Maiasaura)의 새끼 뼈를 조사해본 결과 공룡의 뼈는 항상 일정한 속도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새끼 때에 더 빨리 자란다는 것이 밝혀졌다. 골단이 연골로 돼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뼈마디 부분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유류는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골단의 연골을 덮어 싸는 2차적인 골단이 형성된다. 2차적인 골단과 원래의 골단 사이에 있는 연골의 성장은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성체가 될 때 골단과 함께 붙게 되므로, 뼈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따라서 포유류인 인간은 청년기에 이르러 성장이 멈추게 된다.

대부분의 파충류에는 이러한 2차적인 골단이 없다. 이처럼 골격학적으로 크게 성장하는데 아무런 제약을 가지지 않았던 초식공룡들은 이산화탄소가 풍부하고 기후도 따뜻했던 중생대 기간 동안 온 대륙에 번성한 나자식물(겉씨식물)과 양치류들을 먹기 위해 몸집을 자꾸 불려갔다.


공룡의 크기는 매우 다양했다. 사진은 알로사우루스(위), 갈리미무스(중앙), 콤프소나투스(아래)의 크기를 비교한 것.


식물들의 역습

중생대의 기후는 오늘날보다 훨씬 더 덥고 습했으며 극지방에는 빙하가 없었다. 또한 기후는 놀랍게도 일정해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이가 거의 없었다. 위도에 따른 기후대가 세분되지 않아 극지방도 적도지방처럼 따스했고, 연중 기온은 10-15℃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특수한 환경에 잘 적응한 것은 쥐라기의 초식공룡인 목긴공룡들이었다. 큰 체적의 몸을 유지하기 위해 목긴공룡들은 방대한 양의 식물을 먹어치웠다. 가장 큰 육상 포유류인 아프리카 코끼리는 생존하기 위해 자기 몸무게의 3%가 넘는 1백85kg의 식물을 매일 먹어야 한다. 이 비율을 그대로 적용하면 30t 무게의 브라키오사우루스는 하루 1t의 식물을 먹었을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양의 식물을 섭취해야 했던 목긴공룡의 머리길이(앞에서 뒤까지)는 75cm로 단지 말의 머리보다 조금 더 컸다. 또한 말의 치아처럼 식물을 잘 씹을 수 있는 어금니 대신에 전혀 씹을 수 없는 단순한 치아만 발달해 있다. 예를 들면 디플로도쿠스(Diplodocus)는 앞 주둥이에 가느다란 연필 같은 치아를 가지고 있어 초창기의 과학자들은 이들 공룡이 부드러운 수생식물만 먹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다면 물 위에 떠있는 수생식물을 먹었다면 왜 오메이사우루스(Omeisaurus)와 같은 목긴공룡은 10m나 되는 그토록 긴 목을 발달시켰을까? 그것은 아마 어떤 동물도 도달할 수 없는 꼭대기의 부드러운 나뭇잎을 독점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또한 이들의 거대한 몸집은 자연스럽게 자신을 방어하는 무기가 된다. 새끼를 제외하고 다 자란 코끼리를 사냥할 수 있는 육식 포유류는 현재 없다. 피부를 감싸는 두꺼운 골편(osteoderms)이나 날카로운 이빨과 같은 효과적인 방어무기도 없고, 빨리 달아날 수도 없는 목긴공룡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선 육식공룡보다 훨씬 크게 체구를 늘릴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당시에 풍부한 먹이와 좋은 기후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 왜 알로사우루스(Allosaurus)나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육식공룡들이 몸집이 커졌는지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 목긴공룡은 이빨이 잘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석(gastroliths)에 의존한 소화방법을 이용해 막대한 양의 나뭇잎을 먹어 산림을 황폐화시켰다.

그런데 식물들 역시 이러한 공룡들의 무자비한 약탈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생존주기를 짧게 하고 빠르게 성장하면서 낮게 자라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백악기에 나타난 꽃 피는 식물인 피자식물이 바로 그런 식물이다. 피자식물의 등장으로 거대한 목긴공룡들은 쇠퇴하고, 그 대신 몸집이 작고 잘 씹을 수 있는 이빨을 가진 오리주둥이공룡들이 번성해 또 다시 피자식물을 먹기 시작했다. 일방적으로 식물로부터 먹이를 공급받기만 한 공룡들은 중생대가 끝나면서 멸종했지만, 새와 곤충, 포유류들은 피자식물과 공생하면서 신생대에 들어서 더욱 번성해 나갔다.

2억2천8백만년 전에 처음 출현한 공룡들은 중생대가 끝날 때까지 약 1억6천3백만년 동안이나 환경에 잘 적응하며 실로 다양하게 진화했다. 인류의 역사를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가 나타난 4백만년 전부터라고 할 때 공룡은 인류가 살아온 시간보다 무려 41배나 오랫동안 지구의 주인이었다. 현재 남극까지 포함해 전세계 모든 대륙에서 공룡의 화석이 발견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공룡의 종류는 약 6백70속(genera)이다.

그렇다면 중생대에 실제로 살았던 공룡들은 얼마나 다양했을까? 물론 화석은 하나의 자료에 불과하므로, 새로운 화석이 발견됨에 따라 그 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1970년 이후 한 달에 한번 꼴로 새로운 공룡들이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리처드 오언이 공룡이란 이름을 처음으로 만들었을 당시인 1842년에는 단지 7속의 공룡이 있었다. 그런데 해리 실리가 공룡을 크게 두그룹(골반이 도마뱀을 닮은 용반류와 새를 닮은 조반류)으로 분류했던 1887년에는 37속으로 늘어났다. 그후 1997년까지 총 6백50속이 발견된 것으로 집계됐으며 최근까지 20속 이상이 더 늘어났다.

한 공룡속의 생존기간은 5백만년에서 1천50만년, 평균 7백70만년으로 계산하고 화석으로 보존된 수에 기초해 추정해 보면, 실제 중생대에 살았던 공룡은 9백-1천2백속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계산이 옳다면 “새로운 공룡을 발견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앞으로 2백년 후에나 고려해 볼 문제이다.

공룡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나

학명은 라틴어 또는 라틴어화된 글로만 쓰도록 되어 있다. 그러므로 학명은 원칙적으로 라틴어의 원래 발음대로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라틴어는 이미 죽은 언어이므로 라틴어로 발음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라틴어 발음기호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과 미국 등 영어권에서는 영국식과 미국식으로, 독일은 독일식으로 발음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라틴어식이나 영어식이 아닌 독일식과 일본식이 섞인 발음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는 공룡을 나타내는 'Dinosauria'를 '디노사우리아'로, 'Coelophysis'를 '코엘로피시스'로 발음한다. 그러나 영미식 발음은 '디이노소리아'와 '실로파이시스'이다. 또 모두들 'Triceratops'와 'Pteranodon'은 '트리케라톱스', '프테라노돈'으로 발음한다. 만약 이런 발음으로 외국인들과 대화한담녀 외국인들은 전혀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영미식 발음은 각각 '트라이세라톱스'와 '테라노돈'이기 때문이다.

실제 새로운 학명이 정해지면 그 학명의 발음기호도 같이 첨부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공룡의 발음기호도 공식적으로 정해져 있다. 그래서 필자 역시 학문의 중심인 미국 발음에 가깝게 표기하고자 했으나, 그 일이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모든 학문이 따르고 있는 관행을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의 세계화 추세에 따르려면 있지도 않은 라틴 발음보다 미국 발음을 택하는 것이 현실적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1999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SYGMA
  • 사진

    GAMMA
  • 이융남 연구원

🎓️ 진로 추천

  • 지구과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역사·고고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