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태어나서 일생 동안 성장해 늙고 죽어가듯이 우주 공간의 별들도 비슷한 일생을 산다. 우주 공간의 가스와 먼지로 된 성운에서 생겨나 자신을 태우면서 성장해가고 더 이상 태울 것이 없어지면 여러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지구상에 있는 원소는 별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죽음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별을 보며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느끼는 것은 우리를 이루는 물질들이 별들로부터 생겨난 때문은 아닐는지.
늙을수록 커지는 부피
우주 공간의 특정 지역에는 가스와 먼지로 된 성운이 있다. 이 성운 속에서 새로운 별이 생긴다. 성운의 어느 곳에 밀도가 높아지면 주위의 물질을 끌어당겨 물질 덩어리가 성장한다. 덩어리가 점점 수축하면서 중심부가 뜨거워지고 마침내 아기별이 탄생한다. 거대한 성운이 뭉쳐질 경우 여러 개의 별이 함께 만들어져 성단을 이루기도 한다.
새로 태어난 별은 계속되는 중력 수축으로 중심부의 온도와 압력이 올라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빛을 낸다. 그리고 별 내부의 핵반응에 밀려 팽창하려는 힘과 중력에 의해 수축하려는 힘이 서로 균형을 이루게 되면 비로소 수축을 멈추고 안정된 별로 자리를 잡는다.
별은 먼저 수소를 연료로 핵반응을 일으켜 빛을 내고 점점 어른 별로 변해간다. 수소를 핵융합하고 나면 헬륨이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별의 중심부에 쌓이면서 온도는 더욱 높아진다. 수소를 연료로 해 온도와 압력이 더 높아지면 또다시 헬륨 핵융합이 일어난다. 탄소, 산소와 같은 무거운 원소는 헬륨 핵융합에서 생겨난 것이다.
내부의 수소와 헬륨을 거의 다 태우고 나면 내부의 엄청난 에너지에 의해 별은 점점 부풀어오른다. 별의 크기가 커지면서 표면 온도도 내려가 푸른색의 젊은 별들이 붉은색의 늙은 별로 변해간다.
뚱뚱한 별이 수명 짧아
별의 수명은 질량에 따라 달라진다. 뚱뚱한 사람이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을 많이 먹듯이 무거운 별은 강한 에너지를 내면서 내부의 물질을 빨리 태워버려 그 만큼 수명이 짧다. 질량에 따라 수십만년에서 길게는 수백억년을 살기도 한다.
태양과 질량이 비슷한 별의 수명은 1백억년 정도이다. 태양과 비슷한 별들은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점점 부풀어 적색거성으로 변해간다. 적색거성이 더욱 불안정해지면 중심에는 백색왜성을 만들고, 바깥 부분의 물질들은 우주공간으로 퍼져 행성상 성운을 만든다.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별은 적색 거성단계에서 초신성 폭발로 최후를 맞이한다. 강력한 폭발로 바깥쪽의 물질을 우주공간에 흩뿌리고 남아있는 중심부는 높은 밀도의 중성자별이 되거나, 한없이 수축해서 ‘블랙홀’이 된다.
생명을 다한 나뭇잎이 떨어져 땅속에 묻히면 새로 돋아나는 씨앗의 좋은 거름이 된다. 수명을 다한 별이 폭발하면서 내놓은 잔해들도 우주 공간에서 새로운 별과 행성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 지구에 있는 산소, 탄소, 철과 같은 원소는 지구 근처 어느 별의 성장 과정에서 만들어진 물질들이다.
태양의 최후는 어떤 모습?
지구에 생명의 빛을 주는 태양은 어떤 최후를 맞을까? 태양은 약 50억년 전 태어나 이미 일생의 반을 지낸 별이다. 현재 태양은 밝기가 거의 변하지 않는 안정된 별이다. 만약 태양이 변광성이라면 밝기가 조금만 변해도 지구의 온도는 심하게 변해 생물이 살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태양도 조금 더 나이가 들면 핵융합 반응으로 만들어진 헬륨이 중심에 쌓이면서 불안정해진다. 밝기는 차츰 증가해 더욱 많은 빛과 열을 낸다. 앞으로 20억년 가량 지나면 늘어난 태양열 때문에 지구의 온도는 크게 올라갈 것이다. 바닷물은 증발하고 하늘은 수증기와 구름으로 뒤덮일 것이다. 그러면 지구는 지금의 금성처럼 뜨겁고 메마른 행성이 돼 더 이상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태양은 적색거성으로 변해 늙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덩치는 지금보다 커지지만 표면온도는 현재의 6천℃에서 3천℃ 아래로 떨어지고 밝기는 지금의 2천3백배까지 올라간다. 태양의 나이로 80억살에 이르면 수성을 삼켜버릴 정도로 부풀어오르고, 금성의 표면은 뜨거운 열로 녹아내리며 지구 표면의 온도는 7백℃ 이상 올라갈 것이다.
태양은 잠시 줄어들었다가 1억년 후에 다시 팽창한다. 수성은 태양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태양의 인력이 작아져 금성과 지구는 지금의 궤도보다 훨씬 바깥으로 밀려나간다. 지구는 지금보다 1.7배 더 먼 곳에 있게 되지만, 표면은 1천3백℃에 이르러 철이나 암석은 녹아 내리기 시작할 것이다.
이후 적색거성의 태양은 바깥의 물질을 우주공간으로 서서히 날려버린다. 90억살이 되면 바깥 층의 물질은 행성상 성운으로 변하고, 중심부는 쪼그라들어 백색왜성이 된다. 태양이 지구보다 작은 백색왜성이 되는 마지막 단계에서는 한 숟갈의 무게가 5.5t이나 되는 엄청난 밀도를 갖는다. 태양은 1백30억살이 되면 빛을 완전히 잃고 흑색왜성이 돼 차갑게 죽어갈 것이다.
대낮에도 빛나는 별 초신성
은하를 이루는 별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밝은 빛을 내며 죽어가는 별이 초신성이다. 우리은하에서는 대략 1백년에 하나 정도의 초신성 폭발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망원경이 발명 된 이후 우리은하 내에서 초신성이 폭발하는 장면은 한 번도 목격된 적이 없다.
역사상에 기록으로 남아 있는 최초의 초신성은 1006년에 있었다. 이리자리 근처에서 갑자기 금성보다 1백배나 밝은 빛을 내는 별이 나타났다. 워낙 밝아 낮에도 흰 점으로 보였으며 밤에는 그림자를 만들 정도였다고 한다.
1054년 황소자리에서 나타난 초신성은 목성 정도의 밝기로 빛났는데, 지금은 폭발한 후의 잔해로 더욱 유명하다. ‘게성운’이라고 하는 폭발의 흔적이 1천년 가량 지난 지금도 우주공간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1572년에는 금성보다 밝은 초신성이 나타났다. 당대 최고의 관측가인 티코 브라헤가 카시오페이아자리에서 발견했다. 그는 밤하늘의 모든 별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던지라 새로운 별이 나타난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티코의 제자였던 케플러도 1604년 10월에 초신성을 발견했다. 땅꾼자리에서 발견된 이 별은 당시 목성과 토성 사이에 있었는데, 목성보다도 더 밝게 빛났다. 이 초신성은 당시 우리나라의 서운관에서도 관측을 했다. 지금도 이별의 광도변화를 정밀하게 관측한 기록이 남아있어 과학사의 귀중한 사료가 되고 있다. 케플러의 초신성 이후 4백년 가량 지난 지금까지 우리은하 내에서 초신성 폭발 장면을 본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언제 어느 곳에서 이런 극적인 우주 드라마가 펼쳐질지 모른다. 그러나 50광년 거리 이내에서 초신성이 폭발하지 않기를 기도해야 한다. 그 번쩍임을 보는 순간 지구의 생명도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대학교 천문학과 박창범-이명균 교수팀은 북쪽 왕관자리에서 초신성으로 보이는 천체를 발견하고 국제천문연맹에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만약 초신성이라면 별의 진화와 우주의 구조를 밝히는데 획기적인 자료가 될 것이다. 지구로부터의 거리는 10억광년으로 우리은하 바깥에서 일어난 일이다.
실험 - 별들의 수명 알아맞히기
■ 기초지식
미국의 천문학자로 러셀과 헤르츠스프룽은 별의 스펙트럼 형태와 절대등급 사이의 관계를 밝혀낸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의 연구결과를 도표화한 것을 H-R도라고 부르는 데, 이것은 별의 진화에 관한 현대 이론의 기초가 됐다. 스펙트럼 형은 별의 색깔에 따라 분류한 것이다. 별의 색깔은 맨눈으로는 잘 구별되지 않지만 분광기를 통해 O(청색), B(청백색), A(백색), F(담황색), G(황색), K(주황색), M(적색)으로 분류할 수 있다. H-R도를 보면 무질서하게 분포하는 것이 아니라 몇 개의 영역으로 나누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별이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이어지는 대각선을 따라 분포하고 있는데 이것을 주계열성이라고 한다. 주계열성 오른쪽 위에는 거성이, 왼쪽 아래 부분에는 어두운 백색왜성이 자리잡고 있다.
별은 태어나서 핵융합을 시작하면서 안정단계에 접어들면 주계열성이 된다. 주계열의 어느 지점에 머물 것인가는 태어날 때의 질량에 따라 결정된다. 태양은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이보다 크고 뜨거운 별은 왼쪽 위에 자리잡는다. 주계열에 머물러 있는 시간도 질량에 따라 다른데, 질량이 작은 별일수록 머무는 기간이 길다. 주계열에 머물며 젊은 시절을 다 보낸 별은 부풀어오르면서 온도가 낮아지는 적색거성으로 변해 H-R도에서 오른쪽 위로 이동한다. 태양과 비슷한 질량의 별은 주위의 물질을 점점 날려버리고 중심부는 축소돼 H-R도 왼쪽 아래로 이동, 백색왜성이 된다. 그러나 태양보다 훨씬 큰 질량의 별은 초신성 상태로 폭발해 블랙홀이나 중성자별로 사라져 버린다. H-R도에 어떤 별의 위치를 표시해 보면 그 별이 일생의 어느 시기를 보내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 방법
① H-R도를 보며 별의 분포를 살펴본다. 주계열성, 거성, 초거성, 백색왜성 등이 서로 다른 지역에 몰려있는 것을 알 수 있다.
② 1등성의 목록(표2)에 나와있는 별의 절대등급과 스펙트럼 형을 참고해 H-R도에 각 별의 위치를 표시해 본다.
③ H-R에 찍힌 별들을 서로 비교해 가면서 별의 색깔, 밝기, 나이를 가늠해본다.
④ 오른쪽의 성도에는 여름밤에 볼 수 있는 1등성이 나와 있다. 실제로 밤하늘에서 별들을 찾아보고 어느 단계까지 진화했는지 조사해보자.
■ 확인하기
시리우스는 밤하늘에서 맨눈으로도 푸른빛을 내는데, H-R도로 볼 때도 아직 젊은 주계열성임을 알 수 있다. 붉은 별로 유명한 안타레스는 예상과 일치하게 초거성에 속해 있다. 즉 푸른 별은 젊은 별이고 붉은 별은 늙은 별임을 알 수 있다. 알데바란은 거성 단계이고 베텔규스는 적색거성으로 곧 수명이 다하리라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