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과학자들은 약1ha 의 땅에 지상과 똑 같은 생존조건을 갖춘 모형 생태계를 건설하고 있다. 미래의 우주개발에도 응용될 수 있고 만일의 경우 핵전쟁으로 인해 지구에 종말이 찾아왔을 때를 대비하자는 뜻도 있다"
3백억원의 피난처?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근처에 있는 광활한 ‘애리조나’ 사막 한 가운에는 지금 용도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건물이 한 채 건축되고 있다. 주위에는 서부영화에 자주 나오는 적황색 암벽이 드문 드문 서있다.
미국의 두 건축가 ‘마가렛 어거스틴’ 과 ‘필 호즈’가 설계한 이 건물은 유리와 강관으로만 되고있어 언뜻 보기에는 온실같기도 하고 또 주위의 경관과 중앙에 솟은 돔탓인지 고대 동양의 궁궐같기도 하다.
이 건물이 바로 미국 애리조나주 ‘턱슨’시에 있는 ‘환경연구실험소’(Environmental Research Laboratory)의 소장‘칼 하지’의 계획에의해 건립되고 있는 ‘바이오 스피어 2’(Biosphere 2)이다.
백만장자 석유사업가의 아들인 ‘에드워드 베스’는 이 프로젝트에 한화로 무려 3백억원에 달하는 돈을 투자했다.
그리고 여덟명이 외부세계와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2년동안의 생존실험을 시작 하였다. 이 여덟명의 사람들은 이년동안 유리 집안에서 살면서 모든 것을 자급 자족해야만 했다.
레이건─50년 앞을 내다본 것이라고 칭찬
미국에서는 이 실험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나사(NASA)가 이 작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고 레이건 대통령도 공식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지지하면서 연구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몹시 흥분된 목소리로 “바이오스피어 2 프로젝트는 오십년 앞을 내다볼 때 꼭 필요한 작업입니다”라고 말했었다.
이 유리집은 각 방면의 과학자들을 흥분 시키고 있다. 만일 핵전쟁이나 핵폭발이 일어나 지구전체가 페허가 되었을 경우 이 유리집은 인류의 마지막 피난처이면서 동시에 유리집속에 들어가 있던 사람들은 새로운 인류의 시조가 되는 것이다. 단순한 과학적 실험이라고 가볍게 보아 넘길 사람도 있겠지만 핵전쟁이나 실수로 인한 핵폭발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음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후의 심판’을 준비한다는 의미 뿐만 아니라 이 유리집은 장차 화성에 세우게 될 우주기지의 모델로서도 활용될 예정이다. 또한 이 유리집은 몇 가지 장치만 추가하면 남극개발에 필요한 실험실로서도 응용될 수 있고 나아가 심지어는 돈 많은 아랍부호들을 위해 오아시스 별장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과학적 의의가 본질적인 것이긴 하지만 상업적인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턱슨’시 공항근처에 있는 허름한 환경연구실험소 본부에서 소장인 ‘칼 하지’씨는 바이오스피어 2 프로젝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브리핑을 했다.
지상과 같은 조건 만든다
“과학적인 조작에 의해 인간의 생존조건을 완전하게 재현해내는 작업은 고도의 테크놀로지에 의해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대기도 인공적으로 생산해내야하고 유리집안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우주복과 유사한 방수복과 마스크를 지급해야만 합니다.
현재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일을 쉽게 하자면 지상과 똑 같은 생존조건을 갖춘 축소도시, 다시 말해 일종의 미니어쳐를 하나 만들자는 것입니다.
유리집안에는 바위를 쌓아 인공 암벽을 만들고 흙을 덮어 잎이 무성한 식물들이 자라도록 할 생각입니다. 암벽 사이사이에는 작은 호수들을 조성해서 그 물을 부어 경작지에 댈 것입니다. 유리집내에는 또한 한대와 열대를 따로 만들어서 지상의 기상조건을 재현시켜놓을 계획이고 식물들이 자라는데 필요한 습도도 이러한 기후조절로 얻을 예정입니다. 유리집 주민들은 덩지 큰 농기구 같은 것은 사용하지 않고서도 식량을 얻을 수가 있읍니다.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산소는 실내의 식물들로부터 충분한 양이 공급될 것입니다.”
이제 얼마 안있으면 소인국의 궁전같은 이 유리집은 이년동안 굳게 닫혀있게된다. 그런데 ‘하지’박사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인공적으로 만든 작은 생태계가 과연 끝까지 균형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작든 크든 하나의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다양한 요소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완전히 밀봉된 상태에 있는 이 유리집내에서 각종 기체의 교환작용이 원활히 일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리집내에서는 사람과 식물이 어떤 경우에도 서로를 해쳐서는 안된다. 사람이 살기위해서는 식물이 있어야 하고 또 식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지난날 이 작업을 연구하는데만도3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 주었다.
새로운 농업연구의 실험실
“본질적 문제는 해결되었읍니다. 잔디밭은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는 터전이 되어줄 것이고 그러면 탄소가스는 순환작용을 하게 될 것입니다.
각종 박테리아들이 필터 역할을 해줄 것입니다. 가스 발산은 컴퓨터에의해 측정되고 조절됩니다. 우리는 이러한 작업을 하면서 식물들 사이에 벌어지는 생존경쟁의 비밀을 알아내고자 합니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생존경쟁관계에 변화를 주어보는 실험도 할 것이고 나아가 가능하다면 식물들의 에너지 생존체계를 인공적으로 재현해 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 소장은 지난 20년동안 생태계연구에 몰두해왔다. 그는 식물의 신진대사와 상조(相助)활동의 권위자로서 ‘바이오스피어 2’프로젝트와 유사한 작업을 이미 시도했던 적이 있다. 유명한 월트 디즈니의 ‘미래의 나라’에서 농업관을 만든 사람이 바로 그였다.
그후 실내경작기술, 에어로포닉스(aeroponics, 대기재배) 그리고 하이드로포닉스(hydrauponics, 수경재배) 기술등은 마치 공상소설속에서처럼 급속도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히야신스’를 수경재배시키면 뿌리가 닿아 있는 연못에는 산소가 새로 공급되고 연못속의 작은 갑각류들은 이 산소덕택에 충분히 생존해나갈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어류의 배설물은 마치 링겔의 주사막처럼 점적주입(點滴注人)관을 통해 용해된 상태로 야채에 공급된다.
간단히 말해 각종 야채들이 별도의 경작지 없이도 싹이 트고 자랄 수가 있는 것이다. 토마토, 오이, 벼등은 모래나 합성섬유위에 착근되고 드럼통 같은 원형관속에서는 원심력이 가해지는 상태에서 양상치가 재배된다. 대기중에 뿌리를 노출시킨 양상치들은 분무되는 수증기를 통해 양분을 흡수한다. 야채를 재배하는데 필수적이었던 토양도 필요없게 되었고 중력마저도 기계적 조작에 의해 대체시킬 수가 있게 되었다. 월트 디즈니의 ‘미래의 나라’에서도 그랬지만 바이오 스피어 2 유리집에서도 이런 식으로 대기 경작기술이 보다 집중적으로 연구될것이다.
사막에서의 작물재배
사막에서의 식물재배기술을 실현시키려고 무진 애를 쓰고있는 ‘하지’소장은 기상 물리학의 이론가이면서 동시에 저명한 농학자이기도 하다.
그가 제작한 특수 온실들은 이미 상업적으로도 개발되어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중앙아메리카, 서인도 제도, 중동 등지에 건축되어있다. 현재 멕시코의 ‘푸에르토 페나스코’에도 시험적으로 온실이 세워져있는데 작물의 생산원가를 낮추고 온실의 사용방법을 개발하는 연구에 모델 하우스로 쓰이고 있다. ‘아부다비’에 있는 인공 오아시스에서는 인근 일대가 염분을 날라오는 모래바람때문에 아무 것도 생산해내지 못하는데 반해 사계절 싱싱한 야채들을 재배해내고 있다.
하지 소장은 다음과 같은 설명을 했다.
“처음에는 염분을 제거시킨 바닷물을 관개용수로 이용해보려는 계획에서 출발했읍니다. 연구를 계속하다보니 어느새 사막생태계의 전문가가 되고 말았읍니다. 록펠러 재단의 후원이 있어서 큰 힘이 되어주긴 했지만 초창기에는 정말로 힘들었읍니다.
하지만, 결과가 없지는 않았읍니다. 여러가지 지식을 얻을 수가 있었읍니다. 식물의 광주기성(光週期性)을 변화시킬 수도 있게 되었고 태양광선을 조절해 한대기후와 습도등도 인공적으로 얻을수가 있게되었읍니다. 또한 야채재배에 필요한 관개용수를 기존의 재래식 방법을 쓸 때보다 반으로 줄일수도 있었고 가뭄에 잘 견디는 품종을 선별해내기도 했읍니다.”
현재 ‘하지’소장은 ‘오만’만 인근의 거대한 관개 프로젝트를 추진중에 있다. 그런데 이 ‘오만’만 관개사업은 해수를 이용한 전대미문의 야심찬 프로젝트이다.
하지 소장은 계속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들려주었다.
“언젠가 프랑스 파리시에 있는 식물개발 연구소 소장인 ‘이브 드마를리’박사는 바닷물을 이용한 관개사업이 이루어질 수없는 꿈만은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읍니다.‘오만’만의 바닷가에는 수천ha에 달하는 모래벌이 펼쳐져있읍니다. 우리는 지금 염분에 잘 견디는 저항력의 실체가 무엇인지 서서히 밝혀가고 있읍니다.
인류생존의 새로운 시대
우리는 사하라사막에서 갖고온 한 식물의 원형질을 ‘개자리’라는 식물에 접합시켰읍니다. 물론 이 개자리는 염분과 남 ‘튀니지’지방의 건조한 토양에서도 잘 견딘 잡종 개자리였읍니다. 또 우리는 페루산 토마토와 갈라파고스 제도의 짠물에서 서식하는 토마토를 교배 시키는 실험도 계속하고 있읍니다.”
고도의 기술을 갖고있는 전문인력과 그들의 다양한 실험을 통해 위와같은 일련의 생태계 연구와 실험들은 조만간 성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로서는 제한된 몇 종류의 채소류와 곡물류에 한정되어 있지만 앞으로 오년후면 놀랄만한 성과가 나오리라 기대된다. 20세기 최첨단의 유전공학과 환경공학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는바오스피어 2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날 인류의 생존은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