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초가 되면 오늘날 공장에서 보는 자동기계의 후예들이 더 많은 작업장에서 부지런히 일할 것이다. 그들은 해저의 탐험, 대규모 건설, 범죄 척결, 원자력 발전소 감시를 할뿐 아니라 우주인, 인공두뇌를 가진 친구로서의 역할도 할것이다. 그때가 되면 로봇은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보듯 단순하고 멍청하며 무정한 존재가 더이상 아니다. 그들은 답답한 공장에서 우리의 세계로 나와 우리와 함께 삶을 영위하게 된다.
우선 가정의 로봇화가 보편화 될 것이다. 난방 냉방 조명 경보장치 환기 폐쇄회로TV 등의 모든 것이 집의 중앙 컴퓨터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따라서 집을 사려는 사람은 복덕방에서 이 중앙 컴퓨터의 성능을 확인하는 일로부터 시작할 것이다.
식사를 마련하는 것도 로봇의 일이 된다. 아침에는 차가운 식사가 냉장고에 준비될 것이고, 저녁 늦게 문을 들어서면 전자 오븐에 뜨거운 식사가 기다릴 것이다. 귀가시간이 늦어지면 중앙 컴퓨터에 저녁준비를 늦추라고 지시하면 그만이다. 집안청소도 로봇 차지다. 사전에 입력된대로 집안의 구석구석을 로봇진공청소기가 돌아다니며 깨끗이 한다. 이런 복잡한 일을 시키려면 로봇을 훈련시켜야 한다. 훈련은 몇가지 단어를 읽어주는 것으로부터 시작, 주인의 목소리를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한다. 잘 훈련된 로봇이라면 주인과 저녁 한때 장기나 바둑을 같이 즐기기도 한다.
노예를 부리는 것이 옛날의 사치였다면, 21세기의 사치는 애완용 로봇을 장만하는 것이다. 고도의 마이크로칩을 장착한 로봇개나 로봇고양이를 데리고 공원을 산책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띌 것이다. 이미 일본에서 이런 시도가 있지만, 21세기의 맹인용로봇은 여러가지 센서와 기억된 지도를 간직해 주인이 버튼만 누르면 원하는 곳까지 가거나 버스표를 사는 일 등을 도맡아 해준다.
21세기 공장의 작업대는 그야말로 지옥같을 것이다. 숨막힐듯이 높은 온도, 귀를 멍멍하게 하는 소음, 유독성 증기, 그리고 살인적인 속도로 돌아가는 생산 라인들. 이런 '비인간적'인 환경에서도 로봇은 쉽사리 작업을 한다. 이 정교한 작은 기계들은 또 다른 기계 곧 공장의 중앙컴퓨터의 지시를 받는다. 말하자면 이 공장의 하나의 거대한 로봇인 셈이다.
한편 작업장에서 보다 힘든 일을 하는 로봇도 등장할 것이다. '위험전담 로봇'이 그것. 이들은 경찰이 하는 일을 떠맡거나, 원자로나 탄광의 내부를 조사하고, 불이 난 건물의 생존자를 찾아내며, 테러리스트가 설치한 폭탄을 제거하는 등의 궂은 일을 묵묵히 수행한다.
NASA의 미래학자들은 로봇을 이용한 우주탐사의 가능성을 열심히 타진하고 있다. 한가지 예가 1백t짜리 '씨앗'로봇들을 달에 보내는 것. 달에 착륙한 이들은 미리 정해진 계획대로 일을 수행한다. 이들중 일부는 태양열 공장을 세울 때, 다른 일단의 로봇은 광물을 캐서 달기지 건설에 필요한 원료를 추출한다. 한편 공장에서 로봇들이 다른 공장의 부품, 기계 그리고 보다 많은 로봇을 생산한다.
로봇이 로봇을 낳는다는 생각은 그리 환상적인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 시작한다면 21세기 초에는 달에 자기 복제능력을 갖는 로봇군단이 존재할 것이다. 태양계에는 두가지 종류의 지적 존재가 있어 각각 인간과 로봇을 중식 시키게 된다.
여기서 진화의 일념은 일대 변혁을 맞게 된다. 우리가 만든 도구가 스스로의 진화를 시작하니 말이다. 그렇게 되면 로봇은 더 이상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 비슷한 감정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로봇을 발달시키기 앞서 '너는 아무것도 죽여서는 안된다'는 프로그램을 로봇에 내장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섬뜩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