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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정보저장기술의 주인공

블루레이 對 HD DVD

매년 초면 카지노와 오락의 도시로만 알려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세계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IT기술 무한 경쟁의 장인 ‘국제가전전시회’(CES)가 열리기 때문이다. ‘2006 CES’도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앞 다퉈 새로운 디지털 기기를 선보이며 성대하게 개최됐다.

다양한 신기술 중에서도 단연 하이라이트는 쟁쟁한 IT 기업들이 양편으로 갈라져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던 DVD 이후 차세대 광정보저장기기 경쟁이었다. 새로운 황금알로 떠오른 차세대 정보저장기기의 세계시장 규모는 4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블루레이(BD, Blu-ray Disc) 진영과 HD-DVD(High Density-DVD) 진영의 표준화 경쟁은 이번 CES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각 진영에 참여한 회사들은 플레이어와 영화 타이틀을 공개하며 세계에 자신들의 장점을 자랑했다.

CD에서 3세대 광디스크까지

최초의 광정보저장기기는 1982년 등장한 음악용 광디스크인 CD(Compact Disc)다. CD는 당시로선 획기적인 650MB란 대용량과 2Mbps의 빠른 전송속도를 강점으로 핵심 오디오 저장매체로 부상했다.

1990년대 중반 2세대 광디스크인 DVD(Digital Versatile Disc)가 상용화 돼 고화질 동영상 매체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DVD는 저장용량이 4.7GB이고 전송속도가 11Mbps를 넘어 오디오와 컴퓨터 보조 저장장치로 기능이 확장되면서 저장매체의 새 주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1세기에 디지털 방송이 도입되고 고화질의 HDTV 영화 녹화를 위해 15~22GB의 저장용량이 필요하게 되면서 DVD 이후 차세대 기술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CD나 DVD와는 달리 세대 광디스크로 분류되는 차세대 기술은 공통 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사실 기록형 DVD도 완전한 표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2003년부터 블루레이와 HD-DVD로 나뉜 양 진영은 시장 선점을 위해 표준 경쟁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광정보저장기기는 반도체 레이저에서 나오는 빔을 받아 광디스크에 초점을 맺어 기록하고, 여기서 반사되는 광량을 구별해 재생하는 디지털 기기다. 이때 두 가지 방법으로 광초점의 크기를 줄여 저장용량을 높일 수 있다.

첫 번째는 더 짧은 파장의 레이저를 사용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개구수가 높은 대물렌즈를 사용하는 것이다. 개구수는 굴절률에 최대입사각을 곱한 것으로 현미경의 해상력을 결정한다. 개구수가 클수록 렌즈를 통해 맺히는 초점의 크기가 작아지므로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 CD에서 DVD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레이저 파장은 780nm에서 650nm로, 개구수는 0.45에서 0.6으로 커졌고, 따라서 광초점의 크기도 CD 1.73㎛에서 DVD 1.08㎛로 줄어들었다.
 

블루레이와 HD-DVD의 비교


기술은 블루레이, 호환은 HD-DVD

이에 따라 블루레이와 HD-DVD에서는 더 짧은 파란색 405nm 레이저 파장을 사용하고 있다. 블루레이라는 이름도 파란색 레이저를 사용하기 때문에 붙은 것이다. 하지만 대물렌즈의 개구수는 서로 다르다. 저장용량을 늘리기 위해 대물렌즈의 개구수를 높일 때 발생하는 광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광디스크를 플레이어에서 재생할 때 디스크가 고속으로 회전하면 광디스크가 기울어지며 노이즈가 발생해 신호에 악영향을 준다. 이 노이즈는 개구수의 세제곱과 레이저 빔이 투과하는 광디스크의 두께에 비례한다.

따라서 개구수가 커지면 광디스크 기판의 두께를 줄여야 노이즈가 줄어든다. CD에서 DVD로 발전하는 과정에서도 광디스크의 두께를 1.2mm에서 0.6mm로 줄여 문제를 해결했다.

블루레이 방식은 개구수를 0.85로 더 높이고 디스크 두께를 0.1mm로 줄여 획기적으로 용량을 늘린 기술이다. 한편 HD-DVD 방식은 개구수와 디스크 두께는 DVD와 같지만 데이터 압축기술과 다층 구조를 이용해 고용량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기록용량에서는 23~27GB 정도인 블루레이 방식이 15~20GB 저장 가능한 HD-DVD보다 우수하다. 그러나 HD-DVD방식은 기존 광디스크 제조공정과 장비를 활용할 수 있고 DVD와의 호환성에서 더 유리하다.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들의 특허권과 미국의 대형 영화 배급사들의 이해관계가 표준 방식 채택 문제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현재 블루레이 진영에는 CD에서 출발한 광디스크 기술의 원천 특허를 많이 보유한 소니, 필립스를 비롯해 마쓰시타, TDK,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21세기폭스사, 디즈니 등의 영화사, 그리고 PC업계에서 델과 애플, HP 등이 가세하고 있다.

반면 HD-DVD 진영에는 DVD 계열의 특허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도시바, NEC, 산요전기를 중심으로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파라마운트, 워너 홈비디오,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이 포진해 있다.

블루레이는 기존 DVD와 호환되지 않고 생산 비용도 많이 들지만 용량이 더 크고 복제방지기술이 뛰어나 주요 콘텐츠 공급원인 영화사들이 지지하고 있다. HD-DVD는 기존의 DVD 생산 라인을 고쳐 쓸 수 있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광디스크를 만들 수 있어 제조업체들에게 매력적이다.
 

세계 유수 기업들의 시장 쟁탈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일본 도시바의 후지이 요시히데 상무가 지난 2005년 9월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 HD-DVD 플레이어 출시를 발표하고 있다.


미래는 4세대 정보저장기술의 시대

기업들은 차세대 DVD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해적판으로 골머리를 앓아 온 영화업계는 차세대 DVD가 불법 복제를 막고 신규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PC와 게임업계도 고용량의 콘텐츠로 시장 확대와 선점을 노리며 차세대 DVD의 표준화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블루레이와 HD-DVD의 표준화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외 기업, 연구소들은 이미 4세대 광정보저장기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체침지렌즈’(SIL)를 이용해 개구수를 높인 ‘근접장기록’(NFR) 방식의 ‘SIL-NFR’ 기술이다. 용량을 수백GB까지 높일 수 있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소니, 필립스와 연세대 정보저장기기연구센터(CISD)는 고체침지렌즈와 광디스크의 간격을 수십nm 이하로 아주 좁게 유지하는 ‘갭서보’ 기술을 새로 개발했다.

지름 약 1mm의 반구 모양 대물렌즈를 초당 수천번 회전하는 광디스크 위에 20nm 정도 띄워 일정하게 유지하는 극히 정밀한 기술이다. 아직 몇 가지 기술적 난제들이 있지만 현재 가장 상용화에 가까운 기술로 꼽힌다.

홀로그래픽 메모리 기술은 3차원 영상인 홀로그래피를 이용해 디스크에 페이지 단위로 정보를 읽고 쓰는 방법으로, 테라바이트(TB, 1000GB) 이상으로 용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현재 가장 많은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이 이 분야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광디스크 내부에서 초해상 재생기술을 적용하는 ‘슈퍼-RENS’ 기술은 SIL-NFR이 갖는 표면기록기술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 국립연구소가 처음 개발한 기술이다. 기존 광학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광디스크만 새로 만들어 더 우수한 효과를 얻는다는 점에서 산업적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표준화와 공동연구를 위한 국제 컨소시엄이 설립돼 연구되고 있으며 100GB 이상의 기록용량 기술이 이미 확보된 상태다.

나노미터 크기의 탐침을 이용해 고속으로 기록, 재생해 높은 기억용량을 얻으려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현재 일본과 미국에서 수백~수만개의 마이크로 탐침을 만들어 정보를 읽고 쓰는 광저장장치를 개발하는 연구가 기초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 필립스와 연세대는 다중탐침형 저장기기에 광학기술을 접목하는 연구를 공동 추진하고 있다. 아직 실용화하기엔 다소 이르지만 500GB 이상의 기록용량과 높은 전송속도, 다른 방식의 기술과 융합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많은 곳에서 연구 중이다.
 

4세대 광정보저장기술^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정보저장기술. 2010년 경이면 블루레이의 7배 용량을 갖는 200GB대 저장매체가 등장할 예정이다.


최종 승자 결정은 소비자의 몫

블루레이와 HD-DVD로 대표되는 차세대 광정보저장기기 기술은 양 진영이 표준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기업들의 이해관계와 각 기술의 장단점 때문에 통일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두 기술 모두 별도 제품으로 출시된 뒤 시장에서 소비자의 판단에 따라 최종 승자가 결정될 것이다. 현재 어느 방식이 성공할 지는 전문가들조차 여러 의견으로 갈라져 있으므로 결국 시간이 최종 승자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4세대 광정보저장기술도 어느 것이 미래 핵심 기술로 발전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위의 4가지 기술 중 적어도 하나는 5년 안에 500GB~ 1TB 이상의 고용량 광정보저장기기로 발전해 수백억 달러의 정보저장시장을 석권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를 위해 필자를 비롯한 많은 연구자들이 초정밀 나노 기술의 융합체인 광정보저장기기 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01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05'에서 블루레이 디스크 협회(BDA)가 차린 홍보 부스. BDA는 소니, 필립스, TDK 등 블루레이를 지지하는 70여개 업체들이 모여 조직한 보급단체다. 02 일본 디스크 제조업체 메모리테크의 자동화 공장에서 HD-DVD를 제조하고 있는 모습.
 

200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박영필 교수
  • 진행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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