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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제언이 여전히 유효, 이제는 직접 바꾸겠다”_정우성

2003년, KAIST 대학원총학생회장이 당시 대통령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이공계 학생들의 눈으로 바라본 이공계 기피현상 대책’ 등의 과학기술정책 제안서를 제출했다. 열정 많던 대학원생은 그로부터 21년 후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한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국민의힘 평택시을 후보로 전략공천된 정우성 POSTECH 물리학과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얘기다. 정 교수를 3월 8일, 화상회의로 만났다.

 

 

Q 오랫동안 과학기술 정책을 고민해 왔다

몇 년 전 이공계 대학원생 처우에 관한 글을 써달라고 부탁받은 적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참고할 만한 문헌을 찾는데 200페이지가 넘는 좋은 보고서를 발견했죠. 열심히 읽다 보니 문장이 익숙하더라고요. 20년 전에 제가 썼던 거였습니다. 우습다가 서글펐습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른 게 없다는 사실 때문에요. 바깥에서 소리쳐봐야 달라지는 게 없다는 충격은 정치계와 과학기술계를 잇는 역할에서 벗어나 ‘플레이어’가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됐습니다.

또 그동안 저는 복잡계 물리학을 연구했습니다. 사람들의 상호작용이 도시, 주식, 기술, 산업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죠. 연구 결과는 새로운 정책으로 이어졌고요. 오랫동안 정책을 고민하는 것뿐만 아니라 만드는 데 기여해 왔기에 이제는 ‘제안하는 사람’이 아닌 ‘직접 뛰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Q 2023년부터 국민의힘 과학기술특별위원회(과기특위) 위원장 및 총선 공약개발본부장을 역임했다. 어떤 시간이었나

보통 정당에서 과기특위를 꾸릴 때 위원장은 현직 의원이 맡곤 합니다. 그런데 2023년 7월 제게 위원장 제안이 왔습니다. 당에서 정치 감각보다는 정책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었죠. 이후 공약개발본부를 거치며 미흡한 과학기술 정책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제가 해야 하는 일이 정리됐죠. 또 과학기술이라는 것이 연구개발(R&D)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모든 정책과 연결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질 수 있었습니다.

 

Q 출마를 결심하며 고민되는 것이 없진 않을 텐데

그동안은 효율성이 떨어질지언정 과학기술 정책을 고민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치를 하게 된다면 기여도는 크게 높일 수 있겠지만, 과학기술 정책 외에도 신경 써야 하는 일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초심을 잃는 거죠. 제가 처음 관심을 가졌던 과학기술 정책은 ‘이공계 인재 유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시기(일명 IMF 사태), 주변의 친구들이 이공계 분야를 떠나는 것을 봤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그 친구들이 다른 고민 없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걸어온 길의 시작이었죠. 당시의 고민과 신념을 계속 가져가고자 합니다.

 

Q 어떤 과학기술 정책을 앞장서 바꾸고 싶은가

R&D 예산 시스템을 바꾸는 데 가장 집중하고자 합니다. 우선 지금은 정부 부처가 각각 R&D 예산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를 R&D 전체 혹은 분야별 예산 시스템으로 바꾸고자 합니다. 현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산하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는데, 각 부처의 R&D 예산을 감안하고 심의하고 있죠. 부처별 R&D 운용은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과제를 만들어 비효율적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내부 상임위원회부터 기획재정부를 아우르는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합니다.

또 한국은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에 따라 1년 단위로 예산을 편성해 그 해에 모든 예산을 소진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연구비 운용 규모가 작은 소수의 기초 연구를 제외하고는 이 일반회계 시스템 안에서 경직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R&D에 기금회계나 특별회계를 적용해 연구 기간 동안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의 연구비 운용이 가능해야 합니다. 10년  동안 100억을 지원받는 연구를 할 때, 필요한 연구 장비를 마련하는 첫 해에 80억을 쓸 수 있는 예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죠. 이를 위해 현재 ‘밀당 예산제(가칭)’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연고 없는 평택시을 지역구에 전략공천된 이유는 무엇인가

과학기술을 알고, 과학정책을 이해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평택에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건설되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과 시스템 반도체 위탁생산을 모두 아우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라인이죠. 동시에 평택은 지금까지 엔비디아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 뛰어들어야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2025년 개교 예정인 KAIST 평택캠퍼스에는 차세대 반도체 연구센터가 들어올 계획입니다. AI 반도체는 기존 반도체 게임과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입니다. 이곳에서 한국의 새로운 기간산업을 구축하는 길을 닦는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각오 한마디를 들려달라

저희 집에는 이공계 진로를 꿈꾸는 중학교 3학년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들이 있습니다. 과학동아 독자들이기도 하죠. 이들에게 ‘한국은 강한 나라’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이공계 인재가 유출되는 나라는 절대 강할 수가 없고요. ‘과학기술인 출신 정치인’으로 결과를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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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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