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직업을 선택할 때는 사회의 변화를 감지해야 한다. 이는 곧 과학기술의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제 21세기의 직업세계에서 과학이 어떤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마이클 H.하트가 지은 '세계사를 바꾼 사람들' 이란 책에는 인류역사를 통해 세계사를 바꿀 만큼 큰 족적을 남긴 1백명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여기에는 석가, 예수, 마호메트 등의 종교지도자는 물론이고 철학자 정치가 과학자 예술가들의 생애가 그들이 남긴 업적을 중심으로 간략히 소개돼 있다.
그 중에는 과학자와 발명가가 37명, 정치 및 군사지도자가 30명, 철학자가 14명 포함돼 있다. 그 외에도 종교지도자가 11명, 예술가와 문호 6명, 그리고 탐험가가 2명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의외로 과학자가 가장 많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사를 바꾼 과학자
왜 과학기술자가 이처럼 많이 포함돼 있을까. 저자인 마이클 H.하트는 이렇게 설명한다. "역사책은 정치적 사건의 기록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는 과학기술상의 진보가 정치보다 더 큰 구실을 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정치적인 사건이 인류에게 미친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일시적일 뿐이었으며, 사상이나 과학의 영향은 거의 영원히 계속된다는 얘기다.
한편 역사를 바꾼 인물들의 시대적인 분포를 살펴보면 아주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종교와 철학자 등은 아주 먼 과거의 인물들이지만, 과학자들은 거의 근대에 살았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아마도 먼 옛날에는 철학이나 종교적인 생활규범이 인간생활을 규정하고 변화시켰지만, 근대에는 과학기술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는 의미가 아닐까.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도 변화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과학기술이라는 것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와 비행기 등의 교통수단과 전화와 라디오 TV 등의 통신수단의 발달은 거리의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 이제는 전세계가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가 됏으며, 전화 한 통화나 전자우편으로 거의 모든 곳에 있는 사람과 대화할 수 있게 됐다. 그럼으로써 예전에는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놓칠 수 없는 두 마리 토끼
직업을 통해 개인은 자신이 꿈꾸는 일을 성취할 수 있고 또 이것을 통해서 돈을 벌기도 한다. 따라서 직업은 개인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이런 직업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이 결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할 것은 자신의 취향이다. 즉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직업이란 생계수단이기때문에 무작정 하고 싶은 일만 해서는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앉아서 사색에 잠겨 인생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그 일을 직업으로 택한다면, 평범한 사회생활을 영위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그 일을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보람을 주든지 이익(부가가치)을 가져다주고, 그렇게 함으로써 돈을 벌 수 있어야 직업으로서의 가치가 부여된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좋은 직업이 갖춰야할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는 무엇보다 '적성에 맞는 일'이고, 둘째는 '다른 사람에게 이익을 많이 주는 가치 있는 일'이다. '적성에 맞는 일'은 개인적인 취향과 개성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논할 필요는 없다.
그러면 '다른 사람에게 이익을 많이 주는 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많은 경우에 어떤 행위의 부가가치란 수요와 공급의 관계에서 결정된다. 다시 말해서 그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이 많으면, 그 일의 희소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희소성이 떨어지면 그 일에 대한 부가가치도 떨어질 수 있다. 사회가 변해서 새로운 일의 수요가 생기면 그 일이 각광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희소성이 올라간 결과다.
인기학과의 변화
사회적인 수요와 공급이 변해 직업의 희소성이 바뀐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30년 전만 해도 공과대학의 최고 인기학과는 기계공학과와 화학공학과였다. 그 당시 세계의 산업이 기계공업과 화학공업을 중심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므은 사회를 주도하는 산업이 정보전자로 바뀌었다. 따라서 당연히 최고 인기학과의 자리는 이와 관련된 학과들이 차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경영대학에 무역학과가 있었다. 이 학과에서는 무역과 국제경영을 주로 다루었는데, 당시에는 별로 인기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세계경제가 하나가 돼 거의 동시에 움직이는 시대가 되자 이런 국제경영이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이것도 세계가 컴퓨터 통신에 의해서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이자 나타난 직업의 가치변화다.
법학분야에도 사회의 변화에 의한 물결이 일고 있다. 과거에는 법관이나 변호사는 주로 죄를 지으면 벌을 주는 형사소송이나, 미간인끼리 다툼이 생겼을 때 조정하는 민사소송을 주로 다루었다. 그러나 세계가 하나로 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국가간의 무역분쟁 등을 다루는 국제법과 지적재산을 다루는 특허법 등이 중요해졌다.
10년 후 미래를 예측해야
사회적인 수요는 어떤 요인에 의해서 변할까? 아마 가장 큰 요인이 과학기술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술이 변하면서 사회가 변하고, 사회가 변하면서 새로운 직업에 대한 수요가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직업은 대학진학시 학과를 선택할 때 결정된다. 실제로 직업생활을 시작해 활동하는 시기는 그후 10-20년 후가 된다. 따라서 대학진학시의 세상과 직장생활을 할 때의 상황에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대학 진학 시에 미래사회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전망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과학기술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필수다. 결국 각광받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면, 기술에 의한 사회 변화를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10-20년 후의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 가장 큰 변화는 정보화, 세계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돼 하나의 지구촌이 된다. 한국이라는 나라 속에서만 가치를 가지는 일은 미래에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모든 것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어야 빛이 난다. 물론 '적성에 맞는 일'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