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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눗셈으로만 해결하기 어려운 달력 개정

1년의 월수를 정하고 각 달의 날짜수를 정하는 것이 단순한 나눗셈의 문제는 아니다.이것은 달력을 바꾸려는 시도가 많이 이뤄진 것에서 알 수 있다.수천년 동안 지켜온 전통과 종교가 얽혀있는 달력 개정은 수학적인 단순함을 고집할 수 없는 예다.


나눗셈으로만 해결하기 어려운 달력개정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달력은 1582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1502-1585)가 제정한 그레고리력이다.당시까지 사용됐던 율리우스력(기원전 46년 카이사르의 명으로 제정됨)은 4년마다 윤년을 뒀었다.율리우스력은 1년을 365.25일로 계산한 것인데,이는 1태양년(태양이 황도상의 춘분점을 지나서 다시 춘분점까지 되돌아오는 기간인 약 365.2422일)보다 길기 때문에 세월이 흐르면서 오차가 더욱 커졌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부활절을 춘분 뒤 최초의 만월 다음 일요일로 정하고 있다. 춘분은 니케아 종교 회의(325년)에서 3월 21일로 결정했었는데, 16세기 중엽에 이르러 춘분이 3월 11일로 돼 있었다. 이에 따라 교회 내에서는 부활절 날짜를 고정하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다.

그래서 4년마다 윤년을 두되, 4의 배수이지만 4백의 배수가 아닌 1700년, 1800년, 1900년 등은 평년으로 하고 4백의 배수인 1600년, 2000년 등은 윤년으로 정한 그레고리력이 탄생하게 됐다.

그레고리력에 따르면, 4백년 중에는 평년이 3백3번, 윤년은 97번 나타나며, 1년은 평균 365.2425일이다. 이는 1태양년보다 겨우 25.92초 정도 더 길다. 1일은 8만6천4백초이므로, 그레고리력이 제정된 1582년부터 86400/25.92≒3333.33년 뒤에야 태양보다 하루 앞서게 된다. 그래서 4916년은 평년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그레고리력은 매우 훌륭한 역법이지만, 불편한 점이 몇가지 있다. 우선 각 해의 첫날인 1월 1일이 무의미하게 정해졌고, 각 월의 날짜수가 28부터 31까지 일정한 규칙 없이 들쭉날쭉하다. 특히 월일과 요일 사이의 관계가 해마다 바뀌어 혼란스럽다.

1년에 있는 월수와 각 달의 날짜수는 어떻게 정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며, 단순한 나눗셈 문제에 불과할 것이다. 각 달의 날짜수가 일정하고 각 월일의 요일이 일정하다면 매우 편리할 것이다. 수학에서는 복잡하게 보이는 현상 속에서 간명한 규칙을 찾아 단순화시키는 것을 큰 미덕으로 삼고 있다. 수학자에게 현재의 달력은 너무 복잡하다.

그래서일까. 그레고리력을 개정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특히 1920년대에 개력 운동이 절정에 달했었고, 1931년에는 개력을 위한 제1회 국제 회의가 제네바에서 열리기도 했다. 여기서는 그동안 제안된 개력안 중에서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았던 ‘국제 고정력’(International Fixed Calendar)과 ‘세계력’(World Calender)에 대해 알아본다.

1년 13개월, 1달 28일인 국제 고정력

해마다 어떤 월일의 요일이 바뀌는 이유는 365가 7로 나누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즉 365를 7로 나누면 몫은 52이고 나머지는 1이다. 그래서 월요일이었던 날은 다음 해에는 화요일이 되고, 윤년이라면 수요일이 된다.

나머지 1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 그래서 각 월일의 요일을 고정하는 분명한 방법이 있다. 1834년에 이미 이탈리아 성직자 마스트로피니는 1년을 52주와 하루의 ‘공일’(空日)로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여기서 공일은 요일이 없는 날이다. 이렇게 하면, 즐거운 연휴가 공식적으로 생기고 각 해의 모든 월일은 똑같은 요일로 고정된다. 그 뒤 1849년 콩트(1798-1857)는 이런 발상을 발전시켜서 13개월로 이루어진 달력을 만들었으며, 코츠워스(1859-1943)는 이를 다듬어 국제 고정력을 완성시켰다.

국제 고정력은 1년을 13개월로 나누고 모든 달의 날짜수는 28일(4주)로 정하는데, 각 달은 일요일에서 시작해 토요일로 끝난다. 그레고리력의 12개월에 첨가된 제13월을 솔(Sol)이라 부르고 6월(June)과 7월(July) 사이에 위치시킨다. 각 해의 마지막 날, 즉 13월 29일은 공일로 정한다. 그리고 윤년에는 또 다른 공일이 필요한데, 이 경우에는 6월 29일을 만들고 공일로 정한다. 국제 고정력에서 부활절은 언제나 4월 8일로 고정된다.

국제 고정력은 그레고리력을 매우 단순화시켜서 편리한 점도 있지만, 단점도 많다. 무엇보다도 12개월은 2개월씩, 3개월씩, 4개월씩, 6개월씩 등분하여 시기를 구별할 수 있고 통계 처리에도 도움이 되지만, 13개월은 등분할 방법이 없다. 이유는 12는 약수가 많은 수이지만, 13은 소수이기 때문이다.

안식일에 위배되는 세계력

1884년 프랑스에서는 개력을 위한 대회가 열렸는데, 여기서 1등 상은 아름랭이, 2등 상은 하닌이 탔다. 이들의 발상을 스미스가 종합하고 개선해서 세계력을 만들었다.

세계력은 1년을 4계(91일)로 나누고 각 계를 31일, 30일, 30일의 3개월로 나눈다. 그리고 각 계는 일요일에서 시작하여 토요일로 끝난다. 1년의 마지막 날인 공일은 ‘세계일’(Worlds day)로 요일을 지정하지 않는다. 윤년인 경우에는 6월의 마지막에 또 다른 세계일을 둔다.

세계력은 그레고리력을 약간 수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논리적이고 간명하며 국제 고정력이 안고 있던 단점을 모두 보완했다. 따라서 지지자를 매우 많이 확보했다. 특히 아헬리스 여사는 세계력을 홍보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그녀는 이를 위해 1930년 세계력협회를 창립했으며, 1931년에 열린 개력을 위한 제1회 국제 회의뿐만 아니라 국제연맹과 국제연합에서 세계력을 채택하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국제 고정력보다는 세계력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쓸모 있어 보인다. 그러나 세계력은 제네바 회의에서도 국제연합과 국제연맹에서도 채택되지 않았다. 미국 등 강대국이 찬성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일부 종교 단체의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다. 이유는 단 한가지 ‘공일’의 도입이었다. 이것은 안식일과 위배됐다. 공일을 받아들이면 7일마다 안식일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안식일을 지키면서도 그레고리력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레고리력에서 4백년은 400×365+97일인데, 이를 400×364+497일로 쓸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497=7×71이다. 그래서 1년을 364일로 정하고, 어떤 해는 ‘윤주’를 두어 371일로 정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4백년 중에서 329년은 364일이고 71년은 371일이 된다. 문제를 야기한 공일은 없고, 단지 두가지 달력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이런 역법에서 윤주가 있는 해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우즈는 윤주를 5년마다 두되, 25 또는 75로 끝나는 해는 윤주를 두지 않고 4백년마다 00년으로 끝나는 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윤주를 두지 않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2001년부터 2400년까지의 4백년 중에 윤주가 있는 해는 다음과 같이 71년으로 정할 수 있다.

2001 - 2100년 : 25와 75를 제외한 05, 10, … 의 18년
2101 - 2200년 : 25와 75를 제외한 05, 10, … 의 18년
2201 - 2300년 : 25, 75, 00을 제외한 05, 10, … 의 17년
2301 - 2400년 : 25와 75를 제외한 05, 10, … 의 18년


이런 역법을 지지하는 성직자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매력적인 제안으로 다가가지 않는다. 1년의 월수를 정하고 각 달의 날짜수를 정하는 것은 단순한 나눗셈 문제로 생각되지만, 수천년 동안 지켜온 전통과 종교 문제 때문에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2000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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