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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부엌] 소금과 유산균의 콜라보, 김치

엊그제까지도 불처럼 더운 여름이었는데, 벌써 가을이 지나고 겨울로 들어가는 첫날인 입동(立冬)이 코앞입니다. 겨우내 먹을 김치를 준비하는 시기이지요.
김장 날이 되면 배추 수백 포기와 무를 마당 한구석에 쌓아 놓고 다함께 배추를 절이고 무채를 썰고 양념을 버무립니다. 김장은 2013년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입니다.

 

소금에 절이면 삼투압 현상 나타나
배추김치, 깍두기, 알타리 무김치, 파김치, 부추김치, 나박김치, 동치미, 오이소박이, 열무김치, 갓김치, 순무김치, 양배추김치…. 김치는 300종이 넘습니다. 계절별 또는 지역에 따라 생산되는 채소가 다르고, 기후가 달라 김치에 들어가는 양념의 종류나 배합 비율, 숙성 방법 등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면 봄에는 햇배추, 미나리, 얼갈이배추로 김치를 담그고, 여름에는 무더운 날씨 속에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기 위해 열무나 오이 물김치를 담습니다. 가을에는 뿌리가 통통한 쪽파김치가 맛있고, 겨울에는 오랫동안 저장하면서 먹을 수 있도록 양념이 많이 들어간 김장김치가 최고입니다. 
이번 호에는 배추김치를 준비했습니다. 겨울철 김장김치는 고랭지 배추를 이용하는데요. 날씨가 선선한 곳에서 자라면서 성장 속도가 느려 조직이 치밀하기 때문에, 배추가 오랫동안 아삭아삭하고 쉽게 무르지 않습니다. 배추는 손으로 들어봐서 묵직한 것이 좋은데, 이는 배춧잎이 촘촘하게 싸여 있어 단단하다는 뜻과 같기 때문입니다. 
배추를 2분의 1쪽이나 4분의 1쪽으로 가른 다음, 굵은 소금을 뿌려 절입니다. 굵은 소금을 뿌려두면 삼투압 현상으로 배추 표면의 물이 바깥으로 빠져나와 조직이 단단해지고, 염분은 배추 조직으로 들어가 짭짤한 맛을 살림과 동시에 저장성을 높입니다. 
옛날 해안가 지역에서는 바닷물로 배추를 절였다고 합니다. 바닷물의 염도(3.5% 전후, 염류의 비율은 염화나트륨 77.7%, 염화마그네슘 10.8%, 황산마그네슘 4.8%, 황산칼슘 3.7%, 황산칼륨 2.5%)가 배추절임에 최적이기 때문입니다. 
배추가 절여지는 동안 김치에 넣을 양념을 만듭니다. 고춧가루와 액젓 등 기본 재료 외에도 지역에 따라 해산물(명태, 오징어, 낙지, 생새우, 청각 등)이나 삶은 쇠고기를 넣지요. 이렇게 부재료를 넣는 이유는 김치가 발효하는 동안 이 재료들로부터 펩타이드, 아미노산, 핵산물질, 유리당 등 다양한 맛 성분이 우러나 김치의 맛을 한층 더하기 때문입니다.


 

신맛은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 때문
김치가 발효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산균의 활약입니다. 유산균이 당분을 먹고 유기산을 생성해 신맛을 낼 뿐 아니라 비타민C도 증가합니다. 그래서 유산균들이 발효를 잘 시키도록 김치를 담글 때에는 설탕을 약간 넣어줍니다. 배추 다음으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재료인 고춧가루도 유산균이 김치를 발효시키는 속도를 조절하고 부패를 막는 역할을 합니다.
김치의 발효가 시작되는 초기에는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Leuconostoc mesenteroides)가 자라고, 발효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기에는 내산성이 강한 유산 간균인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Lactobacillus plantarum)과 락토바실러스 브레비스(Lactobacillus brevis)가 자랍니다. 적당하게 잘 익은 김치를 입에 넣고 씹으면 새콤한 맛과 함께 코끝이 찡한 탄산이 느껴지는데요. 바로 김치 초기 발효에 관여하는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 때문입니다. 
온도도 중요합니다. 옛날에는 김치를 넣은 커다란 장독을 땅속에 묻어 저장했습니다. 한 겨울 땅속 온도는 영하 1도 정도로, 염분이 많은 김치가 얼지 않고 발효가 서서히 진행되면서 적절한 산미에 도달하고 맛 성분이 서서히 우러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이렇게 김치가 발효되기에 알맞은 환경을 기술로 구현해냈습니다. 바로 온도나 상대습도를 설정해 발효가 진행되는 속도를 조절하는 김치냉장고입니다. 조리과학과 물리학, 전기공학, 기계공학이 힘을 모아 최적의 전통 식품을 지켜내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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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신원선 교수
  • 에디터

    이정아 기자 기자
  • 사진

    이서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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