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⑤ 정자은행과 난자은행

IQ 150 미국 명문대 여대상의 난자

타인의 정자와 난자를 이용해 임신하려는 시도가 많다. 현재 외국에서는 정자은행을 통해 질좋은 정자가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으며, 난자은행도 개장을 서두르고 있다.

생식의학의 한편에서는 부부 자신의 정자와 난자를 이용해 임신을 시도하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다른 사람의 정자와 난자를 빌어 임신을 성공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남성의 경우 대표적인 사례는 정자은행을 이용한 방법이다. 정자를 저온에서 냉동시켜 보관한 뒤 원하는 때에 녹여 수정에 사용한다. 현재의 기술로 수년간 정자를 보존할 수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타인의 정자를 사고 파는 매매가 합법화돼 있다. 그런데 1992년 마련된 미국불임학회의 정자공여규정에 따르면, 정자를 제공한지 6개월이 지나고 나야 정자를 매매할 수 있다. 처음에 ‘합격 판정’을 받은 정자라 해도 6개월은 두고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정자를 제공할 당시 에이즈를 비롯한 별다른 질환이 발견돼지 않았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잠재된’ 병균이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자은행에 냉동된 채 보관된 정자캡슐. 외국의 경우 기증자의 학력이나 신체적 특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학력과 건강도 알려주는 족보

정자은행에 보관된 정자에는 ‘족보’를 알 수 있는 리스트가 작성돼 있다. 머리색깔과 같은 신체적 특성, 지능지수, 학력, 그리고 유전적 결함이 있는지 여부가 기록돼 있기 때문에 정자를 구매하는 사람은 원하는 형태의 정자를 선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외국의 ‘질높은’ 정자를 수입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초 영국의 인공임신협회는 영국 남성 정자의 생식력이 낮아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 국가에서 정자를 수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한국의 경우 법적으로 정자의 매매는 금지돼 있다. 장기나 혈액처럼 정자 역시 신체의 일부이기 때문에 돈을 주고받으며 거래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타인의 냉동정자를 이용해 태어난 아기가 있다고 한다. 이 경우 매매의 명목으로 돈을 주고받지 않고 ‘교통비’나 ‘수고료’라는 형태로 돈이 지급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저촉되지 않는다. 문제는 정자의 ‘족보’가 제대로 마련된 것인지, 그리고 충분한 안전성 검사를 마친 것인지 검토할만한 아무런 제도가 없다는데 있다. 따라서 각 불임클리닉에서 어느 정도의 과학성을 갖추고 이런 시술이 행해지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행하고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없다.

물론 정자은행은 반드시 다른 사람의 정자를 사용하기 위해 만든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항암치료를 앞둔 청소년의 경우 치료 과정에서 생식세포가 손상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미리 정자를 추출해 보관할 수 있다. 무사히 항암치료를 마쳤다면 결혼 후 자신의 냉동정자를 녹여 시험관아기를 낳을 수 있다. 또 피임을 위해 정관수술을 받을 남성이 나중에 아기를 가지고 싶어할 경우를 대비해 정자은행에 보관할 수 있다.

정자은행이 만들어진 이후 난자 역시 냉동시켜 보관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남성과 달리 여성은 50대를 전후해 더이상 난자를 만들 수 없는 폐경기를 맞는다. 심한 경우 30대부터 폐경이 시작되는 여성도 있다. 그렇다면 가급적 젊을 때 건강한 난자를 추출해 냉동시켜 보관하면, 폐경기에도 아기를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특히 직장에 다니는 여성의 경우 자신의 계획에 따라 30대 정도에 아기를 가지고 싶다면 20대에 미리 난자를 보관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 있다. 백혈병이나 난소암에 걸린 환자들의 경우 이런 욕구는 더욱 크다.

1997년 11월 마리아불임클리닉에서는 소의 난자를 급속히 냉동한 후 녹여 시험관에서 수정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작년 10월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는 사람의 난자를 대상으로 냉동실험에 성공했다고 한다. 여기서 ‘성공’했다는 말은 실험에 사용된 난자 가운데 80-90%의 높은 비율의 난자가 생존 또는 수정했다는 의미다. 자세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전까지 난자의 냉동보관은 정자에 비해 훨씬 어려워 고작 10% 내외에 불과한 성공률을 나타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단계는 이 난자로 생성된 수정란이 어머니의 자궁에 무사히 착상될 수 있는지 여부다. 현재로서는 난자은행에서 보관된 난자를 이용해 태어난 아기는 보고되지 않았다.

만일 난자은행이 활성화된다면 정자은행과 마찬가지로 다른 여성의 난자를 이용해 임신을 시도하는 일이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다. 지난 3월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영국의 불임 여성들이 품질좋은 난자를 구입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는 사례를 보도했다(영국에서는 난자를 매매하는 일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특히 지능지수(IQ)가 1백50대인 미국 명문여대생의 난자는 수만달러에 달하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3월 초에는 ‘키 1백78cm, 수학능력검사 1천4백점 이상인 건강한 여성의 난자를 5만달러에 구함’이라는 광고가 미국의 명문인 아이비리그 대학신문들에 실렸다. 난자은행이 문을 연다면 이런 매매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정자은행은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종을 보존하는데 유용한 도구로 상요되고 있다.


세포질만 살짝 빌려

타인의 난자 ‘일부’를 빌려 임신하려는 시도도 있다. 많은 여성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임신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세포질의 기능 저하에 있다고 한다. 즉 유전물질을 담고 있는 핵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 비해 핵을 둘러싼 세포질에 어떤 이상이 생겨 불임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건강한 여성의 세포질만 빌려 아기를 낳을 수 있지 않을까. 가능한 얘기다. 실제로 작년 미국에서 이 방법을 통해 아기가 태어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두명의 유전자가 결합된 형태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포질에는 핵에 없는 유전자를 가진 미토콘드리아라는 소기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아기는 한쪽 여성에게서 핵을, 그리고 다른 여성으로부터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제공받은 셈이다.

1999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GAMMA 외
  • 김훈기 기자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의학
  • 화학·화학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