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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시험관아기의 등장

생식세포 정산, 생식기관 비정상

정자와 난자가 모두 정상이지만 불임인 경우가 있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을 이루는 지점까지 이동하는 통로가 막히면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이 필요하다.

결혼한 부부 10쌍 가운데 1쌍은 아기를 갖지 못하고 있다. 적지 않은 수다. 의학계에서는 불임을 ‘부부가 정상적인 성관계를 1년 이상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라고 정의한다. 부부가 모두 정상이면 임신은 보통 1년 이내에 80-90% 성공한다. 이 정의에 따른다면 불임 부부의 수는 ‘10쌍 중 1쌍’을 웃돌 것이다.

불임의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그 원인이 남성에게 있느냐 여성에게 있느냐를 따진다면 ‘둘다 거의 같은 비율’이라고 답할 수 있다. 따라서 불임의 원인을 알고자 할 때 반드시 부부가 함께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남성의 경우 원인이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검사 결과가 빨리 파악된다. 그래서 불임클리닉 전문가들은 남성이 먼저 검사받을 것을 권한다.


난자가 든 배양접시에 정자를 주입해 '시험관아기'를 시도하는 모습. 수정한지 2-3일이 지나면 수정란은 어머니의 자궁으로 옮겨진다.


이동통로가 저지

일반적으로 ‘불임’ 하면 남성의 정자와 여성의 난자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정자와 난자가 정상적으로 만들어져도 생식계통의 구조에 문제가 있을 때 불임이 될 수 있다.

먼저 정상적인 정자를 가진 남성을 생각해보자. 정자가 정상적이란 말은 무슨 의미일까. 가장 중요한 사항은 정자의 수와 운동성이다. 즉 1mL 안에 2천만개 이상의 정자가 있어야 하고, 이 가운데 운동성을 가지는게 60% 이상이어야 한다. 이 외에도 형태가 정상적인 것이 60% 이상, 정자가 포함된 정액의 액체 성분이 너무 끈끈하지 않아야 하는 등 다양한 사항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런 요건에 대해 ‘합격’ 판정을 받았다 해도 정자의 이동 통로가 막히면 수정이 될 리 없다. 정자는 정소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해 성숙해지며, 정소 옆에 붙어있는 부정소에서 성숙을 마치면서 저장된다. 부정소에서 정관과 요도로 연결되는 길이 정자의 이동통로다. 선천적으로 또는 특정 질환 때문에 이 이동통로의 어느 부위가 막히면 불임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이 경우는 큰 문제가 안된다. 일단 몸 안에 수정에 필요한 완벽한 재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때 수술을 통해 막힌 곳을 이어주거나, 부정소의 정자를 미세한 주사바늘로 빼내 곧이어 설명할 인공수정 또는 시험관아기를 유도하는 방법이 동원된다.

여성의 경우 상황은 좀더 복잡해진다. 정자는 여성의 질과 자궁을 거쳐 나팔관에 도달해 그곳에 있는 난자와 수정을 이룬다. 그런데 여성이 정상적으로 배란을 할지라도 정자가 나팔관까지 이르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더욱이 수정이 제대로 됐다 해도 자궁 안에서 아기가 자라날 수 있는 여건에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적지 않다.

한 예를 들어보자. 정자가 자궁 안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은 자궁경부다. 수정이 일어날 때 이곳에서는 끈끈한 점액이 분비돼 정자가 질에서 자궁 안으로 순조롭게 들어가게 만든다. 만일 점액이 잘 분비되지 않거나 끈끈한 정도가 지나치면 정자가 이곳을 통과하기 어렵다. 제아무리 정자와 난자가 건강해도 이들이 만날 기회가 사라지는 셈이다.

이때 사용되는 방법이 인공수정이다. 남성에게서 성숙한 정자를 얻은 후 가느다란 관을 통해 이를 여성의 자궁 안으로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다. 시술 자체가 간단하기 때문에 여성의 배란 시기를 잘 맞추기만 하면 어렵지 않게 불임을 치료할 수 있다.

이보다 한단계 진전된 방식이 나팔관수정이다. 정자와 난자를 얻은 후 이를 나팔관 끝부분에 동시에 넣어 수정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정자가 나팔관으로 가는 길이 막혀 있거나 나팔관이 아예 없을 때는 인공수정이나 나팔관수정 역시 무용지물이다. 1978년 7월 25일 영국에서 태어난 ‘시험관아기’(test - tube baby)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현대의학의 기적’이라는 칭송을 받으며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아기의 이름은 루이스 브라운. 당시 아버지(38세)와 어머니(30세)는 정자와 난자를 만드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어머니의 나팔관이 막혀 있어 오랫동안 아기를 가질 수 없었다.


세계 최초의 시험관아기 루이스 브라운이 1살 때 부모와 함께 TV에 출연한 모습. 당시 그녀의 출생은 '의학계의 기적'이라 불렸다.


2-3일만 시험관에서 배양

이들에게 행운을 안겨준 곳은 케임브리지 의과대학이었다. 로버트 에드워즈와 패트릭 스텝토 박사팀은 어머니의 난자를 추출한 후 아버지의 정자와 수정시켰다. 인공수정이나 나팔관수정과 다른 점이 있다면 수정이 몸 밖, 즉 시험관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48시간이 지난 수정란은 다시 어머니의 자궁에 이식됐다(시험관아기라는 용어는 마치 10개월 동안 시험관에서 자란 아기라고 오해할 여지를 주는데, 사실은 수정 초기 2-3일 동안만 시험관에서 키운다).

이후 태아는 무럭무럭 자라 제왕절개를 통해 세상으로 무사히 나왔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작년 7월 루이스는 어엿한 숙녀로 성장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하며 “유치원 보모나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시험관아기의 탄생은 수많은 불임부부에게 강렬한 희망의 빛을 던졌다.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탄생한 시험관아기의 수는 30만여명으로 추산된다(한국은 1985년 서울대 병원에서 처음 탄생했다.)

1999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GAMMA 외
  •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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