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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변, 왜 일어나나?

겨울철에 두드러지는 이상현상들

올 겨울은 작년에 이어 이상난동으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특별히 추운 겨울과 따뜻한 겨울을 가르는 요인은 무엇일까.

겨울은 1년중 가장 추운 계절이지만 그 추위는 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흔히 평균적 겨울 추위에 비해 현저하게 따뜻한 겨울을 이상난동(異常暖冬)이라고 하고, 특히 추운 겨울을 이상한동(異常寒冬)이라고 한다.

8~9℃ 높아
 

(그림 1) 1990년 1월 서울의 일최저 기온과 예년치의 변화


우리나라 겨울의 가장 추운 날은 평균적으로 1월 15일경이며 대체로 이를 전후해 추위가 맹위를 떨친다.
그러면 금년 1월 서울의 추위가 예년의 1월 추위와 비교해 어떠한지 알아본다. (그림1)에서 보는 바와 같이 1월 9일~11일의 일최저 기온은 O℃ 이상으로 올라가서 예년 기온에 비해 8~9℃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 정도의 기온상승은 매우 드문 현상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금년 1월의 기온은 이상고온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고온현상이 2월까지 지속된다면 이번 겨울은 이상난동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이상난동의 예로 89년 1월의 기온을 들 수 있다. 지난해 1월이 다른 해의 1월에 비해 얼마나 따뜻했는지는 (표1)에서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지난해 1월의 월평균 일최저기온은 -2.3℃로 1980년이래 가장 높게 나타났고 평년치(-7.4℃)에 비해서도 5℃ 가량 높다. 이 해 1월에 일최저기온이 O℃ 이상 되는 날이 12일이나 되었고 -10℃ 이하인 날은 단 하루 뿐이었다. 이 사실은 1989년 1월이 다른 해의 1월에 비해 얼마나 따뜻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더구나 1월에 6.7℃라는 높은 일최저기온을 보인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해의 1월에 한국을 비롯한 극동지방에서는 전반적으로 이상고온현상이 나타났지만 알래스카와 유럽 북동부에서는 한파가 내습, 이상저온현상을 보였다.

최근의 현저한 이상한동의 예로는 63년의 겨울을 들 수 있다. 이 해의 1월이 얼마나 추웠는지 알아 보기 위해 89년 1월 및 평년의 1월의 추위와 비교해 보기로 하자. 63년 1월의 월평균 일최저기온은 -13.0℃로 이는 평년의 1월보다 5.6℃나 낮다. 더욱이 이상난동의 해였던 89년 1월 보다는 무려 1O.7℃나 낮은 수치다.

한편 89년 1월에는 7~8일과 19~20일을 중심으로 이상고온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63년 1월에는 찬 공기가 1개월 내내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이상난동을 초래하는 대기현상과 이상한동을 부르는 대기현상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표 1) 서울의 1월 일최저기온


동시고온도 동시저온도 없다
 

(그림 2) 1963년 1월 5.5km 높이의 대기 순환


기상학자는 흔히 그 차이점을 지구둘레의 거대한 대기의 순환에서 찾는다.

그러면 63년 1월의 거대한 대기의 흐름은 어떠한 특징을 나타내고 있었을까 (그림2)는 63년 1월 대기 중층의 대기의 흐름(높이 5.5㎞ 높이의 흐름)모습을 간략하게 나타낸 것이다. 이 그림에서 굵은 선은 강풍대(强風帶)의 위치를 나타낸다. 강풍대는 보통 북쪽의 찬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경계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굽이치면서 지구둘레를 순환하는 이 흐름이 남하한 곳에서는 이상저온현상이 나타난다. 반대로 북상한 곳에서는 이상고온 현상을 보인다. 특히 이 흐름에 따라 북쪽 공기가 남하하는 곳에서는 현저한 이상저온 현상이 나타나고, 또 남쪽 공기가 북상하는 곳에서는 극심한 이상고온현상을 보인다.

(그림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강풍대의 북쪽에 놓여 있다. 바로 이 강풍대를 따라 북쪽의 공기가 남하하는 곳에 한반도가 위치하고 있어서 현저한 이상저온현상을 보였던 것이다.

이 이상저온현상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을 포함한 북태평양 전역에서 위세를 떨쳤으며 북서지역과 유럽지역에도 엄습했다. 이러한 지역의 이상저온현상과는 달리 알래스카나 대서양 북부 등에서는 북상하는 따뜻한 공기의 흐름을 따라 이상고온현상이 나타났다. 지구상의 어떤 곳에서 이상저온현상을 보이면 다른 곳에서는 이상고온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즉 지구는 전체적으로 동시에 고온이 될 수 없고 또 동시에 저온이 될 수도 없다.

전세계에서는 대기의 대규모 순환과 관련, 겨울 뿐만 아니라 여름에도 이상저온과 이상고온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또 이상다우 이상과우현상과 관련된 홍수와 한발이 도처에서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기상이상현상은 우리의 사회·경제 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기상 이변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고조시킨다. 현재 기상이변 또는 이상기상현상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과거 30년간 이상 관측되지 않았던 기상현상으로서 인명과 사회·경제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느님의 아들 「엘 니뇨」

근래 기상학자들은 해수면 온도의 변화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상현상이 초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페루 앞바다에서는 매년 크리스마스경부터 다음 해 3월까지 북쪽으로부터 따뜻한 해수가 흘러와서 수온이 높아진다. 이 현상을 그곳 사람은 크리스마스에 연유하여 '엘 니뇨'(El Niño,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뜻) 현상이라고 한다. 대개 수년에 한번정도 이 엘 니뇨현상을 경험하는 데, 이 현상이 나타나면 해수온도가 이상적으로 높아지고 (평년에 비해 2~5℃ 정도) 그 고온 현상이 1년 이상이나 지속된다. 이때 해수의 고온현상은 페루 앞바다 뿐만 아니라 상당히 먼 곳까지 확산된다.

엘 니뇨현상이 생기는 까닭은 무엇일까? 기상학자들은 대기와 해수 사이의 상호작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열대지방의 편동 무역풍이 약해지면 서태평양 해수면의 따뜻한 해수가 동쪽으로 쏠려서, 동태평양의 적도 부근의 해수면이 더워지면 열대지방의 대기순환이 변화하고 그 영향은 고위도지방의 대기순환에 미친다. 따라서 세계 곳곳의 고위도지방에 이상기상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대기의 한 곳에 미친 영향이 수천㎞ 떨어진 먼 곳까지 전달돼 대기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기상학자는 원격연결(teleconnection)이라고 한다.

실제로 82년과 83년은 현저한 엘 니뇨 현상이 기록됐던 해였다. 이 해에 저위도지방에서는 곳곳에서 홍수와 한발이 일어났고 고위도지방에서는 몇몇 지역에서 이상고온과 이상저온현상을 보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해수는 열용량이 큰 물질이므로 해수면 위의 대기는 해수와 열을 교환, 냉각 또는 가열된다. 따라서 해수면 온도의 변화는 대기순환의 변화를 초래, 이상기상현상이 발생될 수 있다고 기상학자들은 보고 있다.

아프리카의 비극

최근 사하라사막 변두리에 나타난 심한 한발은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기상이변이다. 사하라사막 남쪽의 반건조지대(sahel)에서는 68~73년의 한발에 의해 2천5백만명이 피해를 보고 10만~20만명이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이 시기에 이디오피아에서는 20만명 이상이 배고파 죽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리고 82~85년의 한발은 극심해서 3천5백만명이 기아선상에서 헤매게 되었고 3백만명이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84년의 한발은 20세기 최악의 재난이었다.

사하라사막 남쪽 변두리지역에서는 1910~1920년, 1940년 경에도 한발이 있었으나 최근의 한발은 이것들과 비교해 볼 때 지속기간이 길고 또 극심하다는 것이 특징이다.아프리카의 한발에 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연구에서 한발을 초래하는 대기순환의 특징이 규명되었고 알비도(지표면의 일사에 대한 반사율), 지표면의 조도(粗度), 지표선의 증발산량, 해수온도 등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이 평가됐다.

이들 연구로부터 아프리카의 한발과 해수면 온도의 변화가 크게 관련되어 있음이 알려졌다. 또 한발을 초래하는 대기순환의 특징이 밝혀졌다. 그러나 왜 그러한 대기순환이 나타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충분히 설명되고 있지 않다.

현재 기상학자들은 대기의 성분 성질 운동 등을 변화시켜 기상이변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을 추적하고 있다. 그 중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인간활동에 따른 대기의 변화일 것이다.

1957년 이래 관측된 결과에 따르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_{2}$)는 인간이 화석연료를 사용함에 따라 급증하고 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지구복사에너지를 흡수, 온실효과를 초래해 지구 대기의 온도를 전반적으로 높이고 있다. 이와는 달리 인간활동에 따라 증가하는 대기중의 먼지는 태양복사 에너지를 산란, 우산효과를 나타내므로 지구의 온도를 낮춰주는 데 기여한다.

인간에 의한 토지이용과 삼림파괴는 지표면의 알비도 증발산량 조도를 변하게 해 대기의 열수지와 물수지를 바뀌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학자들은 사하라사막 주변의 반건조지대는 과잉방목 때문에 점차 사막화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해수의 오염도 대기와 해수간의 열과 수증기 교환을 변하게 해 대기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인간활동에 따른 대기의 변화에서 어떠한 기상이변이 일어날 수 있는지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하고있다. 지구가 앞으로 더워질 것인가 또는 차가워 질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심지어는 기상학자 사이에서도 견해가 일치하지 않고 있다. 현재 우리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인간활동에 따라 대기는 계속 변해가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따라 기상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1990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정창희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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